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가난한 뮤지션을 위한 믹싱비법 전수 -1- 

2002.1월 23일 수요일

딴따라딴지 방송기술전문기자  김흥꾹

믹싱(Mixing)...

영어쪼깨 공부한 고지식한 친구들은 이리 말할 것이다.

Mix(섞다) 라는 동사에 동명사형 어미 -ing가 붙은 명사로서 "섞기" 쯤의 의미가 될것이고, 고로 음악에서 Mixing 이라함은 "소리섞기" 임...

원론적으론 당근 맞는 말이다. 허나 믹싱의 사전적인 뜻이 그렇다고 이 작업이 단순히 소리를 섞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일견 눈에 들어오는 주된 작업은 주로 소리를 섞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집에서 악기쪼매 갖춰놓고 폼나게 녹음하고자 했던 우리 친구들은 또 이리 말할것이다.

믹싱이 별건가? 그저 이 악기 따로, 저 악기 따로 녹음하고 고걸 듣기 좋게 적당히 조절해서 합쳐 놓는 작업 아이가.

글타. 이것 역시 결과적으론 틀릴건 없을지 모른다. 소리만 잘 나왔다면야 누가 모라 그럴까...

허나 언제까지 니들의 감빨만 믿고 작업할수 있을까? 제 아무리 귓구녕이 민감하여 성감대가 따로없다 하는 넘이라도 좋은 소리의 배합을 찾아서 매번 이리해보고, 저리해보고 뺑이도는 것도 하루이틀 아니냔 말이다. 어짜피 해야할 작업 이겠지만 기준이 서 있질 않으니 시행착오도 더 많이 겪는 법이다. 그 정력을 축적해 뒀다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녹음작업 만큼은 쫌만 쉽게 가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그러나 아래의 문구와 같은 생각이 열분들의 그런 바램을 가로막고 있을것이다.

우리같은 아마츄리한 뮤지션들한텐
믹싱이란 그다지 쓸모없는 배부른 작업처럼만 보인다.

글타...인터넷을 뒤져봐도 믹싱작업에 대해 알캬주는 곳이 있을 터이고, 동네 음악학원 같은데 다녀도 쫌 배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츄리한 우리네 눈높이를 맞추어 주지 못해 쏼라쏼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얘기만 들려주고 게다가 어짜피 수억짜리 믹서는 구경해 볼일도 없을 그림의 떡만 잔뜩 보여주니 배워놓고도 당장 써먹어볼 일이 없는 먼나라 강의가 지루하기만 한 현실은 아니었던가.

집팔고 땅팔아도 못산다는 방송용 디지털 믹서 STUDER On-Air D950 M2 Digital Mixing System, 일명 그림의 떡. 본인이 일하던 방송국에서 이넘을 살때 몇억을 깎아서 구입하더라는 말이 오가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험이 있다. 도대체 가격이 얼마인거냐...?

상황이 이같은 고로, 이제부터 본인이 국내 최대의 모 방송국 현장에서 쫑꼬먹어가며 직접 경험했던 생생한 노우하우와, 현장사람들 조차 쌩무시했으나 혼자만이라도 이럼 안되겠다 싶어 착실히 독학해둔 이론공부를 바탕으로, 우리 가난한 중생뮤지션들을 위해 어케하면 그런 막대한 장비 없이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올릴수 있을까에 대해 얻은 깨우침을 사사할까 한다.

뭐 이미 본지에 터줏대감으로 계시는 파토님이 녹음실에서 선수로 뛰셨었다지만, 파토님 역시 니들에게 기타 갈캬주랴, 새로나온 앨범 뒤따마 까주랴, 여러모로 시간을 쪼개기 힘든 분이시라 니들에게 믹싱까지 차근차근 갈캬줄 정력이 부족하시리라 판단, 진도가 뒤떨어진 학생들의 클래스를 따로 맡아 새로 진도를 나가봄이 바람직하겠다고 내조때로 결정했다.(편집자 주: 고롬고롬!)

참고로 우리 집안의 내력을 쪼매 공개한다면 작은 삼촌은 방송국에서 CP - Chief Producer (왕초 피디) - 로 꾸준히 복지부동 하시어 지금은 높은자리 꿰차고 앉아있고 큰 삼촌 역시 방송국 CP로 있다가 현재는 독립해서 녹음실을 운영하고 있는 등 국내최초이자 유일의 대를 이어가는 엔지니어 가문이다. 따라서 정 소스가 딸리면 이분들에게서 정보를 빼내라도 줄터이니 너무 못미더워 하진 마시라...

아, 연예계 뒷담화가 궁금할 일부 독자열분들을 위한 서비스 코너도 따로 마련중이다. 누군진 밝힐순 없지만 사촌 동생 역시 주연급 영화배우 겸 탤런트고, (출중한 외모 또한 집안 내력이다. 불만있냐?), 그보다 본인이 직접 음악담당자로 있으면서 연예인덜과 매니저애들에게 인사받고 사는 낙으로 몇번이고 뛰쳐나오려던 방송국에서 상당기간 버텼던 경험이 있으니 니들에게 들려줄 뒷담화 꺼리도 무궁무진 하기만 하다. 믹싱엔 관심없는 빠순이들이라면 이 코너를 기둘려 바라.

이쉐이가 믹싱공부는 안갈켜 주고 왠 잘난체만 이리 해쌌냐... 해댈께 눈에 뵈는 성질급한 네넘들을 위해 아침조회는 이상 마치기로 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믹싱비법 전수 그 첫시간 들어간다.

열분들 중에는 강의를 시작하려는 이 마당에 관련 지식은 물론 장비조차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관계로 결국 이 강의도 그림의 떡 아니냐 는 고민이 드는 넘들도 있을 것으로 안다.

걱정마시라. 필자는 가난한 뮤지션을 구원해 주고자 하는 일념으로 강림한 것이니, 마우스 한 쪼가리만 있으면 아마츄리 뮤지션 오천명을 먹여살릴 기적을 행하여 줄것이다. 그러므로 준비물은 암것두 필요없다. 마우스 대가리만 열심히 굴려보면 된다... 

아유 레디?

 믹싱은 뭐할라고 하는걸까?

믹싱의 목적은 뭘까? 듣기 좋으라고? 악기소리 따로따로 녹음 해뒀다가 섞어놓기 편할라고? 딸리는 실력 효과빨로 카바할라고? 

다들 맞는 말이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틀린건 아니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틀린건 아니지만 이 답들이 필자가 요구하는 정답도 아니라는 말이다. 

듣기 좋을라면 첨부터 연주를 깨끗하게 하면 될 것이고, 악기소리 섞어놓기 편할라면 컴퓨터를 이용하는 등등 꼼수를 부리면 될 것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딸리는 실력 효과빨로 카바할라고 믹싱을 배우려 하는 넘이 열분들 중에 있다면  당장 하산하는게 좋겠다. 니는 믹싱비법을 전수받을 마음가짐이 안돼있다.

각설하고, 글타면 왜 그 엄청난 고가의 믹서까지 두고 복잡한 믹싱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같은 가난한 뮤지션들한테 밥그릇 빼앗기기 싫어 꿈도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기 위한 선수들의 음모일까? 당근 아니다.

믹싱을 해야만 하는 까닭, 거기엔 소리, 즉 사운드라는 우주의 정기와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다. 하여 오늘은 다소 철학적인 가르침을 하려 하니
실리를 추구하려는 열분들이여, 오늘만큼은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고
<나는 왜 믹싱을 하여야만 하는가....> 하는 득도의 자세를 취해보자.

자, 다들 그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든다... 명상 시이작...

세상 만물속에서 존재하는 엄청난 양의 소리, 즉 사운드라는 것들은 인간의 가장 발달된 기관이라는 눈으로는 느낄수 없는 것이기에 그 규모가 제대로 실감되지 못한 채로 유령처럼 구천을 떠돌아 다니고 있다.

우리 미천한 귓구녕이 잡아낼수 있는 소리만도 엄청난 것인데, 우리 귓구녕이 못잡아 내는 소리는 또 얼마나 엄청날 것인가? 

허나 우리 인간에게는 그 엄청난 양의 사운드의 극히 일부만이 필요할 뿐,
나머지 더 많은 사운드들은 불쌍하지만 외계인 등 그게 필요한 넘들을 위해 이만 편안히 놓아주도록 하자.

더우기 우리는 수많은 인간들 중에서도 극히 소수를 차지할 뿐인 뮤지션이다. 소리로 쇼부를 봐야하는 종족인게다. 

그러므로 들릴까 말까한 잡다한 소리들과, 강아지에게나 들릴법한 초음파의 사운드들 역시 우리의 몫이 아닌 통신업체 개발자들이나 군수업체의 물리학자들, 그리고 강아지들의 대변인 브리짓 바르도 한테나 안겨 주도록 하자.

이제 여기에 우리몫으로 남겨진 소량의 사운드 들이 있다. 인간이 들을수 있는 사운드. 바로 우리가 챙겨줘야할 소리들이다. 우주 만물의 소리속에서 보자면 이 소리들은 극히 소량에 불과하나, 이 또한 우리가 감당해 내기에 만만치 만은 않다. 

다행히도 이 소리들 중에서도 쭉쟁이가 있고 알토란이 있으니, 시대에 부합하는 알토란 같은 소리를 골라내고 시대에 뒤쳐져 있는 쭉쟁이 같은 소리들을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대에 부합하는 소리란 과연 뭘까?

시대에 부합하는 소리가 따로 있다니.... 이거이 뭔 음파차별적인 발언이냐구? 

생각해보자. 우리는 바야흐로 매스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다. 테레비와 라디오, 그리고 각종 CD 와 MP3 까지....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 있으며, 단지 즐기는것 뿐만 아니라 연주당시의 일회성에 지나지 않았던 음악을 저장하여 영원성을 부여하고, 또 저장된 음악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여 나누어 들을수 있는 공공성을 부여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놈의 매스미디어의 각종 매체들이 자연만물의 모든 소리를 담을수 있을만한 경지에 이르기는 커녕, 우리 인간들 중에서도 뮤지션에게 필요할 그 소량의 사운드 조차 모두 담아낼만한 그릇을 아직 갖추지 못했으니, 다시 말해 이 시대의 매체들이 담아낼수 있는 소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 귓구녕이 받아들일만 해서, 음악으로서 활용이 가능한 사운드 들만 해도 그 쎄기의 차이가 제일 큰놈이 제일 작은놈의 120 배를 넘는다. 귓구녕이 발달한 넘은 물론 140 배 이상의 차이도 감지할수 있다.

어느 한 미친넘이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수 있는 오실로스코프 따위의 기계들을 이용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우리 편하게 해줄라고 기준을 마련해 줬으니, 그 기준이 바로 데시벨(dB) 이 되겠다.

이 시점에서 데시벨 데시벨 어디서 줘 들은 분들이 한마디 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데시벨이란 그런게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으로써...

필자도 안다. 나중에 차차 다 설명해 줄 터이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다 열분들의 학습진도를 고려한 배려이니.

일단은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소리들에게 영생을 부여해주고 공공성을 부여해주는 테레비나 라디오,CD나 MP3 같은 이 시대의 발전돤 매체들 조차 안타깝게도 우리가 들을수 있는 모든 소리를 담아낼수는 없다는 뜻이라는 점만 알아들었으면 된다.

테레비나 라디오등이 담아낼수 있는 소리들은 우리가 들을수 있는 소리중에서도 어중간한 가운데쯤의, 그런대로 작은 소리들과 꽤 크다고 쳐줄 소리들 까지인데 중용의 덕을 갖춘 그들사이의 차도 서로 60 배 정도에나 이른다.

이 중용의 덕을 갖춘 소리들이 이 시대의 매체들에 담길수 있는 선택받은 몸이기는 해도, 또 개중에도 듣기에 괴롭고 짜증나는 소리덜이 없는건 아니고 2차대전때 고문용으로나 사용할 법한 그런 큰 소리들이나 가물가물 해서 귀를 쫑긋세워야만 들릴법한 그런 답답한 소리도 꼭 있게 마련이다. - 참고로, 이는 자연의 상태에서가 아니라 매체를 통한 상태에서의 컨디션으로 평가한 것으로 물론 자연의 상태에서는 훨씬 더 작거나 훨씬 더 큰 소리들도 만만히 들을수 있다 - 
이중 건강한 성인남녀가 듣기에 만만하고 느낌이 팍 오는 튼실하고 알토란 같은 소리는 1/3 에 해당하는 서로의 차이가 20 dB 안팎인 1등급 소리들 되겠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중용의 덕만 알았지 아직은 오합지졸 같기만한, 매체에 담길 자격을 겨우 갖춘 이넘 소리들을 살을 째고 뼈를 깎는 믹싱이라는 매서운 매질로 훈육시킴으로서 한넘도 빠짐없이 골고루 1등급 소리로 가꾸어 내는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인류는 원하는 소리를 담고, 보급할수 있는것이다. 알겠느뇨?

이상의 복잡미묘한 이야기들을 종합하자면 믹싱이라는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대충 결론지어 볼 수 있을거다.

1. 인간이 들을수 있는 소리만 떼어와
2. 게중 시대에 부합하는, 저장과 보급이 가능한 넘들만을 가지고,
3. 그것들이 듣기에 만만한 1등급 소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4. 인류가 원하는 소리를 담고, 보급할수 있게 하는것.

글타. 이게 믹싱이다.

그치만 누가 물어봤을때 이렇듯 장황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니, 이젠 이걸 좀 더 유식한 업계용어를 사용해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구궁... 

이게 먼 소린지, 앞에 줄줄히 읊은 소리들하고 먼 상관인지 알겠냐? 걱정마라. 아직은 먼소린지 몰라도 된다. 진도만 따라오면 곧 알게 될꺼니께...

자, 이제 모호한 개념들의 명상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오자. 1등급 소리를 얻기위해서는 훈육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좋은 말인것 같긴 하다만 사실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아리송할거다.

열분들 중 믹싱에 대해 좀 아는 넘덜은 믹싱을 갈켜준다더니 먼 쉰소리만 해쌓냐는 의구심이 들지도 모르겠고, 범생이 같이 고지식한 넘덜은 벌써부터 소리를 훈육하겠노라는 막연한 맘으로 벅차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는 법. 쉬야를 누려거든 바지부터 내려야 함이거늘...

오늘은 일단 기술적인 이야기에 앞서 믹싱에 임하는 열분들의 자세를 바로잡고 혼란속에서 제자리를 못찾고 있는 믹싱의 정의를 설파하고자 하였음이니, 오늘 배운 것들을 머리와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기 바란다.

니들의 바램대로, 담호부터는 이제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활용법으로 들어간다. 물론 준비물은 없어도 된다.

밤도 깊었으니 오늘은 이만허자. 인내심을 가지고 다음호를 기약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