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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세계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44년 폭군 장기가 침실에서 허무하게도 노예에 의해 살해당한 후 권력 공백이 사태가 우려되었으나, 그를 잇는 후계자가 곧 나타났어. 무슨 제3의 인물이 나올 것 같이 분위기를 조성해서 미안해. 재미없게도 후계자는 그의 아들 누르 알 딘 이었어.

 

작은 반전은 그는 자기 아버지랑 완전히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거야. 달라도 너무 달라서 신앙심이 깊은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술, 담배, 도박, 마약은 물론이고 유흥까지 즐기지 않았다고 해. 이런 성격은 후천적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없어. 타고 나는 거야. 맨체스터의 수도승 박지성은 억지로 참고 살았던 것이 아니라 타고난 성품이었던 거지.

 

누르 알 딘은 바그다드에서 술, 담배는 기본 옵션으로 매일 같이 무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하는 칼리프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삶을 유지하고 있었어. 이는 국민들의 존경과 절대적인 지지로 이어졌어.

 

“야만인(기독교인)들이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도륙하고 영토를 침범하였다. 누구의 기준에서 성전이냐?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깨끗하다. 교황? 칼리프? 백성들이여, 나를 따르라! 우리 기준에서 성전으로 야만인들에게 맞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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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독교 측에서는 167대 교황 에우제니오 3세가 열심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었어. 교황으로 선출된 지 2년이 지났을 때 반대파에 의해 로마에 머물지 못하고 프랑스에 체류 중이었어.

 

“아놔. 이거 참 교황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로마에 도대체 언제 돌아간단 말이냐. 뭔가 내 파워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없느냐? 국민 따위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나 개인의 영달과 미래를 위한 그런 일 말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는 하나의 방법 밖에 없습니다. 국뽕 아니 종교뽕 입죠. 1차 십자군 전쟁으로 벌써 그 효과와 재미가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잖습니까.”

 

“좀 식상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난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이 죽는 건 별루다. 그냥 배 한 척 정도 가라앉으면 딱 좋겠는데... 전쟁이 나면! 오 주여! 사람이 너무 많이 죽을 텐데...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동원할 군사도 없고 명분도 없는데 말이야. 막 치고 들어갈 순 없잖아.”

 

‘저기 님아… 캐릭터 좀 일관되게 잡자. 사람 좀 헷갈리게 하지 말고!'라는 측근의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 푸념을 늘어놓았어.

 

“당장 동원 가능한 군사력도 없고. 명분, 명분이 있어야 2차 십자군 전쟁을 하지. 양손에 쥔 것이 하나도 없네. 쩝.”

 

“교황님 양손에 제가 명분과 군사력을 모두 다 쥐어 드리겠습니다.”

 

교황은 자신이 체류하고 있던 프랑스의 왕 루이 7세를 찾아가서 그를 구워삶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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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7세는 적장자가 아닌 차남이라 왕위 계승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왕 수업 대신에 종교에 심취해 지냈었어. 그렇게 지내다가 왕이 되니 전쟁 경험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해 준비가 덜 된 상태였지. 하지만 그런 건 위대한 성전 2차 십자군 전쟁을 시작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

 

“폐하의 신앙심은 너무나 깊어 그 신심이 하늘에 닿을 듯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가만히 손 놓고 계시옵니까?”

 

“무…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1차 십자군 전쟁을 통해 야만인들의 손에 엄청나게 희생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손에 들어왔던 에데사도 되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2차 십자군의 출격만이 신의 뜻을 따르는 유일한 길이옵고, 그 성전을 치를 위대한 왕은 현재 지구상에서 님뿐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구먼. 가즈아~”

 

이렇게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되는 명분을 내세우고, 2차 십자군은 프랑스 왕 루이 7세의 영도(?) 아래 1146년 5월 출동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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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만의 병력 중 3백여 명의 성전 기사단이 핵심 전력이었어. 문제는 전쟁 경험이 전무한 루이 7세가 군사 지휘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2차 십자군은 맨붕에 빠지게 되는데! 병참 문제가 터졌어.

 

유럽을 지나 소아시아까지 가는 데만 반년이야. 터키 중부의 산악 지대에 도달했는데, 때마침 겨울이네. 식량도 없는데 날씨까지 추워. 사람보다 노새가 먼저 쓰러지기 시작했어. 노새가 운반하던 짐을 사람들이 옮겨야 해. 한국 회사도 아닌데 과로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어. 군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어.

 

“아니. 이거 이러다 전투 한 번 못해보고 다 죽는 거 아냐?”

 

“전쟁을 할 때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병참 문제인데, 왕의 경험이 부족하니 이거 원. 작전권을 성전 기사단에게 넘기는 것만이 우리가 살 길인 거 같아 답답하구만.”

 

진짜 문제는 이제 발생하기 시작했어. 2차 십자군의 이동 경로는 산악 지대인데 특이하게 넓은 평지가 많았어. 무슬림 군대가 기습하기 최적의 장소인 거지. 기사단의 강력한 건의로 왕은 대열의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라고 명령을 내리긴 했어. 겨울이라 눈도 오지, 춥지, 배는 고프지,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니고 간격 유지가 어디 쉽나. 왕과 왕비는 선봉에 있던 성전 기사단과... 점점~ 멀어져 간다~

 

“내가 적의 장군이라면 이럴 때 딱 매복했다가, 기습하면 효과 만점일 텐데 말이야. 야만인(이슬람)들이 전략 전술이나 있겠어.”

 

“아 그 방정맞은 주둥아리 좀 닥치게. 자네 1차 십자군 때 글도 아직 안 읽어봤나? 그런 소리 하다가 바로 적의 기습이 이어졌다고!”

 

이슬람은 야만인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십자군사들의 예상대로 기습 작전을 펼쳤어. 프랑스 왕 루이7세는 겨우 목숨만 건지고, 군사 지휘권을 미군 아니 성전 기사단에게 넘겼어.

 

“일단 안티오크로 가서 전열을 재정비하자. 이봐 기사단! 내가 이론은 빠삭한데 실전 경험이 니들보다 조금 부족한 거 인정해. 그래서 일시적으로 작전 지휘권을 넘겨 주는 거야. 내가 후방에서 잘 지켜볼 테니까. 긴장들 타라! 그럼 난 이만.”

 

안티오크로 돌아와 보니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는데 병력의 1/3이 전사하고 남은 숫자가 2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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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내가 야만인이라고 애들을 너무 쉽게 봤나. 의외로 똑똑하고 용맹한데? 어쩌지? ‘에데사 탈환’을 내걸고 왔는데, 이 상태로 가다간 내가 먼저 죽게 생겼구나.”

 

“폐하. 지금 상황이 좀 거시기하니 에데사는 다음에 접수하시고, 다마스쿠스를 다음 타겟으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마스쿠스! 세계에서 가장 오랜 된 도시 중 하나이며(기원전 3000년 무렵 세워짐),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지점에 위치해 상공업이 발달했고 여러 문화가 혼재하여 자리 잡은 그야말로 문화의 용광로 같은 도시.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던 이 잘 나가던 도시는 십자군이 숨통을 조여오자 대표자 회의를 소집했어.

 

“어찌해야 좋을까요? 누르 알 딘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할까요? 아니면 십자군인지 나발인지를 상대로 결사 항전을 해야 할까요.”

 

“이슬람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경우에는 다른 한 손에 있던 자치권도 넘겨줘야 합니다.”

 

“우리가 프랑스 왕 루이 7세를 상대로 버텨 낼 수 있을까요?”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상대해야 합니다. 현 상황으로 봐서는 프랑크족을 상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오. 저것들을 상대로 소시지 파티 시원하게 한번 해 봅시다.”

 

이슬람 세계에서 지금까지 알레포와 다마스쿠스를 동시에 가져 본 군주는 이 당시까지 없었어. 누르 알 딘은 다마스쿠스의 지원 요청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어.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너희들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 주며 도시를 접수해 주겠다. 지금은 너희들이 왼손에 자치권을 들고, 나에게 살려 달라고 오른손을 내미는 것을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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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진영이 눈독을 들이는 다마스쿠스는 결사항전의 각오로 프랑크족에 맞서니 초반은 의외로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어. 하지만 전력상 차이는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어. 이때 이슬람 진영에서 비밀 특사가 상황실에 도착했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고한 백성들의 헛된 희생을 언제까지 지켜보실 작정이란 말입니까? 우리가 먼저 이리 손을 내밀러 오지 않았소. 마지막 기회요.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갈 것이오.”

 

“끄응… 사흘의 말미만 더 주시오. 그 후 최종 의견을 전달하리다.”

 

“우리 한번 힘을 합쳐 저 야만인(십자군) 놈들이 강탈한 십자군 점령지를 함께 되찾아 옵시다. 그럼 귀 도시의 재정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오. 우리는 십자군 같은 양아치가 아니오. 누가 다마스쿠스를 날로 먹겠다고 했소? 딱 3일입니다.”

 

극심한 내부 진통 끝에 다마스쿠스는 이슬람에게 구원 요청의 오른손을 내밀었어. 2차 십자군은 어떻게 됐냐고? 충격적이지만 너무도 싱겁게 퇴각을 해 버렸어. 고국의 소시지 맛이 어지간히도 그리웠나 봐. 이렇게 1154년 4월 다마스쿠스는 이슬람에게 자신들의 대문을 활짝 열었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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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