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tesla_solarcity_big.jpg

[ credit : The Indian Express ]


금년 8월 1일에 미국 최대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 모터스(나스닥 상장, 현재 시가총액 37조 원)는 미국 최대의 태양광 발전 업체인 솔라시티(나스닥 상장, 당시 시가총액 2.6조 원)를 3조 원에 인수합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모두 스페이스X의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투자하여 인수했던 회사들이다. 당시 테슬라는 6천 명의 직원, 솔라시티는 1만 5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 인수합병 계획이 발표되면서 증권가에서는 한계에 부딪친 솔라시티를 구원하기 위해, 비교적 잘나가고 있는 테슬라 모터스의 가치를 희생하면서 무리하게 인수합병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테슬라 모터스는 11월 17일에 대주주인 일론 머스크(테슬라 주식의 21%, 솔라시티 주식의 22% 소유)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투표에서 8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인수합병이 승인되었다.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테슬라의 주가는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지만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의 비전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내면서 곧 주가는 회복된 편이다. 더불어 솔라시티가 보유한 태양광 발전 기술과 전기 자동차 산업의 융합, 새로운 주거용 태양 발전 시스템의 제안 등으로 오히려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잠재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왜 일론 머스크는 한계 산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솔라시티를 테슬라에 합병시킨 것일까?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 테슬라 모터스, 솔라시티의 삼각편대가 가진 기술들로 미루어 '인류의 화성 정착'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최종 목표를 위한 모종의 큰 그림이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지만 몇가지 분석과 설명을 곁들이면 조금 더 독자들의 판단이 쉽지 않을까 느껴진다.



[ 테슬라 모터스와 솔라시티의 현 상황 ]

테슬라 모터스는 2004년에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이후, 2008년부터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서 CEO를 담당하면서 발전해온 회사다. 솔라시티는 2006년에 일론 머스크의 사촌 형제들이 창립했으며 일론 머스크가 회장직을 맡으면서 투자와 성장을 도왔던 회사이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창설 초기부터 일론 머스크가 직접 투자하고 진두지휘해온 것에 비해 테슬라와 솔라시티는 일론 머스크가 직접 창립한 회사들은 아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의 포트 폴리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회사이지만 정작 상장된 기업이 아니다.)

친환경 미래 에너지를 사용하는 운송수단과 발전 시스템, 그리고 인류를 제2의 거주지로 인도할 우주기업을 소유하게 된 일론 머스크는 과연 무슨 구상을 하고 있을까? 그는 공공연하게 21세기가 지나기 전에 인류가 화성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기술력을 짐작건대 당분간 지구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화석연료 자동차를 몰아내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차량을 보급하며 자금과 기술력을 축적할 요량인 거다. 또한 솔라시티를 통해서 전기자동차의 연료인 전기를 생산하고, 주거용/산업용 전력까지 생산하여 미래에 화성 식민지의 에너지원이 될 태양광 발전 기술을 축적하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스페이스X는 그러한 기술력을 화성에 전개하기 위한 통로를 구축하는 임무를 담당할 듯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순박한(?) 이상론적 짐작이다. 사업의 세계는 냉혹하며, 굳이 저런 기술들을 모두 독자 보유하지 않아도 다른 혁신적인 기업이 있으면 협력하거나 인수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X가 인류의 화성행에 가장 중요한 기술적 근간이기에 화성 교통편만 장악하면 굳이 전기자동차나 태양광 발전 시스템까지 손대지 않아도 누군가가 대신 일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솔라시티 인수합병건에서 보여졌듯 솔라시티를 포기하지 않고 테슬라에 편입시켜서 태양광 발전 분야에 대한 집착까지 보여줬다.

미국의 태양광 발전 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해서 알아봤지만 아무튼 솔라시티가 현재 미국 1위의 태양광 발전 업체임에도 성장세가 둔화된 편이며, 심지어 태양광 발전 분야가 그다지 단기적 전망도 밝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려 1만 5천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회사의 기업가치가 생각보단 낮았다. 국내의 예를 봐서도 태양광 발전 분야는 꽤 오래전부터 시도는 되었지만 기술적 진보의 속도가 느린 편이고, 태생적 한계로 인해서 여전히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비중이 제한되어온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태양광 발전의 전력 생산단가가 그다지 저렴하지 못한 점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었다.

솔라시티의 사업 분야를 검토해 봐도 '개인 가정에 대한 태양광 시스템 임대업', '산업 분야에 대한 태양광 시스템 구축 사업', '정부를 상대로 한 태양광 사업 및 기타 부수적인 사업들'이 주요 사업들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초기 건설 비용 대비 전기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정부의 보조금이 필수적인 편이다. 국제적인 저유가 시대의 지속, 각국 정부의 예산난 등을 감안하면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데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점차 소홀해질 것은 자명하다. 국가의 지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은 현재 상황에서는 다소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 예상되는 항목이다. 더불어 기술적인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어서 현재는 중국의 태양광 발전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들어와서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솔라시티는 차츰 위협을 받고 있었다.

반면에 테슬라 모터스는 최근 국제적인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 변화에 편승하여 최고의 전기 자동차 기술력을 갖춘 선두 업체로서 승승장구하면서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솔라시티를 잘 나가는 테슬라에 무임승차 시킨 셈이다.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 특유의 비전에 끌린 수많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신뢰하며 지지하고 있어서 별 탈은 없었다.

두 회사의 합병 이후에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했던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화성행 특급 우주선인 ITS의 발표와 함께, 솔라시티의 새로운 '태양 패널 건축자재'의 발표, 테슬라 자동차를 위한 태양광 충전시스템의 발표 등을 병행했다. 큰 의미를 부여하자면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들의 융합 가치를 재조명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 정도로 보면 되겠다.

"필자는 일론 머스크를 고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부류의 사업가로 본다. 진짜 혁신은 없을지라도 기존의 기술과 산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편성해서 혁신적인 잠재가치를 일깨운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무튼 이제 솔라시티의 태양광 기술력은 테슬라 모터스에 녹아들어서 가정용 태양광 발전 사업분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팔려나갈 값비싼 테슬라 자동차들을 위한 부자들의 개인용 태양 충전시스템으로 비싸게 팔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돈 없는 서민들처럼 휘발유 자동차 사서 타지... 개 부럽습니다.)

"생각해보라.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슈퍼 전기자동차를 소유한 스마트한 젊은 부자가 자신의 개인용 태양광 차량 충전시스템을 지인들에게 자랑하는 장면을... 은택아~ 이런 게 진정한 창조 융합이다. 어린 청소년들이 헐벗고 춤추며 노래하는 게 창조경제가 아닌 게야."
 

bmw-i-charge-ces.jpg

[ 멋진 BMW 전기차가 태양 패널로 된 자가 발전 충전장치에 연결된 모습,

최근에 테슬라와 솔라시티의 합병 이후 새로운 기술 발표시에 많은 이들은

이러한 컨셉의 테슬라 솔라 챠지 시스템을 기대했었다.  - credit : Autoblog ]

 

Tesla-solar-roof-slate-glass.jpg

[ 하지만 테슬라는 엉뚱하게도 새로운 형태의 태양광 패널 지붕 자재를 들고 나왔다.

자연스러운 형태로 지붕을 태양광 발전 시스템화 시켜서

그 전력으로 마당의 테슬라 전기차를 충전시키라고 한다.

매니아들은 기가 찼지만 일론 머스크의 혁신적(?)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 - credit : Teslarati ]


늘 이야기하지만 수요는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혁신적인 사업가들이 중요시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솔라시티의 장점은 지구 상이 아닌, 어느 외딴 불모지 행성에서 극한으로 발휘될 수도 있다. 이상론자들의 시각처럼 만약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게 된다면 솔라시티의 기술력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물론 화성에 솔라시티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이전에 인류 문명이 자체 모순으로 먼저 무너질 수도 있어요..."



[ 태양광 발전, 지구와 우주에서 무엇이 다른가? ]

지표면에서는 기상 환경에 따라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또한 위도에 따라서 태양광 발전 효율의 차이가 나게 된다. 솔라시티는 비교적 일조량이 풍부하고 대기가 깨끗하며 연중 맑은 날이 많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지의 사막 지대가 태양광 발전에 유리하기에 그쪽에 대규모 태양 발전 시설을 많이 구축한 편이다.

Foto_aére_de_solnovas_y_torre_junio_2010.jpg

스페인의 Abengoa Solar 태양광 발전소 전경

거대한 태양패널들이 빼곡히 정렬되어 있다. - credit : Abengoa Solar


지구 근처의 우주 공간에서는 궤도에 따라서 연중 내내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지구에서는 평균적으로 연중 30% 미만의 시간 동안만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우주에서는 99%의 시간 동안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기도 하다. 게다가 우주에는 햇빛을 막는 어떠한 기상현상도 없다. 이상적인 환경에 한정된 지구의 태양광 발전에 비해, 지구 근처의 우주공간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이 순간 발전효율에서 144%까지 높다고 한다. 종합해 보면 지구 상에 비해 우주공간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이 2~4배 더 효율이 좋다고 보면 된다.

International_Space_Station_after_undocking_of_STS-132.jpg

[ 고도 400km에서 거대한 태양 패널로 전력을 조달하는 국제우주정거장. - credit : NASA ]


하지만 우주까지 태양광 발전 장치들을 운반하는 것은 당연히 막대한 돈이 필요하고, 생산된 전력을 현지에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지구로 보내기도 쉽지 않다.

"국제우주정거장은 낮은 지구궤도를 돌기 때문에 지구에 가려져서 하루에 40%가량의 시간 동안만 제대로 태양발전을 할 수 있다. 거대한 4쌍의 태양 패널들은 84~120 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지구 궤도에 머물고 있을 때 이야기다. 햇빛의 강도는 거리에 직결되기에 만약 화성 궤도로 간다면 지구-태양 거리에 비해 50% 더 멀어진다. 화성에서 받을 수 있는 햇빛의 강도는 지구보다 절반가량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화성 지표면에서의 태양광 발전 효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지구 상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실제로는 1/4 수준까지도 떨어지곤 한다.

learn-about-solar-panels-the-martian.png


"소설 <마션>에 따르면 지구에선 태양 패널 입방미터당 1,400W의 전력을 생산하지만, 화성에서는 입방미터당 500~70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K-5.jpg

[ 실제 NASA의 연구결과, 화성에서 태양 패널의 생산 전압은 지구와 비슷하지만 전류는 1/4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 credit : https://ntrs.nasa.gov/archive/nasa/casi.ntrs.nasa.gov/20040191326.pdf ]

다행히 화성에는 구름도 없고 비도 안 온다. 화성의 인류 거주지는 아마도 저위도 지방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조량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성에는 지구에 없는 '화사 : 황사와 비슷한 화성의 초미세 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있다. 가끔씩 화성 모래폭풍이 몰려오면 화성 초미세 먼지들은 대량으로 대기 중에 떠올랐다가 매우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 시기에는 몇 주일, 몇 개월까지도 햇빛을 차단하여 사실상 태양광 발전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가장 끔찍한 점은 화성 먼지들은 장비들 내부로 스며들어서 고장을 유발하기도 하고, 태양 패널 위에 가라앉아서 작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만약 인류가 화성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면 아마도 태양 패널 위에 쌓이는 화성 먼지를 청소할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는 매일매일 거추장스러운 화성복을 입고 지표면에 나서며,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서 제한된 시간 동안에 태양 패널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고되고 위험한 일을 반복해야 한다."

만약 화성을 넘어서 더 깊은 우주로 가면 어떻게 될까? 인류가 우주로 보내는 탐사선들은 대부분 태양 패널을 이용해 전력을 자체 생산해서 장치를 가동한다. 하지만 지구 바깥쪽의 외우주로 보낸 탐사선들 중에서 목성, 토성까지 가는 경우에는 태양 패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딱 한대를 제외하곤 다들 태양 패널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구를 출발해서 어느 정도 멀어질 때까지는 태양 패널을 써서 전력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 알아본 게 아니므로 확신은 못함) 그러나 대체적으로 화성 궤도 바깥쪽의 더 깊은 심우주에서는 햇빛의 강도가 너무 약해서 태양광 발전으로는 도저히 탐사선을 가동할 전력을 얻을 수 없으므로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게 된다.

One_of_Juno's_solar_panels_before_illumination_test.jpg

[ 쥬노 탐사선의 태양 패널 한 개를 펼친 모습. - credit : JPL/NASA ]


예외적으로 최근에 목성에 도달한 탐사선 '쥬노'의 경우, 거대한 3개의 태양 패널로 420~486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각각의 태양 패널은 2.7 x 8.9m 크기로 지금껏 발사된 탐사선들 중에선 가장 큰 태양 패널이다. 그럼에도 목성 궤도에서의 태양광 발전 효율은 지구 궤도에 비해 고작 4%에 불과하다. 만약 지구 궤도였다면 무려 12~14KW의 전력을 생산했을 것이다.



[ 우주에서의 또 다른 에너지원, 원자력 ]

"오오~~ 위대한 신의 빛이여. 심우주를 항해하는 탐사선들에게 전력과 따뜻한 열기를..."

지구 상에서의 에너지원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화석연료들(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이외에 원자력, 수력, 풍력, 조력, 태양광 등이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지구에서만 구할 수 있고 부피가 커서 우주로 운반하기 어렵다. 수력, 풍력, 조력 역시 지구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에너지원이며 우주로는 아예 운반할 수도 없다. 반면에 태양 에너지는 우주 곳곳에서 흔하게 얻을 수 있으며 태양 가까이에만 있다면 더욱 강력한 에너지원이 된다. 원자력은 특성상 매우 부피가 작고 가벼워서 우주로 보내기만 한다면 화석에너지에 비해 킹왕짱이다. (위험성은 별개로 하자.)

결국 우주로 가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햇빛과 원자력, 둘 중에 하나가 된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 패널만 장착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공짜로 얻을 수 있어서 매우 경제적이다. 화성 궤도 안쪽의 거의 모든 탐사선들은 태양 패널로 무장하고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얻는다.

더 먼 우주로 들어가면 햇빛이 약해져서 태양 패널의 효율이 급감된다. 이럴 때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편이다. '플루토늄-238'을 사용하는 핵전지는 이미 우주개발 초기에 만들어져서 지금껏 애용되고 있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239'에 비해 안전(?) 하며 자체 붕괴 시 발생되는 열을 이용해서 전력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흔히 <RTG :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라고 한다. RTG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용기에 플루토늄을 담아서 자체 열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간단한 장치이다. 몇 kg의 플루토늄으로도 필요한 전력을 수십 년간 생산할 수 있다.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90년 가까이 된다.)

maxresdefault (1).jpg

기술자가 화성 탐사로보인 큐리오시티의 RTG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안쪽에 붉은색이 4.8kg 무게의 플루토늄 모형이다. - credit : YouTube


초기에는 일부 지구궤도 인공위성들에도 RTG가 사용되었지만, 로켓 발사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미량의 플루토늄이라도 대기 중에 흩뿌려지므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달표면에 설치된 탐사장비, 먼 우주로 가는 탐사선 등에는 여전히 RTG가 애용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스트론튬-90을 원료로 하는 RTG를 개발했으며, 북극해의 무인도에 RTG를 사용한 무인등대를 건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트론튬은 가격이 싼 대신에 만만찮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며 플루토늄에 비해 에너지양이 작다.

"우리나라도 향후 본격적인 우주개발을 위해 독자 RTG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스트론튬을 사용한다고 한다. 플루토늄은 아무래도 미국의 압박 등으로 사용하기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RTG는 만능이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국제적인 수급의 애로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시설이 1988년을 끝으로 가동이 중지되었다. 그 이후에는 아직 생산시설이 남아있던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었는데 그마저도 2009년부터 중단되었다. 최근에 NASA가 보유한 플루토늄-238의 잔여량이 고작 35kg에 불과한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 RTG로 사용이 가능한 양은 17kg였기에 사실상 심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게 불가능한 수준까지 내몰린 일이었다.

"토성으로 향한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은 무려 33kg의 플루토늄을 RTG에 탑재했었다."
 

New_Horizons_1.jpg

[ 명왕성을 스쳐 지나간 뉴호라이즌스 탐사선

11kg의 플루토늄을 RTG(사진 좌측의 검은색 기둥)에 탑재했었다. - credit : NASA ]


이후 미국은 다시금 우주탐사선용 플루토늄의 확보를 위해 제한적인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매년 1kg대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점차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긴 하지만 환경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고 기존 RTG에 비해 3~4배 효율이 좋은 새로운 RTG를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필요한 전력을 줄이면서 플루토늄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낭비를 줄이겠다는 알뜰한 발상이다.

앞서 설명했던 목성 탐사선 '쥬노'가 화성 궤도를 넘어선 탐사선 중에서 최초로 태양 패널을 이용해서 전력을 충당한 케이스라고 했었다. 쥬노의 개발 당시에 이미 NASA는 플루토늄 수급 문제로 RTG를 사용하는 게 어려웠기에 임기응변으로 거대한 태양 패널을 부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친환경 이슈 운운은 개뿔~ 플루토늄이 참 좋은데, 없어서 못 쓴 거다.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 탐사차량으로 장거리 이동 시 내부 보온을 위해서 RTG를 구해다가 그 열을 사용했었다. 지금 화성 표면에 RTG가 있을까? 있다! 미국의 초기 화성탐사선 바이킹 시리즈와 탐사로보 큐리오시티는 태양광이 아닌 RTG를 사용한다."

지금껏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서 인류는 고작 수십 개의 RTG를 우주로 보냈다. 미국이 채 30개가 안 되는 RTG를 썼고, 러시아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플루토늄은 국제적으로 더욱 구하기 어려워졌고 가격도 비싸다. 우리나라가 만약 심우주로 탐사선을 보내거나, 달 표면에 탐사장치를 보낸다면 스트론튬 RTG를 사용할 공산이 크다. 물론 RTG의 크기는 미국이 쓰는 것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이며 탐사선과 탐사장치도 소형이 될 것이다. 최근의 RTG는 전력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발생하는 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아예 탐사선 내부의 보온까지 하는 기능을 갖추는 편이다. 영하 100도가 넘는 차가운 우주공간에서 전자 장치의 작동을 위한 내부 보온 설계는 매우 중요하다.

혹자는 우주에서 지구처럼 본격적인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지만... 그건 너무 규모도 크고, 핵분열 방식은 대량의 물이 필요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있어서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고 보면 되겠다. 반면에 화성에 인류 정착지를 건설한다면 소형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 건설 물자와 장비, 그리고 약간의 핵연료만 화성에 보내면 꽤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성은 지각활동이 매우 잠잠한 편이라서 원자력 발전소에 큰 위협이 되는 대형 지진도 거의 없다.



[ 화성에서의 태양광 발전 사업 전망 ]

일론 머스크가 솔라시티의 기술력을 응용해서 훗날 화성에 식민지 건설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건설할까? 그 효용성에 대한 간단한 몇 가지 상식들을 위해 설명했었다.

"화성에서 태양광 에너지는 매우 적절하면서도,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여타 에너지원이 없는 화성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에는 태양광 발전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화성에서 태양광 발전 효율은 지구에서의 그것에 비해 낮은 것을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데 난점이 있다. 거대한 태양 패널들을 비롯하여 자재를 지구에서 화성까지 운반하는 문제도 있다. 유지 보수 문제는 빼고...

mars one colony.png

[ 마스 원 계획에서 구상했던 화성 정착지와 태양광 발전시설 상상도. - credit : Mars One ]


지구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 비해 화성에 건설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2~3배 더 비쌀 것이다. 태양 패널은 면적에 비례해서 그대로 가격이 치솟게 되므로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나마 지구-화성 간에 태양 패널 현지 시세가 똑같다는 가정을 했을 때 이야기다. 실제로는 화성까지 엄청난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태양광 발전소 건설 비용은 지구에 비해 수백 배 더 비쌀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서 화성의 모래 폭풍도 문제가 된다. 길면 몇 개월까지 화성 전체를 뒤덮는 모래 먼지들은 일조량을 90% 이상 감소시킨다. 이럴 경우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작동을 멈추게 되므로 화성 식민지는 마비가 된다. 화성의 에너지 산업에 태양광 발전 이외에도 다른 방식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원자력! 오오~ 아름다운 신의 빛이여. 머리털이 다 빠져도 창백한 빛은 아름다워라."

그런데 원자력도 만능이 아니다. 특히나 위험한 방사성 연료들이 대량으로 로켓을 통해 발사되는 것은 지구에 남은 이들의 극심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몇 톤 규모의 핵 물질을 탑재한 화물 로켓이 폭발해서 대기권에 핵 물질을 뿌리면? 또한 화성 자체적으로 충분한 우라늄 광산을 발견하기 이전에는 연료의 조달을 계속 지구에 의존해야 한다. 핵분열 방식의 원자로 건설은 그 규모 면에서도 초기의 소규모 정착촌에서는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초기 화성 정착촌이 태양 에너지와 원자력을 혼용해서 적절히 사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은 행성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산업 분야이므로 일론 머스크는 태양광 위주의 발전 시스템을, 다른 세력들은 원자력을 주력으로 삼으려 할지 모른다."

이와는 별도로 RTG 역시 대량으로 필요할지 모른다. 정착지 근처에서는 전력의 재충전이 용이하므로 차량용 에너지로 충전 방식의 전기에너지가 대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원거리 운행을 하거나 외딴 소규모 기지 등에서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장비와 충전된 전력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비록 적은 전력을 내지만 항상 사용이 가능한 RTG가 매우 유용하다. 덤으로 RTG에서 나오는 열기는 차가운 화성의 기온을 감안하면 유용성이 배가된다. (RTG에서 치명적인 방사능이 유출되는 경우는 상상하지 말자.)

일론 머스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성의 테라포밍'을 위해 화성 극지방 아래에 있는 막대한 '드라이아이스'층에 핵무기를 폭발시켜서 화성에 온실효과를 유발하겠다는 구상도 소개한 일이 있다. 일론 머스크가 원자력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반증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원자력은 민간에서 넘보기엔 진입장벽이 큰 분야이다. 당분간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화성 계획에서는 원자력보다 손쉬운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이유이다.





엘랑


편집 : 꾸물

Profile
Science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