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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발표하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드디어 한국에 많은 영향을 준 게임 중 하나이자, 항상 넘버링 타이틀이 나올 때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는 'FINAL FANTASY'가 오픈 월드를 표방하고 완전 한글화 작업을 마친 후 11월 29일 판매를 시작했다. 정식 타이틀 명은 'FINAL FANTASY XV'. 전에 소개한 '슈퍼 로봇 대전'에 이어 근 30년의 세월동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RPG 게임 'FINAL FANTASY'. 비디오 게임의 역사 두 번째 시간, 이제 시작해 보겠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가감 없이 댓글 부탁한다.)






0. Prologue


'내 인생에 음악을 빼면 아무 것도 없다'라며 밴드 음악에 심취했던 청년이 있었다. 6살 때 배웠던 피아노가 영향을 주었는지 질풍노도 시기인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전자기타로 즐겨 치며 연습할 정도로 더더욱 음악에 매료되고 있었다. 급기야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밴드를 꾸려 자작곡을 만들고 경연대회에 나갈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회에서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대학도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10대를 보낸 그는 먼저 진학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1년 재수를 하기 시작한다. 남성성을 강요한 엄한 아버지 때문에 그랬을까? 답답한 동네 때문일까? 그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을 선택 했다. 재수를 해서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다시 밴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는 중에 그에게 큰 동공 지진을 주는 일이 생기고, 이 일은 인생의 대 전환점이 되는 사건으로 직결되고 만다.


그건 컴퓨터 애플 2와의 만남이었다. 동급생이자 절친한 친구가 가지고 있던 애플 2를 처음 접한 그는 순식간에 그 기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마치 기타를 가지고 요리조리 소리 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그는 이리저리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점차 그 재미에 가속이 붙었고,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도 해보고 관련 컴퓨터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위저드리', '울티마' 등도 즐기기 시작했다. 그가 즐긴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하기에 이르는데 이 게임을 즐긴 그도 자연스럽게 강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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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빌려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한 것이다. 특히나 그와 그 친구는 '울티마'를 미친 듯이 즐겼다. 그 '울티마'라는 게임을 즐기고 후에 즐기는 것도 부족해 게임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덕력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게 그와 그의 친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고 말이다. 서로 몇 시간씩 돌아가면서 컴퓨터와 게임이 멈추는 일 없이 즐겼다고 하니 그 집중력이야 말해 뭐할까.


시간이 지나 그는 그동안 익힌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잠시 방학을 계기 삼아 한 밑천 제대로 땡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는 같은 지역 내에 아르바이트부터 찾기로 하고 정보지를 보기 시작했다.


한편...


유명 대학을 졸업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전기공사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소프트웨어 제작 분야를 조직하고 자신에게 총책임을 맡겨 달라고 요청한다. 몇 년 후 그는 초고가의 컴퓨터를 준비하고 이것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하려고 했다. 사업의 전망을 바라보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거다.


일단 물질적인 부분을 준비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인적 부분이었다. 당시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흔한 시절도 아니었고 컴퓨터 자체가 흔한 시대도 아니었다. 거기에 컴퓨터 가격 자체도 초고가의 시대. 고민에 빠진 그는 큰 무리수로 보이는 방법으로 사람을 일단 불러 모아 보자 하며 방향을 정했다.


그는 당시 시급의 세배 이상을 책정해서 정보지에 구인광고를 올린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단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볼 것이고 그런 사람 중에 높은 시급을 보고 올 정도라면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사람을  모으면, 자신이 마련한 장비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시급이 아닌 인센티브제로 그들을 설득할 계산과 생각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계획을 가지고 정보지에 그가 올린 회사의 이름은 '광장'이라는 뜻이 있는 '스퀘어(SQUAR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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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자기가 머무는 지역의 아르바이트 정보지를 보고 있던 두 친구는 자신들이 해보고 싶은 종류의 일을 찾던 중 엄청난 시급의 광고를 보게 되고 당연히 냅다 달리게 된다, 과장광고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두 청년은 광고를 올린 사장과 면접을 보고, 이내 시급은 개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신 사장은 여기에 있는 기자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그걸 통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생긴 이익을 나눠 가지면 제시한 시급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그들을 설득한다.


한 마디로 자리는 내가 마련해 줄 테니 너네 돈은 너희가 알아서 벌라는 것이었다. 일단 지금 기획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를 하라고 설득한다.


아직은 세상 물정 부족한 학생이라 그랬을까? 아니면 그들이 좋아하는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해 볼 수 있어서 그랬을까? 그와 그 친구는 사장 제안을 수락하고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곧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과장광고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금방 떠나가 버렸고 그를 포함해 몇 명만이 남은 상태가 되면서 첫 시작과 계획이 무산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와 그 친구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기회라 여긴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주도하며 그의 친구와 남은 몇 명의 사람과 함께 그의 첫 기획으로 게임을 완성하고 첫 판매를 하게 된다. 이제 실질적인 프로 업계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컴퓨터가 아닌 TV에 직접 연결해 게임을 즐기는 - 'NINTENDO'라는 회사에서 만든 'FAMICOM'(한국에서 통칭 패밀리 게임, 북미에서는 NES)이라 불리는 - 게임기가 자국에서 발매가 되었고 그 게임기에서 구동될 수 있게 컨버팅 하는 작업과 병행해서 자체 게임개발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지 회사는 독립을 하게 되었고 수도로 이사하게 되면서 그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규 회사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뭔가 한 방이 없었다. 그리고 점차 회사의 성장도 지지부진하고 어떤 발전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같은 도심이지만 조금 축소를 해서 외곽으로 회사가 이사 하는 일도 생겼다. 사람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 시기에 학교를 쉬고 아르바이트부터 지금까지 일한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뜻대로 확고하게 되는 일이 없는 것에 힘들어 했다. 그런 중에 그에게 또 한 번 크나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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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Dragon Quest'(이하 D.Q)이라는 게임의 출시였다.


D.Q를 접한 그는 큰 놀라움과 함께 어떠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하게 RPG 게임이 'FAMICOM'이라는 기기에서 재현 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곧 그는 여기서 일했던 8년의 세월의 마지막 종착지라 생각하고 RPG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자'. '내 자신의 마지막 게임이다.'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D.Q의 영향으로 시작했지만 D.Q와 다른 게임. 그 게임을 구상하는데 다행히 혼자가 아닌 그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동료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가 구상하는 게임을 만들기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힘을 함께 할 동료를 찾듯, 아니면 운명에 끌려 어느 한 곳으로 모이는 듯 그에게 필요한 인연이 생기게 되고 만남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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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찾은 첫 번째 동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즉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잡지를 뒤적거리던 어느 날 눈에 띄는 그림 하나에 매료 되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랑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에 대해 주변 동료에게 묻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전에 동료에게서 추천을 받은 유명한 작가 이었고 그는 그 추천을 한번 거절한 적 있었던 사람의 작품인지 모르고 우연히 잡지에서 보고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운명처럼.


전에 추천을 했던 동료가 그 작가의 팬이었다. 곧장 둘은 그 작가에게 가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설명하고, 같이 작업 하기를 설득하기로 계획하고 실천에 들어간다. 작가의 작업실에 도착한 그들은 만남을 갖고 곧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획을 그 자리에서 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가가 저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 작가는 아직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같이 동석했던 그의 열성적 팬인 동료가 그가 이해 할 수 있게 다시 설명한 끝에 같이 하겠다는 동의를 얻게 된다. 생각보다 쿨 하게 받아줬다. 이미 삽화가로 크게 유명한데 말이다. 그들이 기획 한다는 게임에 동참 의사를 밝힌 그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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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 요시타카'(天野 喜孝)였다.


그의 그림을 쓴다는 것은 그것부터 'D.Q'와는 차별을 두려고 했다 할 수 있다. (D.Q의 일러스트레이터는 토리야마 아키라, 드래곤볼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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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동료는 바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작곡가'였다.


사실 음악 작업을 해주는 이 동료는 그가 모든 것을 걸은 기획 때문에 찾기 시작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미 그 전에 인연이 있었고 그 인연을 계기로 자신의 작업터로 그를 끌어와 같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일화는 참 운명적이고 또, 기획에 참여하게 되면서 음악 작업을 하는 그 자신의 운명도 크게 요동치게 된다.


그와 작곡가의 첫 인연은 음악이었다. 아무리 지금은 게임만 만들고 있다지만 앞서 보였던 그의 본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80년대)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어디를 못 지나치고 자주 갈까? 바로 레코드점이다. 어느 날 그렇게 방앗간을 지나치지 않고 들리는 한 레코드점에서 그와 말이 잘 통하는 점원이 있었다. 뭐 영혼의 울림을 가질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같이 손을 잡고 일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 둘의 이해는 첫 만남부터 남달랐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렇게 인연을 쌓고 대화를 하는 도중 아마도 서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었나 보다. 점원은 앞으로 작곡가로 살고 싶다고 밝혔고 그걸 들은 그는 "그럼 나를 도와 같이 일할래?" 하면서 그가 일하는 곳으로 이끌고 그와 함께 게임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자신을 이끈 사람이 이 일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시작한 작업에 이 작곡가는 당연 한 듯이 참여하게 된다. (참고로  이 작곡가가 3살 연상이다)


너무나 고생스러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재현이 가능한 소리의 수가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컨셉에 맞게 음악을 제공한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단조롭고 단순하게 보이기 싫었던 그는 정말 고생 아닌 고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를 들어보면 최대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밀어붙였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의 작업물의 결과는 같이 작업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잘 들어 맞으며 큰 만족감을 주었다. (본 삼류 필자도 예전 폴더 폰에 들어갈 음악의 컨버팅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야마하 제품으로 기억하는데 Tool을 포함해서 정말 박살 내고 싶었다. 하물며 80년대 Famicom 이라면...)


일은 착착 진행되어갔다. 그리고 이 게임의 역사와 함께 그가 써내려간 많은 곡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유명한 클래식 합주단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연주되고, 웅장하고 대규모의 공연으로 이뤄질지 상상했을까? 거기에 많은 상, 게임음악계의 거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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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음악 파트를 담당한 그가 바로 '우에마츠 노부오'(植松 伸夫)다.

(후에 이수영과 함께 하는 모습은 참 인상 깊었다)


점차 점차 시간이 흘러, 마지막 일이다 생각하며 그가 만들려는 게임은, 이해하고 도와주며 같이 하는 동료들 덕분에 조금씩 결과물의 윤곽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또 그 프로젝트에 매료되어 참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조금씩 완성이 되어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최종 단계 테스트를 거친 후 결과는 생각보다 좋게 나오게 되었다. 큰 만족감과 함께 '드디어 완성했다'라는 감동이 밀려오고 이제야 제대로 설득력을 갖춘 게임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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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제목은 'FINAL FANTASY'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게임 개발이라 생각하며 만든 이 게임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인

그의 이름은 '사카구치 히로노부'(板口 博信)이다.


자신의 마지막 작업이다 생각하며 만든 게임이 30년이라는 세월의 역사를 만들고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대표적 게임이 돼 있을지 예상은 했었을까? 그리고 2015년에 GDASs(Game Developer Choice Awards)에서 평생공로 상을 수상하며 역사에 남을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기대를 가졌을까? 결과적으로 그와 그의 동료들이 남긴 유산은 끊임없이, 2016년인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유산을 이어온 'FINAL FANTSY XV'의 이름을 가진 새로운 판타지 게임은 이제 곧 팬들 손에서 다시 한번 플레이가 시작될 것이다. 이 30년의 역사를 가진 게임, 이 게임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도 이 게임은 계속 이어질 것일까? 이 시간 30년간 이어왔던 이 게임의 발자취를 살펴 보면서 가늠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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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바로 'FINAL FANTASY'(이하 FF)의 탄생 이야기를 각색해 본 것이다. 아마 FF를 깊게 접하신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한다. 게임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독특한 프롤로그를 그대로 따라해 본 것이다. 특히 머리 속으로 6편 시작 부분을 떠올리며 따라 적어갔다. 최대한 간략하게 한다는 것이 그래도 길게 보이기만 한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니 이해를...


이제 콘솔로 출시한 FF의 정식 넘버링을 정리하며 직접 플레이 했던 개인 소감을 가져다 한번 디벼 보겠다. 이런 정국에 이런 글 올려도 되는지 모르지만 왠지 우리가 즐겨야 하는 모든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잠시 다음을 위해 쉬는 시간으로 이 글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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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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