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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소설 특허전쟁(2)

2012-09-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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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4. 화요일

정우성

 


 


 










소설 특허전쟁


1차, 소주




 


꼬르르륵 꼬르르륵. 꼬르르륵 꼬르르륵. 홍길동 주머니에서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난다.


 


임꺽정: 이게 뭔 소리야?


 


홍길동: 전화 벨소리.


 


임꺽정: 전화기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벨소리가 그 모양이니? 혼자 잘난 척 하니 전화가 오지 않는 거지. 앱등이는 참 외롭겠구나. 배가 고프니?


 


홍길동: 비아냥거리기는. 장길산한테 전화가 왔다. 잠시만.. 여보세요? 어, 길산이? 그래 건강하냐? 사업은 잘 되고?


 


장길산: 내가 이번에 말이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졌다고 해서 그냥 무진장 기쁘더라구. 있잖아 말이지. 애플은 세계 1위 기업이잖아? 그리고 사실 삼성전자가 애플 부품공급 업체잖아? 솔직히 말해서 애플의 하청업체라고. 그런데도 그렇게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어서 말이지.. 엄청난 강심장이야. 그치?


 


홍길동: 똑같지는 않지. 좀 많이 닮았을 뿐이야.


 


장길산: 아이 참 그게 그거지. 그런 애플도 아랑곳하지 않고 짝퉁을 턱 하니 만들었는데. 만일 우리 같은 중소기업 제품이라면 삼성전자가 어떻게 했겠어? 나는 그 생각만 하면 오들오들 떨리는 거야. 애플 정도되니까 맛좀 봐라 하고 삼성전자를 괴롭히는 거지.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은 그냥 찍소리 못하고 죽는 수밖에 별수 없어요. 애플은 인류를 위해서 싸우는 거라니까!


 


홍길동: 나 지금 중요한 미팅 중이거든. 그만 끊자. (뚝, 전화를 끊는다.) 들었지 임꺽정?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라니까.


 



 


임꺽정: 이런 젠장, 나한테는 누가 전화 안 하나.


 


그때 마침, 띨리리릴 띨리리릴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홍길동은 얼마나 주인이 띨띨하면 휴대폰 벨소리까지 띨띨하냐고 비아냥거린다.


 


임꺽정: 어 춘향이? 요즘 재미 보고 있냐? 아이들은 잘 크고? 몽룡이는 여전히 야근이야? 그 왜 있잖아. 니 옛날 친구. 변사또 치킨집을 열었다가 망했다메? 금마는 이제 어떻게 한 다냐?


 


성춘향: (변사또 이야기는 생까며) 너 들었니? 애플이 이겼다며? 아 정말 되게 재수없더라.


 


임꺽정: 나도 기분 드러워.


 


성춘향: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배심원들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애플 편을 든다데? 미국 회사만 스마트폰을 팔라고? 외국기업인 우리 삼성전자가 더 잘나가니까 견제한 거 아니겠어? 진짜 애플은 탐욕의 결정판이야. 앱등이 새끼들. 우리나라 년놈이 우리나라 기업을 응원하지 못할 망정 이게 뭔 개수작인지. 그런 년놈들은 그냥 애플을 신나게 빨라고 그래. 빨리 삼성전자가 애플을 납작코로 만들었으면 좋겠네. 이건 정말 인류의 미래를 위한 거라구!


 


임꺽정: 그런데 나 지금 길동이랑 이야기 중이거든..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성춘향: 아, 그 앱등이 새끼! 지랄 발광좀 그만 하라고 해. (전화 뚝.)


 



 


임꺽정: 장길산 같은 애가 있다면 이렇게 성춘향 같은 애도 있어. 굳이 이렇게 감정을 폭발시킬 필요 있겠니? 1차에서 네 이야기를 듣다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 그만 싸우고 화해하는 게 어떨까?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이 없었어 봐. 애플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은 우리 삼성전자의 칩 기술이 없었다면 어디 가능했겠어? 그런데 가만가만. 우리가 언제까지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이었지? 올해까지의 물량은 이미 예전에 계약했던 거고. 작년 10월에 잡스 형님이 죽었을 때 이재용 사장이 비행기 타고 가서 미스터 쿡이랑 부품 공급 이야기했었잖아? 2014년까지는 협력하기로 했었나? 우리가 이렇게 싸우면 변호사들만 호강시키는 일이니. 그만 싸우는 것도 괜찮은 거 같어.


 


홍길동: 막말로 말해서 너희가 염치를 쌈 싸서 먹었잖아? 비즈니스에도 염치가 있는 법이야. 아무리 우리가 경쟁자라고 해도 우린 네 고객이잖아. 고객이 아니어도 좋아.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카피해서 제품을 내놓느냔 말이지. 안드로이드폰을 제일 먼저 만든 대만의 HTC나 그 다음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한 모토로라는 우리랑 특별히 비즈니스 관계가 없어. 그런 애들도 염치를 생각해서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어떻게 다름 아닌 삼성전자가 그럴 수 있니? 그리고 지금 화해하자고? 지금 소꿉장난하냐? 그게 아니야 우린 지금 굉장히 유리해. 뭔가 선례와 판례를 만들어 놓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야. 애플 제품을 함부로 모방하면 된서리 당한다는 아주 보기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까짓것 현금도 많고. 갤럭시 S3나 작살을 내볼까?


 


임꺽정: 이 소송 때문에 우리 관계가 완전히 파토 난다고 생각해 봐. 그건 피차 안 좋지 않겠어? 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지. 세상을 봐 봐. 애플은 더 이상 혁신의 상징이 아니야. 사람들이 짜증나고 험상궂은 얼굴로 너희를 노려보고 있는 것 좀 보라구. 싸움꾼 애플은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엄청나게 비난하고 있잖아. 좀 귀를 열어 봐.


 


홍길동: 원래 우린 졸라 냉정해. 그런데 너희가 냉정함에 똥을 싼 거잖아. 그런데 부품 문제는 되게 신경 쓰이긴 해. 우리 쿡 아저씨는 부품 수급 전문가거든. 쿡의 관점에서 보자면 소송을 통해 불통 튀길지도 모를 부품 수급 문제는 심각한 거야. 그래서 우리도 사방팔방으로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대안을 알아보고 있기는 하지만 쉽지 않네. 대만에도 가보고 이곳저곳 물색을 해보는데 똥줄만 타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중이야.


 



 


임꺽정: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우리랑 끈적하게 있으면 아무 걱정 없잖아. 우리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고, 세계 제일의 부품을 쓰는 거는 애플에게도 매우 이로운 거지. 인류를 위해 화해하자.


 


홍길동: 디자인 똑같이 만들게 한 책임자랑 관련자를 문책하면 한번 생각해보지. 그래야 네 진심을 알 수 있어. 사실 이 소송은 그 임직원이나 조직이 회사에 수조 원의 손해를 끼친 사건이기도 해. 우리 같으면 바로 해고야. 도대체 어떤 디자이너인지 어떤 임직원인지 면상을 보고 싶네. 수조 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쳐 넣고도 활보하는 그 얼굴을 말이지. 갤럭시S를 아이폰과 똑같이 만들고,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갤럭시탭을 아이패드와 똑같이 만들어서 싸움이 이렇게 커진 거잖아. 안 그래?


 


임꺽정: 아이 참. 몰랐다니까. 우리도 누가 이렇게 회사에 손실을 준 건지 여러 모로 내부 조사를 해 봤는데 아직 주어를 찾지 못했어. 누가 지시했는지 통 알 수가 없네. 사실 우리가 그걸 만들 때 너희 디자인특허는 아직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잖니. 아직 권리가 아니었던 거야. 트레이드 드레스는 지금 우리가 열심히 복습하고 있지. 어쨌든 우린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될지 몰랐다니까. 그런 뻔한 디자인까지 특허를 받을지 몰랐다고. 그래서 기왕이면 과감하게 유사하게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었던 거지. 그게 비즈니스 아니겠어?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였어. 직감적으로 위기를 느꼈지. 위기경영을 선언했던 거야. 2007년에 출시한 아이폰이 생각보다 졸라 무서웠거든. 이러다가 피보겠다 싶었어. 글로벌 경제는 최악인데 애플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너무 눈부셨어. 뭔가 시간이 필요했어. 일단 운좋게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폰의 출시가 2년 정도 늦어졌지. 아이고 그거 막느라고 힘들었어. 그리고 또 그 즈음부터 우린 환율 재미를 정말 톡톡히 봤지. 덕분에 막대한 현금 여유가 생겼단어. 정말 하늘이 우리를 돕고 있었던 거야. 어라? 그런데 HTC랑 모토로라가 판매하는 안드로이드폰이 꽤 괜찮네. 아이폰이랑 경쟁할 수 있겠다 싶었어. 게다가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준다는 거야. 윈도우폰 ‘옴니아’는 정말 미치는줄 알았거든. 우리 앞뒤 볼것 없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들기로 결심했지.


 


홍길동: 그때 너네 고객인 애플 눈치는 보지 않았니?


 


임꺽정: 우린 애플을 잘 몰라. 사실 고객이라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졸라 안 좋은 감정도 있다. 이건 그냥 시중에 떠도는 비밀인데 말이지. 믿어도 돼.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전에 말이지. 그러니까 2007년 이전 일이야. 애플은 다른 나라 제조사한테는 다 찾아가서 특허 라이선스를 받았다더군. 예컨대 ‘우리 휴대폰 만들거예요. 우린 햇병아리이니까 도와주세요. 특허 로열티 줄게요. 로열티는 좀 싸게 쳐 주세요.’ 말이지. 그런데 삼성전자한테는 찾아오지 않았지. 아니 세상에 우리 삼성전자로 말할 것 같으면 모바일 분야 세계 특허 1위 아니겠어? 자존심이 너무 상했지.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면 당연히 찾아와서 로열티 협상을 했었어야 해. 그래도 우리는 참았어. 우리는 고객한테 함부로 소송 거는 짓은 하지 않거든. 그래서 까짓껏 우리도 당한만큼 갚아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우린 애플 눈치 보지 않고, 애플이 만들어 놓은 길을 애플보다 더 빨리 달려서 추월하기로 마음 먹었지. 미친듯이 달려서 ‘애플풍’ 제품들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하는 비즈니스 전략이야.


 



 


홍길동: 사실 뭐 삼성전자의 이런 비즈니스 전략은 ‘돈’의 관점에서는 성공하기는 했지.


 


임꺽정: 그래 삼성전자는 눈부시게 성공했어. 정말 대단했어. 현기증이 다 나네. 2년만에 스마트폰 시장의 세계 1위(출하량 기준)가 됐지. LG전자 봐봐. 걔네들은 애플이 만들어놓은 길로 신속하게 들어가지 않고 뜸을 들였지. LG전자는 애플과 소송하지 않아서 좋겠지만, 시장에서 잊혀졌잖아. 그런데 정말 LG전자는 어디로 갔지? 아이폰을 디자인이 좀 좋은 ‘휴대폰’으로 인식하고는 더듬더금거리던 사람들은 아직도 문책 당하지 않고 잘 살고 있나 몰라. 노키아도 애플을 우습게 봤지. 자기 운영체제 ‘심비안’을 고집하다가 늦었잖아. 노키아는 앞으로도 계속 적자야. 우리는 애플을 우습게 보지 않고 높게 평가해. 우리는 애플이 만들어 놓은 길을 애플보다 더 빨리 달려서 추월한다니까. 이게 삼성전자의 전략이었다니까.


 


홍길동: 그렇지만 기업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니?


 


임꺽정: 비즈니스 전략은 나름 괜찮았는데, 특허전략은 좀 엉성했던 거 같아. 많이 창피하긴 하다. 애플을 우습게 본 경향이 없지 않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동참하는 순간 애플과의 소송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삼성전자 특허를 과신했고 애플의 특허를 수준 낮게 봤다는 점. 그 당시 우리 분석에 의하면 아이폰 특허라는 게 별것 없었으니까. 어쨌든 삼성전자는 비즈니스를 얻었고, 애플은 승소판결을 얻었으니까, 피차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화해를 하는 게 어때?


 


홍길동: 싫어. 우린 이 소송을 좀 더 즐겨야겠어. 우리가 화해할 이유가 뭐지? 애플은 지금 매우 유리하단 말이야. 소송을 통해 애플이 위험에 처한 시장은 한국밖에 없어. 여차하면 한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고 말이지. 사실 우리의 ‘정의를 위한 투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라고. 구글에게도 ‘위협’과 ‘불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거야. 애플은 안드로이드 제조사와 구글 사이를 갈라놓을 거야. 다 알면서 왜 그래? 물론 삼성전자는 “구글+알파”가 있지. 알파는 외관을 너무 베꼈다는 사실이지. 그게 우리를 더욱 분노케 했어. 지금까지의 소송은 그 알파에 대한 응징이었다고나 할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전자를 불안하게 만들거란 말이지. 너희 정말 안드로이드가 불안하지 않니? 그 불안은 적어도 윈도우 8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해. MS랑은 서로 섬세하게 눈을 맞췄거든.


 


임꺽정: 윈도우 8?


 



 


홍길동: 그래 너희는 안드로이드 사용 대가로 로열티를 구글이 아닌 MS한테 주잖아? 안드로이드는 더 이상 무료가 아니야. 그럴 바에야 안드로이드가 아닌 MS를 선택하는 게 좋은 방법 아니겠어? 우리는 토끼몰이식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야. 이미 퇴로는 확보되어 있잖아?


 


임꺽정: 사실 끔찍했던 옴니아의 기억이 아직 잊혀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나도 이 특허전쟁의 거대한 출구가 윈도우 8이라는 정도는 알아. 그래서 미국에서 패소평결을 받고 주가가 폭락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서 삼성전자는 윈도우8 제품 “아티브”를 선보였지. 새로운 갤럭시노트와 함께 말이지. 그게 삼성전자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라고 보면 돼.


 


홍길동: 애플과의 공존을 위해서 MS로 가자. 그게 삼성전자와 애플의 위대한 협상전략 아니겠니? 만일 삼성전자가 MS의 윈도우폰을 주력으로 삼으면, HTC도 따라가지 않겠니? 물론 노키아도 있지. 어차피 안드로이드 최적화는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의 몫이 아니겠어? 미래를 더 이상 불확실하게 만들지마.


 


임꺽정: 좋은 이야기야. 사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다음에 안드로이드가 꺼림직하긴 해. 게다가 애플이랑 피곤한 소송을 계속해야 하고. 그래도 이게 시간이 걸리는 거잖아? 윈도우8이 성공할지도 모르고 말이지. 소송의 규모를 줄이는 것은 어떨까? 애플에게 유리하고 애플이 먼저 제기한 미국재판과, 삼성전자가 먼저 제기했고 표준특허에 대해서 다소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판례가 있는 독일재판만을 남겨 두고 나머지 7개국가 소송을 일거에 취하하는 거야. 이건 좀 어떨까? 대신 윈도우8도 열심히 마케팅할게. 대신에 우리의 주력 제품은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에 대해서는 새롭게 소송을 걸지 말아다오.


 


홍길동: 소송은 삼성전자가 규모를 키워놓고 이제와서 그 규모를 줄이자고 하니 어이 없다. 어쨌든 그건 좀 나름 합리적인 생각인 것 같군. 그렇지만 소송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니까. 이 소송의 진짜 표적은 구글임을 만천하에 드러낼 거야. “컴온 구글!” 구글을 향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니까.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이 젊은 친구들이 철들었는지 아니면 아직 멀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갤럭시 S3와 갤럭시노트에 대해서도 소송을 건다. 구글은 도둑질했으니까 그 대가를 치뤄야 해.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중에서 아이폰을 베낀 기능을 바꾸기 위해 구글은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한단 말이지. 자기 OS를 쓰지 않는 삼성전자의 비애는 십분 이해 가지만, 모토로라나 HTC보다는 너희가 소송상대로는 안성맞춤이고, 이렇게 우리가 유리할 때 강하게 몰아붙여야 삼성전자가 윈도우폰을 좀 더 중시하게 된다든지, 혹은 좀 더 모습을 바꾼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X”의 출시가 빨라지지 않겠어?


 



 


임꺽정: 애플은 비겁해. 구글과 직접 대화해서 담판을 지면 안 되겠니?


 


홍길동: 너도 알잖아. 구글은 겁이 없고 기존의 권위를 무시하는 개싸가지 유전자를 갖고 있잖아. 대화를 해서 어떻게 화해를 할 수 있겠어? 만일 어떤 똑똑한 중재인이 OS의 50개의 기능을 잘 정리해서 ‘이건 애플 거’, ‘이건 구글 거’, ‘이건 누구나 거’ 이렇게 명확하게 합의할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모를까. 예컨대 오바마가 나서지 않는 이상 일괄타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구글과 애플이 직접 붙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 그건 수습이 안 되는 싸움이라서 말이지. 서로 총탄도 너무 많고, 미국산업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너무 크고 말이지. 미안하다 삼성전자.


 


임꺽정: 그래도 애꿎은 제조사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야말로 염치가 없는 짓이라니까. 정말 구글과 정면으로 싸울 가능성은 없는 걸까?


 


홍길동: 너희가 염치를 말하면 안 되지? 혹시 모르겠어. 구글과 애플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정치적인 개입을 부르고 그것 때문에 더 잘 협상으로 타결될지도… 어쨌거나 애플은 지금 구글과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조사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야. 구글과 제조사들 사이를 갈라놓는 거지. 이런 애플의 비타협적인 모습은 현재 애플과 싸우지 않는 제조사들, 예컨대 LG전자나 팬택, 소니, ZTE 같은 군소 안드로이드 제조사에게도 메시지를 던지는 거야. ‘안드로이드는 어쩐지 불안하다’라고 말이지.


 


임꺽정: 다른 제조사들은 삼성전자와 HTC를 보고 학습하고 있어. 애플과 소송을 크게 한번 하니까 오히려 성공하더라.. 라고 말이야. 그런 메시지는 전혀 먹히지 않을 거야. 오히려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안드로이드 최적화를 시도할 걸. 먹히지 않을 전략이라고 괜히 시장만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 말라구.


 


홍길동: 잘 먹히지 않아도 좋아. 사실 비즈니스는 상당부분 심리야. 불안감만 주면 돼. 그리고 윈도우8의 성공여부를 살펴보는 거지. 만일 삼성전자의 새로운 윈도우폰 ‘아티브’가 성공하고 노키아의 루미아도 함께 성공하면,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는 선택을 강요받겠지. 그 정도면 충분해. 어쨌거나 애플의 목적은 구글과 제조사들을 이간질하는 거니까.


 


임꺽정: 애플은 무슨 피해망상증이라고 걸렸니? 왜 그렇게 구글을 싫어하는 거야?


 


홍길동: 애플은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좋아해. 메시지를 디자인하지. 이것도 일종의 미니멀리즘 미학이야. 이 메시지는 “도둑질은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거야. 너도 알잖아?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훔쳐간 장물이라는 거야. 정의는 쉽게 타협해서는 안 돼.


 



 


임꺽정: 삼성전자도 냉정하게 대응하는 게 좋겠어. 메시지 디자인도 벤치마킹의 대상이야. 그럼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디자인하지? ‘카피캣’이라는 것은 애플이 우리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기 위한 디자인전략일지도 모르겠군. 좀 거창하지만 “삼성전자는 인류를 위해 혁신을 다양화한다”라고 해볼까? 우리는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또 신속하게 모델 변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 여기에다가 윈도우 진영의 대표주자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나름 괜찮은 메시지 디자인 같군. 어쨌든 갤럭시 S3까지 공격하는 애플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세를 해야겠는데 고민이야.


 


홍길동: 너희도 새롭게 소송을 제기하고 한번 더 키워 보지 그래?


 


임꺽정: 우리 특허무기고에 잔뜩 있는 어떤 특허를 쓸까 고민이야. 그런데 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애플에 말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히려 업계 1위를 차지한 상황에서는 소송보다는 뭔가 다르게 행동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특허팀이랑 선임한 변호사도 신뢰가 가질 않고. 괜히 소송을 키웠다가 또 지면 체면도 말이 아니고. 재판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켜야 하는데 말이야. 합의는 물 건너 간 것 같고 말이지. 그래도 갤럭시 S3에 대한 소송은 디자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특허여서 다행이야. 그건 삼성전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한테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한 구글탓이라니까.


 


홍길동: 그래. 애플의 진정한 공격 대상(구글)과 실제 소송 대상(삼성전자)이 일치하지 않아서 협상이 여의치 않은 거야.


 


임꺽정: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과 힘을 합쳐서 맞서야할 거야. 슬로건은 ‘애플은 혁신의 적’이라고 말이지. 이 슬로건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단합을 불러올 것이고 소비자의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고, 게다가 혁신하면 애플이었는데, 이것을 역전시킬 수 있으므로 아주 요긴할 것이라고 생각해. 학자, 저널리스트, 통신사, 블로거, 유통업자를 모두 가동해서 애플을 공격할 거란다. 이건 삼성전자 혼자만의 몫은 아니니까. 어쩌면 삼성전자는 진지를 쌓아서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 맞서서 장기전에 돌입하는 게 현명한 일일 것 같다.


 



 


홍길동: 애플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아니야.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아. 시장점유율이 그저 30~40% 정도만 되도 대박이지. 우리가 너희를 추방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오해하지 말아줘.


 


임꺽정: 그건 충분히 알지만,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 “썩은 사과” 이데올로기를 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거야. 이건 삼성전자만의 공격이 아니라, 전체 안드로이드 진영의 반격이니까 말이지.


 


홍길동과 임꺽정의 2차 술자리는 여기서 끝. 다음 이야기는 3차에서 이어진다.


 


정우성

트위터 : @hanaes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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