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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8. 금요일

멀더요원



 



 



호국 보훈의 달 6월.



 



53년 휴전 이후 약 60년이 지난 2012년도 여전히 '북괴의 남침 및 적화통일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아울러, 현충일 아침 7시부터 20분 간격으로 태극기를 게양하라는 관리사무소의 방송을 들으며 내가 마치 군 내무반 내지는 무슨 거대한 수용소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1. 수공(水攻:물로 공격함)



 



1986년, 한국정부는 북한이 금강산에 댐을 만들고 있으며 이것을 고의적으로 붕괴시키는 경우 63빌딩 중턱까지 물이 차게 되고 서울은 물바다가 된다는 주장을 한다.



 





으어 으어어 으어어어...



 



건설부 등에서는 '대북한 성명문'을 통해 금강산 댐의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 해 11월 금강산 댐에 대응하는 댐을 만들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국민성금 모금행사가 벌어졌고, 이듬해인 1987년 2월 '평화의 댐'이 착공하여 1989년 1차 공사를 완료하였다.



 



총공사비 1,700억 원 중 639억 원이 국민성금이었는데, 성금 모금 과정에서 각종 횡령 사건이 발생하였고, 정부는 기업에 성금을 강제로 할당하는 등 '반시장적' 행태도 벌어졌다.



 





내가 찌라시를 스크랩하다니...


 



 



 



 



63빌딩 중턱이 잠기게 되는 것이 공학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와는 상관없이...



당시는 중동 붐이 끝나던 시기였고, 빈 땅에 댐 하나 지어서 죽어가는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게 뭐가 문제냐는 분위기와 공안정국을 조성하여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려는 분위기가 있던 시기였다.




 



(건설경기를 위해 4대강 강바닥쯤 파헤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지금의 분위기, 또는 각종 측근비리와 BBK 등을 공안정국으로 돌파하려는 지금의 분위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김영삼 정부로 교체된 뒤 1993년 감사원의 감사결과, 금강산 댐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1차 분석은 한국전력 직원 1명이 내린 결론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가기록원 나라기록 (링크)



감사에 따르면 금강산댐의 저수량 70억∼200억t은 과대산출로, 종합분석결과 27.2억t∼59.4억t이 적정치 이였으며 59.4억t이 방류되어도 일부 저지대만이 침수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강산댐의 수공위협과 피해예측은 과장된 것으로 당시 평화의 댐 건설은 불요불급(不要不急)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결국 평화의 댐은 정치안보차원에서 불안한 정국을 전환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건설된 조급한 과잉대응으로 평가 되어진다.




 



현재 금강산 댐(임남 댐)은 저수량 26.2억 톤 정도의 발전용 댐으로서,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서 과연 남한을 공격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댐을 붕괴시킬 정도의 정책판단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2002년 북한에서 고의적으로 붕괴시키지 않더라도 그 댐 자체가 부실해서 스스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에 따라 2002년~2005년까지 댐을 증축하는 2단계 공사를 완료하여 현재는 26.3억 톤으로 임남댐에 비해 1천만 톤 이상의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2. 댐의 치수능력 증대사업



 



여기서부터는 좀 어려운 얘기들이 나올 텐데 사실 말만 어렵지 별 거 아닌 얘기다.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볼 테니 쫄지 말고 살펴보자.



 



댐을 만들 때 어느 정도의 비가 올 것으로 상정해서 물을 가두어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비가 미친 빈도로 나타남에 따라 광화문 일대가 여러 번 잠겼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댐과 관련해서는 2002년과 2003년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루사와 매미의 경험을 통해 기상이변 및 이상기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더 큰 비가 오는 경우에 대해 대비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댐의 '치수능력 증대사업'이다.



 





 



여기서 대상이 되는 '큰 비'는 가능최대 강수량(PMP: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이라고 하는데 '주어진 지속기간에서 특정유역에 걸쳐 물리적으로 가능한 이론적 최대 강우깊이'이며 이 때의 유량을 가능최대 홍수량(PMF:~Flow)라고 한다.



 



말만 드럽게 어렵지, 그냥 이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강수량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미국 원자력학회(ANS)에서는 이를 1만 년~10만 년 빈도로 보고 있다.



 



우리 역사가 반만 년인 것을 볼 때 1만 년은 꽤 긴 시간이다. 그러나, 그 규모의 비가 실제로 발생할 것인가 또는 그 정도 규모까지 계획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논쟁은 일단 접어두자. 왜냐하면, 그것이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더라도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계획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고 이것이 원자력발전소의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상식적인 선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큰 비가 온다면 우리의 댐들은 안전할 것인가, 안전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해 정부는 2004년에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검토 및 치수능력증대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 치수능력 증대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자, 그러면 그 기본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 중인 댐은 어느 댐일까?



 



2004년에 수립된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검토 및 치수능력증대기본계획"을 인터넷 상에서 구하려 했으나 하도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주관부서인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에 경의를 보내며, 당신들 내부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스파이(히어로)'는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 글에 등장하는 자료들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이며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주석을 달았다.)



 



그러나, 본 요원이 인내심을 갖고 구글링한 결과 여러가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2008년(월산 1년) 이후 세상에 돌아다니는 자료는 그 이전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2008년 이전의 자료를 살펴보자.



 



첫 번째로 어느 건설교통위원의 "2005 국정감사 보도자료"



 





 



분석결과 많은 댐들이 월류 가능성이 있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두 번째로 한국농촌공사 농어촌 연구원에서 발간한 "홍수조절기능을 가진 농업용저수지 여수토 방수로의 수리설계 방안(최종)"



 





 



옳거니... 여기서 치수능력 증대사업 기본계획의 자료를 발견하였고 이에 따르면, 역시 많은 댐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로 2007년 소방방재청에서 발간한 "신국가방재시스템 백서"의 244페이지



 





 



23개의 댐에 치수능력 증대사업이 필요하며, 그 중 가장 시급한 13개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빨간색으로 밑줄을 쳐놓은 23개라는 숫자를 기억하기 바란다.



 



이제, 2008년(월산 1년) 이후의 자료를 살펴보자.



 



 



어느 국회의원의 2010년 10월 국정감사 질의자료



 





 





 



여기서도 빨간색으로 밑줄을 쳐 놓은 23개… 23개 댐에 대해서 뭔가 보강사업을 진행 중이다.



 



23개... 그게 왜 중요할까?



 



2003년부터 추진중이던 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에서 월류나 여유고 부족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았던' 댐 하나가 최근 추가된다.



 



바로 평화의 댐.



 





두둥... 이것은... 갓 댐... 아니, 평화의 댐



 



이데일리의 2011. 10. 24. 기사([단독]1650억 들여 또 `평화의댐` 보강)와 같은 언론 보도가 나가자 국토해양부는 다음과 같은 보도참고자료를 낸다.



 





 



이번 정부의 주특기인 지난 정권부터 계속했던 거다... 라는 애기다.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그래 좋다. 그런데 그 전부터 추진하던 23개에, 그 동안 아무런 얘기가 없던 평화의 댐이 갑자기 추가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23개에 대해서 공사를 추진하다가 이번에 평화의 댐을 그냥 추가했다는 얘기가 전부고... 좀 더 성의있는 해명을 찾으려 했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이후 계속되는 언론 보도.



이번에는 뉴시스(2012. 3.13)다. : [단독]'평화의 댐' 1650억 보강공사 9월착공)



 



그리고 국토해양부에서 나온 보도참고자료.



 





 



이제 사업대상 댐이 23개라는 당초의 계획은 찾아볼 수 없고, 이 보도자료만 본 사람들은 처음부터 24개 댐에 대해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과거의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댐은 그 형식에 따라서 보강하는 방법이 다른데 자세한 기술적인 사항까지는 알 거 없고, 평화의 댐과 같은 구조는 만약 월류하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위험한 구조여서 콘크리트로 씌워야 한다는 거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



그래서 콘크리트로 씌우는 작업이 주요 공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댐의 규모가 금강산댐(임남댐)보다 1천만 톤 가량 크니까 댐을 키운다거나 하는 계획은 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위의 자료를 보면서 눈치빠른 분들은 뭔가 발견했겠지만, 다른 댐에 비해 공사기간도 짧고 공사비 규모도 다소 높다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공사규모와 공사비가 적절한지에 대해 별로 알려진 바도 없으니, 나중에 좋은 세상 오면 밝혀내야 할 목록에 하나 추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세상이 올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역시나, 올해 6월에 '턴키' 사업으로 공고가 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CNEWS(2012.5.1) : 평화의댐 치수능력 증대 턴키 집행)



 



아..턴키방식… 딴지라디오 '나는 꼽사리다'에서 계속 얘기하는... 그거 얘기하다가 재미없어서 첫 번째 녹음을 몇 번 엎었다던 바로 그 턴키방식이다.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주 쉽게 설명해줄 수 있지만 과감히 생략하고.



 



그냥, 이 공사를 누가 가져가는지나 잘 지켜보도록 하자.



 



 



3. 결론



 



1) 2003년부터 추진 중인 '댐 치수능력 증대사업'에서는 당초 23개 댐에 대해 추진 중이었다.



 



2) 적어도 2010년 10월 국정감사 때까지 그렇게 추진 중이던 사업에 그 동안 많은 주요 정책자료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평화의 댐'이 최근 추가되었다.



 



3) 평화의 댐에 대한 보강공사는 올해 안에 턴키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예산은 1,650억이다. (우리 인구를 4,800만으로 봤을 때 갓난아기부터 최고령 어르신까지 1인당 약 3,400원, 4인가족 기준으로 약 14,000원 정도의 세금)



 



4) 평화의 댐 3차 사업의 배경에 누군가, 혹은 어떤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한 기획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무리한 추측이고 '절대로'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4. 잡소리



 



조선말 황현(黃玹, 1855.12.11~1910.9.10) 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망해가는 조선말 사람으로서 독립운동가이며,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가 일어난 지 열흘 정도 후에 자결로서 이에 저항하였다. 그는 자식들에게 남기는 글에서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만 국가에서 500년이나 선비를 길러왔는데, 나라가 망할 때에 국난을 당하여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찌 원통치 않은가?"라고 하였다. 그의 죽음이 망해가는 조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선비를 길러온 나라에서 나라가 망할 때 저항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면 너무 비참했겠지. 이 땅의 역사가 곧 선비의 나라인 것은 아니어도 그 정도로 근본없는 동네는 아니었잖아.



 



그런데… 어째 상황이 이렇게 희한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양심선언하는 기술자 하나 없을까. 지금 기술자가 노가다 취급 당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상황 인식조차 없는 것인가. 김이태 박사의 양심선언 이후의 상황이 너무 지랄 맞았구나.



 



어쨌거나, 평화의 댐 그거 그렇게 급한 거 아니면 차분히 더 조사하고 연구해서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고 진행했으면 좋겠다. 특히 내년 이후에 천천히.



 



절대 그럴 리 없지만 누군가의 요청, 지시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적어도 이러저러한 공학적 이유가 있어서 해야 한다는 근거라도 잘 만들어놨으면 좋겠다. 차라리 데이터를 조작해라. 죽으나 사나 당신들만 지지하는 우리 불쌍한 이웃들 쪽팔리지나 않게.



 



갓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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