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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1.

 

북한을 바라볼 때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북한을 근대 이후의 정상적인 통치체제를 갖춘 나라라 생각하는 것이다. 근대 이후의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순간. 북한은 이해하기 힘든...아니, 도저히 ‘국가’라고 할 수 없는 ‘불량집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300년 후로 되돌린다면, 북한은 지극힌 보편적인 국가란 걸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왕정국가이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과도한 숭배와 우상화 작업은 절대주의 왕권 시절에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권력의 정당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왕권신수설을 들고 나오고, 허례허식에 찌든 수많은 전통과 이념들을 생산해 낸 이유는 모두 다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주입하기 위한 방편이었다(왕정 시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거대한 조형물들을 건축하는 모습 또한 지금의 북한과 똑같다. 북한의 대형 조형물 제작은 이미 세상이 인정하는 수준으로 ‘만수대 해외 사업부’는 김일성 3대의 우상화를 위해 활약하는 걸 뛰어넘어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로 파견돼 외화벌이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역시도 봉건 잔재, 절대왕정 시대의 그것을 고스란히 따라 하는 모습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정국가라면 상식처럼 여겨지던 모습이다. ‘수령’, ‘지도자’를 ‘왕’으로 바꾸면 모든 게 쉽게 이해된다. 이미 ‘백두혈통’이라는 말은 북한 법에 박혀 있다(김정은 시대에), 이는 북한 정치체제의 중심이 김일성을 시조로 한 왕조 국가란 걸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전제 2.

 

2012년은 동북아시아 4국을 하나로 묶을 기념할 만한 해이다. 일반인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 해를 기점으로 동북아시아 4국은 2세 정치, 소위 말하는 ‘태자당’에 의한 정치가 시작된 해이다. 이는 우리 사회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4국 국민들에게는 ‘불행’이 될 수도 있는 전조라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태자당에 의한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정권을 잡았다. 박근혜도 아버지의 위광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아베 신조 역시 화려한 집안...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아버지인 아베 신타로도 유명하지만 넘어가자, 외할아버지가 워낙 쎄니) 위세를 등에 업고 다시 한번 총리가 된다. 그리고 중국은 태자당의 필두라 할 수 있는 시진핑이 중국의 권력을 휘어잡게 된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는가? 이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좀 더 파고들면, ‘만주’가 나온다.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 산업개발 5개년 계획"을 만들어 만주국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인물이었고,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에서 미래의 황군을 꿈꾸고 있었으며,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항일 무장투쟁을 하고 있었다(보천보 전투의 진위나 김일성 사망설 등을 모두 배제하고, 대외적인 주장만을 보자). 시진핑은 더 말할 것 없는 태자당(太子党 : 대장정, 국공내전, 항일투쟁을 한 중국 공산당 초창기 핵심 멤버의 후손들) 출신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모두 ‘태자당’이다. 부모의 위광을 유산 삼아 권력을 잡은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이 태자당 출신 중 유일하게 국제무대에 나오지 못한 것이 김정은이란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김정은은 ‘태자당’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항일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김정일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면, 버선발로 뛰어나오던 것이 중국이었다. 물론, 1970년대, 1980년대 초반 중국의 국제정치학적인 배경도 생각해 봐야 하지만, 그 이전에 북한과 중국은 전쟁을 같이했고, 군사동맹을 맺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더해 아버지 세대의 기억까지 더해진 것이다. 김정일도 태자당이다. 김정일이 태자당이면, 김정은도 태자당이지만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됐다. 아니,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것까지는 이해범위 안이지만, 중국마저도 김정은을 버린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중국은 우회적인 루트를 통해(직간접적으로) 북한의 정치 지도체제에 대한 비판과 압력을 북한에 전달했다. 중국이 원하는 이상적인(?) 북한의 지도체제는 자신들과 같은 집단지도체제이다. 독재를 하더라도 자신들과 같이 사회주의의 흉내는 최소한이라도 연기하라는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 4명의 지도자들은 약속한 듯 정치적으로 우 ‘편향’으로 정치 행보를 잡았고, 그 수단으로 민족주의와 외교적 강공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 ‘태자당’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글을 쓰고 싶다. 1930~40년대에 활동한 선조들의 유산을 등에 업고 정치 일선에 나선 이들 중 민주주의 체제인 한국과 일본을 주목해 봐야 한다. 박근혜의 경우는 이미 그 정체가 밝혀졌고, 아베 신조의 경우도 우경화로 나아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비민주적이며 권위적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시진핑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예 무대로 나서지도 못한 김정은은 논외로 치겠지만, 어쨌는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1940년대 이들의 선조가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경제위기와 뒤이은 제국주의 전쟁에 의한 침략 때문이다. 그 시절의 유전자가 다시 한번 전면에 나온 것이다. 경제위기와 사회의 우경화가 다시 한번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기우일까?)

 


전제 3.

 

김정일이 죽기 전에 김정은에게 남겼다는 유훈(遺訓)을 보면, 북한의 향후 정치 방향과 김정은의 ‘취약점’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말하는 '10·8 유훈'(김정일이 죽기 한달 전인 2011년 10월 8일과 사망하기 이틀 전인 12월 15일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에게 했던 말을 정리한 유훈)은 한 마디로 김정은 체제의 로드맵이 될 수 있다. 40여 개 항목으로 된 이 12쪽짜리 문서에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① “6자회담을 우리의 핵을 없애는 회의가 아니라 우리의 핵을 인정하고 핵보유를 전 세계에 공식화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하며 제재를 푸는 회의로 되도록 해야 한다”

 

② “중국은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국가지만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될 수 있는 나라이다. (중략)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③ “김정남(김정일의 장남)을 많이 배려해라. 그 애는 나쁜 애가 아니다. 그의 애로를 덜어주어라.”

 

④ “국제 제재 풀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한다. (중략) 6자회담을 잘 이용하라.”

 

⑤ “김씨 가문에 의한 조국 통일이 종국적 목표.”

 


북한의 상황인식이 잘 드러나 있는 유훈이다. 김씨 가문에 의한 조국 통일이 궁극적 목표란 건 다시 말해 백두혈통의 유지를 말하는 것이다(그들의 역량으로 지금 적화통일을 말할 수 있을까?). 6자회담을 핵 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핵보유 인정을 받기 위한 것으로 활용한다는 대목과 경제제재를 풀 지렛대로 6자회담을 바라본다는 대목을 보면,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생뚱맞게 등장한 ‘김정남’에 대한 이야기. 40여 개의 유훈 중 김정은 신격화를 위해 그의 모친인 고영희(2004년 사망)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을 제외하면 권력 승계나 향후 정치 노선, 이후의 유언집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한 ‘개인’을 부탁하는...진정한 의미의 유언은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전제 4.

 

사건 진행 상황. 즉, 말레이시아에서 남자 4명, 여자 2명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암살을 시도했다는 것(혹은 7명이라는). 부검결과에 대한 정보, 북한 대사관이 시신 인도를 요청한다는 것 등등 사건 자체의 실체파악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를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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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대군인가? 아니면 연남생(淵男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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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대군 이제(李禔)는 죄가 있어서 폐출되어 밖에 있는 것은 천자께서도 아시는 바이나, 단지 늙은 부모가 있는 연고로 혹시 시속 명절이면 불러서 와보게 하오. 이제 있는 곳이 겨우 강물 하나 격해 있으면서도 천사(天使)를 와 뵙지 못함은 제가 모두 자소(自召)한 것이오. 이제 마침 효령이 술을 따라 올리는 것을 보고 그 말씀을 하는 것이니, 괴이쩍게 여기지 마시기를 바라오."

 

- 조선왕조실록 세종 1년 9월 9일의 기록 중 발췌


 

상왕으로 물러앉은(세종 4년까지는 실질적으로 태종이 나라를 다스렸다) 태종이 중양절을 맞이해 양녕대군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기사이다. 다들 알다시피 양녕대군은 태종의 첫째 아들로 세자 자리에 있다가 그 자신의 비위와 세종의 견제(세종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위인전에서처럼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린 게 아니다)로 후계자 자리에서 낙마하게 된다. 보통 이런 경우 폐서인이 돼 사약을 기다리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양녕대군은 태종의 아픈 손가락이고(태종이 참 아꼈다), 왕이 된 세종은 너무 착했다. 덕분에 양녕대군은 일생을 부족함이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그의 일생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말이 있는데,

 

 “살아서는 왕의 형이요, 죽어서는 부처의 형이다!”

 

사냥한 짐승을 들고 동생인 효령대군이 거처하는 절로 들어가 술추렴을 하며 내뱉은 말이다. 살생을 금하는 절에 들어가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인 것이다. 만약 그의 동생이 세종이 아니라면, 그는 죽어도 벌써 죽었을 것이다. 세종의 손자인 성종이 그의 형 월산대군을 제치고 왕이 됐을 때 월산대군이 했던 처신과는 정반대의 처신(그것이 고도의 정치적 책략일 수도 있겠지만)을 보여 준 양녕대군. 그의 모습은 김정남의 그것과 비슷하다.

 

왕이 되지 못한 김정남의 기행들을 보면서 문득 양녕대군이 떠올랐지만, 외신들의 모습을 보면 김정남은 양녕대군이 아니라 연남생의 모습이다.

 

아버지 연개소문의 뒤를 이어 고구려의 실권을 잡았지만, 동생들과의 권력투쟁에 밀려 고구려를 탈출 당나라로 넘어가 당나라 군대의 길잡이가 된다(마침 나이도 똑같다. 연남생은 46세에 죽고, 김정남도 1971년생이니 46세다).

 

김정남의 기행, 그리고 ‘망해가는 나라’에 갈 생각이 없다는 파격적인 발언, 장성택 처형 직후 ‘장성택의 모습은 장래 김정은의 모습’이라고 말한 대목 등을 보면(이 역시도 ‘썰’로만 전해지는 이야기지만) 김정남이 뭔가 ‘의도’가 있는 듯이 보였다. 우리는 표층적인 모습만으로 김정남의 북한에서의 위치나 그의 성향을 생각하지만, 그 이면을 더듬어 봐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 게, 북한의 사회 구조와 중국의 생각, 그리고 김정은의 카드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북한의 사회구조

 

2002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일인데, 탈북작가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하러 갔던 일이 있었다. 부부가 같이 탈북 한 케이스인데, 식사하는 내내 아내 되는 이가 밥상머리 뒤에 서서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식사 시중을 드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불편해 몇 번이나 같이 식사하자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언제나,

 

 “이게 편합니다.”

 

였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건 탈북작가 집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가부장적인 국가이다. 물론,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이런 가부장적인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그들의 사고 체계 안에는 가부장적인 습성이 주요한 판단 준거가 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북한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 70~80년대 사고체제 속에 살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20대 후반(지금은 30대 초반이지만)의 새파란 젊은이가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정일처럼 후계수업을 수십 년간 받은 것도 아니고, 자신의 조직을 갖출 틈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다 떠나서 유교의 종법 체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3남이 자리에 앉았다는 것 자체가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왜 핏덩어리 셋째를 내세우는 걸까? 이는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했는데, 자신의 물리적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김정은은 안간힘을 다 썼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 ‘아홉명의 뱃사공’이다. 2008년도, 그러니까 김정일의 건강이 크게 악화된 시점에 제작된 이 작품은 2012년, 그러니까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직후 여러 번 방영된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사공 할아버지(곰나루 사공)와 그 손자인 바우가 배를 몰고 가는 과정이다. 바우는 나이가 어린 사공이라 무시를 받지만, 할아버지의 핏줄이고, 그 기술을 전수받아 사공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폭풍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사람들은 나이 어린 바우를 무시하고, 바우의 지시를 따르지 않다가 배가 난파하게 된다. 결국 젊은 사공의 말을 따르지 않아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 이어진다.

 

메타포...메타포로 보기에도 유치하지만, 대놓고 정치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핏줄인데, 부자 관계가 아니라 조손 관계로 설정한 건 김정은이 김일성 흉내를 내는 것에서 이유를 찾으면 되고(이제 김일성 초상화는 김정은 얼굴을 기초로 해서 그린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고 말을 따르지 않으면 외세의 침략(폭풍)으로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 늙은 뱃사공이 인정했으니 그 실력은 보증됐다는 확언까지...김정은은 자신이 어리다는 것과 후계구도의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그의 기억 속에는 큰 형의 모습이 어른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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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중국과의 관계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 할 수 있는 북한의 내부사정을 100% 다 확인할 수 없기에 단편적인 정보들을 취합해 이를 추론해 볼 수밖에 없다(국정원 기밀자료에 접근할 수도 없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 것이 중국이다.

 

비밀의 조직이나 집단을 추적할 때 가장 유용한 방식이 ‘돈의 흐름’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중. 아니, 전 세계에서 북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송유관을 막거나 압록강 변에 걸려 있는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의 한쪽을 막는 순간 북한은 말라 죽는다.

 

중국이 경제제재에 참여하면서도 조중우의교의 통행만은 계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낮에는 한산하다가 밤만 되면 수많은 트레일러가 북한으로 넘어간다).    

 

즉, 중국은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한반도 상황을 현상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에 짜증이 나지만 한쪽 눈을 감고 북한과의 교류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사드 논란 때문에 촉발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역시 중국 도움 없이는 제조할 수 없다. 기술과 장비는 논외로 치고, 그 소재부터가 문제다.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티타늄이 필요한데, 북한에는 티타늄이 없다. 물론, 북한에 티타늄 광산이 있고, 여기서 채굴이 가능하지만 북한의 티타늄은 질이 낮아 무기급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티타늄을 수입한다. 이를 가지고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티타늄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한에 수많은 전략물자를 건네고 있다. 각종 타이어, 스테인레스강, 기계부품, 아세톤과 무기 방수유, 기계용 윤활유, 화학제조원료 등등 무기 제조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필수 전략물자를 중국이 북한에 건네고 있다. 일반인들 눈에는 보이는 무기가 아니라 아예 신경을 안 쓰지만, 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까놓고 말해 중국이 손을 떼는 순간 북한은 그들이 지탱해 온 핵과 미사일도 제대로 만들 수 없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장성택의 처형이다. 장성택의 처형을 두고 수많은 ‘썰’들이 오가고 있지만, 그가 ‘중국통’이었고, 대외 무역(특히 중국)으로 돈을 벌던 사람이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중국에 대해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건 김정일의 유훈에도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이 있기에 북한이 살 수 있지만, 그 중국을 100%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 믿었다가는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북한 권력층은 늘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통이거나 친중파인 이들에 대해 도끼눈을 뜰 수밖에 없다. 대외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되고, 경제구조도 중국에 기대지 않으면 무너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혹시나 ‘내정간섭’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내정간섭 정도라면 어떻게 뻗대 보겠지만, 권력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한다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문제는 장성택이 김정남의 뒤를 봐줬다는 대목이다.

 

장성택은 김정남의 후견인이었다. 그의 생활비를 보내주기도 했고, 해외 생활에서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장성택이 김정남을 내세워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설’도 등장했다(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남의 행보는 눈에 띄게 축소됐고, 대외적인 발언도 거의 없어지게 된다. 김정남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었기에 동생인 김정은에게 살려달라는 편지까지 보냈지만 대답은 없었다).

 

여기에 중국이 끼어든다.

 

장성택은 친중파이다. 그리고 김정남은 중국의 보호 아래 있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중국이 플랜 B로 김정남을 대기시키고 있다.”

 

이게 대표적인 ‘썰’이다. 포스트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카드로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게 계속 확장하다 혈통 문제까지 이어진다. 김정일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은 열심히 에릭 클립튼을 쫓아다니는 상황이기에 후계자 경쟁에서는 일찌감치 낙마한 상태이고, 김정은은 지금 딸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헌법에 명시된 백두혈통 중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건 김정남이다(그리고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 이 김정남을 중국이 보호한다는 건 상상의 나래를 계속 펼치다 보면 ‘좋지 않은 쪽’으로(김정은 입장으로는) 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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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김정은의 카드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김정은은 ‘지금’ 김정남을 죽일 이유가 없다(표면적인 이유만으로).

 

보편타당한 ‘상식’으로만 보자(전제왕조 국가의 상식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말한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이제 5년 차다. 후계구도 경쟁에서 김정남과 더 이상 대립할 이유도, 목적도 없다. 김정은은 이미 왕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통치가 인정되는 곳은 한반도 북쪽이 다다.

 

김정남은 중국의 비호를 받고 있는 존재다. 북한의 최대 우호국이자, 북한 정치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과의 사이를 틀어버릴 정도로 위협이 될까?

 

냉정하게 말해 김정남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상징적인 면은 분명 인정해야겠지만, 그건 북한이나 한국과 같은 특수 관계인들에게 한정된 것이고, 국제 사회적으로 봤을 때 김정남은 그저 ‘독재자의 아들’일 뿐이다.

 

그가 망명을 원한다고 하면, 두 손 들고 반길 나라는 한국 정도가 다다. 북한 체제가 흔들리던 시기, 그러니까 후계구도가 김정은으로 정리지고, 옹립된 이후 김정남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였다. 이때 손을 뻗은 게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그 결과는 중국의 분노였다. 중국 쪽의 항의는 한국 정부에 전해졌고 그 항의가 의미하는 바는,

 

 “김정남은 아직 중국 쪽에 쓸 만한 패다.”

 

라는 것이다(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중국 측이 보호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아니라면, 왜 김정남을 보호했을까? 그럼 아예 중국으로 망명을 한다면? 중국의 경우는 망명할 이유도 없고, 설사 망명을 한다손 치더라도 실익이 없다(북한과의 관계는 어쩌란 말인가?). 유럽의 경우 김정남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고(대북정보가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국의 경우 오면 좋지만, 실질적인 정보 자산 획득을 생각해 본다면 밥이나 먹여줄까 정도이다. 즉, 그 상징성을 제외하고는 쓸모가 없는 존재란 소리다.

 

김정남의 죽음을 뉴스로 접했을 때 내 첫 반응이 이랬다.

 

 “죽을 놈이 죽었네.”

 

였다. 그리고 한 참 등기소 일을 처리하다가 문득 내뱉은 말이,

 

 “근데 왜 죽였지?”

 

였다. 그의 신분 자체는(왕위 계승전쟁에서 패배한 왕자) 죽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상태이지만, 우리의 상식으론 지금 이 시점에서 죽일 이유가 없다. 김정은 체제는 겉으로 보면 공고화된 상태이고, 핵이 있고, 북극성 미사일이 있다면 외부세력의 물리적 침략은 상정 외로 돌려놔도 된다.

 

경제적인 부분은...이 대목에 대해선 잠깐 부연설명을 해야겠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로 사회주의 체제를 완전히 포기하게 됐다. 사회주의 체제의 핵심은 계획경제가 아니라 ‘배급’이다. 그러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로 배급이란 걸 포기했다. 지금 배급을 받는 건 평양 정도이다. 문제는 이 평양 전체를 다 먹이는 것도 힘들었는지, 행정체계를 개편해 평양을 축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먹여 살리는 건 장마당이다(북한에는 두 개의 당이 있는데, 하나가 노동당, 나머지 하나가 장마당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개인이 돈을 벌고, 그걸 가지고 부를 쌓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일까? 지금 북한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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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가만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언론에 나와 있는 북한의 모습을 말이다. 놀이동산을 만들고, 스키장을 만들고,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얼마 전 사고 난 려명거리 건설현장을 보라). 신기하지 않은가? 경제제재를 하면, 북한이 말라죽어야 하는데(이미 마를 데로 말랐지만), 어째서 북한은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고 한눈에 봐도 돈 쓴 티가 팍팍 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한데, 바로 ‘핵’이다.

 

김정일 체제 때까지 북한이 절대적으로 금기시했던 한 가지가 바로 군량고의 개방이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전쟁 물자를 시중에 풀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되면서 제2 경제(군수분야) 쪽 자원을 빼 민간분야에 쏟아 붓고 있다. 왜 그런 걸까?

 

(북한의 제2 경제는 제2 경제위원회가 관장하는 500여 개의 군수공장에 고용 인력만 50만을 상회한다. 제2 자연과학원은 무기를 만들고, 각 군 기관은 각각 무역회사, 농장, 목장, 수산기업소 등등의 다양한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고 미친 듯이 외화벌이를 한다. 무기수출로 한참 벌 때인 1980년대 초반에는 약 40억 불의 수출실적을 자랑하지만, 최근에는 10억 불 내외로 쪼그라들었지만, 북한 경제로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무기 수출입 말고, 군으로 돌렸던 자원을 민간경제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핵이 있는 이상 국가 방위를 위해 다른 군사 분야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아니, 절박함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북한 주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북한이 남한을 압도할 수는 없다. 북한의 1년 전력소비량이 우리나라 인천광역시 하나 정도라는 사실만 하더라도 퍼뜩 이해가 갈 것이다. 핵이 있기에 재래식 군비를 뺄 수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4강들 사이에서 이빨을 들이밀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남한과의 군비경쟁에서도 일정 수준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덤으로 대외 협력을 뽑아낼 수 있는 카드도 쥐게 됐다. 핵은 북한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힘겹다. 각종 경제 제재 덕분에 수출 루트 자체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대표적인 것이 석탄인데, 중국이 이 석탄을 제값 다 내고 사 줄까? 아니다. 판로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제 값을 다 내고 사 줄 장사꾼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은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자기 자원을 넘기고 있다. 만약 이란과 같이 국경 주변에 다른 나라가 있다면, 쓰리 쿠션으로 석유를 팔겠지만(이란은 경제제재 당시 터키를 경유해 석유를 팔았다), 북한은 그게 불가능하다.

 

까놓고 말해 개성공단의 폐쇄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중 가장 큰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압록강, 두만강 근처에는 북한 인력들이 상시 대기 중이다. 그리고 이들이 남한 사업가의 오더를 받아 물건을 찍어내고 있다. 이해가 안 가는가? 간단하다. 남한의 사업가가 인건비가 싼 북한의 인력들을 고용해 물건을 찍어내 그걸 다시 남한으로 가져와 재가공을 하든 완제품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게 ‘중국인’이다. 남한 사업가가 다이렉트로 북한과 접촉하면 이건 국보법을 비롯해 수많은 법률을 위반한 것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이란, 중국 사업가가 북한 인력을 자신의 공장에 데려와 물건을 만들고 그걸 남한 사업가가 사가는 방식이다. 즉, 중국 사업가는 브로커로 이름만 올려도 돈을 번다는 것이다.

 

즉, 어찌어찌 살림은 꾸려간다는 소리다. 김정은 최대의 카드는 ‘핵’이었다는 것이다. 핵만 있으면 어쨌든 버티긴 한다는 것이다. 핵은 김정은 앞에 쌓여있는 국제문제, 국내문제, 경제문제의 모든 ‘문제’이기도 하면서 해결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총합은,

 

 “김정은 체제는 어쨌든 돌아가긴 돌아간다.”

 

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남을 굳이 죽인 이유가 있을까? 이건 거꾸로 말해도 된다. 죽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김정남이 왜 ‘지금’ 죽은 걸까?

 

지금 상황에서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암살자가 베트남 국적이든, 정찰총국의 지령이든 상관없다. 김정남의 성향이 어쨌든 그는 그 혈통 덕에 누릴 만큼 누렸고, 그 혈통 덕분에 죽었다. 궁금한 건 그가 왜 죽었냐는 것이다.

 

개인적인 추론을 해보자면, 크게 3가지다.

 


첫째, 김정남의 ‘백두혈통’을 가지고 어떤 모략이 있었고, 이게 발각이 됐다는 것이다.

 

장성택 처형 직후 북한 지도층의 1차 탈북 러쉬가 있었다. 이후 고위층 위주로(태형호 공사의 망명부터 해서) 서서히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사회적 내구도는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봐야 하는데, 고난의 행군기처럼 굶어 죽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장마당의 허용과 시장경제의 도입(완전한 도입은 아니지만)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은 갖췄지만,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북한 지도층이 말하는 ‘사회주의’와는 점점 멀어지게 됐다. 권력의 핵심은 사회적 자본의 통합과 분배이다. 그런데 그 권력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형국에서 김정은이 빼든 카드는 ‘공포정치’였다. 이 공포정치의 끝에서 지도층의 이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 북한 체제를 탈출하는 사람도 있고, 혹은 북한체제를 바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다. 만약 후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김정남이라는 카드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매력적인 한 수이다.

 

그리고 그 카드를 꺼내기 전에 김정은이 이를 먼저 뽑아버렸다면? 한없이 망상에 가까운 생각이지만, 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김정은 체제가 작동하는 상태에서 그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고 ‘거사’를 준비하려면, 북한 내에 김정남 세력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일단 김정남은 일본 밀입국 사건 이후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고, 제대로 된 세력구축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장성택 라인이 있었을 때는 뭔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지만, 장성택 라인이 다 무너진 지금 북한 국내에 김정남에 대한 우호세력, 그리고 이를 연계해 줄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아예 북한과의 접점이 없다). 뭔가 준비를 하더라도 조직, 자금, 우호세력과의 연계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이라면,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밟아서 끄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둘째, 죽을 만하니 죽은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상당히 껄끄러워했다. 2012년 이후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2~3번의 암살시도가 있었다는 전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덕분에 김정남은 동생에게 백기 투항을 말하고, 목숨을 구걸할 정도가 됐다. 만약 중국 쪽의 비호가 없었다면, 김정남에 사망 관련 뉴스는 더 일찍 나왔을 수도 있다.  

 

김정은은 김정남에 대한 사형을 언도했고, 기회만 닿으면 무조건 죽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걸 지금까지 기다리다 ‘기회’가 닿아 그대로 죽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없다는 것이다. 북극성 미사일을 지상에서 쏘아 올린 뒤에 바로 김정남을 죽였다고, 그 정치적 함의가 더 깊어지는 건 아니다. 이미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와 평판은 바닥을 찍은 상태인데, 김정남 하나 더 죽인다고 뭐가 달라질까?

 

김정은의 이제까지의 행보, 북한의 정치 체제를 생각해 본다면 김정남은 죽어야 할 존재이다. 죽이려고 했고, 기회를 엿봤고, 어쩌다 날짜가 맞아 떨어졌고, 기회가 맞아서 죽였다.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내가 궁금한 건,

 

 “그럼 중국은?”

 

김정은으로서는 중국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두더라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일게다. 중국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서 훈풍이 불던 한중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고(그 이전 한중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도 북한과 중국이 거리는 두고 있어도 서로 외면할 상황은 아니었다), 설사 한중관계가 아무리 좋더라도 북한을 버릴 순 없다. 중국으로서는,

 

 “지금 이 상태가 좋다.”

 

라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골치 아픈 상황(혹시 모를 난민 발생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김정은을 대체할 만한 권력체제가 나와 완벽하게 북한을 틀어쥔다면 그건 고려해 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태가 좋다. 더 나아가 한반도 분단 체제가 좋다. 물론 환구시보 같은 관영 매체를 통해 은근슬쩍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김정은 체제 다음을 말하며 북한을 측면에서 압박해 보지만 이것도 경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 모든 걸 알고 있기에 김정은은 아무 생각 없이 죽였을 것이다.

 

너무 단정적으로 김정은 지시설을 말한 거 같은데, 김정남의 사망으로 이익을 얻는 이는 단 하나 김정은밖에 없기에 김정은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혹시 김정은에게 충성경쟁을 하기 위해 측근세력이 나서서 죽였을 가능성도 생각해 봤는데, 이 역시도 가능성이 낮은 게 김정은의 묵시적 동의나 언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북한이 봉건 왕조 국가란 걸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로열패밀리에 대한 처단은 곧 혈통에 대한 공격으로 보일 수 있다. 김정은이 개입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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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제3자 개입설

 

북한을 제외한, 미국, 중국, 한국 혹은 기타의 다른 세력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아무런 실익이 없다. 김정남이 죽는다고 해서 북한에 어떤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잠깐 떠돌았던 국내 개입설을 더듬어 봤지만, 북풍이란 게 선거나 탄핵 국면에 어떤 대단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형국에선 말이다. 설사 영향을 미미하게나마 준다고 쳐도 타국에서 효과도 불분명하고, 명분도 없는 이 ‘위험한 작전’을 실행할 이유는 없다.

 

그럼 우린 어쩌지?

 

 “뭘 어째? 그냥 살던 대로 살면 되지.”

 

그렇다. 우린 그냥 살면 된다. 김정남이란 존재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상징적 의미’의 존재일 뿐이다. 그의 죽음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북한 유력인사의 ‘암살’ 정도로만 다가올 것이다. 김정남이란 존재는 딱 그 정도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속사정은 어떤지 몰라도 이걸 대외적으로 어떤 ‘액션’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이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막장국가이고, 김정은은 개차반이란 건 온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다. 여기에 똥이 하나 더 얹어진 것뿐이다. 그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김정남의 죽음과 비슷한 죽음을 역사에서 찾는다면,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광해군만 봐도 동복형인 임해군을 죽였고, 아버지가 유언까지 남겼던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죽였다. 죽인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봉건 왕조 국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고, 올바른 결정이다. 김정남의 죽음은 김정은의 즉위(?!) 이후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 죽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봉건왕조체제에서 ‘왕자’로 태어난 이상 이런 최후는 각오했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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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가 디비주는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괴물로 변해가는 일본





펜더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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