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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오부풰임] 네(4) 인생의 음반들


2001.1.23.수요일

딴따라딴지 홀오부풰임 어쏘시에이션
 
 

 딴지영진공 사무총장 철구 편
 


본 사무총장, 음악 조또 모른다. 일년에 음반 5장 사면 많이 샀다. 그것도 나 들을려고 사는 건 한 개도 없이 거의 걸 공략을 위한 작업성 선물용 음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나 듣고 싶은 음반이 있으면 딴따라딴지가서 뽀리긴 하지만 그런 경우도 거의 없음이다.


하지만 본 총장같은 인간의 귀에 한 줄기 삘을 사정없이 꽂아버린 음반이라면 정말로 좋은 음악이 아니겠는가라는 일말의 자기 딸딸이성 자존은 있다. 뭐, 아님말고...


아무튼 설라무네 그리하야 각설하고, 본 사무총장의 아무꺼나 주워듣는 개차반식 명성의 구멍을 소개토록 하마. 요즘 유행하는 사극의 여쥔공  구멍을 생각하면 혼꾸녕나니까 오바덜 말도록.
 


 <8월의 크리스마스> O.S.T









요기에 철구가 나온다능거 아니냐..


본 총장의 필명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철구다. 근데 이 철구라는 이름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한석규 분)의 친구인 태권도 사범의 극중 이름이다. 그만큼 본 총장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삘 받은 바 크다는 썰되겠다.


그처럼 삘받은 바 큰 영화의 O.S.T가 좋지 않을 리가 없겠지. 그렇다고 무조건 영화가 좋아서 좋다는 건 아니다. 사실은 죽어가는 자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의 답없는 사랑에 관한 씁쓸하고 밝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훈훈하게 표현한 영화나 또한 그 영화를 풍성하고 매우 서정적으로 표현해낸 음악이나 다 하나로 어우러졌다는 까닭이 본 총장이 당 앨범에 탄력을 받은 까닭일 꺼다.


그러나 그건 처음에 일이었고 요즘 본 총장이 당 앨범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선배, 후배, 친구들 옹기종기 모여서 고스톱칠 때. 하우스를 제공하는 측이 본 총장이기에 본 총장에게 음악 선택권이 있다. 그 때 당 앨범을 틀어놓으면 웬일인지 십중칠팔 또는 십중팔구는 본 총장이 그날의 위너가 되는 거다. 이러니 안 좋을 도리 있냐? 따라서 당 앨범은 본 총장에게 게임의 필승전략이며 승전보인 셈이다.


혹시 고스톱만 쳤다하면 쪽박차시는 독자덜 있으면 한 번 사용해 보시라. 수익배분이 7:3인 것만 기억하시고..
 


 John Coltrane







어느 날, mp3 파일을 골라 구운 친구의 CD를 뽀려듣다가 갑자기 필이 꽂힌 노래가 바로 콜트레인 할배의 [Good Bait]다. 조또 모르는 본 총장이 어찌 jazz를 알랴마는 이 노래가 좋던 걸 어떡하냐. 그래서 몇 년 만에 산 음반이 바로 콜트레인 할배의 이 노래가 있는 Soultrain이었다.


이 앨범 제목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이 할배가 이 쪽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할배더라. 그처럼 명성이 있었으니 본 총장같은 사람의 귀에도 쏙쏙 들어왔겠지만서도...


본 총장, 이 앨범을 들으면 그림이 그려진다. 연주의 실력, 음악의 완성도 같은 건 아는 게 없으니 한 개도 들리지 않지만 좋은 음악을 들으면 항상 그렇듯 머리 위에 하나의 말풍선이 생기고 그 풍선 안에 음악이 들려주는 각종 이야기와 슬픔과 기쁨의 감정 따위가 그림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거다. 여기서 더 탄력을 받으면 당 앨범과 같은 연주곡들의 가사가 가슴에서 마구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당 앨범에 있는 [I Want to talk about you]만 해도 그렇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대포 한 잔에 알딸딸하게 취한 한 사내가 뒤로 도심 저녁의 네온이 보이는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이 노래가 그 사내를 떠올리게 하듯 그 사내의 속내에서도 이 노래의 낮은 섹스폰이 울리고 있을 테다.


좀 닭살성 표현이긴 했다만서도 니네도 별 수 없을꺼다. 이건 본 총장의 잘못이 아니라 이 앨범의 잘못이니까.
 


Def Leppard









얘네들은 요즘 머해먹고 사는지 몰라...


정사보다는 야사에 관심이 많고 연예질 이야기보다는 뒤에 숨은 빠굴 이야기와 그 후일담에 더 관심이 많은 본 총장, 고삐리 때 우연히 어느 롹밴드의 외팔이 드러머를 보게 됐다.


처음에야 어떻게 외팔이 드러머를 쓰게 되었는지, 그러고도 드럼이 가능한지 따위가 뭇내 궁금했던 본 총장. 그러다 보니 빠져버리게 된 애덜이 Def Leppard였고 그 중 당 앨범 였다.


당시에는 당 앨범 중 [Pour Some Sugar On Me][Rocket] 같은 노래가 더 히트를 했던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본 총장의 귀에 더 쏙쏙 꽂혔던 노래는 [Love Bites][Bringing On The Heartbreak]였다. 본 총장의 독보적인 감수성 탓도 있겠지만 한창 사춘기를 맞이한 고삐리 소년의 넘쳐나는 호르몬 탓도 있으리라. 락밴드의 사운드로 담아내는 핑크빛 사랑 스토리만큼 반항과 열정 가득한 사춘기를 달래주는 음악이 어딨으랴.


아, 마구마구 생각난다. 내 사랑 짝순이. 학교 파하자마자 DJ가 골라주는 뮤직을 들으며 떡볶이 찍어먹으러 뛰다니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야.
 


 DJ DOC <5집 THE LIFE... DOC BLUES>







슈퍼맨이나 찾아싸고, 러브질 썰이나 풀어쌌던 애덜이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을까. 물론 4집 [삐걱삐걱] 때부터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상당히 삐걱대더니만 완전히 자신들의 캐릭터를 양아로 천명한 뒤 거칠게 꼰대들과 맞짱을 신청하는 모습으로 본 총장의 조또 어린 가슴을 뒤흔든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당 앨범이 보유하고 있는 뮤직들이 썰하는 바는 대강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절라 신나게 놀아보자 [RUN TO YOU], [BOOGI NIGHT]와 또 다른 하나는 세상 절라 엿같다 [포조리], [L.I.E], [부익부 빈익빈], [알쏭달쏭], [DOC BLUES]이다.


본 총장 전썰했듯 음악 조또 모르는 바, 힙합이란 어떠해야 하고 랩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역시 조또 모른다. 하지만 뭔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영어가 아닌 정확한 우리 말로 이 시대에 자조하며 분노하는 (버림받은 직장 소외된 가장 불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 [부익부 빈익빈]),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무사안일과 공권력의 딱딱한 대가리를 입에 넣고 씹어버리는 (찔러 찔러 짜바리들 비리가 옥황상제 할아버지 똥침을 찔러 - [포조리]), 언론들의 오바질과 황색 뺑끼질에 맞짱을 신청하는 (너희에게 펜, 종이가 있다면 내겐 내 한맺힌 VOICE와 MIC가 있다 - [L.I.E]),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처지를 똑바로 바라보고 희망을 품는 (땡그랑 한푼 땡그랑 두푼 저금하던 내 통장에 이젠 잔고는 제로 수입도 제로...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법이지 - [DOC BLUES]) 모습에서는 본 총장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세상이 엿같냐? 삶이 그대로 스트레스냐? 그렇다면 이 앨범을 꽂아봐라. 답을 찾을 수는 없다만 분명히 통쾌하기는 할꺼다.


덧붙여, 남들은 이 한 밤 홀라당 살라먹고 명랑빠굴 이룩하기 위해 꽃단장에 여념이 없는 불타는 토요일 오후. 본 총장 마감에 쫓겨 사무실 구석에서 컴터 모니터나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날 꼭 듣는 음악이 있으니 바로 당 앨범에 [BOOGI NIGHT]라는 썰 보탠다.
 






다른 홀 오브 풰임은 모두 다섯 장의 앨범을 추천했지만서도 이번은 네 장 뿐이다. 왜냐? 본 총장 밑천이 요정도 밖에 안 되니까. 하지만 누구도 고스톱 필승전략 앨범 같은 건 안 갈켜줬을꺼다. 그러니 참아들 주시고, 그래도 영 허접하고 분이 안 풀린다시는 독자들은 movie@ddanzi.com으로 열나게 항의멜 보내주시라.


졸라.




 


딴따라딴지 홀오부풰임 어쏘시에이션 위촉위원
철구 (chulgoo@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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