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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18. 금요일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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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신문>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예정이라는 다큐멘터리 <거위의 꿈> 관련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거위의 꿈>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추진된다는 보도를 보았고 그 추진위원회에 실로 많은 분들이 결합해 계시는 것을 보고 그런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이래 팽목항에 내려가 유족들과 함께 울고 아파하며 작업을 해 온 분들의 담벼락에서 "도대체 누가 그 다큐를 만든다는 거냐?" 하는 질문을 하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제 의아함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무슨 내용의 어떤 다큐인가


다큐멘터리든 드라마든 영화든 '펀딩'을 하고 '모금'을 한다면 우선적으로 그 다큐멘터리의 기획의도는 무엇이며 내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취재한 내용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지금 <거위의 꿈> 추진위원회 계신 분들은 모두 그 기획안을 보셨고,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고 계시며, 그에 공감하시고 계신 건지 궁금합니다. 모두들 정말로 꼭 필요하고 훌륭한 기획안이라고 생각하시고 국민들에게 지원을 요청해 마땅한 작품이라고 확신하고 계시는지요. 그렇다면 그 확신의 ‘공유’는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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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가족들의 동의는 받았는가.


세월호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라면 유가족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여러 기사에서 나왔지만 사고 이후 많은 다큐팀들이 이 참혹한 역사의 기록을 위해 팽목항으로 내려갔고 그분들은 처음엔 냉대를 받으면서도 동의를 받으면서 작업을 해 나가고 있고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게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런데 유족들이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못한 다큐멘터리의 대상이 되고, 그 다큐멘터리를 위해 '펀딩'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어찌 개운한 일이 되겠습니까. 더구나 국민 성금까지도 거부하고 있는 유가족들이 있는데 그들을 소재로 하겠다며 다큐멘터리 ‘펀딩’을 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을까요.


세월호라는 이름의 엄중한 무게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11명의 시신(17일 오전 현재 실종자 수는 10명 -편집부 주)이 바다로부터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목숨을 걸고 곡기를 끊고 있고 살아온 아이들이 이 뜨거운 여름 길을 걸으며 가증스런 정부와 맞부딪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대찬성입니다. 그러나 그러자면 거기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도 당연히 지녀야 합니다.


뉴스타파는 돈 받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면 뉴스타파는 바른 언론을 위해 싸우다가 해직된 분들이라는 크레딧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취재 내용을 공개하면서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구요. 지금 <거위의 꿈>에서 공개된 게 무엇인지요. 취재된 게 무엇인지요.


이를테면 <또 하나의 약속> 펀딩을 하는데 삼성 반도체 사태를 다룬다는 것만 밝히고 이 영화를 누가 후원하는지만 떠들석하고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막상 반도체 피해자들은 누가 무슨 영화를 하는지 모르고 있다면 이게 말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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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치하고 결국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 세월호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역사적 유산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해야 합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펀딩을 요청하는 것은 제작진과 추진위원회 측의 자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이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그 의무를 이행할 자산은 충분한지 여러 어르신들이 그 이름을 빌려 주시고 후원해야 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필요할 것입니다.


다시금 요청합니다. 그 다큐멘터리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하고 여러 분들이 추진위원회에 동참하고 계시다는 팩트 말고,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무엇이며 어디까지 진척되었으며 ‘엔딩’까지 고민하고 있는(감독님의 담벼락에서 봤습니다) 상황에서 어떤 식의 시놉시스가 구성돼 있는지를 공유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하여 추진위원회 후원자 분들의 관심도 호소합니다.


이 다큐 펀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그건 제작진에 대한 신뢰보다는 추진위 후원자 명단에 오른 여러분들의 명성과 식견에 대한 믿음의 작용이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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