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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거듭되니 토론을 볼 때 자연스레 이전과 비교된다. 스탠딩 토론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실망만 주었)던 KBS 2차 토론 경우, 실제론 SBS 1차 토론만 못했다. 확실히 비교의 재미는 생긴다(암세포는 더 많이 생긴다, 라는 부작용도 있다).

 

공통적으로 남는 아쉬움은, ‘시간이 부족해 깊이 있는 얘기를 못 들었다’는 것.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어제의 토론을 포함,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3차에 걸친 토론회는 각 회당 정치/경제/사회 하나씩만을 다룬다.

 

정치분야라는 주제 안에서 자세히는


1.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

2. 권력기관 및 정치 개혁 방안


을 다루었다. 후보자에겐 총 18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18분 안에 후보자가 해야 할 건 주제에 대한 자유토론인데, 문제는 위 주제 2개에 18분이라는 시간을 적절히 나눠야 한다는 것.

 

지난 모든 토론에서 방대한 주제로 얘기하다 결국 아무것도 얘기 못 한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한 놈만 졸라 패겠다로 귀결되는 곤조, 환영한다. 해서, 토론이 거듭되면서 각 후보가 조금씩 진화한 김에 개별 진화 포인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물론 진화만큼 퇴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 주제 한 놈만 패기로 한 토론이 정체성을 잃고 표류했던 것처럼. 



 

후보별 진화 및 퇴화 포인트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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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막지 못한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12년 전에 제가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진화 : 관심도

진화...그런 거는 홍준표에게 있을 수가 없ㅇ... 아…기사를 작성하자마자 가장 큰 난관에 부딪힌 그런 기분이다. 굳이 아득바득 찾아내자면 다른 이들의 관심도되겠다. 지난 KBS 토론에서 시간이 너무나 남아버린 홍준표에게도 관심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시작하자마자 사퇴요구, ‘너랑 말 안 섞는다'는 다른 후보들의 선언, 봄날 햇살같이, 봄날 벚꽃같이 흩날렸다. 그나마 토론 안 할 것처럼 하더니 실제로는 완전히 토론한 안철수가 없었다면 정말 외로운 토론이었다. 한편으론 사건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쓴 홍준표가 상대적으로 아무말 할 시간이 줄어들어 본의아니게 시청자가 이익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퇴화 : 기억력

많은 관심이 아쉬울 정도로 레드준표의 기억력에는 많은 퇴화가 있었다. 아래는 딴지일보 기사에 발췌된 후 약 2주만에 레드준표 사퇴 압박으로 돌아온 부분이다.

 

“(룸메이트 A가) 곧 가정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돼지)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하였다.”


 

본인이 쓴 부분을 다시 읽고 대답했으면 좋겠다. 돼지흥분제 구할 방법을 궁리했는지는 몰라도 애초부터 이런 일을 말릴까 말까 고민했다는 부분은 없다. 친구의 성범죄를 말리지 못한 것을 쓴 게 아니라 도와줬던 일을 쓴 것이니 기억력을 회복하시길 바란다.

 

아아 그리고, 본인이 강제성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해서 성범죄 모의를 안했다는 뜻은 아닌데 검사 출신인 레드준표에게 대체 왜 이런 설명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레드준표가 토론회 내내 얘기하는 ‘지도자론'에 의하면 거짓말 하는 사람은 지도자 되면 안된다던데... 이런 경남도지사를 잃은 경남도민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아참, 경남도민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김에 홍준표의 보좌관들에게 위로의 박수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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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자료 만든다고 밤 샜을텐데, 혼자만 보셨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세상에는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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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홍준표 후보하고는 토론하지 않겠습니다.


 

진화 : 회초리의 사이즈

지난 토론에서 대북송금 얘기 작작하라고 회초리로 개판을 정리한 심상정은 이번에 오함마를 들고 왔다. 시작하자마자 레드준표를 향한 사퇴요구와 토론거부를 시전, 단호하게 레드준표를 쌩깜으로써 후보취급을 하지 않았다. 오함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캐캐묵은 색깔론이 나올 때면 심상정이 나타나 개판오분전을 정리했다. 유승민이 캐묵은 색깔론의 끝을 놓지 못할 때, 그나마 멱살을 잡아 정책토론을 이끌었던 심상정은, 문재인을 향해 진보정당이 약속받아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면서 진보정당의 지분을 바지런히 챙겼다. 지난 토론이 본격 개판이었다면, 이번 토론은 정책인 척하는 대북관 관련 질문이 쏟아져 개판 오분 전쯤 되었는데, 심상정이 있어 다행이다.

 

퇴화 : 오함마의 준엄함(feat.안철수)

허나 지엄한 오함마의 크기가 쪼그라든 건 심상정의 토론거부를 흉내냈으나 단호하지는 못했던 안철수 등장 이후다. 토론하지 않겠다더니 실제로는 쳐다보는 것 빼고는 다 해버린-심지어 그걸 국민을 보고 이야기 한다는 궤변으로 포장한- 안철수 덕에 심상정이 휘두른 오함마의 무게감이 요만-큼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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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에게 토론 거부란(부제 : 다 된 상정에 철수 뿌리기)


심상정에게는 잘못이 없다(이래서 친구를 가려 사귀어야 하는 걸까)는 점에서 아쉬운 퇴화였다.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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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님...


 

진화 : 말꼬리잡기력

유승민은 1차 토론부터 3차 토론까지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송민순 회고록을 밀고 있다. 송민순 회고록 밀기에 동참했던 레드준표가 사퇴압박으로 구석에 쫓겨나니 3차 토론의 색깔론은 그야말로 유승민의 개ssang마이웨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지난 토론에선 사리가 나올 때까지 묵묵히 받아주던 문재인은 단호했다.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회초리 치던 심상정은 더 큰 회초리를 들고 등장해 북풍장사에 쭈뼛댄다. 그래도 '물어보다'와 '알아봤다'를 끝까지 알아듣지 못한 척하며 자기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너 빨갱이지' 한 우물만 판 유승민 덕에 전국의 초등학생은 조금 희망을 얻었을 지 모르겠다. 저렇게 한 우물만 졸라 파면 대통령 후보도 될 수 있다. 대통령은 못 될지 몰라도.


퇴화 : 기대감

말이 통하는 보수,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 이 포지션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정치인 유승민에 대한 기대감이 자유낙하 시작, 피로감이 화악, 몰려온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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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바꾸겠습니다.

문후보께 묻겠습니다. 제가...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진화 : 헤어스타일

헤어스타일 깔끔하네. 

, 화장도 잘 받았다. 우와.

 

퇴화 : 자존감

원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갈구하고 그러던데, 그걸 일반 토론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볼 줄이야. 토론 주제를 바꾸겠다며 입을 여는 족족 자기 얘기로 흘러가는 안철수에게 갑철수도 아니고 MB 아바타도 아니고 그냥 다 아니라고 문재인이 인정해주고 토닥여주면 좋겠다. 자존감이 저 정도 낮은 것도 병이다. 사람이 아플 땐, 우리 모두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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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단말얏 (링크)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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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지 마세요. 끊지 마세요.


 

진화 : 역습력

지난번 토론회란 이름을 달고 공영방송을 통해 송출된 4:1 다구리판의 주인공 문재인은 이번에도 (그리고 그 다음에도) 주요 타깃이 될 건 당연하다. 유승민의 송민순 회고록 드립으로 며칠만에 다시 피어나려던 암세포의 멱살을 잡은 것은 문재인의 단호해진 말투다. 홍준표의 (혼자만 본) 시각자료, 유승민의 끝나지 않는 송민순 회고록, 안철수의 날좀보소 메들리에도 단호히 대응한 문재인은 지난번과 달랐다.

 

대응에 그치지 않고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준표를 공격한다든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려는 안철수를 단호하게 쌩...아니 무시함으로써 지난 토론의 답답함을 한큐에 해소했다.    

 

퇴화 : 염화미소

지난 토론, 각종 다구리에 욕을 하지 않은 대신 사리를 얻었으나, 이번엔 제대로 역습한 대신 사리를 조금 잃었다(근데 대통령 되는데 사리는 필요없다)고 평할 수 있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암세포도 한껏 퇴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것으로 진화론에 입각한 토론회 리뷰를 마ㅊ….. 아, 맞다 토론회장에 한 명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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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


이번 토론의 사회자. 후보가 많아 그냥 훑어 보면 후보인 줄 알고 넘어갈 수 있지만, 보면 볼수록 시선강탈의 매력이 있다.


지난 KBS 토론 사회자보다 더 조용히 팝콘을 먹다 돌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토론회 사회를 쌩까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것만 같아 우리가 소개한다. 무려 85년부터 KBS에서 기자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김진석 기자(는 기자가 천직인데 누가 토론회 진행을 맡겨쓰까).


김진석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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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 KBS의 회사 가치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같은 위법한 발언은 삼가주실 걸로 믿습니다.


사회자는 진짜로 믿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지난 KBS 토론에 이어 사회자가 잠들어도 관계 없을 토론이 되었으니, 팝콘을 드셨거나 숙면을 취하셨거나 아무튼 푹 쉬다 돌아가셨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차 TV 토론을 통해 토론회에 방청객, 아니 사회자로 앉아만 있어도 임금을 지불하는 꿈의 직장 KBS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퇴화 : 사회자의 존재감

 

해서, 사회자 정리가 필요한 부분에 오함마 심상정이 등장, 사회자는 발언 신청을 한 순서대로 말 할 기회를 주는 존재가 되었다. 뭐랄까, 살아있는 번호표 기계 느낌이었달까. 자유토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회자가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보여주었다.




벌써 세 번의 토론이 끝났다. 각각의 진화와 퇴화 포인트 있었으나, 여전히 색깔론에 갇혀 정책에 관한 얘기는 거의 하지 못한 말장난, 아니, 아쉬운 토론이었다. 세 번의 토론 동안 어떤 새로운 것을 듣고 어떤 생각의 차이를 보았던가 싶다. 어제 토론 이후, 몇몇 기사에 언급되는 토론회 무용론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토론회가 소용없다고 다 집어치우면?


우리는 또 한 명의 파면시키고픈 대통령을 가지게 될 지 모른다. 그러니, 다음 번에는 치고 빠질 줄 아는 사회자의 개입을 희망해 본다. 사회자의 적절한 개입은 시청자들이 양질의 토론을 들을 권리를 대신 지켜줄 수 있다. 암유발 억제 효과는 덤이다. 색깔을 너무나 좋아하는 후보들에게 마취총을 쏠 순 없더라도 당장 제지할 수 있는 그런 사회자. 


아참, 그러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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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회자를 만날 것 같은 기운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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