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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9. 05. 수요

우아킴

 

 

 

 

다음은 2012년 9월 2일 오전 9시경에 배포된 기사이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2030 여성들의 지지율이 낮다며 그 해결책을 박근혜 측근들이 고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2030 여성 표심을 잡아라...'일하는 여성'에 초점(링크)

 

 

 

 

 

기사 중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등장한다.

 

 

 

 

 

"핵심 측근 중에는 "2030 여성 세대가 박 후보를 안 좋아하는 걸 보면, 잘난 여성을 질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창의적이지 않은가? 어디 심리학과 교수 하나가 박근혜 캠프에 붙었나보다. 유권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을 읽기 위해 심리학 전문가를 초빙할 수 있지않나.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애 많이 쓰신다. 2030 여성으로부터의 지지율은 낮다고 하고, 어떻게 올려야할지는 모르겠고 해서, 이 사태에 대한 원인을 2030 여성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박근혜 후보님의 "훌륭함"으로 귀결시키는 이 아부스럽고 듣는 자를 만족스럽게하는 대답. 미국에서 박사하시는 동안 배운게 그거 뿐일테니 납득은 된다. 그런데, 다소 민망하다. 딸랑딸랑 소리가 모니터를 뚫고나와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노골적이라 손발이 오그라든다.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대선주자 캠프에서 어떻게 하면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것 같으니, 2030 여성에 해당하는 개인으로서 좀 도와드리려고 한다. 해결책을 찾기위해서는 일단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순서일 것. 내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내가 2030 여성세대를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우리가'라는 말 대신, '내가'라고 하겠으며, 다음에 나열하는 이유 역시 사견임을 감안하기 바란다.

 

 

 

 

 

내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서 그녀를 좋아할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매력'을 찾을 수 없다. '매력'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요소가 구성한다. 외모, 지성, 언변, 스타일, 가치관, 통솔력, 성격, 열정, 창의성 등 정확하게 끄집어 낼수는 없더라도 다양한 변수들이 조합하여 매력을 창출해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끌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나는 박근혜 후보에게서 내 마음을 끌 만큼의 날카로운 지성미나 속을 시원하게 만드는 언변, 탄탄한 논리, 일관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정치활동, 세련된 스타일, 나의 뇌세포를 자극하는 흥미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또는 자기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씨, 대화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려깊음 등등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단 하나도. 물론 어떤 사람이 매력이 없다고해서 싫어하지는 않는다.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저 무색무취의 맹탕처럼 개성이 없기때문에 특별히 관심가고 호감을 느낄만한 꺼리가 없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다만 호감이 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1998년 정계 입문 후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관찰된 그녀의 정치인으로서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오히려 비호감을 느끼고 신뢰를 줄 수 없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정치인은 최소한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적 소신이 있고, 이에 따라 일관된 발언과 정치적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상식 선에서의 기대치다.

 

 

 

 

 

또한 이러한 행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유익을 끼치는 방향이어야 하며, 현재의 대한민국을 파악하는 관점을 제공하는 올바른 역사의식과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적 안목, 뚜렷한 가치관, 추진력 또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개인이 청렴하고 본보기가 될 만큼의 훌륭한 성품을 소유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라 치더라도, 민주사회의 대통령으로서 준법의식이 있고 비판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토론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능력은 최소한의 기본적 자질이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흡사 '덤앤더머'를 방불케 했던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와의 토론을 보면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공부를 안 하는지, 얼마나 정책 연구도 안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의 동생인 박지만의 삼화저축은행 로비 연루설에는 “본인이 아니라 밝혔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며 조사가능성조차 일축해버리는 초법적 지위를 드러냈다.

 

 

 

 

 

안철수 지지율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대답한다던가, 각 지역구에 별 관심이 없는지 지원유세를 다니는 곳마다 대본을 외우듯 같은 말을 반복한다던가, 5.16 군사정변을 구국의 혁명이라 우기는 시대착오적 발상 등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뉴라이트 모임에 가서 축사를 하며,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한나라당의 길은 다르지 않다"고 발언한 것, 또한 뉴라이트 교과서를 극찬한 행보는 그녀가 친일이 아닌가 강력한 의심을 갖게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정국" 때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한다"는 아무런 의미없는 발언을 반복했을 뿐이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부패에 대해서도 국민의 답답한 심정과 울부짖음을 대변하기는 커녕 어디 숨었는지 그저 죽은듯 말을 아낄 뿐이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독도는 한국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이 그것을 인정하면 깨끗이 해결된다."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해서는, "노사가 서로 대화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는 마치 초등학생이 일기의 마무리 문장으로 사용할 법한 발언을 하였다. 이 모든 그녀의 모습은 단 한 개의 낱말로 귀결된다.

 

 

 

 

 

"무능함"

 

 

 

 

 

무능한 여성은 잘난 여성이 아니다. 작년 2월에 한국갤럽이 자체조사해서 발표한 박근혜 지지이유 목록을 보면, "여성이라서"와 "아버지가 훌륭해서"가 각각 1, 2위(총 28%)를 차지했다. 그녀가 전혀 노력하지 않은 조건인 성별과 아버지가 그녀의 지지기반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박근혜 개인의 무능과 개성의 결핍을 반증한다. 여기에 "없다. 모르겠다"는 응답 12.3%가 더해지면, 전체응답의 거의 반에 해당하는 40.3%가 그녀가 단지 여자로 태어나서, 박정희의 딸로 태어나서, 그리고 왜 지지하는지 모르지만 지지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유로 집권여당 대선주자로 당선될 수 있었다는 현실이 코메디인데, 당사자인 박근혜 후보 캠프 측에서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는지 모르겠다.

 

 

 

 

 

 

 

 

 

 

박근혜의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독재자로 국민들 쌀밥을 먹게 해주었는지 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고마움이 피부에 와닿지도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며 생색내는 것 자체가 상당히 구차하게 느껴진다. 박정희 독재정권 당시에 경제발전을 한 것이 오로지 박정희 덕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경제발전이란 같은 시기 세계경제의 호황 또는 불황과 궤를 같이할 수 밖에 없고, 또한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어떤 한 지도자의 공덕 때문이라는 주장은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다. 박정희의 공적을 치하하며 감사해하는 사람들의 말을 볼 때마다 "위대한 수령님"을 연호하는 사람들의 그림이 겹쳐져 거부감이 밀려온다. 저열한 자존감때문이 아닌 이상, 각종 언론매체와 선전을 동반한 세뇌에 가까운 공작의 결과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박근혜가 개인적으로는 무능한데, 다만 유명한 아버지의 후광을 힘입어 인기정치인이 되고 대권에 도전하는 이 사태만큼 구시대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 본인의 실력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가? 아버지를 잘 만나서, 남편을 잘 만나서 성공하는 여자가 되는 것은 나의 세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정확하게 반대된다.

 

 

 

 

 

당연히 여성도 자기 일을 가지고 능력을 펼쳐야한다고 교육받았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엇무엇을 했다라는 말 자체가 구식 사고방식이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와 같은 말은 인격모독적인 말이다. 그런 나의 가치관에서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하고 다만 손을 흔들며 미소짓는 것만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사람은, 그 나이에도 독립을 못한, 진취성이 결여된 지극히 수동적인 한 개인으로 비춰질 뿐이다.

 

 

 

 

 

이러한 박근혜가 2030 여성들에게 어떤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나? 무슨 본보기가 되며 무슨 감동을 줄 수 있나? 박근혜는 부모가 물려준 유산을 관리하는 것 외에 어떤 직업을 갖고 자신의 능력대로 생산이나 연구를 해본 적이 있는가? 박근혜는 자신이 믿고 있는 정치적 입장 또는 사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치열하게 쟁취한 적이 있는가? 그녀의 신념은 대체 무엇인가? 그녀의 사상은 무엇인가? 그런게 있기는 한가?

 

 

 

 

 

박근혜 캠프에서 2030 여성의 표심을 잡고 싶다면 이러한 의문에 답해야한다. 잘난 여성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 아니라, 나는 박근혜의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르겠고 그녀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가치관이 나의 가치관과 너무도 이질적이어서 지지할 수가 없다. 이토록 나와 다른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내가 동의하고 수긍할만한 정책을 펼거라는 기대를 가질 수 없다. 박 후보의 캠프에서는 그들의 능력껏 분석을 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박 후보 캠프가 2030 여성 표심에 대해서는 포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뭐 어짜피 표도 얼마 안 될텐데 굳이 애쓰지 마시라. 십몇년을 정치인으로 있으면서 보여주지 못한 능력이 몇 개월 안에 갑자기 툭 튀어나올리도 만무하지 않은가. 본인 주변에서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자들과 박근혜 후보가 다만 여자이고 다만 박정희의 딸이어서 지지하는 자들에게 집중하시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어짜피 전체 유권자의 30%에 해당하는 득표만 얻으면 되지 않은가.

 

 

 

 

 

 

 

 

 

 

화이팅하시길 바란다.

 

 

 

 

 

 

 

 

우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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