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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노무현 재단 출범 콘서트 파워 투 피플

 


2009.10.13.화요일
파토

 

참 부지런해졌다. 자리에 앉아 천리를 본다며 방콕으로 일관해 온 평생, 누가 오면 그러려니 하고 가면 또 그러려니 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이렇게 나이먹어서 갑자기 취재랍시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다…

 

암튼 이번 노무현 재단 콘서트 파워 투 피플 역시 지난 봉하마을 – 영결식 – 49재 취재등등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찾아갔다. 달랑 혼자서 3년전에 누가 버린다며 던져준 구닥다리 DSLR 하나 들고서(이따 설명드리지만 이 카메라가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멀어서 차 몰고 갔다가 주차 안되서 죽을 뻔 하고, 공연 리허설도 좀 찍을 겸 해서 4시 반 도착 예정으로 출발했으나 정작 성공회대에 들어선 것은 6시. 믿었던 친한 교수님은 지방 내려가서 없고, 연출을 맡은 탁현민 겸임교수와 간단히 인사를 나눴으나 너무 바쁜 것 같아서 악수 한번 하고 그냥 내 갈길을 가기로 했다. 우리가 머 언제 딴지일보임을 내세워 백스테이지 들어가 사람들하고 아는 척 하고 인사하고… 그런 식으로 살아왔던가.

 

성공회대 입구에 붙어 있던 노란 풍선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슬픔이 에너지가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젠 슬픔을 넘어선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내 우려는 공연을 보면서 기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운동장 옆 건물에 붙어 있던 플랙카드. 이쪽 사람들은 디자인 감각이나 표현 기교가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세련되었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 따위에서 돈 들여 만드는 것에 비해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원체 작은 학교긴 하지만 공연이 펼쳐진 대운동장 입구는 시작 훨씬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웅성웅성 하는 것이 서거 직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한끝 비장함의 엣지는 있다. 이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벌써 땅거미가 내려앉은 무대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다. 생각보다 고급스럽고 큰 무대와 조명, 스크린 등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잘 생각한 거다. 명분이 중요한 공연일수록 무대나 설비, 사운드, 음악적인 면 등에서 더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 공연의 사상만 앞세우고 무대 자체가 찌질하게 느껴지면 관중의 공감대는 오히려 떨어지는 법이다.   

 

 

공연 시작 전에 누군가 박수를 받으며 들어오길래 얼른 쫒아가서 머리위로 팔 쭉 뻗고 사진부터 찍었다. 앞의 사람에게 가려서 아래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권양숙 여사인지 몰랐다는 사실… 원래 봉하마을에서 스크린으로 보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권여사는 따로 만들어 놓은 귀빈석 같은 곳에 앉지 않고 관객석 한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았다. 건강도 무척 나쁘고 비록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발걸음이었다. 박수 한참 받고 이렇게 손도 흔들고 머리도 숙이면서 밝게 인사를 한다.

 

이 글 맨 아래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돌아가는 차에 오르면서 결국 다시 오열. 하지만 이번만큼은 마냥 슬픔이 아니길.

 

 

이제 공연의 시작. 사회자의 멘트로 기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스크린의 자막을 통해 적당한 유머를 섞어가며 관중들의 관심을 끄는 참신한 방식이 도입되었다. 밑의 럽 럽 럽은 공연의 오프닝으로 흘러나온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를 관중들에게 따라 부르게 하기 위한 자막. 이 담에 긴 영어 가사는 $#~@&%^@##%^&# 같은 식으로 처리해서 관중들을 웃겼다. 이건 참으로 본지스러운 짓거리.

 

맘에 든다.

 

허나 마침 이 순간 내 고물 카메라가 다운되어 한동안 안 켜지는 바람에(원래 이런 경우도 있는 거냐?), 아래 두 사진은 웹에서 빌려 온 거고 내가 찍은 거 아니니 이해들 하시라...

 

 

오프닝 끝나고 바로 들어간 시민오케스트라의 사랑으로 연주. 좀 통속적으로 쓰여온 노래라서 별로 안 좋아하는 곡이지만(요즘 이런 음악평론가 근성을 좀 없앨려고 노력 중이다. 소녀시대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면 비웃을거냐들?) 노무현의 애창곡이었으니 여기서 연주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각종 관악기 현악기 등이 대거 등장했는데 부드럽고 깔끔하게 공연의 시작 분위기를 잘 만들어 냈다. 

 

 

사회는 또 권해효. 어쩔려고 매번 이러시는지, 지난번에 이어 또 다시 걱정. 이 분 김규항씨가 하는 고래가 그랬어 행사에도 나타났었는데 연예인 생활은 아예 청산하시는 건지?

 

 

옆의 여자분은 자주 나오는 분인데 이름을 못 들었다. 미안하다. 콘서트 관련해서 인터넷 검색해도 안 나오고... 아시는 분 리플로 달아 주시라.  

 

 

 

정식 첫 무대는 윤밴이 장식했다. 이런 행사에 참 열심히 얼굴을 들이미는 윤도현 밴드. 그 덕에 방송도 잘리고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지만, 사람이 한번 이러기 시작했으면 뚝심을 발휘하는 게 맞다. 그러나 권해효, 김제동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밥줄 걸고 이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거다.  

 

 

윤밴 노래하는 동안 배도 고프고 힘도 들고 해서 뻔데기 먹으러 슬금슬금 구석으로 갔다. 오랜만에 보는 서민적인 뻔데기 리어카와 어딘가로 걸어가며 힐긋 돌아보는 노무현의 모자이크, 그리고 한겨울같이 횡한 배경이 고인의 생전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은근히 간지도 나서 한장 찍었다. 이번 공연 사진 중 유일하게 맘에 드는 한 컷인데, 어떠신가? 

 

 

아래 마련된 객석은 물론 위 스탠드에 이르기까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가득 찼다. 차분하고도 열정적인 관객의 반응들. 연주에 대한 호응도도 높았고, 전반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였다. 나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체면이나 차리고 무게나 잡는 정신적 꼰대들은 여기에는 없음이다.

 

 

사랑합니다 ♡ 바보대통령 그립습니다 바보농민.

 

흑미로 황금들녂을 수놓아 화제가 된 전남 장성군 남면 분향리의 구재상씨가 인사를 왔다. 소박하고 수줍은 천상 농사꾼이다. 바쁜 농사일 중 이게 얼마나 큰 정성인지.

 

 

여름과 가을 내내 벼와 함께 자라난 이 거대한 글씨를 봐라. 그분도 하늘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과거 이미지와는 무관하게 은근히 이런 행사에 잘 나오는 조관우. 중성적인 음역이 라이브로 들으니 참 처연하고도 아름답다. 나중엔 선글라스를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라는 관객의 요구에 결국 굴복했다. 그런 것이 왠지 노무현과 잘 어울리지 않냐.

 

 

이해찬 전 총리가 축사를 하러 나왔다. 노무현 재단에 대한 물심양면의 도움에서 물을 특히 강조하는 그의 코믹한 모습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지 싶다. 그리고 이런 말이 조금도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그저 즐겁고도 쾌활하게 느껴지는 것은 노무현이 중심에 있는 우리들 간의 신뢰 때문이다. 나이 먹고 어디 가서 이런 느낌을 가져 본단 말이냐.

 

그러나 공연장을 내주는 학교가 없어서 고생했다는 말을 들으며 욱하기도 했다. 사실 이 공연은 정치색도 거의 없었고 노무현재단의 출범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큰 주차장과 넓은 운동장을 가진 유수의 대학들이 모두 거절했다는 거다.

 

전두환 노태우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대학 당국은 그렇다치고, 이런 것을 가능케하던 과거 총학생회의 열정도 이제는 다 없어진 걸까. 청년이 그저 눈앞의 현실만 바라보고 사는 세상.

 

씁쓸하다.

 

 

 

공연 전부터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문제의 밴드 등장. 못하더라도 드럼 기타도 직접 두들겨대는오빠밴드를 내심 기대했지만 결과는 귀여운 중창단이었다. 그래도 머 이만하면 노래도 잘했고, 비록 나중에 등장한 강산에에게 실력 면에서 크게 밀리긴 했지만 유시민의 하모니카도 그런대로 들어줄 만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기억에 제일 남는 장면은 스스로를 KBS에 있던 정연주입니다. 라고 소개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멘트였다. 나름 방송쪽에서 일했던 필자는 방송국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사장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지 안다. 그런 사람이 스스로를 KBS에 있던 이라고 낮춰 부르는 순간, 나는 그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유시민, 장하진, 조기숙, 문성근, 정연주, 이재정.

 

 

이한철 참 오랜만이다. 왜 여기 나오나 싶은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잘한다. 자칫 꿀꿀해질 수도 있는 자리에 밝고 단순하고 힘찬 에너지를 다시금 불어넣어 줬다. 근데 이날 이 양반이 무대에서 한 말 중 이런 게 있었다.

 

심장이 왼쪽에 치우쳐 있는 건, 다른 사람과 끌어안았을 때 빈 오른쪽 가슴을 서로의 심장으로 데워주기 위한 것 같아요

 

어우. 이런 식의 멘트 오랜만에 들었는데 은근히 멋있다. 앞으로 누군가를 안을 때 마다 항상 이 말이 떠오를 듯.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 김무곤 군. 촛불 등에 간여했던 죄로 경찰이 나경원 의원 사무실 간판 방화 등 온갖 거짓 혐의를 뒤집어 씌워 불법 연행해서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와중에도 체포의 우려로 추석때도 집에 못 가고 학교에서 살았다. 어머니에게는 성공회대는 좌파학교니 자퇴시켜라 는 협박까지 일삼았단다.

 

이명박 뽑은 분들아. 세상 이 꼴로 만들어 놓고는 그래 살림살이 좀 나아 지셨냐?

 

 

강산에. 전체 공연에서 연주력이나 음악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히트곡 넌 할 수 있어를 부를 때는 가사도 그렇고 관중의 큰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역시 나이도 있고 무게도 있고, 공연의 메인 무대를 장식할 만한 아티스트다. 

 

 

자원봉사로 참여해 간간히 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김제동이 결국 무대에 올라왔다.  밴드 연주하는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깐죽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하지만 결국 마이크 한번 잡지 못하고 그냥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압박이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상으로 보아 여기서 내려가자 마자 KBS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은 것 같다. 혹시 누군가가 이곳에서 그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우연에 불과한 걸까. 하긴 이러나 저러나 퇴출된 이유는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이제는 손석희도 쫒아낸단다. 한 나라를 끌어간다는 넘들의 그릇이 참... 

 

 

십수년 전 행진곡 일색이었던 때와 비교해 21세기 민중가요의 발전상을 여지없이 보여준 우리나라. 이 인원으로는 믿기 어려운 성량과 풍성한 화음에 더해 연주도 말 그대로 프로급이었다. 이 분들은 다음에 단독 공연이라도 하면 꼭 가서 보고 싶다. 중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으로 잠시 나와 같이 노래를 하기도. 

 

 

그리고는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민 합창단.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야 말로 공연의 진정한 백미였다는 생각이다. 백여 명의 시민이 무대 앞으로 나와서, 마치 미국 흑인 교회의 성가대처럼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의 공식 명칭이기도 했던 존 레논의 Power to the People을 합창했다. 와중에 종이눈도 날리고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처럼 고조되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져서 (가득 충전했음에도 불과 70장 찍고...) 아래 사진은 핸드폰으로 겨우 찍었다. 이노무 카메라는 일반 배터리는 아예 쓸 수 없는 거라 방법이 없었다. DSLR 들고는 그래도 무대 앞으로 가게 해 주더니 핸드폰 들고 가니까 아예 못 가게 막더라.

 

 

공연을 전체적으로 보고 느낀 것은, 재단 출범을 계기로 이제는 노무현을 잃은 슬픔보다는 노무현의 정신을 기리는 밝음으로 그 정서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전적으로 옳다. 사람이 슬픔과 한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고, 그러다가 보면 결국 병이 나게 마련이다. 병든 마음과 몸으로는 결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니 무조건 밝아야 한다. 하지만 엣지있게.

 

그리고 공연 동안 물심양면 중 물적 지원에 대해 여러 번 강조되었는데, 사실 이거 중요하다. 여기 나온 사람들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공직에서 물러나고 직장에서 쫓겨 나고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사람들 투성이다. 이 양반들이 무슨 돈들이 있겠냐?

 

본지가 걱정할 정도면 심각한거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모금운동이 가열차게 벌어졌다. 하지만 우리도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지 싶다. 다행히도 매칭펀드 제도란 게 있어서, 재단이 직접 조성한 펀드와 같은 액수를 정부에서 지원하게 되어 있다(이것까지 훼방놓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따라서 10억을 모으면 20억이 되는 거고 100억을 모으면 200억이 되는 거다.

 

아래는 열분들이 후원할 수 있는 링크니 함 가서 보시라. 나도 당근 참여한다.

 

공식 홈페이지 후원 링크

 

마지막으로 필자의 엉터리 장비와 부족한 사진술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유튜브 영상이나 좀 더 보시자. 미안하다 열분들아...

 



 



 


딴지 얼치기 취재기자 파토(patoworld@gmail.com)
                     트위터 :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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