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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25. 월요일

타데우스









지난 기사


메로 해부하는 독일 경제 : 대기업 편





최근 2016년 최저임금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사용자 측에서는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다며 5,580원 동결을, 노동자 측은 10,000원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이는 메르스 때문인지, 우리가 최저임금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언론들이 보도하기 싫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째 최저임금 협상이 언론에 많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이번엔 좀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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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가뿐하게 독일의 최저임금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지난 기사에서 다음엔 독일 중소기업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거 다 안다. 그러니까 스리슬쩍 최저임금 이야기를 해보자.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최저임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레스토랑에서 서빙 할 때도, 술을 팔 때도, 공장에 들어가 막일을 할 때도, 농사를 지을 때조차도 최저임금 이상의 부족하지 않은 돈을 받아 생활할 수 있었다. 아, 딱 한 번 시간당 3유로 준다던 한국인 사장을 만났을 때 최저임금이 떠올랐다(사실 저 정도 악질 사상은 상당히 드물다).


독일은 올해부터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으잉? 선진국이라 알려진 독일이 이제야 최저임금을 도입하다니,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천천히 하나하나 살펴보자.


(* mindest-lohn의 자료를 참고하였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약 400만 명의 독일인이 이번에 도입된 최저임금 제도로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독일 인구가 약 8천만 명이니 인구의 5% 정도가 이번 최저임금 제도의 우산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대단히 많은 수치다. 아니 선진국 선진국 하며 물고 빨아 줬더니 저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던 사람이 많았단 말이야? 뭐 한국과 비교하면 천국이겠지만... 아무튼 독일은 그동안 최저임금법 없이 살아오다가 올해 201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8,50€ (10,540원)의 최저임금을 전격 도입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입한 최저임금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최저임금이란 말 그대로 노동에 대한 대가로 법으로 정해진 최저 임금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이란 시급과 월급으로 구분된다. 시급의 경우 국가에서 정한 최저 시급 외에 각 주에서 정한 최저 시급이 있다. 이는 각 주 혹은 기초자치 단체와 연계되어 정해진다. 또한 업종별 최저시급이 따로 있다.’



복잡하게도 써놨다. 여튼 최저임금이 생겼단다. 꼭 필요해 보이는 최저임금을 어쩌다 인제야 도입하게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선진국이니 최저임금이 생기기 전에 문제가 없었을까? 근면 성실한 독일의 사업주는 노동자를 배려하고, 노동자는 열심히 일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 해 줌으로써 이미 적당한 선의 임금을 법률적 구속 없이도 내어주는 곳이었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그런 건 MB가카께서 민족 정론지 딴지일보에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말 만큼 허무맹랑한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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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그간 최저임금이 없었던 대신 업종별 노조가 사용자 측과 협상을 통해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해왔다. 한국과 비교하면 노조가 활발하다 못해 난발하는 독일에선 그동안 사측과 노동자가 테이블에서 임금협상을 진행해왔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땐 노조가 파업으로 맞불을 놓았다(이 파업을 그리 심각한 분위기로 하지는 않는다. 월급 좀 올려달라는데 용역 깡패를 부르는 사회는 아니니까).


이런 다양한 노조와 회사 측 대표들이 그간 만들어 놓았던 최저임금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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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동)은 각각 서독과 동독을 의미함

**현재 환율 1€ = 1,240원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잘 돌아가는데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높고 사측과 노조의 임금협상에 국가가 별로 개입하지 않던 독일이었지만 최근엔 노조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임금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비대칭으로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고,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협상의 파행으로 파업이 잦아지게 되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실제 독일은 파일럿 등의 항공 관련 파업, 철도 노조 관련 파업, 우체국 관련 파업 등 굵직한 파업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일이 한번 일어날 때마다 시민들이 이성적으로는 동의하지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최저임금을 도입하여 임금협상을 원활하게 하고, 안정된 임금을 제공해 보자는 이유가 최저임금 도입 배경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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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파업, 우체국 파업, 철도 노조 파업, 체게바... 읭?


물론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회 취약 계층. 특히 외국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의 경우 ‘보통 사람’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도 받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독일인보다 외국인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복지 얘기가 나왔으니 또 다른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바로 도덕적 해이. 독일의 경우 장기 실업자에게 각종 지원금과 직업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사람이 최소한 돈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게 하는 시장무한 자유주의체제를 거스르는 제도가 많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임금의 절반 가까이 가져가는, (누구 말마따나) 빨갱이 같은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복지 혜택이 많다 보니 제도의 빈 구멍을 노린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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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 잡센터(Bundesagentur fur Arbeit)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연평균 약 323,000 가구가 하르츠 IV(HARTZ IV; 일종의 실업자가 받는 서비스로 국가가 실업급여도 주고 일자리도 알선해주는 정책)를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 타갔다고 한다.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800유로 이상이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2009년에 비해 약 20,000가구가 더 늘어난 수치이다.


하르츠 IV를 타가는 전일 혹은 파트타임 알바를 하는 일인 가구 사람들이 같은 기간 동안 38% 약 75,600명 늘어났다. 2012년 하르츠 IV를 타간 사람 중 약 130만 명의 사람들이 실제 구직활동을 벌였는데 이 숫자는 2009년과 거의 같다. 다만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실업 급여를 타가면서도 미니잡(당시에는 400유로 현재는 450유로를 벌 수 있는 알바)이라 불리는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보면 국가에서 실업 급여를 타면서도 실제로는 따로 소일거리를 가지고 넉넉한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꼼꼼하게 복지 제도를 설계하지 못한 결과다. 실제 독일에서 아이를 두 명 키우며 집에서 놀아도 이런저런 혜택을 다 챙겨 받으면 1,600유로(약 200만 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꼼꼼한 사람이라면 이 금액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자 이렇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저런 복지 혜택 확 줄여 버리고 저런 거머리 같은 국민 죽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고 싶을지 모른다. 이 통계가 발표된 이후 진보언론은 비난의 화살을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 시민들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돌렸다. 위 통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고(Die Zeit), 아르바이트로 삶을 살아가엔 충분치 못한데 전혀 근본적인 것을 보고 있지 않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Spiegel online).


자 그럼 이를 해결하는 국가의 태도를 보자. 정부와 의회는 이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해 저임금 근로자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올려주고 그들을 하르츠 IV같은 실업급여 대상자에서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국가의 쓸데없는 지출을 막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만약 위와 같은 상황이 있다면 과연 한국의 해결책은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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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나마나 해체이겠지...?

출처 - YTN


자 그럼 최저임금이 도입되는 과정 속 정치계는 어떤 입장을 표했는지 살펴보자.


메르켈 총리가 속해있고 현재 3선째 여당으로 있는 CDU(기독민주당)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수정당이다. 이들은 2009년 총선에선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최저임금 도입을 반대했다. 특히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감소한다며 최저임금 대신 최저수입법안을 발의했다. 즉 저소득층의 임금이 적다면 적당한(?) 선을 정해 국가에서 그 나머지 차액을 보전해 주겠다는 안이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은 당내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고, 최저임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에 따라 2011년부터 CDU 역시 임금 위원회에 의한 최저임금 도입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서게 된다. 다만 정치적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 도입에는 반대한다며 학자들을 임금 협상단에 넣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진보 진영의 규모가 더 크므로 자칫 정치적 영향력이 행해질 경우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이는 기우 아닌 기우인 셈이다. 이에 더해 최저임금(Midestlohn)이라는 단어 대신 임금 최저선(Lohnuntergrenze)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밀어붙인다. 저놈의 네이밍은 동서고금 모든 정치인의 종특인 것 같다.


독일의 제1야당인 SPD(사회민주당)는 CDU의 반대편에서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최저임금 8,50€를 외쳐왔다. 자민당(FDP)은 CDU와 함께 오랫동안 최저임금 도입에 반대해 왔다. 이들 역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과 저임금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CDU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신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Burgergeld(시민 돈)란 것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뷰르거겔트가 뭔지 굳이 찾아보지 않아서 필자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하지만 대략 보편적 복지가 최저임금이라고 친다면 선별적 복지는 뷰르거겔트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이제 진보 정당이다. 먼저 좌파당(Die Linke)은 최초 10유로의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적은 비율일지라도 매년 인상을 할 것을 주장했다.


녹색당은(Bundnis 90 / Die Grune) 영국식 모델을 도입해 정치권을 최저임금 협상 테일블에서 완전히 배제한 모델을 주장했다. 이 협상은 노조와 사용자 그리고 학자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해적당 (Piratenpartei)은 네덜란드식 모델을 주장했다. 노동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의 방식을 도입해 정치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최저임금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들을 최저임금 책정의 주체로 놓는다는 안이다. 그리고 단기알바의 경우 9,02유로 풀타임 잡의 경우 9,77유로의 도입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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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당의 로고


이렇게 정치권의 각 당이 최저임금을 포퓰리즘 마냥 마구마구 내놓자, 사용자들은 반대하고 싶은데 뭐 굳지 반대할 명분을 찾진 못한 것 같다. 당시 독일상공회의소는 늘어나는 서류업무를 반대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단기 알바도 장기 알바도 모두 일일이 기록을 해가며 관리 한다는 것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부담되는 일이라고 툴툴댔다.


독일이 스스로를 ‘종이의 나라’라고 부를 만큼 서류업무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궁색하기 그지 없는 변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화답하듯 소규모 사업장에 일정 정도의 서류업무를 간소화하고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대하던 상공회의소도 그 외 반대할 뾰족한 명분을 찾진 못했고, 최저임금이 도입되어 모두가 햄볶해 졌다.


고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최저임금 문제가 간단치 않다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음번엔 현 최저임금의 문제점과 최저임금 도입 후 지금까지 독일의 변화에 대해서 디벼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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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