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간부와 잡부 사이의 소통 창구

 

이번 편은 직영 반장 편이다. 나의  번째 노가다 스승,  아무개 직영 반장님께 바치는 헌정 글이기도 하다.  아무개 직영 반장님(이하  반장님)으로 말할  같으면, 아마도  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일 거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직영 반장만 28년째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귀여운 아저씨이자, 지게차  기사와 맨날 드잡이하던 인물이자, 외동딸의 강아지를 주말마다 대신 목욕시켜 준다던 바로  사람!  사람이  반장님이다.

 

노가다판에서 직영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직영 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말할 필요는 없을  같다. 직영 반장은  마디로 직영팀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제일 비중이  업무는 역시, 직영 잡부들을 관리 감독하는 거다.

 

611218110012231392_1.jpg

출처 - <국민일보>

 

업무는 보통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원청 관계자나 하청 소장,  공정 총괄 반장이나 오야지 등이 직영 반장에게 이런저런 업무를 지시하거나 부탁한다. 업무를 전달받은 직영 반장은 머릿속으로 직영 잡부들 상황을 체크한다. 현재  (It`s me) 101 쪽에서 청소하고 있을 테니까  군한테 얘기하면 되겠다거나, 그런 일은 주로  반장(직영팀 새끼반장) 담당했던 거니까  반장한테 얘기하면 되겠다 하는 식으로. 그럼 전화를 한다.

 

저기 말이여~  . 지금 101동이지?  반장 목수팀에서 102 정리  해달라니까, 101 청소 끝나는 대로 102 넘어가서 정리  해줘~”

 

연장선으로, 용역 관리도 직영 반장 담당이다. 현장마다 다르긴  텐데, 직영팀 인원은 통상 5~10명이다. 근데  인원으로 200~300명이 싸질러놓은 (?) 치우기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해서, 거의 매일 인력소에 연락해 용역을 부른다. 내가 있던 현장에선 보통 두어 , 많게는 예닐곱 명까지도 불렀다. 내일 용역을  명이나 부를 건지, 부르면 어떤 작업에 투입시킬 건지도 직영 반장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거다.

 

내일 용역 여섯 사람 오라고 했으니까,  반장님이  사람 데리고 다니시면서 101동부터  청소해 나오시고,  군은  사람 붙여줄 테니까 104 안전띠 설치해~ 나머지  사람은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자재   테니까.”

 

 

뭐든, 궁금한  있으면 직영 반장에게

 

 번째로 중요한 업무는 현장의 자재 단도리다. 이건 지게차 편에서도 설명했으니 짧게만 소개해보자.

 

기본적으로, 현장 게이트를 통해 들고나는 모든 화물차는 직영 반장 손을 거쳐야 한다. 정석대로 하자면, 직영 반장이 수량 체크하고 영수증에 사인해 줘야만 자재를 반입하든 반출하든   있다, 철사, , 마대 같은 잡다한 철물부터 유로폼이나 알폼, 합판, 각재, 파이프와 같이 지게차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자재, 심지어 정수기 생수통, 인부들 간식도 직영 반장 손을 거친다.

 

그렇게 현장에 들어온 모든 물품과 자재를 상황에 맞게, 공정에 맞게 정리해놓거나 작업장으로 배달해주는  직영 반장 역할이다보통은 1톤짜리 트럭 몰고 다니면서 물품을 배달해준다. 트럭으로 배달할  없는 자재는 지게차를 불러 운반해주거나, 무전기를 들고 다니면서 타워 크레인으로 떠주기도 한다.

 

1770_1129_5418.jpg

출처 - 여수소방서

 

우리  반장님으로 말할  같으면 노가다꾼이면서  쓰는 ,   좋아했다. 해서, 이따금 트럭 조수석에  태워 다녔다.

 

“101동부터  다섯 자루씩만 떨궈주고 오자고. 우선 스무 자루만 실어 .”

 

 태워 다닐 때면 요소요소에  주차만 해줬다. ~ 차에서 내리진 않았다. 그럼 나는 잽싸게 내려 자재를 떨궈주고, 다시 조수석에 타는 식으로 물품을 배달하곤 했다. 그래도   시간이 좋았다. 얘기한 것처럼  반장님에겐 외동딸이 있었는데  외동딸이 나보다   많다고 했으니,   아버지 또래였다. 그래서 그런가,  태우고 다닐 때면 아들한테 넋두리하듯 이런저런 얘길 많이 해줬다. 외동딸의 강아지를 주말마다 대신 목욕시켜 준다던 얘기도,  사랑하는 외동딸을 위해 서너 갑씩 태우던 담배를 끊었단 얘기도, 모두  트럭에서 해준 얘기다.

 

어쨌든, 직영 반장은 주로 그런  하는 사람이다. ‘직영 에서 직영을 개잡부(잡부 중에서도 잡부라는 의미로)라고 소개했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직영 반장은 개잡부의 대장이라고   있다.

 

이렇다  기술은 없어도, 노가다판 상황을 누구보다  아는 사람,  공정이 현재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팀의 어떤 사람이 도박을 좋아한다더라, 어떤 사람이 이혼을 했다더라, 어떤 공정팀이랑 어떤 공정팀이 싸웠다더라 하는 가십거리까지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직영 반장이다. 쉽게 생각해 회사의 총무부장이라고 보면 된다.

 

 

티끌 모아 태산

 

직영 반장 월급은 350~400  정도다. 다른 공정 반장들이 보통 600~700 원쯤 가져가니, 그것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는 액수긴 하다. 대신, 직영 반장에겐 별도의 수입이 있다.

 

현장에서는 쓰고 남은 철근과 철사 쪼가리  잡다한 고철이 쏠쏠하게 나온다.  정해진  아닌데, 관행적으로  고철은 직영 반장 몫이다. 직영 잡부들이 현장 정리할  고철은 따로 모아 항공마대(가로 세로 1m 되는 대형 마대. 톤백[Ton bag]이라고도 부른다) 담아둔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고철이 모이면, 직영 반장이 고물상에 연락해 고철을 넘긴다. 1 트럭에 가득 고철을 실어가면 대략 20~30 원은 받는  같으니,  달이면 50~100  정도 따로 벌어가는 셈이다.

 

 관행이 여러 문제를 초래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참고로 요즘은 대부분 공장에서 사이즈별로 가공해 현장으로 반입한다. 언제적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옛날에는 철근을 포함해 여러 자재를 현장에서 가공했단다. 그렇다 보니 가공하고 남은 철근 쪼가리와 고철이 지금과는 비교도   정도로 많았단다. 직영 반장이  현장 하나 맡으면 고철 팔아    뽑았었다고 하니, 나름의 호시절이 있었던 거다. 월급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인데, 고철 양은  줄어버렸으니, 여기저기서 꼼수가 터져 나올 수밖에.

 

대표적인 꼼수가 철근 자르기다. 이건 직영 반장과 철근 오야지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예를 들어 공사에 필요한 철근이 실제로 10톤이면, 11톤을 현장에 반입한다. 철근 오야지는 점심시간이나 주말 같이 경계가 느슨할 때를 골라, 남는 철근 1톤을 전부 잘라 쪼가리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자른 철근 쪼가리를 트럭 바닥에 깔고,  위에 고철을 덮어 반출한다. 얘기한 것처럼 어떤 화물차든 현장 게이트를 들고나려면 직영 반장 손을 거쳐야 한다. 직영 반장 비호가 없으면 이뤄질  없는 작업이다. 그렇게 얻은 뒷돈을 직영 반장과 철근 오야지가 나눠 갖는 거다.

 

들은 얘긴데, 현장에 반입한 항공마대를 다시 철물점에 넘기는 직영 반장도 있단다. 아파트처럼  현장에선 항공마대 50~100장을  번에 주문한다. 그렇게 많이 갖다 놓아도    팀에서 한두 장씩  쓰다 보면 금세 없어진다. 그렇다고 어느 팀에서 얼마큼 갖다 썼는지 일일이 체크하지 않는다. 여기에 빈틈이 있는 거다.  100 주문했다가 20장쯤 다시 반출해도  길이 없다. 참고로 항공마대  장에   안팎이다. 20장이면 기공 일당 수준이다. 이거야말로 진짜 티끌 모아 태산이다.

 

52655717_122524748857659_2190369539599967369_n.jpg

출처 - 링크

 

우리  반장님으로 말할  같으면 이상할 정도로  욕심이 없었다. 구린 짓은커녕 고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현장에서는 직영 반장이 직영 잡부   사람을 담당으로 정해 고철을 악착같이 모으기도 한다던데,  반장님은   번도 나를 포함한 직영 잡부들에게 고철 모으라는 지시를  했다. 직영 잡부들이 으레 고철은 따로 모았고, 그렇게 어느 정도 모이면  번씩 내다  뿐이었다.

 

모르건대, 고철까지 따로 신경 써서 모으려면  수고스러울까 싶어 별다른 지시를  했던  같다.  그런  반장님 마음이 미안하고 고마워서라도 현장 정리할 때면  고철을 따로 빼서 모았다. 용역 아저씨들이 혹여나 고철을 쓰레기와 섞어 버릴라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이고 아저씨~ 우리  반장님 용돈인데, 그렇게 고철  버리시면 어떡해요. 하하. 주세요. 고철은 따로 모아야 하니까,”

 

 

 

아들 같아서 그러는 ~

 

이건 개인적으로  뭉클했던 추억이다. 고철을 고물상이 넘긴 다음날이었던가.  반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안전화 새로   됐지? 인터넷으로 사면  싸다면서. 네파가 좋으니까 네파로  꺼까지 주문  해줘~ 나는 260이여~”

 

며칠 , 주문한 안전화가 왔기에 갖다 드렸더니  나를 따로 불렀다.

 

얼마여~”

 

. 최저가로 해가지고 7  줬어요.”

 

그럼 여기 14 .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어.  군만 사주는 거니까.”

 

아니에요, 반장님~  그러셔도 돼요.”

 

아이고~ 현장에서 나온 고철 팔아서  돈인데 혼자   닦자니  불편하고, 그렇다고  같이 나눌  없고…  군이 열심히  하면 사주지도 않어. 젊은 사람이 일도 열심히 하고, 아들 같아서 사주는 거니까 군소리 말고 받어~”

 

감사합니다~  신을게요.”

 

그렇듯, 우리  반장님은  정이 많았다. 목수 일을 배워볼 마음으로 직영 그만 둔다고 했을 때도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개중에는 한창 바쁠  가버린다고, 기껏  가르쳐놨더니 가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싫은 소리를 붙인 사람도 있었다.  반장님은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군이야 어딜 가서도 열심히  사람이니까 거기 가서도 금방 적응할 거여~ 대신! 노가다판에는 별의별 놈들이  있으니까 일일이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지 말어~ 어떤 놈이든  밟는 소리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해버려. 내가 직영 반장만 28년째라 현장을  알아서 하는 얘기여. 그리고 언제든 힘들면 다시 .   자리는 비워둘 테니까. 허허. 아무튼 그동안 여러모로 고마웠어.”

 

 지내시죠. 반장님?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