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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있었던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의 발언이 이슈였다.


“민다나오섬에 대한 계엄령 검토”


‘마약과의 전쟁’ 일환으로 (민다나오섬에 대해) 계엄령을 검토 중에 있으며, 다른 범죄이슈도 같이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민다나오 지역에 계엄 재판소를 세워 테러리스트들에게 사형을 언도할 수 있도록 하며, 마약 캠페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있을 기초단체장인 바랑가이 캡틴의 선출을 없애고 임명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현재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 "계엄령 선포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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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


1) 작년 8월부터 25번의 계엄령 언급, 올해만 17회 언급


외국에 오래 있다 보면 북한의 전쟁 위협을 언급하며 한국의 상황에 대해 불안을 표시하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필자에 대한 걱정과 한국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묻곤 한다. 물론 나는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전쟁 발생에 대한 가능성은 특별한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답변한다.


이번 두테르테의 계엄령 검토에 대한 필리핀 현지의 불안함도 한국인이 느끼는 북한의 전쟁위험과 비슷하다. 필리핀 현지 언론도 기사 몇 개로만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중 계엄령의 대상인 민다나오 지역의 신문사 <Minda News>의 내용(링크)을 발췌해본다. 두테르테의 계엄령 검토 발언이 필리핀인들에게 특별한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다수 의역)


Duterte’s martial law talk: 25th since August, 17th since January
두테르테의 계엄령 언급: 지난 8월부터 25차례, 올해에만 17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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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240명의 도지사, 시장과의 만남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연설 모습


“You overdo things, you put bombs in schools, you bomb ‘yung mga IED diyan sa mga eskwelahan ng mga bata, then you have forced my hand to declare martial law,” Duterte said.


너희들이 아이들의 학교에 사제 폭탄을 설치하는 행동들이 내가 계엄령을 선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He again repeated earlier pronouncements that under martial law, he does not have to go to court to have warrants of arrest or search warrants issued, that he would finish off “lahat ng problema ng bayan diyan sa Mindanao” (all the problems in Mindanao) without specifically naming these problems.


계엄령 하에서는 법원의 영장 발부 없이 민다나오섬 내의 이러한 문제들을 끝내버릴 수 있다.


“Do not force my hand into it. Once you begin to massacre and slaughter people who are innocent, I will declare martial law over the entire island,” Duterte said.


내가 계엄령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달라. 당신들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학살하면 나는 전 섬에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다.



2) 민다나오 섬의 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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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군이 지난해 다바오 시장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 무슬림 반군인 'Maute'을 공격하고 있다.

(출처: <ABS-CBN news>)


남한(99,720㎢)과 비슷한 크기의 민다나오 섬(94,630㎢)은 필리핀의 세 구역(루존, 비자야스, 민다나오)중 가장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다. 대부분이 도서지역인 이곳은 치안의 부재로 역사적으로 무슬림 반군과 공산 반군의 활동이 활발하였다. 현재까지도 테러, 납치, 내전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나 여태껏 정권들은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원천적이고 지속적인 대응 방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들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각도로 수행되기 시작했다. 이 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다바오에서 오랫동안 시장을 지냈던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가 무슬림 계 혈족인 데다, 정치적 성향이 좌파라 공산 반군과의 대화가 원활하다. 하여 (이 지역의) 두 반군의 대표들과 정권 초기부터 평화 조약을 시도해 왔다. 결과로 가장 큰 무슬림 반군 그룹인 MNLF, MILF와 평화조약을 체결하였으며, 공산반군인 ‘국가민주전선(National Democratic Front)’의 우두머리인 Joma Sison, Luis Jalondoni와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민다나오 지역에는 위에 언급된 주요 무슬림 반군과 공산 반군 외에도 중급 규모의 반군 그룹을 포함하여 중앙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는 소규모 반군조직이 많이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내란, 테러, 납치 및 지역 마약 공급으로 인한 지역 문제는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두테르테는 평화조약 정책의 한계를 인지하며, 소규모 반군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지역 자치단체장에게 반군의 정보를 제공 받아 지역별로 각개격파하고 있다.



두테르테의 수사법과 도서지역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

두테르테가 지방 자치단체의 정보 소통을 통해 소규모 반군들에 대한 통제와 압박을 하고 있으나, 최근 이 방법에 문제점이 있음을 감지했다. 지자체장들이 제공하는 반군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일부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혈연관계가 강한 나라인데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출직이다. 지역의 무슬림, 공산 반군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밖에 없고, 지방자치단체장 본인부터가 반군에 소속된 경우도 많다. 중앙정부의 통제가 원활하지 못한 게 당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테르테가 민다나오 지역의 지자체장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며, 계엄령의 언급도 그들과의 대화 연장선상에서 발표되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인 ‘바랑가이 캡틴’은 우리나라의 면장급으로, 도서지역에선 지역 내 가장 큰 규모의 혈족들 중 하나가 선출된다. 이렇게 선출된 바랑가이 캡틴이 지역 단위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 하는 거다. 기본적인 치안권을 부여받는데, 지역의 반군들에 대한 지원과 심지어는 테러, 내전, 납치와 같은 범죄행위들에 직접개입하는 부정부패를 벌이기도 한다.


두테르테는 반복적인 “계엄령 검토” 언급을 통해 공포심을 조장해 반군의 범죄를 줄이고, 민다나오 지역의 지자체장들의 협조를 강제하고 있다. 필리핀의 헌법상 계엄령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전후 48시간 이내 상하원 의회에서 동의를 구해야만 지속될 수 있다. 한 마디로 마음대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마치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 캠페인에서 썼던 방법(마약조직들에 대한 즉결처형 명령을 통해 공포심을 조장하여 유혈사태를 최소화, 자수를 이끌어냄)을 민다나오의 무슬림‧공산 반군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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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Liberal Party의 주요 구성원인 마로하스, 노이노이 아키노, 레니로브레도

이들은 정치적으로 Yellow Media라 불리는 주요 언론의 지원을 받고 있다.

(출처: <Philstar>)


이 방법에 대한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신뢰는 지속적이나, 미디어의 실세를 쥐고 있는 이전 대통령 아키노의 Yellow 그룹이 그들의 정치력 근원인 마약 비즈니스 산업에 대한 두테르테 정부의 압박에, 반대급부로 언론을 이용하여 두테르테에게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도(참고기사 링크) 항상 눈여겨 봐야한다. 


한국 언론 대부분이 실제 여론을 뒷받침하지 않은 미국 언론의 받아쓰기만 한 탓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거라는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외교적 준비도 전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미국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반성의 소리가 높다. 제대로 예측한 전문가가 없었으니. 


한국에서 외신을 보도하는 곳 대부분은 그 나라의 깊은 속사정을 모르고 직접 취재하지도 않는다(직접 취재하는 곳은 제대로 실리지 않고). 지정학적으로 조그만 외교 정책 하나가 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곳이 한국이다. 딴지에 계신 독자분들이라도 가치판단 이전에 이런 속사정을 잘 살펴 수많은 '겉핥기 뉴스' 혹은 '받아쓰기 뉴스'를 비판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삐약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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