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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은 왜 드루킹 사건에 그토록 천착할까? 먼저 드루킹이라는 인물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면, 그는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특별히 유능하거나 특별히 악마적인 인물이 아니란 얘기다.

 

우리 업계(?)에서 흔히 '정치 자영업자'라고 부르는 실패한 야심가들이 있다.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은 이들은 많다. 그러나 능력이나 운이 자신의 야심만 못할 때, 그들은 흔히 우회로를 판다. 중요한 사람을 괴롭혀서 사과 따위를 받아내 그와 동등한 영향력을 지녔다는 즐거운 착각을 누리거나, 음지에서 근성가이가 되어 양지의 배경 아래 드러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등.

 

드루킹은 전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할 때였다. 총수의 <나꼼수>가 빅히트를 치고 사람들이 모이자 진보진영 주변을 맴돌던 정치 자영업자들이 총출동했다. 그들은 편집실에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와 의뭉스러운 명함을 뿌리거나 기사를 편집하던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내가 한 말인지 선배(한때 나의 사수)의 말인지 정확히 기억 안 난다. 어쨌거나 우리가 맘에 쏙 들어한 창작극... 아니 창작 표현은 '벙커(딴지일보 사옥을 이르는 말)의 공기에 정액이 떠다닌다'였다. 좌절되었지만 좌절을 거부한 욕망들을 우리는 그렇게 표현했다. 지금도 그 표현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 이 좁고 가난한 진보판에서, 누군가 사고를 쳐서 와아! 하고 사람을 끌어모은다면 거기에 정의도 있고 인기도 있고 그리고... 그리고 돈푼도 좀 있지 않겠는가. 자영업자 된 몸으로 세든 가겟자리가 없으면 5일장을 찾아다니는 법. 뜨내기들 모두가 아웃 오브 안중이 되지는 않았다. 모 목사 아드님을 꼬셔내 한탕 하는 데 성공한 어떤 놀라운 매체의 전 편집장님도 있었으니. 물론 대부분은 관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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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아마 딴지일보 출신보다 잘 예측하긴 힘을 것이다. 그는 진보진영을 감싼 공기에 떠도는 수많은 정자 중 하나다. 그게 다다. 보수세력이 오인하고 있거나, 아니면 궁지에 몰리다 보니 알면서도 모른 척 드루킹의 존재감을 부풀리고 싶거나, 둘 중 하나다. 아니 뭐 둘 다겠지. 그런데 그는 정자 1입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드루킹의 추종 집단? 이런 소그룹은 지구에 사백만 개는 있을 거다. 헛소리가 우연히 통하고, 그게 선견지명이라고 믿는 추종자들과 그들 덕분에 저한테 신기가 있다고 믿는 교주의 만남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그를 따르는 사람 중에 고소득 전문직도 있다고? 그게 어쨌단 말인가. 의사도 간호조무사도 소금을 입에 넣으면 똑같이 짜다. 짜다고 뱉는 사람이 있고, 좋다고 삼키는 사람이 있을 뿐.

 

드루킹은 실패한 허경영이다. 그에게는 허경영만 한 외모와 카리스마(허경영에게 카리스마라고? 이만치 먹고 살아올 만큼 스폰서를 낚았다면 카리스마 있는 거 맞다. 물론 그쪽 기준에서.)가 없다. 그러나 정자는 더 높이 더 멀리 날고 싶다. 소줏값도 벌면 더 좋고. 그런데 마침 인터넷이라는 게 있고 바이럴이라는 게 있고, 매크로라는 야바위 기술도 있으니 당연히 손댔을 뿐. 편집증적인지라, 지가 노가다를 하고 남에게 노가다를 시키는 근성가이라서 본인의 역량보다 조금 더 많은 '영향력'을 확인하는 데 성공한 게 전부인 사람이다.

 

악마도 능력이 있어야 되는 법. 드루킹을 악마화하는 데 실패하자 이제는 김경수를 '드루킹을 조종한' 악마로 만들려고 한다. 당연히 헛발질이다. 그런데 왜 헛발질을 하냐고. 드루킹의 망상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여당과 정부에 씹혔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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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철창 체험을 하고 있는 드루킹이 세간에 보여주고 싶은 제 모습은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가 아니다. '나는 영향력이 없지 않다'이다. 치료, 조롱, 동정, 무시의 대상이 되는 게 정상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어떤 예술가의 눈에 포착된다면 '이해의 대상'이 되어 캐릭터로 부활하겠지.

 

보수세력은 왜 그럴까? 그들의 사고관에서 대중이 정치인을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현상은 상상 외의 영역이라서가 아닐까. 거래를 완료하고 예산을 집행해야 '여론'을 살 수 있다고 믿는 세계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자신들에 대한 전국민적인 악평은 자연스럽지 않다.

 

보수세력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인 지금처럼 여론에서 소외되어 본 역사가 없다. 그렇다면 적진에서 물밑의 꼼수를 부리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기분이 나쁘면 믿음과 희망사항은 동의어가 된다. 그 거대한 음모의 꼬리를 잡았다고 믿어야 그들의 세계관이 안온해진다. 그런데 그게 현실일 리 있나.

 

보수세력이 착각해도 지구는 돌고, 죽어도 내일의 해는 뜬다.

 

문재인 지지와 보수세력 비토 현상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낀다면, 음모론에 목을 맬 게 아니라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칠 일이다. 드루킹에 대한 집착은 '거울도 안 보는 보수'의 민낯이다. 조선일보는 왜 저럴까? 거울이 어딨는지 까먹었거나, 거울을 숨기는 게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런데 뭔 상관인가. 그래도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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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드루킹이 괴물이고 김경수가 공범이나 주범이라고 치자. 그럼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치기 되면 그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받고 보수세력이 비토되는 이유와 별개의 일이다. 조선일보와 야당의 희망사항이 희망사실이 된들, 뭐 어쩌란 건지.

 

드루킹도 드루킹 사건도, 사건의 근원도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다고 믿고픈 마음과 조선일보의 영업 의지도 그저 그런 인간사의 그저 그런 일이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겠다. 보수세력이 (양심과 별개로) 능력이 있어서 센 줄 알았더니, 운 좋게 센 편에 있어서 유능해 보였다는 거. 그렇지 뭐, 사람은 다 똑같지 뭐.

 

그래도 거울은 보고 살아야 스스로에게 좋겠건만, 태진아가 부른 <거울도 안 보는 여자>의 거울 안 볼 자유는 인정. 그러거나 말거나 촛불 혁명은 성공했고 문재인은 대업을 향해간다.

 

보수 너네, 진짜 별거 없었구나 싶은 생각. 딱 드루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