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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하면 안 되는 사업”

 

이었다. 서울대산한협력단이 2013년 기준으로 향후 50년 동안 4대강 사업에 따른 총편익을 6조 6000억으로 추정했다. 총 비용이 31조이니, 이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예상했었다.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온 거다. 아니,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정부가 이제야 확인해 줬다고 해야 할까?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다 문득 8년 전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올라 자판을 두들긴다.

 

 

 

4대강에 한 발 걸치려 했던 시간들

 

이미 7년 전에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이게 ‘운하’의 다른 이름이고, 이 사업이 이명박의 ‘꼼수’이며, 나라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지금도 난 이명박이 왜 4대강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시 건설사를 하던 내 친구는,

 

“이명박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거다.”

 

라며, 심각하게 이명박 ‘일본인설’을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농담이 아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4대강은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선 상관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접점은 없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덜컥 일이 터져버렸다.

 

“ooo아, 우리 4대강 입찰 들어가야겠다.”

 

“에? 그게 무슨 소립니까?”

 

영상 기획과 대본, 강연 및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던 시절, 사장은 우리에게 ‘4대강 사업 입찰서류’를 들고 왔다.

 

가만히 입찰서류를 훑어보는데, 가관이 아니었다.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국토의 효율적인 운용을 추구하는...』

 

『4대강 정비사업 전후 변화한 국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이 항목엔 ‘별첨’까지 붙었는데, 항공촬영을 적극 활용해 최대한 ‘예쁘게’ 뽑아내라는 강조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2011년은 이명박 정부에게 정말 ‘중요한’ 해였다. 덕분에 ‘업계 관계자(영상제작, 홍보 쪽)’들에게도 중요한 한 해였다. 이 시절은 이명박 정부가 가열차게 추진하다 여러 ‘사업’(정책이라고 말하기에도...)들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4대강 사업이 얼추 마무리되던 시점이었고, 여러 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가 비준, 발효되던 시점이기도 했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시절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나 ‘4대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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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2일 ‘4대강 새물결맞이’ 개방행사는 이명박이 직접 나올 정도로 ‘중요한’ 행사였다. 이 시절 우리는 ‘눈먼 돈’을 먹기 위해 쥐어짜낼 수 있는 모든 잔머리를 다 동원해야 했다.

 

이 중 우리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게 하나 있었으니(그리고 수많은 업체에서 도전했던), 바로 ‘4대강 촬영’이었다.

 

쉽게 말하면, 성형외과의 ‘Before After’였다.

 

“4대강 하기 전에는 홍수가 범람하고, 관리가 안 된 상태였지만, 4대강 사업을 추진한 뒤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강이 되살아났다.”

 

라는 걸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어야 했다. 당시 공사 참여 업체는 의무적으로(계약서상에 명시돼 있었다) 공사 전 모습과 공사 후의 모습을 촬영해야 했다(이게 ‘국가기록원’에 들어간다는 것도 입찰서류에 나와 있었다).

 

4대강 16개 보. 이걸 또 각 구간별로 잘게 쪼개서 수많은 업체들(대형 건설사만 들어간 거 같지? 하청에 재하청이 몰려 있어서 수많은 토목, 건설 업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이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일부 언론에 노출된(공개된) 공사 구간... 그러니까 ‘완성’ 됐다고 선언한 곳도 한참 마무리 공사를 하던 시점이었다.

 

“우리도 몇 구간 끼어들어야겠는데? 어때? 견적 나와?”

 

“이거 우리 하나만 가지고 안 되겠는데요?”

 

“왜?”

 

일단, 매출 규모도 그렇고... 항공촬영 단가 생각하면, 원가 장난 아니겠는데요?”

 

“조인해서 가는 건 어때?”

 

“이거 딱 봐도 뻘 짓 일거 같은데요?”

 

(당시 항공촬영과 공사 구간을 ‘조망’할 수 있는 고지대에서의 ‘전경샷’이 필수라고 입찰서류에 나와 있었다)

 

“근데, 어느 구간에 입찰 넣을 거예요?”

 

“일단 몇 군데 찔러봐야지. 어디서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그렇게 해서 입찰을 전제로 한 ‘컨소시엄’ 구성에 들어가게 됐다. 광고와 홍보 영상을 찍던 중소 업체 하나를 섭외해서 컨소시엄을 맺었고,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에 ‘한 발’ 걸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 당시 ‘회사’ 차원에서는 4대강 16개 보 중에서 최소 3개 이상의 입찰을 해야 한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무진... 그러니까 직접 찍고, 편집해야 할 실무진... 콕 찍어서 난 금강 하나만을 노렸다. 세종보와 백제보 쪽을 노렸다. 겉으론 선택과 집중이라고 변명했지만, 실상은 ‘귀찮았다’ 입찰서류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는 입찰서류를 넣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우리 같은 작은 영세업체에서 아무리 비비고 들어간다 해도 이미 큰 건 큰 놈들이 다 먹은 상태이기에 그냥저냥 만만한 걸 노리는 게 나았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입찰에서 떨어질 확률이 99%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어우러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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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파묻혀 살았던 얼마간...

 

우리가 목표로 했던 몇몇 공사 구간의 지형도를 떼와 전경샷을 잡을 지형을 확인했고, 도로사정과 현장답사가 이어졌다. 뒤이어 항공촬영을 위한 업체 선정에 나섰다(하청에 재하청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

 

요즘이야 ‘드론’이 나와서 항공촬영이 쉬워졌지만(비용도 참...),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항공촬영은 헬리 캠(RC 헬기에 카메라를 달았다. 헬기를 띄울 순 없지 않은가?) 아니면 항공촬영이었다. 항공기라고 해서 거대한 뭔가가 아니라 경비행기였다.

 

헬리캠은 상대적으로 쌌고, 경비행기는 ‘고도’를 자랑했다.

 

“우린 헬리켐보다 바람 영향도 적게 받습니다. 고도가 다릅니다. 고도가 때깔이 다르다니까요.”

 

비용이냐 화면이냐를 가지고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항공촬영 업체들은 때 아닌 호황기를 누렸을 거 같다.)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가면서 내 안의 확신은 더 깊어졌다.

 

“나라를 말아먹는구나.”

 

이건 못 먹는 놈이 병신이다. 나랏돈이란 게 원래 못 먹으면 병신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터진 몇 년 만의 잭팟! 이건 무조건 따 먹어야 한다. 그런데, 해도 너무 한 거 같았다. 당시 세종보쪽(금강 지역을 타켓으로 했었다) 공사를 보면서 이게 뭐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과 출신이 처음 들어본 ‘전도식 가동보’라는 말을 듣고 눈만 껌벅이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빈지보, 슬루스 게이트, 드럼 게이트 등등 이런 ‘수리구조물’들에 대한 배경 지식을 얻었던 게 내 유일한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이걸 왜 막지?”

 

지금도 그렇지만(둑을 쌓았으니까), 그 당시에도 금강 쪽은 그냥 완만하게 잘 흘러가던 강이었다. 수심도 얕고, 태풍이나 홍수 피해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104년 만에 가뭄을 극복했다는 설레발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가뭄에 대한 걱정은... 충청도 쪽이 자연재해와는 거리가 좀 있는 동네다).

 

“팀장님, 저걸 왜 막죠?”

 

“홍수랑 가뭄 막기 위해서 막는다잖아.”

 

“금강에 홍수 난 적 있어요?”

 

“글쎄...”

 

(당시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 문외한인 우리가 봐도 물은 참 천천히 잘 흘러갔다. 겨울 갈수기라 수량이 적었기에 그런 건가라 생각했지만, 자료로 넘겨받은 여름과 별반 달라 보이진 않았다)

 

당시 세종보는 대우건설이 시공했다(공사가 끝나고 훈포장을 받은 걸로 안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국 수자원 공사는 녹조를 제거하느라 고생하는 걸로 안다(결국 보를 개방했다).

 

어쨌든 당시에는 이 눈먼 돈을 먹기 위해 여기저기를 찔러봤던 기억이 난다. 근처 고지에서 풀샷으로 전경을 잡아보며, 비용과 앵글을 확인하다 내려왔다.

 

아무리 나랏돈은 먼저 먹은 놈이 임자라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았다.

 

위에서 내려다 본 4대강 공사의 실체는 암담했다. 이명박이 처음에 공언했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었다. 있는 건 굴삭기와 덤프트럭뿐이었다.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눈발이 흩날리는 을씨년한 겨울 끝자락에 덤프트럭과 포크레인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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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사 현장과 시공 날짜에 맞춰 촬영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주요 일정이란 게 없어 보였다. 그냥 공구리만 죽어라 쳤던 모습이다. 하천 정비랍시고, 강 양 끝에 공구리를 치는 장면을 찍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정도?

 

“팀장님 우리 X된 거 같은데요?”

 

촬영팀에서 나온 막내가 한 마디 거든다. 여기서 ‘우리’가 우리 회사인지, 우리 국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공사 규모를 보고, 우리 회사 같은 꼬꼬마가 덤벼든 게 잘못됐다는 건지, 우리 국민이 완전 X됐다는 건지...

 

현지실사와 항공촬영 업체 섭외를 끝낸 뒤 보고서 하나를 올렸다.

 

“우리 회사 규모로는 어려울 거 같다.”

 

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였다. 사장은 짜증을 냈다. 그래도 구비해야 할 서류는 얼추 맞췄고, 입찰 들어갔을 때의 계획도 모양새 빠지지 않게 맞춰서 첨부한 덕분에 불호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물 먹고 난 후...

 

입찰을 넣었다가 조건이 미비해서 서류를 넣어보지도 못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뭐 그건 내 사정이 아니니... 사장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애초부터 우리가 먹기에는 너무 컸던 사업이다. 고만고만한 업체 몇 개를 끌고 와 컨소시움 형태로 밀어붙였기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만난 거 같았지만... 설사 서류상으론 통과했다 쳐도, 내실을 따져보면 구색 맞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그 뒤에 멈췄을 거다.

 

이름만 말해도 알법한 업체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밀고 들어왔는데... 어지간한 영업 아니고는 뚫기 어려웠을 거다. 결국 난 한동안 ‘패배주의자’라는 사장의 푸념을 들어야 했다. ‘확신이 결과를 만든다.’라는 사장의 신념에 따른다면, 난 패배주의자이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풍기는 놈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서류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결국 우리는 물을 먹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4대강 홍보영상들이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그 영상들을 팀원들과 보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https://youtu.be/TLWlhcjeofA

 

“쟤들 항공촬영 어디서 했을까요?”

 

“스카이 OO 아닐까?”

 

“거긴가? 그래도 나름 콘티 짜서 움직인 거 같은데요?”

 

“저건 다른 업체가 붙었겠지, 자전거 봐라.”

 

“남들 다 먹는 나라돈 우린 왜 못 먹은 거죠?”

 

“우린 이명박이랑 안 친하잖아.”

 

“아...”

 

목구멍이 포도청이던 시절, 어떻게 나랏돈 한 번 먹어보겠다고 발버둥 치던 얼마간의 기억 덕분에 4대강은 내게 ‘나랏돈’이란 이미지로 각인 돼 있었다. 위에서 시켜서 한 거라긴 하지만, 그래도 남들 다 먹는 나랏돈을 못 먹은 아쉬움. 그리고 누가 봐도 ‘해서는 안 될’ 사업이란 걸 알면서도 욕망에 굴복한 국민들 덕택에 30조 넘어가는 돈을 강바닥에 버린 희대의 뻘짓. 그리고 그 뻘짓을 ‘뻘짓이 아닌 것처럼 그려내야’ 했던 영상 관계 종사자들...

 

(똥이, 똥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데 성공한 업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만약 그때 입찰을 따냈다면, 아마 난 이명박 정부의 성공신화를 포장하는 부역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뭐 얼마나 대단한 부역을 했겠냐만). 몇 번의 감사 끝에 이제야 4대강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났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었지만, 정부만 외면했고(보수 정권이 외면했다고 해야 할까?) 뻔히 녹조라떼란 증거가 있었음에도 지록위마의 마음으로 국민들을 속였던 정부. 그리고 ‘돈’ 앞에서 양심을 팔고 부역했던 자들...

 

뭐,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나 역시도 단가가 맞고, 입찰만 됐다면 열심히 콘티짰을 거다), 우리 안에는 ‘나랏돈은 먼저 발견한 놈이 먹는 것’, ‘나랏돈을 못 먹으면 병신’이란 말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도 모른다.

 

4대강 감사결과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나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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