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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보] 웃찾사 사태, 솔로몬은 누구냐

2005.5.17. 화요일
딴지 편집국


 



지난 박승대 사장 이너뷰에 이어 본지, 금번에는 웃찾사 개그맨과 소속사간 분쟁사건을 보다 심층조명하는 분석기사를 독자제위께 대령하는 바이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당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3년의 <SBS 개그 컨테스트>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자계약의 출발


흔히들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금번 이의제기 개그맨들은 SBS 공채 예능인들이 아니다. 이들이 데뷔한 무대인 <2003 SBS 개그 컨테스트>는 당해 방송국의 자회사인 SBSi가 주최한 신인선발대회 되겠다. 그럼 SBSi는 뭐하는 업체냐. 인터넷, 모바일, 에이젼시 등 각종 부가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모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온오프상 제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예능인 채용에 있어 연공개념을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또한 선발 주체도 인사부가 아니라 해당 국별로 비정기적 인력 계획을 세우며, 수개월에서 1년 이내의 전속계약을 맺고 있다. 이것도 각 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어서 SBS의 경우 희극인들은 SBSi가 대회를 열고 인력공급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금번 사건과 관련된 부분만 짚고 넘어가자. SBSi는 2003 컨테스트를 통해 선발한 개그맨들과 3년 전속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때 스마일매니아가 당 계약에 참여한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시발점이 된 3자 계약 되겠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3자계약은 선발 개그맨들의 교육연수의 필요성에서 시작한 것인데, 보다 깊숙히 이들의 업무롤을 따져보자.


SBSi측에 의하면, 각종 비즈니스 상의 진행 및 계약은 SBSi가 맡고, 연예인에게 필요한 유지보수 업무--이를테면 스타일링이나 차량공급 등은 스마일매니아가 맡고 있단다. 다시 말해 제 사업부문은 SBSi가, 일반 매니지먼트는 스마일매니아가 분담하고 있는 형태다. 이 계약관계에서 수익배분의 경우, 양사가 35%, 개그맨들이 30%를 가져간다는데, 방송출연료와 대학로 공연수입은 SBSi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바로 SBSi가 관여하지 않는 수입 부문이다. 모회사에 인력공급을 하면서 그 수익에 대해서는 관계사인 SBSi가 손대지 않는다는, 나름 투명하고 또 합리적인 수익분담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3자 계약이 어느 정도 느슨한 강제력을 지니고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SBSi측에 따르면, 별도의 전속계약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 등, 여타의 매니지먼트 계약과 다를 바 없다고는 하지만, 을과 병의 관계성을 보다 강화시켜주고 또 이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계약상의 3자간 관계성 정도를 따질 때 수입 부문 말고도 스마일매니아와 계약개그맨들의 태생적 관계도 눈여겨봐야 한다. 박승대 사장과 SBSi가 공히 확인해 준 사항으로, 2003년 대회에는 스마일매니아에서 활동하던 연습생들 17명이 입상했다. 총 31명 중 절반을 넘는 인원이다. 스마일매니아측에서는 그간 여러 지원을 하면서도 어떤 계약도 맺지 않았고 무료로 이들에게 무대를 제공했음을 본지 이너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부분 때문에 아마도 여론에서는 배은망덕이라는 고전적인 도덕률이 나오는 것 같다만, 글쎄다. 데리고 있는 사람들과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겠으나,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여러 가지들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음도 의미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시 양자간에 그 어떤 계약이라도 했더라면 이들 연습생들은 신인공모대회 참가 자격을 받지 못했을 것이 자명하다. 여타 대회도 그렇겠지만, 2003년 저 대회는 기성 에이젼시에 전속되어 있지 않은 신인을 모집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과 함께 3자 계약이 체결되고 몇 개월여 만에 신의계약 혹은 강제계약이라고 불리우는 이면계약이 탄생한다.
 


  이면계약의 진실


이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었던 이면계약을 디벼보자. 한 쪽은 신의의 확인이었다 하고 또 다른 쪽은 강제계약--개그맨측 대리인의 표현으로는 불평등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면 누구 하나 제대로 된 구라쟁이에 등극할 예정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주장들은 둘 다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법인으로서 영리추구를 하던 스마일매니아 입장에서는 공들이며 인큐베이팅한 개그맨들에게 그간의 관계성을 부각시켜 보다 확실한 계약관계를 요구하고 싶었을 게다. 흙 파먹고 살 야심이 없는 한, 이거 당연한 거다. 다만 그렇게 중요한 사업관계 제안을, 술자리에서 분위기 업시켜 신의를 지키자는 둥 하며 진행한 자신들의 얼렁뚱땅스러움을 유감으로 여겨야지.


개그맨들 입장도 보자. 공중파 데뷔한지 이제 몇 개월 지난 상태에서 3자계약의 일방이자 소속사 싸장님의 칼있으마를 이들은 결코 쌩깔 수 없었을 테다. 그러니 계약에 있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킬 여력은 극히 미약해 지고. 더구나 술자리에서 업된 분위기 맞추며 으쌰으쌰한 신의가 술 깨고 보니 종이장 되어 날아와 있는 상황 아니냐. 빼도박도 못하는 당 상황은 시간이 지나며, 이제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사무치는 불평등이 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법률적 구속력 없는 신의계약이다, 불평등적 요소가 다분한 진성계약이다 하는 논란의 한가운데에서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 박승대 사장이 개그맨들에게 맨토로서의 위상을 가졌을런지는 몰라도 명백하게 이들의 관계는 비즈니스 파트너쉽이라는 거다. 이 두 개념이 마구 뒤섞이다 보면, 이현령비현령이라구 강자의 의미 부여에 따라 약자의 현실 조건도 마구 뒤섞일 뿐이다. 이런 사정에까지 이르면, 강자의 선의는 약자에게 빛바랜 악의에 다름아니다.


아무리 박사장 본인과 SBSi가 캐스팅 권한은 담당 피디에게 있다고 주장해도, 계약 개그맨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실재 유무를 떠나 이미 위협으로 작용한 박사장의 권능은, 계약개그맨들로 하여금 10년이며 15년 전속에 서명토록 했다. 그리고 이제 보이지 않는 권능을 벗어날 힘을 갖게 된 을 계약자들의 이의제기가 저리 소란스럽게 시작된 거다.
 


  과연 솔로몬의 판결은?


역시 지난 1보에서도 지적이 됐지만, 당 사건에는 약간 쌩뚱맞게도 갈갈이패밀리와 스마일매니아간 결별 문제도 나왔었다. 이 역시 양측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했었으니 이들 갈갈이패밀리도 현 웃찾사 14인방과 같은 문제로 결별했다/아니다의 문제가 대두됐다. 이 시점에서 갈갈이패밀리측이 한마디만 거들어주면 상황이 그날로 쫑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 상관없이 갈갈이패밀리측은 일체의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옥구슬같은 본 기자의 목소리로 장시간 동안 꼬셔봤는데 넘어오지 않는 걸루 봐서 향후에 누가 꼬셔도 안될 거라 장담한다..만, 사실 이들이 오바스런 정의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현 사안에 개입할 필요는 한 개도 없다. 사건 당사자도 아닐 뿐더러, 진실이 어쨌든 간에 이들 역시 업계 동료들이다. 개그맨으로서나, 매니지먼트사 사장으로서나 그렇다.


이들말고 오히려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본 사건이 자신들과 무관하다 누누히 주장하고 있는 SBSi다. 계약당사자인데다가 연루된 계약의 이면계약이 드러났다면 당연히 현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이미 개입되어 있으신 분덜이다. 전술했듯이 3자계약에는 별도 전속계약 금지조항도 있다던데, 본 건을 계기로 스마일매니아 측에 어필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그 어떤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는 속사정은 뭘까.


일단 SBSi와 스마일매니아 측의 파트너쉽은 계속 되어오고 있다. 올해 3월에 개최된 개그 컨테스트 역시 2003년과 마찬가지로 공동전속을 조건으로 개최된 바 있는데, 그만큼 스마일매니아의 영향력은 유의미하단 얘기다. 또한 이번에 이슈가 된 개그맨들이 SBS 프로그램의 주축 멤버들인지라, SBSi측은 개그맨들과의 관계 설정도 보살펴야 한다.


이 마당에 SBSi가 누구 한쪽을 편 들어주면 다른 한쪽은 그날로 구라쟁이에다가, 노예주 혹은 배신자가 될테니 어찌 고민이 없을까도 싶다. 그러나 어쩌겠나. 해결할 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SBSi다. 당 사건을 중재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SBSi 분덜 되시것다. 누가 봐도 스마일매니아와 계약 개그맨보다 더 큰 파워를 가지고 있는 곳은 SBSi이니까.
 






본지의 의견은 여전하다. 계약은 원래 갑과 을이라는, 결코 대등하지 않은 양자간에 이루어지는 타협이다. 강자가 얼렁뚱땅 진행한 계약의 모순을 지적하며 법적으로 계약파기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히 대한민국 법률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다.


따라서 당 사태는 스승을 배반한 제자 문제라기 보다, 그리고 악질적인 노예주의 인면수심이라기 보다, 본질적으로는 사업계약상 양자간의 의견 충돌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과정들은 비록 세련되지 못해도 협상의 한 형태임에 틀림없다. 힘겨루기의 다른 말, 협상을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안녕을 위해서도 아니고 지구 평화를 위해서도 아니다. 당사자들의 안위와 보다 복터진 삶을 위해서가 정답이다.


쌈구경꾼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서로들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란 충고를 하고잡다. 이번 사태는 돈 때문에 이러는 거 맞다. 대저 자본주의 사회라면서 개인사업자들의 이윤추구에 왜 스승의 은혜가 나와야 하고, 결코 돈 때문이 아니라는 항변이 왜 나와야 하는가. 더욱이 가장 자본주의스럽다는 쇼비지니스의 정글에서 이들이 꾸려가는 불협화음 가득한 당 협상은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쇼비즈의 반영일 따름이다. 이를 계기로 쇼비즈 바닥에서도 시스템과 합이성적 관행을 만들어감이 옳지 않겠나.


또한 덧붙여, 스마일매니아 측은 이제 배후세력 음모론은 철수해 주기 바란다. 이네들의 당혹스러움은 알겠으나 이미 사건이 터져나온 마당에 어느 기획사든 웃찾사 14인방에게 제안을 넣는 것은 당연하다. 밝히지도 못할 배후 주장은 어쩌면 보다 큰 오해를 만들 수도 있음이니 업무에 참고들 하시라. 너무 멀리 나가 버리면 돌아오는데 버겁기 때문이다.


 


딴지 편집국
   시포(shepoor@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