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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카드 


세상일 쉽지 않다.


JTBC 손 사장이 최순실 태블릿을 보도하는 순간 답은 명확해졌다. 이 인간인지 뭔지 모를 존재는 절대 자기 발로 내려오지 않는다,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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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그 시점에서도 정치인들은 미적거리기만 했다. 명예로운 퇴진이네, 자진 사퇴네, 거국 내각, 거국 총리, 로드맵, 온갖 얘기를 다 하면서 머뭇거리며 난색을 표하고 자신은 진심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듯 기름기 흐르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 난국에서 살아남아 더 큰 권력을 잡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백만, 이백만의 인파가 광화문 앞 광장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겨우 탄핵으로 가닥이 잡힌 거다. 둔하기도 하지. 유권자의 실력행사를 보고 놀란 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심지어 새누리당 비박계까지도 탄핵에 찬성을 한다고들 했으니 무섭긴 했나 보다.


그런데 오늘, 상황이 또 변해 버린 것이다. 박지원 의원의 반대로 2일 탄핵이 무산, 됐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탄핵하는 게 그렇게 무서워?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러나 대통령 직책을 수행할 자격은 전혀 없는 대통령이 있어. 이런 대통령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청와대에 앉아서 단 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아니, 그런 사람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잖아.


이 위헌적 상황을 바로잡을 방법이 뭐가 있겠어. 탄핵뿐이지.


그래서 탄핵 좀 하라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워? 실패하건 성공하건 헌법에 규정된 최후의 절차인데 그게 그렇게 하기가 싫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국민들이 탄핵 좀 하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그걸 왜 안 들어?


진짜 촛불이 오백만 개쯤 켜져야 되는 거야? 아니면 촛불이 횃불로 바뀌고 쇠파이프에 짱돌에 화염병 좀 날아다녀야 이게 민주공화국의 참맛인가, 하고 알게 되는 거야?


이 청맹과니들 진짜.


 

4월 퇴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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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제3차 대국민 담화 다들 봤을 거다. 화가 났다. 그거 보면서 화 안 난 사람 있을까 모르겠다. 누가 봐도 꼼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시간 좀 끌어 보려고 국회에 뼉다구 하나 던져 놓고 니들끼리 싸워봐라, 메리 메리 쫑쫑~ 이러는 수작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


그 얕은 속셈이 너무 뻔히 보여서 정말로 불쾌하고 화가 났는데, 막상 나보다 더 화가 났어야 될 의원 나리님들께서는 별로 화가 안 나셨나 보다. 이건 명백한 국회 모독인데도 말이다.


지금 죄는 박근혜가 지은 거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뭔 짓을 해왔는지 만천하에 드러났고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청와대는커녕 의왕시 청계동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들어가 조사받고 재판받고 해야 될 사람이다. 근데 그런 죄인하고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는 협상을 해?


아니 죄인의 인권을 보장해서 그냥 용의자, 혹은 피의자라고 부르자는 얘기라면 이해를 하겠다. 근데 이건 경우가 다르잖아. 대한민국의 국회가 왜 대통령을 사칭하고 청와대를 점거하고 있는 범죄 용의자하고 협상을 해야 되냐고. 이해가 가는 상황인가?


그냥 헌법에 정해진 대로, 박근혜가 저지른 죄의 목록을 적어서, 이런 사람에게 대통령 자리를 더 이상 맡겨 둘 수가 없다고 국회 2/3의 찬성을 받고, 헌법재판소로 넘겨서 지난 2012년에 선출했던 대통령이 엉망인 걸로 판정이 되었으니 쪼까냅시다, 하면 헌재에서 그러자고 판결 내리고,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고, 청와대 정문에 검사가 영장 들고 대기하다가 그대로 수갑 채워 구치소로 이송하면 만사 편하잖아.


이걸 왜 못해.


이걸 못 하게 하려고 박근혜는 머리에 머리를 써서 4월 퇴진론에 불을 지핀 거다. 이거 누구 작품일까? 항간에는 MB 작품이라는 썰까지 돌아다닌다. 권모술수에 능한 자이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지만, 그건 좀 심한 추정이고 아마도 김기춘이나 최재경 같은 사람들의 작품이겠지. 박근혜 본인이 했다고 보기엔 너무 지적인 사악함이 묻어나잖아.


대통령이 국회에게 당신들이 명예로운 퇴진 플랜을 짜오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마치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듯이 초탈한 표정으로 얘길 하고 드라마 보러 뛰어 가버리면, 그걸 받아서 모든 것을 검토한 결과 4월 말 퇴진이 가장 합당 한 거 같다고 애매모호한 일정을 비박계가 딱 내밀어.


비박계는 청와대에다가 4월 말에 내려오라면 내려 올 건가? 하고 물어보면서 동시에 야당에게는 야, 대통령이 4월 말에 내려올 수도 있을 건데 그래도 탄핵할 건가? 하고 운을 띄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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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이거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국민 유권자들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개수작이냐고 당장 탄핵하라고 길길이 뛸 거다. 그러나, 4월 퇴진론은 역사적 정당성이 탄핵에 있다는 점을 빼놓으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제안이기도 하다. 사악한 제안이다.


일단, 조마조마한 탄핵의 가시밭길을 안 가도 된다. 탄핵 의결이 실패한다면? 뭐 다시 하면 된다고 하지만, 누군가 죽어도 죽는 상황이다. 탄핵을 반대한 친박이야 뭐 이왕 베린 몸~ 하는 기분으로 개기고 있겠지만, 비박이 돌을 맞게 될 거고, 야당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며, 무시무시하게 모여 있는 여론의 칼끝이 누굴 향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노는 대개 맹목적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니까.


거기다가 겨우겨우 의결을 했는데, 헌재에서 기각을 시켜 버리면 기껏 만들어준 헌법재판소가 불에 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헌재가 지지부진 시간만 자꾸 끌고, 재판소장이 임기가 다했다는 핑계로 도망가고 두어 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고를 당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정원 부족으로 심판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 천신만고 끝에 탄핵 심판을 하려고 보니 이미 대통령 임기가 끝나서 대선 하는 중일 수도 있고.


정치권은 이런 부담들을 실제로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결정권자인 국민들의 마음과 실무자인 정치인들의 시각은 좀 다를 수밖에. 그러다 보니, 4월 말로 대통령이 딱 정해서 물러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닌가 하는 게으른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이건 마치 악질 채무자를 상대하는 초짜 사채업자 같은 형국인데, 이자 좀 받아보겠다고 돈을 탈탈 털어 사채를 놨는데, 깡패 같은 채무자가 차일 피일 미루더니 갑자기, 아 4월 말에 이자까지 합쳐서 다 갚아 주겠다는데 왜 경찰에 고소를 하겠다고 설쳐, 당장 고소 취하해, 이런 소리 듣는 상황과 유사하다.


4월 말에 물러날 것을 기대하는 마음, 그거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 약속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누가 하는가?


또 있다. 반대로 바로 탄핵 의결해서 헌재로 넘기니까 헌재가 미친듯이 열일을 해서 1월달에 덜컥 탄핵 심판 인용을 해버렸다. 그러면 3월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건 또 이거 대로 큰 문제가 된다. 유권자들이야, 그래 후보들이 알아서 박 터지게 경선을 하건 뭘 하건 해서 대선 좀 재미지게 치러 보자 그러면서 팔짱 끼고 구경하면 될 일이지만, 촉박한 대선일정이 다가오면 나름대로 하나하나 “잠룡” (네이밍 참 구려도 이렇게 구릴 수가 없다. 차라리 용 대신에 봉황을 써서 짬뽕이라 해라) 을 자처하는 후보자군은 난리가 난다.


선두 그룹은 선두 그룹대로 일정과 계획에 차질이 생겨 우왕좌왕하고, 후발 그룹은 후발 그룹대로 일정에 맞추지 못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 밖에도 이러저러한 고민거리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 고민들을 적절하게 꿰뚫으면서, 니들도 고민이 많지? 옛다, 4월 퇴진론이다, 라고 떡밥을 던진 것, 나름 교활하기 그지없는 한수 였던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


다시 말하지만 지금 죄인은 박근혜다. 죄인을 청와대에서 쫓아내는 것은 역사적 당위다. 그 자신이 스스로 물러 나오는 거? 그것도 용납이 안 된다. 죄인에게 명예를 줄 수도 없다. 비록 한때 대한민국 청와대의 주인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고 해서 예우를 해 줘야 할까? 그 자리에서 박근혜가 저지른 죄상을 살펴보면 그런 자비도 사치로 느껴진다.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법대로 해!! 씨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헌법에 적힌 대로 대한민국의 주인인 유권자들은 지금 헌법에 적힌 대로 죄인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끌어내라고, 탄핵이라는 명시적인 절차가 있는데 도대체 왜 그 절차를 안 하냐고 이 추운 날씨에 주말마다 시내에 모여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걸 도대체 왜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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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인 맞아? 저것들이 우리 주인으로 생각하는 거 맞아? 아무리 봐도 저 정치하는 것들은 우리 유권자들을 무슨 똥 친 작대기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진짜 헌법에 보장된 권리는 탄핵뿐이야? 그게 끝이야?


그래서 준비했다. 헌법에 보장된 절차로는 탄핵이 끝이다. 그러나 헌법에는,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무겁고 더 무서운 최후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는 점. 그게 사실이다.



저항권


저항권의 정의는 대략 이렇다.


“국가 권력에 의해 헌법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했을 때, 그 침해가 헌법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다른 합법적인 구제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국민은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력으로 저항할 수 있다.


지금 박근혜과 국회의원들 모두 국가권력이라 볼 수 있다. 삼권분립의 두 축인 행정과 입법 권력들 아니신가? 그들이 유권자들이 열망하고 있는 탄핵, 헌정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최후의 절차적 방법인 탄핵을 거부하려고 하는 중이다. 즉, 저들이 헌법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선출한 유권자들이 이 대통령은 미쳤으니까, 끌어내리라고 명령을 하는데 의원들이 대통령과 협잡을 하면서 미루고 있는 중이다. 헌법 파괴범들이네.


그런데 유권자들에게는 더 이상의 합법적인 구제수단이 없다. 헌법을 지킬 더 이상의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들 자를 수 있는 국민소환제 같은 것도 안 만들어 놨잖아. 이 게으른 사람들이. 진짜 지금 현실에 지역구 의원 대상으로 국민소환제 있었으면 짤릴 의원들 수두룩하다. 그치?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력으로 저항하는 것뿐이다. 이거, 세계적으로 법 철학이 발전하면서, 대륙법, 영미법 모두에 정설로 지켜지는 “저항권”에 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저항권을 명시적으로 규명한 적이 없다고? 이 바보야, 헌법 전문에 바로 대한민국은 3.1운동, 4.19의 이념을 계승한다고 적혀 있잖아. 그게 저항권이라고. 불의에 저항하는 유권자들의 실력행사. 국가와 헌법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실력행사. 그 정신을 계승한다고 써 있잖아. 이건 합헌이고 헌법적 권리야. 그렇게 헌법을 지키게 되면 그 과정에서 수행된 실력행사, 이 실력행사는 대부분 현행법 위반이 되겠지만 그것도 역시 모두 위법성 조각사유에 포함되는 게 정설이야.


진짜 선동한다는 소리 나올까 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상징적인 표현을 하자면, 헌법을 지키기 위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은 나중에 범죄가 아닌 걸로 처리해 주게 된다는 거지. 이게 저항권을 인정하는 절차야. 물론 그런 처리 자체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 가지 난관이 있긴 하지만 우리도 광주나 87년 민주항쟁을 대상으로 그런 작업을 해 왔던 전례가 있잖아.


자 이제 어떡할래?


지금 정치권에게 주어진 선택은 겉으로 보기에는 4월 퇴진이냐, 즉각 탄핵이냐 라는 걸로 보이지? 근데 그거 아니다. 실질적으로 더 자세히 보면 보일 거다.


바로 탄핵이냐 저항권 발동이냐, 이거야.


이건 나 혼자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게 아냐. 지금도 이미 사람들 사이에 우리가 이백만이 모여 너무 평화롭게 촛불만 드니까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어. 트랙터 몰고 온 농민들도 평화 기조를 버릴 수 없으니 하라는 대로 트랙터까지 다 빼앗기고 걸어서 집회에 참가할 정도로 순둥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그 분들이 그렇게 순하기만 하신 분들이 아니거든.


이제 정치권이 탄핵을 포기하고 박근혜하고 룰루랄라 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그렇게 사람들이 착하게 행동할까? 임계점을 넘어가지 않을까? 백만 단위의 민중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어느 순간 집회 주최 측이 시민들에게 시위 현장은 위험하오니 노약자분들은 피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꼴을 보고 싶어?


남은 선택은 이것뿐이다.


탄핵이냐, 아니면 짱돌과 화염병이냐.


대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탄핵도 짱돌과 화염병도 모두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권리라는 점, 우리 그걸 잊지 말자고 하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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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너무 힘들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짜증이 나고 박근혜 얼굴도 보기 싫다. 건강에 이상이 오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게 되는 연말이다. 나 또한 힘들고 지치고 슬픈 감정을 수시로 느끼곤 하거든. 이해가 가지. 뭔가 사리에 맞지 않게 부조리한 상황이 지속되면 인간은 당연히 그런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어 있다고.


하루속히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거야. 정치인들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일정을 따지는 거, 그거 당신들 먹고살 돈 세금으로 마련해주는 납세자들에 대한 불충이고 범죄야. 당신들의 고용주의 심리상태를 좀 이해하라는 거다. 그 분들이 얼마나 심각한 마음고생들을 하고 있는지 말야.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간단한 부탁이다. 실패해도 좋으니 최대한 빨리 탄핵 절차에 들어가 달라.


실패하면 그 뒤처리는 힘들고 괴롭겠지만 우리 유권자들이 해 줄게. 저항권 발동하면 되거든. 이거 살짝 협박이야. 이 협박이 얼마나 무서운 협박인지 알아들을 머리가 있으면 알아 듣겠지.


저 미치광이 범죄자를 청와대에서 단 한 시간이라도 빨리 끌어내야 할 거 아니냐고!!


그게 2016년 12월 대한민국에서 해야 할 가장 급한 일 아니겠는가 이 말이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