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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 28. 목요일

따란따란해서 따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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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지난 5월 26일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최고위 회의석상에서 주승용 의원을 향해 '사퇴 공갈 발언'을 하여 물의를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이유로 당직 자격정지 1년 결정을 내렸다.


상황. 2 


같은 날 윤리심판원은 '사퇴를 번복하며 당내 갈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청구된 주승용 최고위원의 징계 청구에 대해선 '사퇴를 번복한 것이 아니라 사퇴를 했고,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보궐 패배 이후 당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친노패권이 당을 말아먹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주승용은 면죄부를 받았고, 이것의 부당함을 지적한 정청래는 당직자 자격정지 1년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비록 내년 총선 공천 신청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의 지역위원장 자리 또한 1년동안 대행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총선 준비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이고, 공천을 받는다손 치더라도 본선에서 이 징계사안이 주홍글씨로 그의 선거전을 어렵게 할 것은 안 봐도 4D영화다.


왜 같은 사안에 대해서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일방적으로 주승용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정말로 주승용 의원은 언어의 난폭자 정청래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한 순백의 피해자이고, 정청래 의원이야말로 작금의 소란을 야기한 원흉 오브 원흉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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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이번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의 결정은 쉴드가 불가한 수준의 정치적 결정이다. 그것도 요즘 일치단결하여 '친노패권주의'를 부르짖는 비노 세력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매우 편파적인 결정이다. 


가만? 근데 윤리심판원이 비노의 손을 들어줬다고? 현재 새정치연합 당대표는 문재인이 아닌가? 어떻게 윤리심판원이 상식적 균형을 깨는 편파적,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서 허구헌날 친노 패권을 부르짖으며 당대표 통수를 가격하는 주승용의 손을 번쩍 들어줄 수가 있는 거지? 비노 의원들이 날이면 날마다 부르짖기를 현재 새정치연합은 친노패권이 창궐한 상태라며? 이번 재보궐 패배도 친노가 전횡을 휘둘렀기 때문이라며? 근데 당하는 사람은 왜 허구헌날 친노 혹은 비노의 눈 밖에 난 사람인 거야? 문재인 대표는 현재 비노 연합군에게 샌드백 수준으로 모욕을 당하고 있고, 아버지 추모식에서 더 이상 돌아가신 아버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절규했던 아들은 '예의범절'도 모르는 무뢰한이 되어 사과를 요구받고 있으며, 정청래 의원은 비록 그가 친노는 아닐지라도 친노패권 드립치는 주승용 의원의 부적절한 언행을 지적했다는 죄로 당직자 정지 1년의 중징계까지 받았는데, 대체 무슨 놈의 패권이 자기 자신 혹은 일가족 아니면 비노에게 지적질한 사람에게만 몽둥이를 휘둘러 대는 거지?


답은 간단하다. 친노 패권은 새정치연합 내 비노 세력의 기만술에 불과하며, 진짜 패권을 휘두르며 현재 새정치연합의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은 바로 친노패권으로 문재인을 압박하고 있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들은 언제 임명되었을까? 바로 김한길과 안철수 공동 대표 시절이고 그 임기는 이번 6월 2일까지이다. 그렇다면 주승용 의원은 이번 최고위가 되기 전까지 당내에서 어떤 직책을 맡았을까? 바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의 사무총장이 그의 직책이었다. 또한 그는 언론을 통해 오래전부터 김한길계 의원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렇다면 김한길 의원은 현재 문재인 대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그는 현재 모든 매체를 동원해서 친노패권주의가 당을 망친 원흉이라며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면서도 그에게 당대표를 사퇴하라는 요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무엇이 친노 패권주의 청산인지, 뭘 어떻게 청산하라는 것인지 그 방법은 밝히지 않고 있다. 참 인생 편리하게 사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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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청래가 징계를 먹기까지의 어떠한 논의들이 오고 갔으며, 누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는지 그 구체적 실상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비노로 분류되는, 혹은 비노와 정치적 스탠스가 가까운 사람들이 현재 일치단결하여 문재인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정청래와 주승용의 설전이 발생했으며, 이전 지도부 체제에서 임명된 윤리심판원 위원들이 정청래에겐 빅엿을, 그리고 주승용에겐 면죄부를 주었다는 결과를 통해 그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을 뿐. 그러니 더 이상의 자세한 상상은 생략하겠다.


그냥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현재 김한길, 박지원, 조경태, 주승용, 박주선 등 당내 대표적인 비노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은, 마치 경쟁을 하듯 종편을 비롯한 온갖 통로를 이용하여 문재인 대표를 친노 패권주의의 화신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친노 패권주의를 폭로한 '죄'로 당내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어떠한 제재라도 받은 적이 있는가? 전혀 없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문재인 대표의 대응은, '앞으로 친노패권주의란 말이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내가 더 잘할게' 정도의 반성 아닌 반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 패권주의 부르짖으며 당대표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당원과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고 사퇴를 하네 마네 떠들고 다니는 것을 누군가 그러지 말라고 지적하면, 바로 윤리심판원을 통해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다. 경고 수준도 아니고, 당직자 1년 정지라는 정치 이력에 오점으로 남을 실질적인 빅엿을 선사한다.


대체 누가 진짜 패권주의 세력이며, 누가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가?


여기서 잠깐 설명하나만 하고 넘어가자. 그렇다면 김한길과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안철수 의원의 현재 포지션을 비노라고 볼 수 있는가? '아직' 거기까지 진도를 나가는 건 좀 빠르다. 현재 그가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혁신위원장 자리를 거부하고 또 대선주자 협의체 기구로 보이는 희망스크럼 또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재보궐 당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제외한 다른 세 곳의 선거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후보 지원 유세에 임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포지션은 문재인 대표와 협력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적대자도 아닌 중간자적 포지션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아직까지'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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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니까 김어준 총수 과거 발언을 잠깐 떠올려보자. 과거 나꼼수 시절 김어준 총수는 가카를 추앙하면서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 목을 칠 수 있는 상대가 내 목을 치지 않고 있을 때 나는 가장 위협감을 느끼며, 그 위협감이 바로 상대방에게 굴복하는 심리적 기저가 된다는 의미이다. 


현재까지 비노 세력의 행태가 딱 여기까지였다. 친노패권을 부르짖으면서도, 문재인 사퇴를 요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흔들면서도 떨어지는 수준까지는 흔들어대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이 약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권한을, 정확하게는 공천권 혹은 지분을 요구할 타이밍을 재는 것이 비노 세력의 전략이었다. 그러던 것이 비노가 이번에 선을 넘었다. 정청래 징계의 의미는, 앞으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비노에게 댐비는 자는 윤리심판원을 동원해 엄벌에 처할 것이란 선전포고이며,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던 정청래꼴이 나고 싶지 않으면 아닥하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거라는 새정치연합 다수의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은 당하고만 있는가? 기껏 당대표까지 되었는데, 당 안팎 비노 연합군의 공격에 왜 속수무책 전전긍긍하며 연일 친노란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 더욱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수세적 자세만 취하는가?


그 이유는 문재인의 포지션과 비노의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통합할수록 힘을 얻는다. 현재 당대표는 문재인이다. 그가 당을 하나로 이끌고, 그 동력으로 새정치연합을 정책전문정당, 경제정당 그리고 현정권의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이끌수록 그의 힘은 커진다. 


하지만 비노는 분열할 수록 힘을 얻는다. 친노와 비노가 허구헌날 싸우고, 자기들끼리 지리멸렬할 수록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비노의 영향력은 확대된다. 왜냐하면 문재인 흔들기를 통해 문재인의 영향력이 축소될수록 그 빈공간은 고스란히 비노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문재인은 전면전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비노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문재인을 흔들어댄다. 그러니까 비노세력의 문재인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당을 하나로 이끌어 내년 총선 새누리당과의 일전이 가능한 상태까지 당을 정상화 해놓으면 문재인이 이기는 것이요 결국 분열하여 당이 아사리판이 되면 비노가 이기는 것이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의 권력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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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구조가 현재 일방적인 문재인 때리기 혹은 문재인 흔들기의 근본 원인이다. 비노가 이길 경우 정권교체는 물 건너갈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권 그리고 향후 당권은 고스란히 비노의 손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다시 정청래로 돌아가자. 그렇다면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정청래 의원은 기사회생했다고 본다. 정청래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그의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 이건 재고의 여지가 없다. 그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고, 어리석었다. 쉴드의 여지가 없다. 그의 발언을 통해 강화된 것은 비노의 분탕질이고, 축소된 것은 문재인 대표의 영향력이다. 정청래 발언을 둘러싼 수많은 비판에 대해 개인적으로 대부분 동의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것과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건 별개의 사안이다. 


비노는 이번에 칼을 휘둘렀고, 정청래는 그 칼에 무참히 베였다. 그리고 이 참사는 정청래의 발언 여부와 상관없이 그를 희생양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는 그의 경솔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패권의 희생되었다는 '억울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향후 그가 재심을 청구할지, 아니면 윤리위의 결정을 수용하고 1년동안 아닥의 세월을 보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정청래 의원은 본인이 앞으로 어떠한 발언을 해도 당내에서 제재받지 않을 수 있는 무한 까방권을 획득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왜냐하면 한번 벤 상대를 두 번 베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청래 의원이 계속 비노 패권주의를 공격하는 포지션을 고수한다고 가정해보자. 비노가 그의 공천을 막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만일 정청래 의원이 새정치연합 밖으로 내침을 당할 경우 수도권은 반 정청래와 친 정청래로 분열되는 양상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마포을에 새누리당 깃발이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지층의 분열로 수도권 선거 전략 수립 자체가 타격을 받는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새정치연합 내부 의원들이 그런 사태가 되도록 수수방관할 가능성은 영퍼다.  


그렇다면 비노의 패권적 행태, 문재인 흔들기는 앞으로도 계속 기승을 부릴까?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그럴수록 역풍의 수위는 높아질 거라고 본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이다. 하지만 비노는 이번에 그 칼을 칼집에서 꺼내 마음껏 휘둘렀다. 그리고 누군가 피를 흘렸다. 그렇다면 그 피의 댓가는 고스란히 칼을 휘두른 쪽에 돌아간다. 당장 주승용 의원에게는 기각이란 판정을 내렸지만, 그 뒤로 현재 온갖 막말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다른 비노 의원들이 윤리위에 회부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주승용의 경우처럼 전원 형평의 원칙은 다 꺼지셈 할텐가? 하물며 현재 윤리위 임기는 6월 2일까지로 정해져있다. 새로 윤리심판원들이 임명될 경우 제 2의 정청래 사태가 일어날 개연성은 한없이 낮아진다. 그들은 이번에 겁만 주고 물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이제는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일만 남았다고 본다.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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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정청래 의원의 경솔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직자 1년 정지란 징계는 과도하며, 같은 날 내려진 주승용 의원의 기각 결정과 비교했을 때 그의 징계는 형평의 원칙에 어긋한 부당한, 정치적 결정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패권주의, 구체적으로 말해 친노 패권주의 드립으로 현재 새정치연합의 분열을 야기하는 비노 패권주의가 빚어낸 참사라 볼 개연성이 농후하다. 


비노는 패권주의의 칼을 휘둘렀고 정청래는 그 칼에 베였다.


그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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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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