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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현거래의 실체 3부 (마지막편)

 

2009.10.15.수요일
필리온

 

 작업장

 

작업장이란 게임 머니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즉, 게임 속의 돈이 절실한 다른 유저들에게, (작업장 사장에겐 필요가 없는) 게임 머니를 팔고 대신 현실의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이다. 이들은 사업자 등록 정도는 기본이다.
앞서 말했듯 게임을 열심히 하는 유저들에게, 게임 속의 돈은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다. 현실 속의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람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에 몰입할수록 게임 속의 돈 역시 아무리 많아도 모자람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의 현거래는 - 만약 유저들 사이의 거래만 있다면 -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수요의 과잉을 포착한 사업이 바로 작업장이다. 게임에는 관심이 없지만, 게임 머니로 현실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는 관심이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게임 내의 돈을 버는 방법을 강구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작업장이다.

 


현거래라면 어디 가서 꿀리진 않는 던파 작업장.

 

여기서 다시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작업장이라는 곳에서 생산하는 게임 머니에 대한 의문이다. 게임 머니는,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대가다. 그런데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해 게임 머니를 얻을 수 있는 걸까? 대답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첫번째 대답부터.
싼 인력을 이용해 게임을 시키면 된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매우 싼 값으로 사람을 써서 이윤을 낸다면 어떨까? 많은 사람을 고용해 돈을 획득한다면 충분히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 아주 조야한 예를 들자면, 어떤 게임을 밤낮으로 플레이해서 한 달에 현금 20만원의 가치를 지닌 게임 머니를 획득할 수 있다고 치자. 한 달에 현금 20만원이라면 분명히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10만원을 주면 한 달을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면? 100명을 고용하면 한 달에 천만원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의 경우 (물론 예시긴 하지만) 한 달에 10만원으로 밤낮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충분히 고용할 수 있는 나라도 있다. 바로 가깝지만 놀라운 나라, 중국이다. 중국의 인력은 싸고 풍부하므로, 단순한 게임 작업을 시킬 만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최상위 컨텐츠는 까다롭다고 해도, 게임엔 대개 아주 단순하게 돈을 벌어들일 만한 구석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전투가 매우 까다로운 마비노기조차도, 상대적으로 단순한 생산 스킬은 중국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중국인이 없으면 경제가 안 돌아갈 지경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게임 시장에서 현금 거래가 조금이라도 활성화된 온라인 게임이라면, 반드시 그 게임 속 어딘가에는 중국인들이 있다.

 



마비노기의 경제를 유지시켜 주는 사람들.

 

중국인들의 작업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즐기는 마비노기의 중국인과 간단한 인터뷰-_- 를 해보았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작업장에 속해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게임 머니와 현금의 거래 비율은 암묵적으로 정해진 값에 따라야 한다. 또한 어떻게든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을 채워야 하며,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그날 하루의 수당은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아이템을 팔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30대와 40대까지 다양하다고 하며, 내가 인터뷰한 중국인 노동자의 나이는 18살이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학교도 가지 않고 게임 - 사실 게임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노동이다 - 을 하는 것이 안쓰러웠는데, 본인의 말로는 중국에서는 이 직업이 그렇게 나쁜 직업이 아니라고 한다. 뭐 그것도 본인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져오긴 했다. 어쩌면 이들의 위상은 중국에서는 프로게이머 정도 되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프로게이머 맞긴 하구나. 프로게이머를 비하할 의도는 물론 없습니다...)

 

아무튼, 다음 대답으로 넘어가보자. 이처럼 값싼 인력을 쓰는 것 외에,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게임 머니를 벌어들일 만한 또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의미 없는 영어 이름들로 대변되는...

 

그렇다. 바로 오토다.

 

 오토

 

오토는, 자동으로 게임을 돌리는 프로그램을 일컫는 용어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단순히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몬스터를 잡고, 떨어지는 아이템을 줍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사람이 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램 혹은 하드웨어를 통칭하는 말이 자동 사냥, 즉 오토이다. 혹은 BOT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대단히 합리적인 일이다. 게임을 즐기는 데는 관심이 없고, 그 결과물에만 관심이 있다면 굳이 애써 게임을 직접 할 이유가 없다. 즐겁게 직접 구워 빵을 만들든, 공장에서 빵을 찍어내든,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빵은 똑같은 빵이니까. 자동으로 굽도록 내버려 두고, 팔아서 얻은 돈만 잘 챙기면 되는 것이다.

 

오토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가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오토와, 하드웨어적인 오토. 소프트웨어적인 오토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요즘은 하드웨어적인 오토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몬스터와 싸우다 보니 캐릭터의 HP가 떨어져서 포션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치자. 소프트웨어적인 오토는 해당 게임에 후킹Hooking하거나 직접 패킷을 받아, 포션을 마시라고 게임 내적으로 명령을 내리게 된다. 반면 하드웨어적인 오토는 화면상의 HP를 표시한 바를 찾아, 그 바가 줄어드는 것을 화면에서 읽어 피 포션을 마시라는 입력을 화면의 UI로 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부적으로는 물론 훨씬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충 이 정도다. (사실 대단한 기술이긴 하다. 개인적으로 오토를 만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을 다른 곳에서 사용했다면 인류는 훨씬 발전했을 것이라는, 관계자분의 멘트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오토 프로그램이 굿디자인 마크를 받는 세상.

 

이처럼 하드웨어적으로 작동하는 오토의 경우, 게임의 소스 코드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약을 가하기가 힘들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와 똑같은 방식으로 오토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화면을 보고, 직접 피를 채우고, 몬스터를 보고 몬스터를 때리고... 등등. 법적으로도 제약이 어렵고, 기술적으로도 제약이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들도 안심하고 오토를 사용하게 된다. 오토의 이용 요금이 아무리 비싸도 인건비보단 싸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업장에서는 오토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오토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다. 오토가 게임 내에서 횡행할수록 유저들의 항의 및 반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과물만 쏙 뽑아가는 얌체 같은 행동에 대한 반발감, 사냥터의 몹들의 씨를 말려놓는 만행에 대한 분노 등등... 유저가 오토를 싫어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개발자가 오토를 싫어할 이유는 더욱 많다. 게임 머니의 과다한 공급으로 인해 경제가 파괴될 수 있고, 이는 컨텐츠가 빨리 고갈되는 최악의 사태를 빚을 수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게임이 오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오토를 제재하기 위한 방법은 수많은 종류가 있다.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어 오토를 제한하거나, 혹은 유저들의 신고를 유도해 오토를 제재하거나.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결정적으로 오토의 숨통을 끊어놓을 만한 것은 없다. 우선, 오토 개발자들 역시 열심히 월급을 받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오토가 합법이란 얘기는 그를 제재할 강력한 방법은 불법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된다.

 



리니지 2의 자동사냥 신고. 코딩한 사람 허무하게시리 별 효용은 없다.

 

자, 이렇게 중국인, 혹은 오토를 이용해 - 혹은 중국인에게 오토를 돌리게 하는 콤보를 통해 - 작업장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작업장은 옳은 일인가? 법적으로는 아직 판단할 수가 없다. 이에 관한 판례조차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유저 및 개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현금 거래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작업장의 경우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는 의견이 더 많아 보인다. 앞서 얘기했듯 작업장은 유저와 개발자 양쪽 모두의 증오를 한몸에 받고 있다. 물론 작업장의 도움을 크게 받는 유저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작업장을 어찌할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다. 개인 간의 거래는 무방하되, 전문적으로 게임 머니를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 지금이야 물론 매우 구별하기 쉽지만, 만약 법적 규제가 강화된다면 또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 제대로 제재를 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결국 수요가 있다면 공급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 뻔하고 거친 비유지만, 창녀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작업장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기사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현거래 시장의 활성화에는, 게임 디자인이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지금 시장에서, 과연 그 의미는 어떠할까? 

 

 Monster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이, 2부에서 얘기한 와우를 보자. 골팟의 사장님은 바로 이거다.

 

"리니지 지겹네. 요즘 잘 나가는 게임 뭐가 있나?"
"네, 사장님. 와우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늘 하듯이 일단 한 오백 땡기고 시작하지."
"사장님, 그게 와우는..."
"어떻게든 맞춰놔."

 

...이 가상의 대화가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이미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은 현질에 너무 길들여져 버렸다.

 

앞선 기사에서 아이온의 현질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온의 게임 디자인은 오히려 리니지에 가깝기 때문에, 그 많은 현질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물론 맞는 말이지만, 아이온에 대해서는 조금 변호해줄 만한 사항이 있다. 바로 와우에서도 골팟을 만들어내는, 우리 나라 게이머들이 아이온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아이온에는, 리니지 1과 리니지 2를 비롯,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정통 MMORPG 유저층에서 많은 유저들이 유입되었다. 그 유저들은 애시당초 현금 거래를 거의 게임의 필수 사항으로 여기던 사람들이고, 당연히 현금 거래의 요소가 제법 있는 아이온에서도 쉽게 현금으로 지르는 행위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작업장이 있어서 공급은 원활하겠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지를 수 있으니 말이다.

 



현질, ok!!

 

앞서 말했듯 게임 디자인이 이러한 시장의 활성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애시당초 리니지 형제가 현질을 아예 배제한, 와우와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식적이고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어찌되었든 이제 시장은 이미 괴물이 되어버렸다. 분명 그 괴물의 탄생에는 기획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다시 괴물을 죽이는 경우는 어떨까? 괴물이 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이렇게 커져버린 시장은 이제 사실 어떤 방법을 써도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점점 활성화될 것이다. 애시당초 온라인 게임이라는 놈 자체가 현거래에 매우 적합하다. 현실과 닮아 있는 가상 현실에서 돈이 필요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걸 사는 것보다 차라리 현실의 옷을 사는 것이 훨씬 싸다...

 

그러지 않으려면 와우처럼 많은 제약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해내는 것?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강력하게 시도했던 와우조차도,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마당에 말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게임을 좀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내 돈 내고 아이템을 좀 사고 싶다는데, 누가 어떻게 말리겠는가? 옳고 그르고의 차원을 떠나, 이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뭘 어쩌겠나? 황소를 강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을.

 



현거래 시장을 봐, 이렇게 커져버렸어...

 

 지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감히 현거래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논할 생각은 없다. 대한민국이 선도한 현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자고 주창할 생각도 없다. 현거래는 나쁜 일이니 근절하자는 주장을 펼칠 생각도 없다. 그런 류의 결론은 처음부터 말했듯 내리지 않으려 한다. 솔직히 결론을 내려봤자 의미가 없기도 하고. 내가 여기서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게임을 시작하는, 혹은 다른 게임을 해보려 하는 당신을 위한 작은 안내서.

 


* 표에 포함한 게임들은 동접이 10만 단위를 기록하는 게임들이다.
* 위 표의 작성은 2009년 8월까지의 현거래 매출과, 언론에서 발표한 게임별 (부정확한) 동접을 기준으로 삼았다. (아예 발표 내역이 없는 게임들은 추정치로 계산)
* 매출 / 동접 값이 의미하는 바는, 동접으로 구해본 매출 비율이다. 유저 1인당 매출로 (GNI?-_-) 생각하시면 되겠다. 던파의 비율을 10이라고 놓았을 때의 상대적인 값이다.

 

위 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굳이 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당신이 직접 선택하라. 저 표는 그를 위한 지침이다. 만약 현거래를 부담없이 즐기며 게임을 하고 싶다면 저 순위를 그대로 참고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저 순위의 역순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게임은 재밌자고 하는 것이다. 당신이 현질을 함으로써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현질하는 것이고,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현질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내 의견을 묻는다면...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더라.

 

 




 
 

PS. 매출 관련 자료를 제공해 주신 IMI (아이템매니아) 관계자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PS2. 몇몇 관계자들 및 사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는 점 이해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보안이 걸려 있는 문제라서...

 

 

 

 

 

 

 

 

 

 

필리온(phyl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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