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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oice of Asia] 베트남의 viet 편

2004.8.20.금요일

딴지 특파원
 




안녕하신가. 장군이다.


일본 여행 관계로 기사 한 주 걸렀던 거 양해를 구한다. (사실은 지금도 여행중이다, 이번 기사는 교토의 친구 집에서 쓰기 시작해서 도쿄의 친척 집에서 끝냈다)


그럼 이번 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베트남’ 하면 여러분들은 무엇이 생각나는가. 베트남전쟁, 쌀국수, 아오자이,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 하지만 필자는 세 가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베트남전이다. 필자가 본 베트남 전은 다른 나라 전쟁에 끼어 들어서, 성질 버리고, 욕은 욕대로 먹고, 아까운 젊은 목숨이 희생당한 말도 안 되는 전쟁이다. (지금 그 말도 안 되는 전쟁이 이라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베트남 전에서는 억지로라도 명분을 붙여서 내보냈지만, 지금은 솔직하게 미국의 눈치 때문에 안 보낼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정도?)


두 번째는 한반도 곳곳에 휘날리는 플래카드다. 이름하여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누구나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거다. 필자, 군인 시절 부대 앞에 걸린 그 문구를 보면서 군인도 신부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인가 궁금해 한 적 있다.


근데, 더 궁금했던 건 베트남 전으로 악명 높은 한국군인에게 시집을 오고 싶어하는 베트남 처녀가 과연 있을까 하는 거였다. 아니 꼭 한국군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에게 시집을 오고 싶어하는 베트남 처녀가 있다는 얘긴데, 과연 한국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시집을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세 번째는 가끔 뉴스에서 보이는 한류열풍이다. 김남주를 필두로 해서 한국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일본을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이 우리를 생각하지 않듯이, 필자가 베트남을 생각하는 것처럼 베트남인들이 우리를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베트남 전, 한류열풍, 우편주문신부. 이렇게 상반되는 세 이미지 어딘가에 베트남이 존재하는 걸까? 그건 서울의 한복판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면서도 풀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졌다.


APU에 와서 베트남인들을 여럿 만나면서 느낌 점은, 그들이 특별히 한국인들에 대해 유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사실이 베트남 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여러 친한 베트남인들이 생기면서 처음에 느끼던 괜한 죄책감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역사에 대한 책임감은 느낀다고 해도 말이다.


오늘 인터뷰는 예고했던 대로 베트남 총각 비엣(Viet)이다.


그리고 오늘의 한 마디는 다음과 같다.






(인터뷰를 끝내고)


필자: 인터뷰에 협조해줘서 감사하다


비엣: (망설이다가) 근데, 장군아. 내가 정부를 비판한 건 알아서 좀 다듬어서 써주라. 뭐 별일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나 말이지.


(결국 필자 원칙을 어기면서 표현과 말을 약간 다듬어줬다~)


그럼 이제 베트남의 한 젊은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게 접대용 멘트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만) 함 만나보자.



내가 오늘의 주인공이여~


<이번 인터뷰는 뉀 덕 비엣(Nguyen Duc Viet)이라는 스물 네 살 먹은 베트남 청년과 함께, 6월 26일 그의 방에서 두 시간 여 동안 행해졌다.>






-간단한 자기 소개


이름은 뉀 덕 비엣이라고 한다. 성은 ‘뉀’이고 ‘덕’은 나의 중간 이름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냥 ‘비엣(Viet)’이라고 부른다. 인종은 베트남의 90%를 차지하는 ‘킨(Kinh)’족이다.  (만으로) 스물 네 살이고, 지금 APU에서 회계와 재무를 전공하고 있다. 작년에 3학년 편입생으로 왔고, 지금 3학년 2학기다.


-베트남에는 몇 개의 인종이 있나


54개다. 하지만 킨 족을 제외하면 다들 소수민족들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름이 ‘베트남(Vietnam)’의 앞부분과 같은데 어떤 의미가 있나


다들 맨 처음에 그걸 물어본다. 하지만 (언성이 약간 높아지며) 정말로 별 뜻이 있는 건 아니다.


-알았다. 고향은 어딘가


호치민(Ho Chi Min)시다. (호치민시는 예전에는 사이공(Saigon) 이라고 불렸다. ‘미스 사이공’, ‘블루 사이공’ 들어본 적 있지? 남베트남의 수도였다.) 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하지만 가족이 계속 그곳에서 살았던 건 아니다. 부모님이 어릴 적 전쟁 시기에 그들은 북부 지방에서 남부 지방으로 이주했다. 당시 지금의 호치민 시에 정착해 계속 그곳에서 살고 있다.



지도 나가신다


-부모님은 뭘 하시나


부모님은 페인트 가게를 운영한다. 아버지가 주로 경영을 하고 어머니가 돕는다. 사실 페인트 가게라고 해서 따로 가게가 있는 건 아니다. 집에서 페인트를 판다. 가게와 집이 함께 있다고 보면 된다.


-형제는 있나


형이 한 명, 남동생이 한 명 있다. 형은 스물 다섯인데 지금 국립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웃음)


-스물 다섯인데 벌써 국립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나?


그는 졸업할 때 상을 받았다. 때문에 국립학교에서 초보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동생은 뭐하나


열세 살인데 중학교에 다닌다.


-나이 차가 열한 살이나 나는 게 베트남에서는 일반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웃으며) 왜 그렇게 나이차가 나는지 나한테 물어보지 마라. 정 궁금하면 부모님에게 물어봐라.








부모님도 참, 왜 그러셨을까


-집에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나


베트남어를 쓴다.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베트남어를 쓴다. 소수민족들 중에서도 99% 정도는 베트남어를 할 줄 안다고 보면 된다.


-영어는 어떤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인기는 있다. 베트남의 교육 제도는 중학교 1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그 이전부터 영어를 배우게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게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너는 영어를 어디서 배웠나


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영어를 아주 잘한다.


고맙다.


-종교는?


기독교다. 나 뿐 아니라 가족들 전체가 모두 기독교다.


-베트남에는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되나


20% 정도다. 하지만 불교를 믿는 이들이 더 많다. 70% 정도다. 나머지 10% 정도는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이다. (정확하게는 불교가 67%, 카톨릭이 12%, 프로테스탄트가 1% 정도다)


-여자친구는 있나


없다.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나


그렇다. 하지만 그건 내 경우일 뿐이다. 베트남에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한 제약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난 지금 유학 중이고, 어떠한 형태의 이성 관계도 내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난 (편입생이므로) 단지 짧은 기간, 2년 정도만 여기에 있을 거기 때문이다.


-2년은 짧은 시간인가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의 베트남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베트남 여성에게 작업을 들어가기 위해선 얼마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가(필자 베트남 처녀에게 작업 들어가려다, 반년 가지고 어림도 없다는 얘길 듣고 포기한 적이 있다)


(웃으며) 2개월에서 반년 정도? 아니, 최소한 3개월은 잡아야 한다. 물론 상대마다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조금 빠르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왜 누구 작업 함 들어갈텨?


-그럼 네 친구들은 다들 데이트 상대가 있나


있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많다. 어떤 이들은 지금 있고, 다른 이들은 찾아 헤매고 있고. (웃음) 하지만 일본인들에 비교하자면 아직 일본인들이 더 연애에 개방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럼 헤어지고 다른 상대를 만나는 것도 일반적인가


(강하게) 그건 그렇지 않다. 그런 일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는 젋은 세대들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들과 달라야만 한다. (이전 세대와 경계를 짓는 모습은 이후 인터뷰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전통과 문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남녀관계는 그렇게 쉽고 빠르게 깨어지지 않는다. 깨어질 수 있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럼 데이트를 시작하면 결혼이라도 해야 된다는 말인가


(심각하게) 데이트를 시작하면 상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단지 재미를 위해서 서로를 만나지 않는다. 꼭 결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트를 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먼 진로까지 생각하고 서로의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풀려고 노력하지, 관계를 그만두려고는 하지 않는다. 헤어지는 것은 정말 마지막 선택이다. 결코 쉽지 않다.









헤어지려구? 아오자이를 밟고 가라


-친구들 중에서 헤어진 이들은 없나


약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유학을 와서든, 베트남에서든 그들의 관계를 지속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백일을 기념한다. 베트남도 그런가


그렇지 않다. 물론 우리가 몇몇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는 한다. 예를 들면 만난 지 1주년이나 그런 날 말이다. 하지만 백일은 아니다. 가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평균 결혼 연령은?


남자는 서른 정도.여자는 그보다 조금 빠르다. 스물 여섯이나 일곱 정도?


-결혼 상대는 보통 누가 정하나


대부분 결혼 당사자들이 정한다. 부모님이나 다른 이들이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혼 상대에 대해 부모님이 반대한다면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스스로의 선택을 밀고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의 사랑을 지킬 것이다. (웃음)


-처녀성은 어떤가, 중요하게 여겨지나


좋은 질문이다. 처녀성은 전통적으로 베트남에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조금 더 자유롭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선조들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어느 정도의 여성이 결혼 전까지 처녀성을 지키나


비율을 말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대충 한 20% 정도는 처녀성을 잃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사랑한다면 처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넌 어떤가


나는 처녀성 같은 건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처녀성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 (웃음)









<처녀라면, 흐흐 생각만 해도 좋다>


-남성도 처녀성을 지켜야 하나


남성은 덜 엄격한 편이다. 결혼 전에 섹스를 하는 것도 남성에게는 허용된다.


-여자는 안되고 남자는 된다면 남자는 누구랑 섹스를 하나


그건 확실히 차별이다. 남자와 여자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그건 그렇고, 남녀관계가 꼭 1대 1은 아니잖는가? (웃음) 그리고 창녀를 사는 이들도 많다.


-넌 어떤가


난 그런 곳에 가본 적이 없다. (진지하게) 내가 크리스찬인건 얘기했지?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결혼 전까지 나의 순결함을 지키고 싶다.


-베트남에서 불교와 기독교 중에 어느 쪽이 더 보수적인 편인가


기독교다. 기독교는 순결이나 결혼 문제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불교 역시 여성이 처녀성을 지킬 것을 격려하기는 하지만 기독교만큼 엄격하지는 않다.


-신심이 깊은 거 같은데, 언제부터 기독교였나


부모님 역시 태어날 때부터 기독교 신앙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물론 전쟁 기간에는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님이 어릴 적에 남쪽으로 이주해 온 것에도 종교적인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 점령 기간이었나


그렇다. 그 기간 동안 프랑스군과 싸우던 베트남 정부는 기독교를 싫어했다. 알다시피 기독교는 서양의 종교잖냐. 당시 베트남 정부는 기독교를 따르는 이들이 서양의 것을 따르는 이들이라고 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부로 이주해 온 이후 한 동안 부모님은 종교적인 문제로 곤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 북부 베트남 정부는 남부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길 원했고, 부모님은 다시 고통을 당하게 됐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종교적 문제에 대한 차별이 없다.


(이 타이밍에서 굴곡 많은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베트남은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의 침략을 받았고 19세기 후반 전 국토가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 줄기차게 독립을 주장하며 프랑스에 맞섰다. 하지만 2차 대전 중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해버린 틈을 타서 일본군이 베트남을 침공했고 베트남인들은 프랑스에 겨누던 총을 일본에 돌렸다. 호치민이 베트민(베트남 독립동맹회)을 결성한 것도 이 당시였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하자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북부에는 중국군이, 남부에는 영국군이 진주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는 것 같지?> 호치민은 북베트남에 베트남 민주 공화국을 결성했고 정부 주석의 자리에 올라 독립을 선언했다. 그런데 승전국이 된 프랑스가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 다시 남베트남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호치민은 처음에는 베트남을 인도차이나령으로 하는 프랑스의 계획에 동의했지만, 1946년 프랑스가 베트남인들을 대량 학살하자 프랑스군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이 것이 제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이다.


10년 여에 걸친 전쟁 끝에 베트남은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격파하고 프랑스를 완전히 몰아냈다. 하지만 이전부터 베트남에 눈독을 들이던 미국이 남베트남의 정국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 1960년 남베트남의 공산주의자들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을 결성했고 호치민은 이를 지원하며 미국에 맞섰다. 이에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구실 삼아 베트남을 폭격했고 베트남인들은 미국과 미국에 의해 조종되던 구엔 반 티우 정권을 몰아내고자 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일명 베트남전으로 불리는, 제 2차 인도차이나 전쟁이다.


통킹만 사건이란 통킹만에 주둔 중이던 제 7함대 매덕스호를 베트남군이 어뢰로 공격했다는 건데, 얼마 전 미국의 비밀 문서가 공개됨에 따라 그 사건이 폭격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벌인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1975년 미국은 베트남에서 전면 철수했고, 베트남은 미국에게 최초의 패배를 안겨준 국가가 됐다.)



설마, 이것도?


-베트남에서는 전공이 뭐였나


영문학이다. 호치민에 있는 인문학?사회과학대학(College of Social Science and Humanities)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 여기에 3학년 편입생으로 들어온 거다.


-대학 이름이 인문학?사회과학대학인가


그렇다. 이름이 그렇다. 베트남에 와서 인문학?사회과학대학이 어디냐고 하면 대부분 알아듣는다. 사실 베트남의 공립 학교들은 ‘하버드’나 ‘리츠메이칸’ 같은 특정한 이름이 없다. 물론 사립 대학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호치민에 태어나 호치민에서 대학을 마친 시민으로서 호치민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호치민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도시를 멋진 곳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호치민시는 지금 베트남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최근에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경제 발전에 대해 기뻐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경쟁도 심해졌다. 호치민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아주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호치민시는 국제적인 도시다. 특별한 정체성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러 곳으로부터 많은 이들이 와서 자신들의 경력을 쌓고, 자신들의 입지를 굳힌다. 말하자면,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은 곳이 바로 호치민이다.



아름다운 호치민에서, 호치민에서 살렵니다~


-취미는 뭔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다. 물론 서양의 고전 음악이다. 형이 국립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친다고 말한 거 기억하지? 연주는 못하지만 듣는 건 좋아한다. 특히 쇼팽을 좋아한다.


-베트남에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나


그렇지는 않다. 클래식 음악은 수업용 음악이다. 많은 이들은 학교에서 그 음악을 배워야만 한다. 특정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는 연주하는 법-악기가 비싸기 때문에 공립학교에는 악기가 별로 없다-이나 음악을 듣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악보를 보는 법, 음악의 역사와 의의에 대해 배울 뿐이다.


-다른 취미는


책을 읽는 것이 취미다. 책은 베트남 책보다 영어 책을 주로 읽는다. 전공이 전공이니 만큼 말이다. 때문에 베트남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니라 주로 ‘교재’를 읽었다. 제인 오스틴 같은 고전 작가의 소설 말이다. 때문에 지금도 ‘센스 엔드 센서빌리티’ 같은 고전 작품들을 좋아한다.


-용돈은 어떻게 충당하나


부모님에게 받는다. 베트남에 있을 때는 교재를 사거나 용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친구들과 일종의 작은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부모님에게 의지한다. 사실, 사업은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지속할 수가 없었다.


-일본에 와서는 아르바이트를 안 하나


방학 때만 한다. 지난 겨울 방학 때는 벳부에서 공사장 노가다를 했다. (목소리가 높아지며) 정말, 정말 힘들었다! 물론 벌이는 좋았다. 시간당 1000엔(약 만원)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정말 힘들었다. 때문에 한달 반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는 다시는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구했나


사실 일본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잘하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 일본어는 지금도 형편없다. (고개를 흔들며) 그래서 공사장 같은 데서 일해야만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만 해도 
피곤해진다


-베트남에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있나


그렇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장소는 많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기 중이거나, 방학이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돈을 적게 준다는 점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 외에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한다. 내 친구들 중에도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학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한다. 물론 몇 십 년 된 영화이긴 하지만. (웃음) 그 안에 나오는 영화음악이 좋다.


-자기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한참 생각하다가) 나는 긍정적이고 열심이 일하는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 어떤 친구들은 내가 게으르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베트남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을 열심히 했었다. 특히 고등학교 때. (웃음)


-장학금을 받고 있나


학비 전액 면제 장학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 APU에서는 학비 면제 장학금을 받기가 쉬운 편이다. 내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장학금을 받고 있다.


-음, 그렇군. 졸업하고는 뭐할 생각인가


베트남에 돌아가 취직을 할 생각이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 내 전공이었던 영문학과 지금의 전공인 매니지먼트를 결합해 외국어 학원을 차릴 생각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가


(잠깐 생각하다가) 거의 서른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형은 어떤 여성인가


온화한 여성이 좋다. 성격이 좋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여성. 나이는 상관없고, 키는 나보다 같거나 약간 작은 정도. 하지만 너무 키가 작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키가 작은 여성에 대한 나쁜 경험이 있다. (웃음)


-무슨 경험인가


그건 비밀이다. (웃음)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뭔가


나는 가장 우선순위에 가족을 놓고 싶다. 만약 내가 가족을 갖게 된다면 나는 다른 그 무엇 보다도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위할 것이다.


-아이는 어떤가


두 명 정도가 최대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을 정말 사랑할 것이다. (웃음)


-다른 베트남인들은 어떤가


전통적으로 베트남인들은 많은 아이들을 낳았다. 다섯, 여섯, 많으면 열까지.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많은 자녀들을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바쁘기 때문이고, 많은 자녀들을 키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둘 정도 낳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하나나 둘이 좋다. 그 이상을 낳으면 내가 그들을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 부인이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허락할 건가


물론이다. 허락하는 것 뿐 아니라, 그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도울 것이다. 결혼한 여성들이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한다거나, 일을 포기하고 자녀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집안일은 어떤가.


같이 할 거다. 기계적으로 반반씩 일을 나누지는 않지만, 서로의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 도울 거다.


-다른 베트남인들은 어떤가


둘 다 일을 할 경우에는 서로의 스케줄을 맞춰서 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 한 편이 집안일을 하면, 다른 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현실도 그러한가


(잠깐 생각하다가) 그렇지는 않다. 알겠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 사실 대부분의 베트남 샐러리맨들은 일을 끝내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그리고 가족들을 잘 돌보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


-네 말은 맞벌이 부부일 경우에도 부인이 집안일을 거의 다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베트남인들은 일을 끝내고 어떤 술을 마시나.


전부 다 마신다. 맥주, 와인, 알코올이 들어간 거라면 모두 마신다. 하다못해 뱀이나 개로 담은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다. 물론 나는 아니지만. 사실 나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트남인들이 다 나 같은 건 아니다. 베트남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럼 이런 것도 마시남?


-그럼 여성들도 대부분 술을 마시나


그렇지는 않다. 사실 베트남의 부모들은 딸이 술을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대부분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을 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때부터는 무슨 일을 하든 자유기 때문에 일을 하는 여성들 중에는 술을 마시는 이들이 많다. 일본과 많이 다르다. (웃음)


-좌우명이 있나


‘빛과 찬란함이여(Light & Shine)!’이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대학 4학년 때 미국의 희곡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그 때 이 문구를 접했다. 연극에서 이 말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데 쓰인다. 극 속에서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다 함께 외친다. ‘빛과 찬란함이여’ 라고. (웃음) 나도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서 이 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면 하루를 더 활동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연극이었나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The Glass Menagerie)‘이라는 연극이었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


나는 모든 이들을 조금씩 다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우상은 없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이들과 똑같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최대한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좋은 면을 보고 닮으려고 노력한다.


-존경하는 사람은


존경하는 사람 역시 특별히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존경한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나


운명적인 사랑이라, 흠. (잠깐 생각하다) 나는 사랑보다 결혼이 운명적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라.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를 하고, 평생 함께 할 것을 결정한다면 그 믿음 자체가 운명적이다. 왜 다른 여자가 아니라 그녀인가, 그것 자체가 운명적인 것 아닌가.


-기독교인으로서 운명을 믿나


오직 결혼에 대해서만 운명이란 것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다른 점에 있어서는 운명을 믿기 보다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다.


-귀신이나 외계인을 믿나


귀신은 믿지 않는다.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귀신을 본 이들의 말은 믿지만 그 귀신이 내게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개인적인 믿음이다. 그리고 외계인에 대해서라면 반은 믿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직접 외계인을 봤다는 이들의 말을 반 정도만 신뢰하기 때문이다.


-귀신이 내게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그건, (잠깐 생각하다가) 느낌이다. 웬지 그들이 내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네스호의 괴물이라던지, 그런 것들 말이다. 있다고, 없다고도 말하기 힘들지만 있건 없건 나랑은 상관없다.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에 가장 개인주의적인 답변이었다)



네스호에 괴물이 있건, 외계인이 살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베트남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인구는 8천만 정도다. 수도는 하노이(Hanoi)다. 예전의 사이공, 지금의 호치민시가 수도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물론 그건 호치민시가 예전부터 유명했고, 지금도 가장 번영하는 도시이기 때문이지만.


-영어를 잘 하나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조금씩 이라도 하는 이들은 베트남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과는 다르다. 만약 네가 베트남에 간다면, 그리고 너 정도의 나이의 이들에게 말을 건다면 그들은 대부분 조금씩 이라도 영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사정이 다르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가 매우 힘들다. 만약 네가 도시가 아닌 곳으로 간다면, 영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인을 데리고 가라. 그 편이 안전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세 가지는?


‘꾸찌 터널(Cu Chi Tunnel)’이라는 터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베트남 전 당시에 베트콩들이 만든 터널인데 굉장히 유명하다. 동굴의 폭이 크지는 않지만 매우 길다. (지도 참고) 100km 이상 터널이 이어져 있다. (정확하게는 250km 이상이다) 터널의 구조 역시 굉장히 복잡하다. 만약 네가 그 안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함께 웃음) 농담인 것 같지? 하지만 진짜다. 동굴을 구경할 때는 가이드를 동반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 혼자 다니다가는 길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꾸찌터널은 미군의 코앞에서 그들을 위협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새로 건설한 다리를 꼽고 싶다. 나는 그 다리가 정확하게 어느 주와 어느 주를 연결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도를 가리키며) 아마 이 근처일 것이다. (지도 참조) 이름은 ‘미투안 대교(My Thuan Bridge)’다. 그것은 매우 길 뿐만 아니라 기술도 매우 훌륭하다. 다리는 강철로 된 로프로 지탱되고 있다. (지도 참고)


그리고 세 번째는 ‘씨게임(SEA Game)’을 꼽고 싶다. 씨게임은 전세계적으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유명한 국제경기다. 동남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참가하는 체육대회로 동남아 지역에서 열번 정도 치러졌다. 작년에는 베트남에서 씨게임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그렇게 큰 규모의 국제경기를 유치한 것은 베트남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씨게임이라고 해서 해양스포츠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웃음) 씨게임은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outh East Asian Game)’를 줄인 말이다.









SEA 게임, 해양스포츠만 하지는 않는다


-네가 베트남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은?


나는 베트남이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비록 역사적으로 중국에 의해 영향을 받아오기는 했지만, 우리는 중국과 다른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발전시켰다.


네가 베트남 위크에서 음악과 무용을 봤으니 알겠지만 그것들은 중국의 것과 유사하기는 하다. 하지만 전통 무용이나 음악 속에는 우리만의 독특함 역시 녹아 있다. 예를 들면 ‘똠컴(Thong Com)‘ 처럼 말이다. 여섯 명의 소녀들이 작은 북을 가지고 연주했던 으악 기억하나? 그게 바로 ‘똠컴’이다. 베트남에서는 아주 유명한 음악이다. 모든 초등학교에서 그 음악을 배운다. 물론 그 음악에 어울리는 무용도 함께 배운다.



위 사진 속의 무용은 ‘꽃의 춤(The Flower Dance)’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성애는 자유인가


결혼은 아직 할 수 없다. 하지만 존재 자체는 인정된다. ‘커밍 아웃’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다음에는 이웃들의 수상한 눈초리에 시달리게 되겠지만.


-생활 공동체에서는 받아들여지나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마 게이들의 공동체에 편입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베트남의 문화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물론 이슬람 국가들처럼 그들을 감옥에 처넣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베트남 동성애자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다.


-넌 동성애가 태어난다고 보나, 자라면서 형성된다고 보나


태어난다고 본다. 사실 게이들 중에 누구도 게이가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에는 남성에게서는 어떠한 성적인 매력도 발견하기 못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그들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차별의 이유도 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이긴 한데 차별이 있긴 있잖냐


음, 근데 사실 그러한 차별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남자가 네게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상상해 보라. 무섭지 않겠는가? (웃음)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난 그들과 함께 지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이 생기는 거고 말이다.


-베트남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오해가 있나


물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아까 이야기 했다시피 수도를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지 ‘호치민시’나 ‘사이공’이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미국인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태도다. 많은 외국인들은 과거의 역사 때문에 베트남인들이 미국인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반대다. 그들은 어떠한 적대적인 행동도 미국인들에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미국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인들은 누구에게나 매우 친절하다. (웃음)









그렇다고 너네까지 다시 오라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의 다른 이들은 미국에 대해 점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미국이 한국에게 파병을 요구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지만 미국은 베트남에게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웃음) 물론 미국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인들까지 미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베트남 전쟁 때 많은 이들이 죽지 않았나


물론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산당 정부 역시 많은 이들을 죽였다. 미국이 한 때 베트남을 침략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양 편 모두에게 말이다.


물론 전시 상황에서는 미국을 미워했었다. 아직도 나이 많은 이들 중에는 그런 이들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은 그들 역시 미국에 대해 그다지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 과거에 대해서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지금 미국인들이 베트남을 방문한다면, 베트남인들은 그들을 친구로 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아직까지 전쟁에 대한 기억은 머리 속에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그들 중 상당수는 그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 너는 어떤가


(한참 생각하다)나는 과거의 전쟁에 대해 그다지 특별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생각하고 염려하는 것은 미래에 벌어질 일이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니다. 네가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정치적인 편이나 집단은 그들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말이다. 미국은 그 전쟁에 대해 결백하지 않다. 그것은 베트남 정부도 마찬가지다. 나는 중립이다. 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미국을 지지하지도, 베트남 정부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베트남을 매우 사랑한다. 대부분의 이들은 강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단지 정부가 하는 일과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다. 우리는 (지금의) 공산주의 정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점체제와도 같다. 베트남에는 오직 하나의 정당만 존재한다. 공산당 말이다. 그리고 정책들은 중립적인 이들에 의해 검증받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한 편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부패가 발생한다. 우리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나라를 정말 사랑한다.


-너나 다른 친구들은 베트남에 다른 정당이나 더 자유주의적인 제도가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흠, (한참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집권당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이고, 더 깨끗한 시스템 속에서 베트남을 번영시키고 우리의 삶을 건설하고 싶을 뿐이다. (우울하게) 재미있는 삶 말이다.


-(갑자기 바뀐 태도를 보고) 베트남에서 정부를 비판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고개를 저으며) 그것은 네게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말인가


(망설이다가) 정부는 아마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쓸 것이다. 그들은, (태도를 바꿔서) 아니, 이렇게만 말하기로 하자. 그것(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정부로부터의 압력이 있나


우리는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정부 관리에게 그 부분에 대해 조금씩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에 대해 큰 비판을 하는 것은 힘들다.


-넌 정부가 지금 바뀌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정부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이들이 많나


그렇다. 아주 많다. 부모님도 그것에 대해 불평을 한다. 사실, 거의 모든 이들이 그 부분에 대해 불평을 한다.


-그러면 왜 공개적으로 시위를 하거나 하지 않나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아프리카에서처럼 폭동을 일으키거나 그럴 만큼. (시위가 일상화되지 못한 곳에서 자라서인지 시위와 폭동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에서는 그렇게 큰 혼돈은 없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을 지속시키려고 노력한다. 단지 베트남이 조금 더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바라와 비교해서 우리는 그다지 나쁜 조건에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는 아프리카에서처럼 굶어죽는 이들도 없고, 정부가 부패했기는 하지만 우리는 보통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네 말은 정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조차도 정치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많은 이들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려고는 하지 않는다. (잠깐 생각하다가) 그것은 베트남에서 위험한 일이다.




입 조심만이 살길이다


-베트남의 남부와 북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들었는데


(베트남 전 당시 남부를 해방시켰던 북부 베트남인들이 베트남에서는 아직까지 정치적 지위를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미국의 우산 아래 피신해 있었던 남부인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만은 북부인들에게 한 수 접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의 주역들은 호치민시를 비롯해 남부인들이 많다. 때문에 베트남에는 남부와 북부 사이에 지역감정이 아직도 심하다. 남부인들은 북부인들이 정치적 지위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고 그들이 남베트남을 해방시켰다는 이유로 거만하게 행동한다고 불평한다. 반면에 북부인들은 남부인들이 과거에 비겁했으며 지금도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이렇게 볼 수 있다. 지금의 집권당(공산당)은 대부분 북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권력은 그들에게 독점되어 있다. 중요한 부서의 장관이나, 내각의 책임자들은 대부분 북부 출신들이다. 때문에 투자를 원하는 외국기 업들은 북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북부에 정부 조직들과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부에 위치한 회사나 사무실들은 남부에 비해 특혜를 받는다. 그것이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호치민 시는 다르다. 호치민시는 매우 역동적이고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호치민시를 선호한다.


-특혜에 대해 호치민시민들은 불평을 하지 않나


그들은 불평을 하지 않는다. 호치민시에 사는 기업인들 역시 북부와 연결되는 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북부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것은 일종의 상호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부에 있는 정부 관리들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것을 그들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 때문에 남부인들은 뇌물을 주거나 하면서 북부인들에게서 원하는 것들을 얻어내려고 노력한다.


-남부인들과 북부인들 사이에 사회적인 차별은 없나


없다. (정치적 멘트라는 걸 금새 알 수 있다) 우리는 사실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출신지역에 따른 편견은 있다. 남부에서는 북부 출신들에 대해, 북부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에 편견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아직 서로 화합하면서 살고 있다.


-서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나


남부에서는 북부 출신들이 거만하고 교활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교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문화적인 편견일 뿐이다. 그것은 지금 베트남에서는 어느 지역이나 공동체든 남부와 북부 출신들이 서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부에서 고위 관리를 임명할 때 출신 지역을 따지나


만약 능력이 같다면 기회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신 배경이 감안되기는 한다. 음, (잠깐 생각하다가) 하지만 사실 능력이 같다면 정부는 아마 북부 출신을 선호할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비슷한 지역에서 온 이들은 서로 더 잘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부와 남부 지역의 방언이 그렇게 다른가


물론 나는 북부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부와 북부인들 사이에는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네가 정부에 들어가고 싶으면 북부의 표현 방식에 대해 배워야만 한다.


-공산당에 대해 얘기해보자. 누가 공산당에 들어가나


젊은 학생들이다. 공산당 간부들은 젊은이들을 당에 가입시키고, 그들을 훈련시킨다. 이후 그들 중에서는 정부 관리가 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정부 반드시 공산당의 일원이어야야만 정부의 관리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아무나 공산당에 가입할 수 있나


그렇지는 않다. 일종의 테스트가 있고, 출신 배경도 감안된다. 그 때문에 공산당에 들어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도 생긴다. 예를 들어, 전쟁 당시에 미군에 협력했던 이들이라면 공산당에 들어가는 것이 다른 이들보다 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출신 지역도 영향을 미친다.


-공산당에 가입하면 여러 특혜가 있다.


그렇다. 공산당에 가입한 이들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알게 되고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이러한 연결망이 그들이 누리는 최고의 특혜라고 생각한다. 또한 공산당에 가입하고 높은 지위에 이르게 되면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네가 무엇을 하건 간에 큰 도움이 된다.


-공산당에 가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편인가


공산당 내에서도 파벌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모두 힘과 권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공산당 내에서 권력 투쟁이 치열한가를 묻는 질문으로 받아들인 듯)


-젊은 이들은 언제 공산당에 가입하나


대학 재학 중에 가입하기도 하고 졸업 후에 가입하기도 한다.


-공산당에 가입하면 취직 걱정은 안 해도 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마다 틀리다. 대학 재학 중에 공산당에 가입한 이들 중에서도 그러한 특혜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똑똑하고, 능력이 있으며 다른 경력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당원들은 취직을 위해 당에서 알게 된 권력자들에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공산당원들은 다른 이들보다 취직이 쉽다. 그것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들이 많은 힘있는 이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취직시켜준다고?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너는 어떤가


아니다. (웃음) 나는 당원이 아닐 뿐더러 되기를 원하지도 없는다. 친구들 중에서도 공산당원이 되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 많다.


-베트남에서도 취직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당에 가입하면 도움이 되지 않나


요즘 베트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대학 졸업자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자리는 매우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에 가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공산당원이 되는 것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당원이 되면 여러 가지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 그리고 취직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원들만 취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러 가지 규칙과 어려움을 감수할 정도로 당원이 되는 것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규칙들이 있나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당원들은 매 쿼터마다 모임에 가야만 하고 당에 회비를 내야 한다. 그 밖에도 생활하면서 따라야 하는 많은 규칙들이 있다. 당에 조금이라도 위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없고, 무조건 당의 방침에 따라야만 한다.


-베트남의 경기는 요즘 어떤가


좋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의 강점과 약점은


강점은 우리가 싸고 잘 교육된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아주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아주 좋은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다. 약점은 경제 시스템이 젊은이들이 원하는 만큼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잠깐 생각하다가) 대부분의 약점은 구조 자체에 있다.


-군대는 어떤가


군대는 의무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이들은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는다. 열 여 덞 이후에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군대에 가야만 한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군대에 갈 필요가 없다.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군대에 가야 한다. 하지만 취직을 하면 군대에 가는 대신에 세금을 내게 된다. 군대에 가는 대신에 돈으로 그들을 지원하는 셈이다. 하지만 복무 기간은 단지 2년 뿐이다.


-2년은 길다. 너도 군대에 가면 느끼게 될 거다. (웃음) 그럼 군대에 갔다 온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나


그렇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이들이 서른이 넘으면 그들은 더 이상 군인이 될 것을 요구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이들 중에는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당연하다. 군대에서 배우는 게 뭔가? 사회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기술들 아닌가.


-그러면 대학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군대에 가는 건가


대학에 가지 못하는 이들 중에서는 직업전문학교에 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말 공부가 하기 싫다면 군대에 가야만 한다.


-호치민을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면? (호치민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해 설명을 생략한다)


그는 ‘노련한 인물’이다. 그리고 많은 베트남인들이 그를 존경한다. 그가 매력적인 지도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는 정치적인 지도자였고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 나는 그가 사람들이 칭송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훌륭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리더쉽이 매우 노련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아저씨가 그 유명한 호치민이다


-다른 젊은 세대들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 이들은 더 이상 그다지 그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빤 반 카이(Pan Ban Kai) 총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그가 그다지 좋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사실 난 그에 대해 신문에 난 것 이상의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베트남의 신문이나 방송은 모두 정부의 편인가


그렇다. 전부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네가 생각하는 베트남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부패다. 그것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글쎄. (잠깐 생각하다가)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하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본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정치적인 투명성, 투명한 법 같은 것들 말이다.


-많은 이들이 너처럼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적으로 다른 문제들도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세계는 바뀌었고 우리는 먼저 발전한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잘 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뭔가


그것은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간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질 것이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에너지와 환경오염이다. 그 밖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전을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라크 전쟁과 베트남 전쟁은 성격이 다르다.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인들의 정부 간의 전쟁이었다. 물론 남부가 미국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이 아닌가. 베트남전이 두 정부 사이의 전쟁이라면 이라크전은 두 국가 간의 전쟁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 경과한 후의 베트남전은 미국과 북베트남 간의 전쟁이 되지 않았는가


그것은 남베트남이 자본주의를 옹호하던 국가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이 남베트남을 지원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베트남전이 전체 베트남과 미국 사이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관점이다. 전쟁의 두 정부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두 시스템 사이의 갈등, 두 사회 철학 간의 갈등으로 확대됐지만 말이다.


-하지만 비슷한 점도 있지 않나.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가 이라크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통킹만 사건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그렇다. 많은 이들은 이라크전이 석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사담 후세인도 국민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저질렀다. 그 역시 물러나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면 미국의 공격이 정당했다고 보나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어느 쪽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김치’다. 나는 언제나 한국을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김치가 떠오른다. 베트남에 있을 때부터 나는 정말 김치를 즐겨 먹었다. 와우, 난 김치를 매우 사랑한다. (웃음)


-다른 베트남인 중에서도 김치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나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는 김치가 정말 좋다. (웃음) 그리고 베트남인들은 향이 강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김치를 좋아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한국어 중에서 알고 있는 말이 있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을 존경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동시에 많은 한국 회사들이 베트남에서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 ‘대우’ 같은 회사들은 베트남에서도 아주 유명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본 적이 있나


‘겨울연가’다. (웃음) 나도 일본에 오기 몇 달 전에 그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베트남에서도 아주 인기가 있었다. 그 밖에도 한국 영화나 노래가 인기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베트남인들이 한국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일본에 오고 나서 더 인기가 많아졌다고 들었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겨울 연가냐?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한 마디로 ‘미친 국가(Crazy Country)’다. 나는 인터넷에서 북한에 대한 여러 기사나 글을 읽었다. 나는 북한이 불운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이 ‘미친 지도자(Crazy Leader)’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 앞에서 이렇게 얘기해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지금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 철저하게 고립돼 있다. 나는 세계 전역에서 온 유학생들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북한 유학생을 만나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 공부하러 가지조차도 못하는 북한 대학생을 상상해 보라. (지금까지 들어본 의견 중에 가장 강경한 견해였다)


-하지만 남한 정부로서는 그들과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평화를 바라지,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렇다. 나는 단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중 큰 축 하나가 이라크에서의 인질 참수와 파병 문제다. 어떻게 보나


미국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한국에 파병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모든 것들 뒤에는 경제적인 흑막이 있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한국이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만 정부는 항상 경제적인 이익을 국민의 생명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이 아무리 흥분하더라도, 정부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실업자가 발생할 거 아닌가? 그것 역시 잔인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점 때문에 삶은 있어서 잔인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을 예전의 베트남에 파병했던 것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베트남인들은 한국이 베트남에 부대를 파견한 것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나


그렇지는 않다. 베트남전에 참여한 국가는 한국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미국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이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하겠는가?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감정도 없다.


-최근 한국에서는 과거의 잘못에 사죄하는 의미에서 ‘베트남 돕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들어본 적 있는가


그렇다. 하지만 그건 국가 차원에서의 원조는 아니지 않나. 과거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의 단체들이 모여서 베트남에 학교도 지어주고, 도로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도 별 감정이 없나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는 아직까지 오래된 기억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현재에 잘 적응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한국이나 다른 국가들에 대해 아직까지 강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학생들을 경험하면서 발견한 한국인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달라


그들은 용감하고 한국에 대해 강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들을 잘 관찰한다면 금방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의 독특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단점은, 한국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처럼 자신들만의 그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그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그룹에 들어가기란 무척 힘들다. 그것이 내 느낌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네가 외국인이라도 쉽게 베트남인들과 어울릴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은 훌륭한 국가다. 그리고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독특하고, 나는 그 태도를 존중한다. 이 정도면 됐나? (웃음)


여행 중이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도 제한된 형편이다. 짧게만 토를 달겠다.


베트남은 한국인들에게 여러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참전군에게 베트남은 지독한 놈들이 사는 악몽 같은 곳이다. 그런가 하면 일군의 진보민족주의자들은 미국의 압력에 찍소리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베트남을 칭송하기도 한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베트남전을 디딤발로 경제발전을 일구어낸 역사를 기억하며 일종의 원죄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동시에 단순히 못사는 나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이들도 많다. 농촌의 노총각에게 베트남은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신부를 공급해주는 은혜의 땅인가 하면, 한국의 연예인들에게 베트남 진출은 한류 열풍을 이어나간다는 의미를 가진다. 아니면 단순히 쌀국수가 맛있는 나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거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베트남을 미워하고, 다른 이들은 숭배하고, 또 다른 이들은 무시하고, 또 다른 이들은 주시하고, 또 다른 이들은 미안해 한다. 한 나라를 두고 이렇게 많은 다양하고 모순된 감정이 엇갈리는 국가는 한국에게 일본과 베트남 밖에 없을 거다.


필자는 이러한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만은 잊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것은 베트남은 하나의 국가이며, 어떠한 관점으로 베트남을 바라보든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거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하나의 관점에 너무 매몰되다보면, 다른 부분을 놓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리영희 선생이 중국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철회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독재 시절 당시 미국을 비판하며 이상향을 찾다보니 지나치게 중국을 옹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안문 사건을 겪으며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다. 물론 이러한 실수는 리영희 선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상향을 현실에서 찾으려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다. 모택동을 찬양했던 서구의 지식인들은 문화혁명에 실망해야 했고, 베트남을 옹호했던 지식인들은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했을 때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다.


필자는 구성원들이 자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면, 어떠한 국가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을 칭송하는 진보주의자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잡아가두는 베트남을 칭송하는 건 분명히 아닐 거다.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카이사르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나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과는 다르다> 카이사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배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기억해주어야 할 것은 어느 국가의 한 면은 다른 면과 불가피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보고 판단하지 않으면 오류를 저지를 확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여러가지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이만 줄이기로 한다.(‘일단은 경제 발전’이라는 개발도상국적 마인드, 공산당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 베트남의 지역감정과 한국의 지역감정 등도 흥미로운 화두가 될 수 있을 거다)


더운 여름 잘들 보내시라!


<다음 주는 다시 태국이다. 주인공은 태국 미소녀 A! 기대하셔도 좋다, 그럼!>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peacechaos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메일 주소는 peacechaos@hanmail.net 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많이 보내주시길,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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