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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9일,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6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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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통해 메이 총리는, “국민은 단결하고 있지만 의회는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안정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은 조기 총선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총리가 마음대로 총선을 결정할 수 있나?, 의회 3분의 2가 찬성하면 총선 실시가 가능하다. 이미 ‘노동당’(Labour) 당수인 제레미 코빈이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메이 총리가 제시한 6월 8일에 영국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사실, 메이 총리의 이번 전략은 초강수다. 자유민주당과 함께 리더쉽을 나눠 가졌던 카메론 총리가 보수당의 지지층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유럽연합탈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했던 전략과 일맥상통이다. 리더쉽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니 국민에게 그 뜻을 묻겠다는 것. ‘올인’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는 정치적 전략이다.

과연, 이러한 메이의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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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4일, 카메론 전 총리의 총선 공약으로 실시된 유럽연합탈퇴 관련 국민투표에서 51.9 vs 48.1%로 탈퇴가 결정된 바 있다. 이후, 영국은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 단계적으로 유럽연합을 탈퇴할 적절한 시기를 논의 중에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러 가지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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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처럼, 사실 ‘브렉시트’(Brexit)가 무엇인지 모르고 투표에 임했다는 이들의 증언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에 “유럽연합(EU)이 뭐에요?”라는 질문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하니 얼마나 대책없이 투표가 치러졌는지는 보여지는 대로다. 이후부터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게 없었다.

1) 런던 시장은 자치구로서 새롭게 EU와 협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2) 노동당에서는 재투표를 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3) 스코틀랜드는 다시 독립을 하겠다고 했다
4) 각 연령별, 지역별, 계층별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5) 영국고등법원에서 영국 정부가 의회의 승인없이 Article 50 을 발동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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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 보도가 된 것 처럼, 사실 조기 대선론은 이미 대두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고등법원의 위 5)와 같은 판결과 함께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세력이 점차 확장 되면서 보수당과 총리에 대한 저항이 거세졌다. 마지막 ‘키’(Key)를 쥐고 있던 의회도 여전히 둘로 나뉘어 싸움(?) 중.

세계 질서를 다시 한 번 재정립 해 보겠다던 포부와는 다르게 내부에서 조차 일련의 합의를 내지 못하는, 빈 수레가 요란한 ‘왕국’(United Kingdom)이 되어버린 영국은, 자존심이 많이 구겨진 상태다. 때문에 사실상 이번 조기 총선은 이미 그려진 청사진의 일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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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9월 메이 총리는 ‘2020년 전에 조기 총선을 하는 일은 없을 것’(The next General Election should be in 2020)이라고 단언한 바 있어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가 갑자기 정치적 선회를 선택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과거 카메론 전 총리가 총선 승리를 위해 내건 초강수가 유럽연합 국민투표였다. 리더십을 보다 견고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건 정치적 전략이었는데,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카메론 전 총리의 공약 때문에 민심 광장이 굉장히 떠들썩했다. 국가의 올바른 방향성을 위해 어렵게 뽑아놓은 정치인이 되려 국민들에게 그 뜻을 묻는다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물론, 엄중하게 국민의 뜻을 묻겠다는 총리는 자신의 직을 걸고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카메론 전 총리는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지기 위해 총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지금의 메이 총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카메론 전 총리와는 양상이 다르다. 사실, 지금의 보수당은 풍난 파도를 만나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선택했다가 좌초된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카메론 전 총리와 같은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결정권한을 넘겼다.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신임을 얻겠다는 전략인 것도 알겠고 리더십을 굳건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메이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은 ‘대쪽’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어떻게 해서든 반대 세력을 설득하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보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Brexit means Brexit)라는 아젠다를 내걸고 내리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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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럽연합과 이렇다 할 만한 뚜렷한 협상 결과도 없는 상태로 지금까지 내부적인 논의만 지속하고 있다.

사실, 이번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전략은, 현재까지 보수당 지지에 대한 여론조사가 우세한 것을 이용,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 넘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재신임을 얻어 반대 세력에게 ‘입 닫아’(Shut up your mouse)라고 하려는 것.

그동안 PMQ(Prime Minister’s Questions)에서도 메이 총리는 상대당과 대화를 통한 설득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의한 국정운영을 선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조기총선에서 승리하면, 힘들여 대화와 설득을 할 필요가 없고 국민의 뜻이라는 거대한 힘을 등에 엎을 수 있으니, 1석 2조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카메론 전 총리는 자신의 직을 걸었지만, 메이는 자신이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 대표로 나설 것이라고 했으니 사실상 다시 한 번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을 관철시키고자 민심을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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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 링크에서 노동당 당수인 제레미 코빈이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메이의 조기 총선 전략을 환영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비롯하여 영국의료보험 시스템이 붕괴되고 가난과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 등, 여러 가지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의 보수당 정권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스코틀랜드 의회 대표, 니콜라 스터전 역시 메이 총리의 결정을 반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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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을 ‘엄청난 계산 착오’(huge miscalculation)라고 평가하는 그녀. 스터전 대표는 스코틀랜드에게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 이번 조기 총선이 스코틀랜드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선거 캠페인만 제대로 운용한다면 보수당의 재집권을 막고 브렉시트 재협상 혹은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를 또 다시 성사 시킬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30일, 니콜라 스터전이 스코틀랜드의 2차 독립투표와 관련된 공식서한을 총리에게 보낸 것은 조기 총선 선언과 함께 다시 국민들의 손으로 넘겨졌다. 스코틀랜드의 요구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고 은근슬쩍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둔 잉글랜드의 전략은 또 다시 스코틀랜드에 빅 엿이 된 것. 어쩌면 ‘이유있는 빡침’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언제까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게 관대할지도 주목해 봐야겠다.

국민을 위한 결정이라기 보단 당을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 메이 총리의 이번 조기 총선 전략이 보수당에게 신의 한 수가 될지, 노동당과 스코틀랜드에게 한 줄기의 빛으로 다가 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덧. 그런 면에서 조기 대선을 치르는 대한민국이 세계적 트랜드를 이끌어 가는 것 같다. 영국도 조기 총선, 과연 미국의 트럼프는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두고 보면 재미있을 일들이 많이 벌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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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