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6. 23. 월요일
산하
줄거리
전자공학과 출신이지만 전공과는 별 관계없는 과학자 가카란 마리야. 그녀는 아버지가 끝내 못이룬, 똑똑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먹고 그에 순종하고, 그러면서도 남들 눈에는 깨끗하고 번듯해 보이는 총리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녀를 돕는 아버지 때부터의 조수 고마해라 기추나.
지난해 기추나는 정홍 1호 즉, 정홍 one 총리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주인의 녹음기 기능은 잘 수행했으나 그 외에는 별 특장점이 없었기에 곧 용도 폐기되고 총리로봇 격납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다. 동네 반장이 됐다가 여러 가지 일로 홍역을 치른 가카란 마리야는 조수 고마해라 기추나에게 집안은 물론 동네를 개조할 수 있는 총리 로봇을 만들라고 종용하는데...
용도 폐기된 정홍 one 총리로봇과 비슷한...
고마해라 기추나는 회심의 걸작을 만들었다며 자신의 앤(애인)의 이름을 딴 Ann day, 일명 안대희 로봇을 만들지만 부속품이 15억대라는 것이 판명돼 유지불가능 판정이 나고 만다. “언제 그렇게 비싼 부속을 채워 넣었지?” 낭패에 빠진 가카란 마리야와 고마해라 기추나. 그들은 법금이나 정치움같은 기존의 금속 재료 대신 언로운이라는 새로운 금속 소재를 선택하기로 결정한다. 언로운 가운데에서도 중앙미늄이라는 특수 소재가 그들의 결정이었다.
중앙미늄 소재를 긁어 모아 몸체를 만들고 공동묘지를 파헤쳐 죽은 이의 뇌를 이식하여 단순한 로봇이 아닌 인간적 요소를 도입하였고 동작동의 선친 묘소에서 가져온 흙으로 마감을 하여 ‘반인반로(봇)’의 꿈을 실현했다. 원래는 머리카락도 이식하려 했으나 시일에 쫓겨 완성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동네 사람들이 만장한 가운데 신임 총리 로봇 제막식이 거행됐다. 패션만큼은 동네 최고를 달리는 가카란 마리야 아가씨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오만하게 선 가운데 고마해라 기추나가 스위치를 걸자 로봇은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동네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맞이했고 가카란 마리야는 감격하여 부르짖었다 무엇 하나 빼놓을 것 없는 나의 총리 로봇. 언로운 중앙미늄의 특수소재로 만든! 마리야의 눈에는 눈물마저 어렸다.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우리 동네 개조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총리 로봇"이라는 것이 그녀의 각오였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의 눈에 뜨인 건 과거 그 동네를 괴롭히던 웬수같은 깡패들의 흔적이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팔에 끼워진 저 사시미는 그때 일본파 그놈들 껀데. 저게 무슨 특수소재요."
"저 다리의 쇠파이프도 그러네."
"뭐 언로운으로 만들어진 특수 합금? 예끼 구닥다리 깡패들 연장이구만."
눈을 꿈벅거리면서 듣고 있던 로봇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로봇의 단말마적 대꾸는 사람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
"바가야로. 니들이 등신이었지 때린 놈이 뭔 잘못이냐 다 하나님 뜻이다."
이로써 동네는 뒤집어진다. 안그래도 깡패들이 쳐들어와 설칠 때 “니들은 이런 족속들이야. 게으른 엽전들!”이라는 소리를 수억 번도 더 들으며 그런 교육을 받았으며 깡패들에게 빝붙어 살던 족속들을 손보지 못한 것을 가슴의 한으로 지닌 동네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그게 하나님 뜻이라면 깡패들하고 맞장 뜨다 죽은 우리 삼촌은 사탄의 앞잡이였냐? 이런 세상에. 뭐 저런 게 총리로봇이냐.
아니나다를까 가카란 마리야가 지난밤 꿈에 달 밝은 밤(Moon)에 창 밖에서 아인슈타인을 봤다(견)는 이유로 문창겐슈타인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이 괴물에 장착된 뇌의 주인은 동네 사람들에게 맞아죽은 일본파 똘마니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마감재로 사용된 동작동의 흙은 로봇의 피부에 파고들어 유신이라는 독소를 계속 주입했고 이에 따라 괴물의 몰골은 더욱 사나워져만 가며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괜찮은 로봇이라고 우기던 가카란 마리야와 고마해라 기추나도 동네 사람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급기야 그들의 단골 복덕방 고스톱 멤버인 7인회마저 이건 아니라고 팔뚝을 걷어붙이며 자신들의 동네 똘마니들도 돌아앉아 버리자 도저히 안되겠다고 몰래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돌아간 후 기추나는 몰래 자폭 버튼을 누르는데... 그러나 갑자기 창백해진 기추나의 얼굴...
"가카란 마리야 아가씨... 자폭 버튼이 먹히지를... 않습니다"
창백해지기는 가카란 마리야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리가 있어요? 기추나 오빠? 아버지 이후 30년 동안 그런 일은 없었잖아요."
"낼 모레 여든입니다. 아버님 모시고 일할 때부터 없던 일입니다. 이런 세상에."
당연한 일이었다. 놀랍게도 문창겐슈타인은 자폭 코드를 스스로 빼 들고 있었다. 얼굴에 핏기가 가신 마리야와 기추나 앞에서 문창겐슈타인이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나를 죽이려는 거야. 날 살린 건 당신들이잖아."
기추나가 문창겐슈타인 앞에 나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너도 이유는 알잖나" 그러자 문창겐슈타인은 울부짖었다. "뭐든 다할게. 살려만 줘. 나 총리되고 싶어. 나는 총리가 돼야 한다고. 왜? 내가 동네사람들더러 등신이라고 그런 거 때문에 그래? 사과할게. 나 깡패 미워하는 사람. 니 로봇이야. 나 깡패들과 싸웠던 안중근 형 존경하는 로봇이라고. 우어억 우어어어어억"
괴물은 통곡했다. 그러나 가카란 마리야는 냉정했다. 그녀는 눈에서 레이저를 로봇과 기추나를 향해 있는 대로 쏘아대며 말한다. "나 중앙동에 있는 아시아탕 다녀올 테니까 그때까지 처리해 놔요. 문창겐슈타인. 더 말하지 않겠어." 총총 나가버리는 마리야. 그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 뒤로 문창겐슈타인의 절규가 터져나온다.
"나를 총리로 만들려던 건 당신들이야. 아니, 아가씨라구요. 아가씨. 책임을 져 주세요. 무릎 꿇고 빌게요. 나는 총리인가요. 아닌가요. 왜 나를 무덤에서 되살렸나요. 누가 총리 하고 싶댔나요. 으허어억 으허허엉"
통곡하는 문창겐슈타인. 그 뒤로 다가선 기추나는 어깨 두드리며 위로한다. 어차피 넌 퇴물이었잖니. 우리가 되살려놓은 거고.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남자답게... 그러나 완강히 고개를 젓는 문창겐슈타인. 기추나는 낯빛을 바꾸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문창겐슈타인 너 죽기 전에 군대 땡땡이 친 거 병무청에서 알면 어떻게 될까. 내가 물어 봤더니 재입대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문창겐슈타인의 늘어진 어깨가 굳어졌다. “그만 버텨. 버텨봐야 너만 비참해지고 마리야 아가씨만 힘들어질 뿐이야 모르겠..... 컥”
기추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갑자기 문창겐슈타인이 긴 팔을 들어 고마해라 기추나의 목을 틀어쥔 것이다. 컥컥거리던 고마해라 기추나에게 문창겐슈타인은 벼락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쉰 소리가 쩌렁쩌렁 방안을 울렸다. "다 죽여 버린다. 어서 가카란 마리야 오라 그래!! 직접 들을 거야. 그 다음에 죽든지 죽이든지 하겠어. 나를 왜 살렸어. 왜 평안히 쉬고 있던 나를 이 똥창에 빠뜨린 거야. 그러고 조용히 물러나라고? 못해! 못해! 못해!"
문창겐슈타인의 눈엔 핏발이 섰고 목졸린 기추나의 눈에도 힘줄이 섰다. 그때 문이 열리며 중앙동 아시아탕에 다녀온 가카란 마리야가 돌아오는데...
과연 그들의 미래는?
개봉박두 납량특집 괴인 문창겐슈타인. 부제 멘붕 대 멘붕.
산하
트위터 : @sanha88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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