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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국민음식 “카레”

 

일본의 ‘국민음식’이라고 하면 독자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스시나 라멘을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스시나 라멘 못지않게 국민음식의 영예를 누리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카레 덮밥이죠(이하 그냥 ‘카레’라고 할게요).

 

카레는 메이지(明治)시대에 접어들 때 영국에서 들어왔답니다. 구미의 문화・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일어난 사회변화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 후 홋카이도(북해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양파나 감자, 당근을 활발히 생산했고, 국산 카레가루도 만들어지기에 이르러, 일본에 카레 먹는 습관이 보급되었지요. 지금 널리 먹는 카레의 원형은 1910년대에 완성됐습니다.

 

한 식품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한 사람 당 한 해에 카레를 약 76끼니나 먹고 있답니다. 1년을 대충 52주로 잡으면 일본에서는 1주일에 한두 번씩은 카레를 먹고 있는 셈. 국민음식 칭호를 주기에 하나도 부끄럼이 없겠죠.

 

이번에는 국민음식인 카레 체인점으로 압도적 위상을 자랑하는 ‘코코이찌방야(CoCo壱番屋)’를 소개하도록 할게요. 현장 탐방 리포트도 할 텐데 한국에 있는 체인인 만큼 코코이찌방야의 한일 간 비교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2. 코코이찌방야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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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이찌방야(CoCo壱番屋)는 무네츠구 토쿠지(宗次徳二)씨와 아내인 나오미(直美) 씨가 1974년 나고야에 개업한 다방 “밧카스(バッカス)”를 시초로 한 카레 덮밥 전문 체인입니다. 아는 분도 있을 테지만 일본에 있는 개인 운영 다방은 스파게티나 카레를 제공하는 데가 많고, 그 가게의 명물로 소문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박카스 다방 역시 카레를 잘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을 겁니다.

 

78년에 들어 부부는 아이찌현 키요수(清須)시에 “카레 하우스 CoCo 이찌방야”를 열었고 순조롭게 성장, 2002년에는 전국 점포 수가 500개를 넘었고 그 2년 후에는 1,000개가 넘는 급성장을 이뤄, ‘코코이찌(ココイチ)’라는 약칭으로 널리 알려진 거대 체인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2018년 2월 기준)는 1호점이 있는 아이치현에는 물론이고 도쿄, 오사카를 중심으로 일본 국내에서 무려 1,258개의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그 중 156 점포가 직영점).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 국외에도 150개가 넘는 점포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08년에 한국 제1호점인 강남점이 열린 이후 현재까지 약 30개 점포가 문을 열었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개인적으로는 일본 체인점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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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코이찌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신규 오픈 예정의 알림문이 떴네요. 2008년에 한국 제1호점(강남점)이 영업을 시작한 이래 2018년 5월까지 총 31점포가 한국에서 영업 중.

 

일본의 다른 카레 체인점이 고작 100개 점포에 미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코코이찌의 전파력이 어마어마함을 엿볼 수 있는데, 2013년에는 “가장 큰 카레 레스토랑 체인”으로 기네스의 인정을 받기도 했지요. 라멘이나 스시 체인에는 이런 압도적 승자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카레 분야에 있어서 코코이찌방야가 차지하는 위상이 엄청나게 높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창업자인 무네츠구 씨는 98년에 아내인 나오미 씨한테 경영을 맡기며 일선에서 완전히 은퇴했고, 2015년에는 하우스식품 그룹 산하로 들어갔답니다.

 

이만큼 큰 성장을 이룬 코코이찌의 사시(社是 ; 경영 방침)는,

 

“니코・키비・하키”

 

이랍니다. “니코”는 일본어 “니코이코(ニコニコ ; 싱글벙글)”, “키비”는 “키비키비(キビキビ ; 행동이 팔팔하고 민첩하게)”, “하키”는 “하키하키(はきはき ; 말이 시원스레)”의 준말. 코코이찌가 창업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같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는데요, 사실 이 정도는 웬만한 가게라면 다 갖추고 있을 겁니다. 코코이찌의 성장 비결은 역시 일반 프랜차이즈에서 보기 어려운 두 가지 운영방침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블룸시스템(Bloom System)”이라 불리는 독특한 가맹주 육성 시스템입니다. 블룸(bloom)은 영어로 “꽃을 피우다/꽃이 피다”라는 뜻. 코코이찌는 본사나 본사 직영점에서 일정한 훈련(점포 청소나 그릇 닦기부터 카레 조리, 서빙, 점포 운영 등 점주가 할 수 있어야 하는 모든 것)을 받은 뒤 그것을 인정을 받아야 가맹주가 될 수 있죠. 덕분에 코코이찌의 간판이 달려 있으면 일정한 수준의 맛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 가맹주 인정을 받으면 가게를 열어야 하는데, 맙소사,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때 본사가 보증인이 되어 준답니다. 창업하려면 2,000만 엔에서 3,000만 엔(2~3억원) 정도 초기투자가 필요한데 많은 가맹주가 7년 안에는 전액 변제하고 빠르면 5년 안 돼서 다 갚는다고 합니다. 한두 점포 더 창업하는 가맹주도 있답니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점에 “무(無)로열티 방침”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계약에서는 가맹점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 납부하지요. 그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라고 부르는데 코코이찌 본사는 그걸 안 받는다네요. 코코이찌 본사가 어떻게 수익을 걷고 있냐 궁금하지요. 첫 번째는 원재료(카레 소스나 쌀 등)를 각 가맹점에 판매하는 대가랍니다. 흉작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높아질 때도 종종 있을 테지만 가맹점들에 파는 가격은 유지하고 이익감소・손실은 본사가 부담한다네요(원래 이거야말로 “갑다운 갑”의 모습일 텐데 믿기 힘들기도 하지요. 하여튼 한 경제지의 인터뷰에 답한 현역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답니다). 또 하나의 수익원은 다른 회사와의 제휴 행사나 상품 개발. 예를 들어 빵 제조사하고 코코이찌 브랜드의 카레 빵을 개발・제조하거나,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즉석 카레, 샐러드용 드레싱 개발・판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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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의 수익원1. 본사가 개발・판매하는 냉동 카레 소스, 즉석 카레 등등. 코코이찌 굿즈까지 파는 것 같은데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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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의 수익원2. 다른 회사와의 공동 개발 상품. 카레가 들어간 우동, 고로케, 마른안주, 과자, 마파두부 소스 등 매우 다양한 것을 팔고 있지요. 코코이찌 상표가 붙어 있으면 상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품이 잘 팔려서” 좋고, 소비자한테 직접 파는 소매점 입장에서는 “많이 할인하지 않아도 되므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고, 코코이찌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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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의 수익원3. 다른 회사와의 콜라보. 원고 집필 중에 진행되던 행사는 “기동전사 건담 -더 오리진-”과의 공동기획.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애니 작품과의 제휴인 만큼 꼭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가버렸습니다.

 

위와 같은 특색 외에도 각 가맹점의 자체적 메뉴 개발・판매를 인정해 준다든지(물론 본사의 엄격한 심사가 있음), 이미 있는 지점의 근처에는 다른 지점을 내지 않는 등 운영방침도 괜찮은 특색이라 하면 할 수 있지만 위 두 가지와 비교했을 때 그리 큰 특색은 아닌 것 같지요(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 기사를 쓸 때까지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알게 됐을 때 깜짝 놀란 코코이찌 독주비결은, ‘가맹 본사가 해야 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요. 시각을 바꿔 보면 코코이찌가 ‘착한 갑’으로 보이는 현실 자체가 비정상일지도 모르겠네요.

 

 

3. 코코이찌의 메뉴~나만의 카레 만들기~

 

코코이찌에서는 메뉴(특히 토핑)의 다양성 때문에, 말하자면 ‘나만의 카레’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복잡하기는 한데 메뉴판에 나와 있는 순서에 따라 각 단계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면 되지요. 주문의 차례는 대략 5단계. 차례로 살펴봅시다.

 

[Step 1] 카레 고르기

 

먼저 기본이 되는 카레 소스를 선택합니다. 일단 포크(돼지고기) 맛이 기본인데 이 외에도 단맛 포크, 비프(소고기), 해시드 비프(잘게 저민 쇠고기) 등도 선택할 수 있지요. 또한 이 단계에서 인기 있는 토핑이 들어가 있는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카레에는 돈카츠”라는 철의 원칙을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기본 카레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로스카츠 카레”를 시킬 수도 있단 말이죠(물론 그냥 기본 카레를 시켜 놓고 나중에 토핑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추가해도 괜찮아요). 참고로 이 단계에서 카레 소스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안 하면 ‘포크’로 제공된답니다. 만약 포크가 아닌 기본 소스로 먹고 싶으면 이 단계에서 전하는 게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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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카레 소스를 선택.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지역한정 메뉴, 해당 점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점포한정 메뉴, 해당 기간에만 판매되는 기간한정 메뉴도 있네요. 메인메뉴도 고기류, 씨푸드, 채소를 비롯해 아주 다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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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메뉴 중 고기류를 선택하는 화면. 잘 팔리는 토핑과 미리 조합된 카레 메뉴도 나와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추가 토핑을 같이 시켜도 될 것 같네요. 예를 들어 “포크카츠 카레로 해주세요. 아, 토핑으로 타르타르 소스도요” 같은 식이죠. 물론 나중에 또 추가해도 되고요.

 

[Step 2] 밥의 양

 

다음으로 밥의 양을 정합니다. 300g이 기본이며, 100g 단위로 1,500g까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늘리는 만큼 추가요금). 반대로 기본에서 100g 깎아서 200g으로 주문하면 50엔 정도 깎아주네요. 참고로 Step 1에서 주문할 수 있는 하프사이즈는 150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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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양을 선택. 1,500g이라는 상식 외의 양도 있는 것은 예전에 코코이찌에서 ‘대식(大食) 도전제도’가 있었던 흔적이 아닌가 추측. 정작 시키는 손님은 거의 없겠지만 젊고 항상 배고팠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철저히 몸조리해서 도전하는 아저씨도 있지 않을까요.

 

[Step 3] 맵기 정도

 

제3단계에서는 맵기의 정도를 선택합니다. ‘보통’이 ‘코코이찌의 표준’이라고 하고, 이보다 더 매운 것은 1辛(읽을 때는 ‘이찌 카라’)부터 해서 10辛(쥬우 카라)까지.

 

1辛(카라): 일반적인 매운맛 - “조금 더 자극을 느끼고픈 분께”

2辛: 1카라의 약 2배 - “나중에 얼얼함이 조금씩 퍼지는 매운맛”

3辛: 1카라의 약 4배 - “격신(激辛 ; 격하게 매움)! 슬슬 한계?”

4辛: 1카라의 약 6배 - “초신(超辛 ; 슈퍼 매움)! 극신(極辛 ; 극히 매움)! 좋아하는 분은 빠짐”

5辛: 1카라의 약 12배 - “매움에 도전!이라는 분께. 매움과 한판.”

6辛 ~ 10辛: 과거 5카라를 남김없이 다 먹은 분만 주문 가능. 맵기를 서서히 높이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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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기 정도를 지정. 6카라부터 각각의 설명이 없어지는데 설마 메뉴 설명을 작성한 분도 안 먹어봐서 그런지…

 

[Step 4] 단맛 추가

 

‘껄쭉하게’ 달아지는 소스를 추가해서 달게 만들 수 있답니다. 꿀이 들어 있어서 향신료로 인한 자극을 완화시켜 주는가 보지요. 1甘(이찌 아마)부터 5甘(고 아마)까지 다섯 단계가 있습니다.

 

1甘(아마): 마일드한 입맛

2甘: 단 카레를 좋아하는 분께

3甘: 아이들도 좋아하는 단맛으로

4甘: 입안을 단맛으로 꽉 채우기

5甘: 코코이찌 사상 최고의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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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제 소스(?)로 맛을 조절할 수 있는 모양. 아이나 매운맛이 별로인 사람에게 좋겠네요. 향신료와 카레 맛이 너무 익숙해져버린 “카레 통”이 취향에 맞는 카레를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지요.

 

[Step 5] 토핑 선택

 

초보자에게도 알기 쉬운 코코이찌의 특색이 바로 이 단계일 겁니다. 다양한 토핑 메뉴에서 땡기는 토핑을 고르면 됩니다. 일일이 다 설명하기가 귀찮을 정도인데 일단 카레 덮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필자가 믿고 있는) 돈카츠를 비롯해 많이 선택하는 토핑은 따로 있습니다. 옥수수나 타르타르 소스 등 카레에 살짝 액센트를 더해주는 것까지 여러 가지이지요. 낫또(일본식 청국장) 같은 변화구도 있던데 의외로 인기가 많다네요(전혀 이해가 안 감). 주문 시 가장 많이 시간이 걸리는 단계인 만큼, 홈페이지 등을 참고해서 미리 토핑을 정해 두면 현장에서 깔끔하게 주문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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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토핑 메뉴. 아마 초보자가 가장 고민할 단계일 겁니다. 보통 카레 하면 돈카츠가 가장 스탠다드한데 멘치카츠도 눈에 들어옵니다. 친구는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를 추천하더라고요.

 

[Step 6] 사이드메뉴(샐러드, 음료수 등)

 

일단 Step 5까지 마치면 충분한데 샐러드나 안주, 음료수 등을 시켜도 괜찮겠습니다. 메뉴판을 보면서 재미있게 고르면 되겠죠.

 

 

4. 현장 탐방~코코이찌 카시와역 서쪽출구점~

 

그럼 코코이찌에 가서 맛을 봐볼까요. 이번에 방문한 데는 JR카시와(柏)역 서쪽 출구 근처에 있는 “카시와역 서쪽출구점(柏駅西口店)”입니다. 카시와에는 한국 선수도 뛰는 카시와 레이솔이라는 축구팀이 있어서 들어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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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치바 어딘가입니다...

 

코코이찌 카시와역 서쪽출구점은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상업빌딩 1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점포는 좁은 편이며, 사람이 몰려오는 시간이면 줄을 서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필자 일행은 오후 2시 무렵에 찾아갔기 때문에 가게 안에는 손님이 2명 밖에 없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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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을 나가서 JR선로하고 직각으로 교차하는 큰길을 가면 왼쪽에 보이는 코코이치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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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 서쪽출구점은 조그마한 상업빌딩 1층에 있습니다. 오토바이는 배달용인가 보지요.

 

친구하고 둘이서 갔기 때문에 일단 테이블석에 앉았는데 앉기 전부터 눈에 띄는 캠페인 포스터. 필자 일행이 찾아갔을 땐 “機動戦士ガンダム THE ORIGIN ~誕生 赤い彗星~ × CoCo 壱番屋(기동전사건담 The Origin ~탄생 붉은 혜성~ × 코코이찌방야)”란 행사가 진행 중(실은 이 행사에 맞춰서 간 것입니다). 애니 작품 “기동전사 건담”의 주요 등장인물(사람에 따라 주인공)인 샤아 아즈나블의 소년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가 전용 모빌스츠(건담에 등장하는 로봇은 ‘모빌스츠’라고 부르죠)를 몰고 지온군의 전설적 군인이 되는 청년기까지를 그린 작품과 콜라보레이션한 것입니다. 메뉴판은 두말할 것 없고, 가게 안 어딜 봐도 행사를 홍보하려는 결의가 느껴질 정도 샤아가 눈에 들어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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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에도 붙여진 행사 홍보 포스터. 지역 한정 메뉴도 소개하고 있네요. 개인적으로는 사용 가능한 결제수단이 뚜렷하게 제시되어있는 것(오른쪽)에 호감을 느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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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앞에는 코코이찌 본사의 수익원인 즉석 카레나 샐러드용 드레싱이 진열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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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에도 샤아 아즈아블과 샤아 전용 자쿠를 그린 홍보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샤아 전용 자쿠가 카레 스푼을 들고 있는 모습은 좀 귀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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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메뉴판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君はガルマ派か? シャア派か?(자네는 갈마파냐? 샤아파냐?)”라는 도전적인 물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코코이찌가 추천하는 메뉴 중에서 주문을 할 뻔했지요. 건담 팬에게는 도즐(ドズル) 중장이 코믹하게 그려진 것도 굿 포인트이지요.

 

감탄을 진정시키는 것도 잠시. 생각보다 복잡한 주문방법에 이번에는 당황이 필자를 지배했죠. 사실 필자는 일본에서 코코이찌를 가본 적이 없었고, 서울 명동에서 두세 번 갔던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5~6년 전에.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카츠카레’를 시켰었던 것 같은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것은 도대체 뭐야?! 카레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밥 양, 맵기의 정도 운운. 카레의 선택은 카레 전문점의 자존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도 충분히 허용할 수 있고 오히려 코코이찌를 믿음직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고 인정. 관용한 마음으로 로스카츠 카레를 선택했습니다. 지금 코코이찌랑 콜라보 행사를 벌이고 있는 “기동전사 건담 더 오리진” 중에서 기렌 자비 각하가 말했던 “관용할 수 있음은 승자의 특권”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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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절차에 따라 주문하면 초보자도 쉽게 주문할 수 있지요. 단계마다 선택지가 많아 ‘나만의 카레 덮밥’을 만들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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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에는 캔맥주만 파는 것처럼 나와 있지만 점포에 따라 생맥주도 파는 모양. 마시고 싶었지만 코코이찌에서 먹은 다음에 키린맥주 토리데 공장을 견학할 예정이 있어서 참았습니다. 맥주공장 견학 투어의 마지막 차례가 ‘시음’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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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히가와리 메뉴(日替わりメニュー)”는 메뉴를 선택하는 결단력이 없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 메뉴를 지정해주는 히가와리 메뉴는 반가운 아군. 가격 면에서도 약간 저렴한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다음 단계부터가 문제입니다. 먼저 밥의 양인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필자이지만 밥의 양은 ‘보통’하고 ‘곱빼기’ 두 가지밖에 몰랐지요. 많아야 3배 정도지, 1,500g까지라니 참. 어쨌든 밥의 양은 변수가 하나밖에 없으니 고민 없음. 친구도 필자도 그냥 보통을 선택하고 다음 차례로 접어듭니다.

 

맵기 정도를 선택하는 단계에 와서 친구는 무려 2카라(辛)를 선택. 아무리 한국인(아, 친구는 한국인입니다)이라 해도 고추의 매움과 향신료의 매움은 종류가 다르지 않나? 싶었지만 2카라는 맵기가 낮은 편이기도 합니다. 나도 2카라로 할까, 마음이 흔들렸지만 초보자는 끝까지 겸손해야 하다는 할아버지의 유언이 뇌리를 스칩니다. 원래 매운 것을 먹을 수 있는 것과 인간으로서의 가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겁니다. 필자는 아무 부끄럼 없이 ‘보통’을 시켰지요. 

 

다음으로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단맛 추가 여부인데요. 이 항목은 상급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더라고요. 적어도 필자 같은 초보자는 일단 향신료가 주는 자극을 즐길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가야 단맛이 가미된 매움을 즐길 수 있을 거지요. 이번에는 추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보통 이 정도면 주문이 다 끝날 텐데 코코이찌에서는 여기서부터가 고비입니다. 그렇죠, 토핑을 선택하는 차례입니다. 법과 원칙을 항상 중시하는 필자는 카레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 돈카츠는 절대 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농담 아니고 이때만큼은 코코이찌가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면 돈카츠 류의 토핑이 수제 돈카츠, 수제 히레카츠, 로스카츠, 이렇게 세 가지나 있는 겁니다. 이외에도 수제 닭가슴살카츠나 비프카츠, 치킨카츠까지 있는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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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치카츠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필자를 고민의 수렁에 빠뜨린 것은 “メンチカツ(멘치카츠)”라는 다섯 글자(한글로 적으면 네 글자가 되네요). 멘치카츠는 민스(잘게 다진 고기)를 떡갈비 모양으로 만들고 옷을 입혀서 튀긴 것이지요. 외모는 고로케랑 비슷하고, 경우에 따라 조그맣게 썬 양파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주역은 어디까지나 고기입니다(이 점에서 고로케랑 다름). 수많은 튀김류 중 멘치카츠야 말로 육즙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것임은 설명할 필요도 없죠. 의외로 그때까지 카레와 멘치카츠를 같이 먹어본 적 없었던 필자라도 그 만남이 운명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과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고 그를 뒷받침할 도리나 이념이 있어야 합니다. 필자는 입술을 깨물며 로스카츠 카레 노선을 관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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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이지만 카레 스푼이 너무 쓰기 쉬워서 놀랐습니다. 2008년이 창업 30주년이었으니 올해는 40주년이네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필자는 코코이찌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의 추천 토핑 메뉴가 기억났습니다.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가 그것이지요.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의리와 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필자는 친구의 따뜻한 조언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로스카츠 카레에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를 추가 토핑으로 시켰습니다. 참고로 친구는 필자의 “○○씨가 크림고로케가 맛있다 그랬어요”라고 한 말을 듣고는 고민 하나 없이 크림고로케를 시켰었죠. 스크램블에그와 함께 말이죠. 누가 봐도 맛이 있는 조합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음식을 고를 때쯤은 원칙 없이 사는 것도 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까지 오면 일단 고비는 넘은 셈. 나머지는 음료수나 샐러드 등 사이드메뉴를 시킬지 말지, 시킨다면 무엇을 시킬지만 검토해서 시키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면 됩니다. 평소 같으면 이 단계에서 상당히 많이 고민했을 필자이지만 토핑 선택에서 지치고 지친 상태. 아무 생각 없이 “닭가슴살 찜과 양파 샐러드”를 시켜 버렸습니다.

 

주문을 마친지 얼마 안 돼서 샐러드가 나왔고 이어서 카레가 나왔습니다. “카레는 먹는 것이냐, 마시는 것이냐”라는 논쟁이 있듯이 카레는 걸쭉한 것도 있고 묽은 것도 있죠. 코코이찌의 카레는 상당히 묽은 편. “카레는 마시는 것” 파에 속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필자는 “카레는 먹는 것”파에 속하기 때문에 순간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먹다가 향신료 자극이 비교적 세다는 걸 알았고 만약 이 카레가 걸쭉했으면 입안이 좀 불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향신료 자극이 비교적 강한 만큼 입안을 술술 지나갈 수 있을 정도가 딱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개인 취향은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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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시킨 포크카레.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와 로스카츠를 토핑했습니다. 카레 소스에 조그마한 기포가 있는 것을 보면 코코이찌의 카레 소스는 묽다는 걸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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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시킨 비프카레.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 밑에 살짝 보이는 노란 색이 스크램블에그. 맛을 상상하기만 해도 침이…

 

카레 소스를 확인했으니 이제 토핑을 맛보는 차례. 먼저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부터 먹어 봅니다. 고로케 자체는 카레 소스와 반대로 딱딱한 느낌. 보통 크림고로케는 더 묽은데 말이죠. 만약 고로케만 따로 먹었으면 이름에서 ‘크림’을 빼라는 민원을 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단 코코이찌의 카레 소스와 같이 먹는다면 사정은 다릅니다. 묽은 카레 소스와 같이 먹기에 절묘한 걸쭉함. 혀를 꽉 잡는 크림고로케의 살짝 달고 고소한 맛과 입안을 흘러가는 카레 소스가 전해오는 스파이시한 자극이 이룬 하모니. 입안에서 씹을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녹아가는 크림고로케에 놀라면서 어느덧 사라진 원칙은 그냥 고집에 지나지 않았던 거 아닐까, 원고를 쓰면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꼭 멘치카츠하고 크림고로케를 시키겠다는 결의를 하면서 기분 좋은 향신료 자극에 몸을 맡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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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의 단면. 일반적인 크림고로케는 옷을 뜯으면 바로 알맹이가 흘러나올 정도 묽은데, 코코이찌의 크림고로케(게살 들어감)는 약간 걸쭉한 느낌. 고로케로는 별로인 인상이었지만 카레 소스와의 조합은 짱입니다. 아마 상품 개발 단계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측이 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카레의 쾌락에 몸도 마음도 취해 버리는 바람에 평소 같으면 절대 안 하는 실수를 한 겁니다. 카레를 먹을 때 절대 까먹으면 안 되는 기본 중 기본, 바로 밥과 카레 소스의 균형입니다. 한 입 한 입 카레와 밥의 양을 모니터링하면서, 다 먹었을 때 카레 소스도 밥도 하나도 남지 않도록 디테일하게 계산을 하면서 먹는 것이 카레 덮밥을 먹는 기본임에 이론을 제기하는 독자는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이때만큼은 카레를 먹는 기본을 까먹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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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게 남은 밥이 애상을 불러일으킵니다. 깊이 반성을 했지요.

 

“카레 소스만 추가할 수 있을까요?” 묵묵히 카레를 먹는 동행 친구한테 물어봤죠. “뭐,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에 용기를 얻고 손을 들어보지요. “죄송합니다, 혹시 카레 소스만 추가 가능해요?” 종업원 분이 살짝 미소 지은 뒤 제 그릇을 들고 주방 안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멍하게 있다가 방금 납치당한 그릇이, 추가된 카레 소스와 함께 돌아왔더라고요. 아마 밥이 남아 있으면 카레 소스 추가는 무료인 듯. 카레 소스가 묽은 만큼 “카레는 마시는 것”파가 많이 오는 거겠죠, 밥을 무시하고 마셔댄 야만인에게도 리필해주는 착한 코코이찌인 것입니다(무료 리필인지 아닌지 불명확하니 리필을 원하는 분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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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소스가 추가돼서 기적의 귀환을 이룬 필자의 카레. 덕분에 남아 있던 포크카츠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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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에는 시킨 토핑도 표시되네요. 이번에는 둘이서 2,200엔 남짓이라 적당한 가격인 듯. 조만간 멘치카츠를 토핑하러 가야할 것 같아요.

 

‘체인점’이라고 하면 ‘본사의 생존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텐데 코코이찌는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도 산다는 철학이 있어 보이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맹사업주의 육성교육은 엄격하고 힘들기는 하지만 한번 인정받으면 본사가 잘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도 흥미로웠지요. 이런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인지 카레도 특별히 맛있게 느껴졌고요. 여태까지는 거의 안 가봤던 코코이찌였는데, 먹으러 가면 먼저 가맹점의 이익이 될 것 같으니 좀 더 적극이용해도 되겠다 생각하게 하는 코코이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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