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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원은 7년째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상이고, 주변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상만사 대부분에 대해 답이 심플하다. 과학적으로 실제 검증된 것은 , 아니면 거짓이거나 적어도 무기한 보류.

 

그런데 최근에 어떤개구충제 화제가 되고 있다. 주변에 말기 암환자가 있는 분들에게 구세주, 거기까진 아니라도 일말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다크호스, 펜벤다졸 말이다. 국내에서는 개그맨 김철민 등 몇몇 말기 암환자들이 복용 사실을 알리면서 유명해졌고 품귀 현상이나 판매 금지 상황도 있는 모양이다.

 

나같은 사람이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할 있을까? 사람용 아니고, 치료제도 아니라는 점을 개구충제라는 용도 자체에서 바로 확인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사람에게 쓰면 안되고 치료용으로 쓰면 안된다. .

 

이어야 같으나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우원의 생각이 그다지 심플해지지 않는다. , 과학과 의학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미묘한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목숨, 어쩌면 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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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충제 답게 개가 그려져 있음

 

저주 혹은 기적의 물질인 펜벤다졸은 미국의 티펜스(Joe Tippens) 라는 양반이 2016년에 말기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은 복용하고 완치되었다는 사례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3 복용 4 휴식, 비타민E, 커큐민(강황), CBD 오일과 함께 복용 등의 구체적 투여 방법까지 제시는 복용 방법에 대한 제법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가보실려면 여기를 누르시고. (링크)

 

단지 이런 이야기 정도로 끝났다면 세상에 난무하는 사기성 대증요법과 섞여 묻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펜벤다졸은 그런 것들과는 약간 결이 다른 면이 없지 않다. 일단 인간의 암치료에 효과가 있을 있다는 논문이 네이처 산하의 온라인 저널사이언티픽 리포트 실렸다는 점이 하나다. 비록 사이언티픽 리뷰는 네이처 메인 저널과 같은 급은 아니고 신뢰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원적외선이나 게르마늄의 효능 따위를 선전하는 광고 찌라시 수준도 아니다.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근데 여기서, 개구충제로 허가되었을 뿐인 펜벤다졸이 뭐길래 암을 치료할지도 모른다는 거냐? 넘은 벤지미다졸 계열 약물인데 기생충의 세포가 분열하거나 이동할 사용하는 마이크로튜블에 붙어 포도당 흡수를 방해하여 죽게 한다. 이런 마이크로튜블 제제라 부르는데, 복잡하게 생각지 말고 그냥 회충의 소장에 붙어서 포도당 흡수를 방해하여 굶겨 죽이는 거로 알아도 그만이다.

 

펜벤다졸이 개구충제로 탁월한 이유는 포유류에 비해 세포분열이 빠른 기생충의 튜블린 활성을 훨씬 강하게 억제할 있어서 개의 몸에는 피해가 거의 없으면서 기생충에는 타격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개의 신체에 비해 기생충을 상대로 25 배에서 400 정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안에서 기생충 세포 말고 빨리 분열하는 알려진 세포가 있다. 바로 암세포다. 점이 바로 펜벤다졸을 항암제로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다.

 

그러면 진작에 펜벤다졸 항암제가 나오지 않은 걸까?

 

일단, 벤지미다졸 계열의 물질은 인간 구충제로도 쓰고 있긴 하다. 이름도 대충 비슷한 알벤다졸이 바로 그거다. 인간의 임상 실험 데이터가 없어 티펜스를 필두로 개인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 펜벤다졸과 달리, 알벤다졸은 인체에 대한 실험 이력이 있다. 물론 구충제로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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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번 씩은씹어서먹었을 넘이 바로 알벤다졸 성분

 

그리고 의약업계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펜벤/알벤다졸이 속하는 벤지미다졸 계열 약품들의 성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는 이미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데, 림프종 계열 치료제인 벤다무스틴 성분의심벤다주라는 약이 예고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다.

 

문제는 이쪽 계열의 약들이 암세포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작용을 하기 때문에 빠른 증식성을 보이는 모든 것에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 정상적인 세포 빠르게 분열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골수세포인데 것도 공격한다. 결과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약이기적의 암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달지 못하는 거다. 항암효과가 있긴 한데 다른 항암제 대비 특별히 월등한 게 없으니 널리 쓰이지 않는 거다.

 

, 그럼 펜벤다졸도 같은 계열이라 설사 항암 효과가 있어 본들 효능이나 부작용이 알벤/심벤과 거기서 거기일 텐데 갑자기 난리냐. 역시 헛짓일 뿐일까?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펜벤다졸은 인간용 구충제 알벤다졸에서 벤젠고리가 하나 붙어 있는데 이게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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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벤다졸에 왼쪽 S() 다음에 고리가 하나 있음

 

요것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차인데, 구조식에는 탄소와 수소가 생략됐지만(원래 그런다) 왼쪽 마지막 육각형 부분을 제대로 보면 아래와 같다. 탄소 원자 6개와 수소 원자 6, C6H6 벤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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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일단 고리 하나가 .. 일은 아니다.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지만 그저 실감나게 느끼기 위해 예를 든다면 아래와 같은 경우가 있다. 둘다 알콜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오른쪽의 에탄올은 우리가 먹는 술에 포함된 알콜이다. 반면 왼쪽의 메탄올은 먹으면 실명하거나 근육이 마비되거나 죽기도 하는 무서운 물질이다. 그러나 차이는 탄소 하나 수소 뿐이다. , 이런 화학이라서 성분이 조금만 차이가 나도 어떤 거는 아무렇지도 않은 반면 어떤 거는 맹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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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들이 있다 보니, 약사 모 씨에 따르면 생체이용률과 통과 효과 등에서 펜벤다졸이 알벤다졸보다 앞선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 암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른다. 결국 제대로 확인하려면 임상 실험을 거치는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관점에서 사람이 먹는 아니고 치료제 아닌 맞다. 식약처가 지적하고 경고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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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것은 바로 말기 암환자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누구나 주변의 가깝고 거리에서 말기 암환자를 접하게 되고, 상태와 운명이라는 것이 어떤지도 겪게 된다. 말기 암환자는 소위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고, 현대 의학이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두가지의 합리적이고도 일반적인 선택이 있다. 호스피스 병동이나 집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리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끝까지 항암과 방사능 치료를 받으며 죽음과 싸우는 것이 선택이다.

 

여기서 확실히 것은, 자연치유니 대증요법이니 하며 의학적 치료를 중단한 속에 들어가 맞고 휘튼치드 마시는 적어도합리적인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말기암이 낫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되고, 자칫 관리 자체가 되지 않아 심한 고통 속에서 마지막 나날을 보내기 십상이다. 우원은 그런 과오를 범한 사람도 알고 있다.

 

그래서 만약 암과 끝까지 싸우기를 원한다면 현대의학적 접근, 화학적 항암치료와 방사능 치료를 중단하면 안된다. 그런데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존재할 있다면 그건 어떻게 봐야 하냐는 거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의학은 과학과 같은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단 현대의학의 대부분은 서양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고, 따라서 다른 과학과 아주 비슷한, 분석적이고 환원적인 방법을 통해 접근한다. 지난 100여 년간 이런 현대의학의 성과와 개가는 명백하고 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료할 없는 병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말기암이 대표적이다.

 

일단 점을 전제하고의학’, 혹은 조금 의미를 달리해서의술이라는 관점, 병을 낫게 하고 상처를 고치고 생명을 살린다는 각도에서 보면 의학은 과학과 바탕의 철학이나 역사가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해 과학적으로 작용 기제가 확인이 안되더라도 임상에서 듣는다면, 병이 낫는다면 의술에서는 그게 장땡인 거라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널리 쓰는 의약품 중에서도 화학적 작용기제를 모르는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이다. 인체 화학작용이 알려진 아스피린 계나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들과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기제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규명돼 있지 않다. 다만 임상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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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말기 암환자의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자가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그나마 논문이 나와 있고 암에 대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다는 점이 알려진 펜벤다졸 같은 약에는 도박을 걸게 되는 것이다. 펜벤다졸은 타이레놀과는 반대로 화학적 기제는 같은 계열의 약품들로 인해 비교적 알려진 상태고 임상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기에 그렇다. 죽음을 앞두고 그것과 싸우기로 결심한 입장에서는 커터칼이든 녹슨 칼이든 일단 휘둘러 밖에 없는 것이고, 과정에서의 부작용, 손가락을 베거나 칼자루가 빠지는 걱정할 겨를이 없는 당연하다.

 

김철민을 비롯해 지금 펜벤다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대개 그런 식일 거다. 이들에게임상실험이 되지 않았다라던가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지적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효과가 없음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거나 부작용이 말기암 자체보다 심한 고통과 절망을 몰고 온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기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일은 아니며, 따라서 비난받거나 규제당해야 이유도 없다고 본다.

 

한편 의학/약학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국제적으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 음으로 양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빨리 임상실험이 실시되었으면 싶고, 이를 통해 만약 암치료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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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 김에 희귀병 치료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하자.

 

미국 FDA 승인이 완료되어 미국 유럽 등지에서 정식으로 사용 중인 약이 단지 국내 승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식 처방을 받을 없는 경우들이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희귀질환 하나인 HLH(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후군) 치료제 가미판트(Gamifant) 그런 하나다. 복잡한 이름의 질병은 1990년대의 인기가수 김민우가 아내를 병으로 잃었다는 사실이 몇 달 방송을 타면서 일반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미판트를 사용해 보려면 매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승인을 받지 않은 약을 처방해줄 국내 의사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고(경험이 없는데 흔쾌히 줄리 만무하다), 어찌하여 여기에 성공한다 한들 처방전을 들고 한국희귀필수 의약품 센터에 해외 직구 여부를 의뢰해야 한다. 그러면 주를 기다린 후에 비로소약을 받을 있는지 없는지 확인 가능하다. 그런 다음에도 정식 승인이 아닌 만큼 건강보험의 적용을 일체 받지 못해 1 처방분인 10ml 자그마치 $25,192, 3천만 원을 약값으로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미판트의 경우는 펜벤다졸과는 달리 이미 FDA승인을 받은 만큼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부작용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행정적인 측면에서는 이해할 있는 일이지만 사망률이 혈액암과 진배없는 급성 HLH 환자와 가족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우원이 굳이 펜벤다졸 기사 말미에 가미판트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은 친구의 아내가 바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약을 이렇게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가족의 입장에서도 고문이나 다를 없다. 그리고 친구 외에도, 가미판트 외에도 이런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한다면 그야말로 답답한 일이다.

 

그런 심정에서 친구가 청와대 청원을 넣어놨다. 물론 일이 청와대 청원으로 신속히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나 나나 알고 있다. 다만 가미판트 건을 통해 이런 문제를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서 보다 합리적이고 조속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가 효과를 봤다고, 혹은 외국에서 허가받았다고 함부로 사용을 허락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적어도 말기암 환자나 급성 환자들에게는 예외적인 선택이 용인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과학과 의술, 행정, 사람의 목숨 등이 이리저리 얽힌 상황에서 최선의 접근은 과연 무엇일지, 펜벤다졸과 가미판트로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아래는 친구가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올린 청원 링크다. 가셔서 서명 주시길.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