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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기자야 양아치야?

 

자랑할  아니지만,  하루에 담배를  갑쯤 피운다. 알아주는 헤비 스모커다. 아침에  떠서 밤에  감을 때까지 거의 담배를 물고 산다. 언젠가 만났던 여자친구가 담배  끊으라기에 이렇게 말했다.

 

,  친구 철수(가명) 알지?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부랄 친구. 나한테 철수를 택할래, 담배를 택할래 물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담배를 택할 거야.”

 

그건 진심이었다. 그만큼  담배를 사랑한다.

 

신은 나에게  키를 선물로  대신에 패키지로 오다리도 함께 주셨다. 아빠를 봐서는 아무래도 선천적인  같다. 오다리가 심해 걸음도  심하게 팔자걸음이다. 그런 데다가 허리도 약간 구부정하다. 그래서 남들 눈엔  건들건들하게 걷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실제로 그럴 의도는 전혀 없지만.

 

그리고  시력이 아주  좋다. 어느 정도냐 하면 시력으로 4급을 받아 공익으로 빠졌을 정도다.  뒤로도  시력은 줄곧 나빠졌고, 지금도 나빠지고 있다. 이렇게 점점 나빠지다가 영영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불안감은,  삶에서 가장  공포다. 해서, 눈에 먼지나 모래 같은  들어가면 남들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력이  좋아서 그런가 눈부심도 심한 편이다. 햇볕이 강한 날은  뜨고 있는  괴로울 정도다. 그런 공포심과 눈부심 때문에 계절 관계없이 어지간하면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새삼스레 고백하자면 얼마 전까지 머리카락을 길렀었다. 1년쯤 길렀나 보다.  늙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은 헤어스타일이 있어서였다. 네이버에서 ‘류승범 예수머리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헤어스타일. 하하. 해서, 한동안은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다녔었다. 지금은? 싹뚝 잘랐다. 심경 변화가 있었던  아니고,  없이 길러봤으니 이정도면 됐다 싶었다.

 

이제 한번 종합해보자. 줄담배에 건들건들한 팔자걸음, 선글라스에 질끈 묶은 머리.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맞다.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단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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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교적 최근에 들은 얘긴데, 얼마  나보다 어린 친구가 노가다 일을 하러 왔다. 우리 또래를 노가다판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  친구와  금세 친해졌다.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보고 건달인  알았어요. 건달  하다가 무슨 사연으로 잠시 숨어있는 거든가, 아님 일거리가 없어서 잠시 용돈 벌러 왔나 보다 했어요. 진짜로."

 

푸하하하하!! 그런 얘기 많이 들어.”

 

그런 나의 전직은,   얘기했지만 기자다. 그냥 기자 아니고, 나름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던 열혈(?) 기자였다.  믿기겠지만, 그땐 진심이었다.

 

상상해보라.  과장해서 영화 <주먹이 운다> 류승범처럼 생긴 놈이 수첩과 카메라 들고 취재 현장 누비면서 겪었을 수많은 오해에 관해서 말이다.

 

속상한 ,  많았다. 나도 내가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인지  알기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거나 낯선 장소에 가면 누구보다 예의 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놈이 건방지다.”, “싸가지 없다.”, “저딴 놈이  기자냐.” 같은 얘기, 진짜 많이 들었다. “ 도대체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그런 얘길 듣냐?” 말도. 그리고  말도.

 

처음에는 진짜 오해했어요. 엄청 무섭고 예민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해져 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호호.”

 

아, 예~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아무래도  양아치처럼 생겼죠 제가? 하하.”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

 

 관상(觀相) 제법 과학적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기자    그런  많이 느꼈다. 언젠가 시골 마을 어르신   정도를 인터뷰한  있다. 살아온 이야길  듣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살아온 삶과 얼굴이 닮아있었다. 가난에 시달리며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로 평생 살아온 할아버지 얼굴엔 정말 짙은 어둠이 가득했다. 반대로 가난했지만,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며 즐겁게 살아온 할아버지 얼굴엔 하회탈 같은 환한 웃음이 배어 있었다.

 

그러니까, 겉모습으로도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 짐작해볼  있다. 있긴, 하다. 하물며 우리가  하나를 골라 입어도 각자의 취향이 드러나는 법이니. 근데, 그런 섣부른 판단이 때때로 편견과 오해를 만들고, 결국엔 상처를 주게 된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한때는 나도 양아치 같다는 말에 상처 많이 입었다. 예전엔 정말로 남들 시선  의식했고, 사소한 말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할까 싶어  조심하면서 살았다. 오해받기 싫어서.  진정성이 왜곡될까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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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 하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결국엔 겉모습으로 사람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하려는 거냐고, 그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거다. 파란불에 횡단보도 건너야 한다는 것도  테고, 길가에 쓰레기 버리면  된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초등학교 1학년 도덕 시간에 배운 내용일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지키며 살아갈까. 나부터 고백하자면, 절대 그렇게 살지 못한다.  없으면 빨간불에도 슬쩍 건너고, 담배꽁초 버릴  마땅찮으면 바닥에  버리기도 한다.(이제 보니 양아치 맞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다른 문제다. 언젠가 인터뷰했던 환경단체 활동가가 이런 얘길 했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켜도 딱히 문제없는 사소한 규칙 있잖아요. 가령 쓰레기 버린다거나 무단횡단 한다거나 시간 약속  지킨다거나. 당장은 문제없겠지만 그런 문제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거고, 그러면 불행한 사회가 되겠죠. 그래서 저는 쓰레기 더미 옆에   송이 심는 ‘게릴라 가드닝 계속 해나가고 있어요. 무심코 쓰레기 버리려다가 꽃을 발견한 누군가는,  쓰레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을지도 모르니까요.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흔하디 흔하게   있는 아저씨

 

노가다판 와서 얼마나 지났을까. 월에  번씩 하는 전체 안전교육 시간이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한 설비 오야지와 목수 오야지의 몸싸움은 급기야 난투극으로 이어졌다. 설비 오야지가 쓰고 있던 안전모로 목수 오야지 머리를 후려쳤고, 머리를   맞은 목수 오야지가 앉아있던 접이식 의자를  들어 휘둘렀다. 선뜻 말릴  없을 정도로 상황은 긴박했다.

 

다른 글에서 얘기했지만, 노가다판에선 호구 잡히면 끝이다. 호구 잡히면 여러 가지로 일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오야지가 호구 잡히면  전체가 호구 잡히는 까닭에 말싸움이 그냥 말싸움으로  끝날 때도 많다.

 

어쨌든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리며 난투극은 겨우 일단락됐지만,  어안이 벙벙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살면서 성인 남자의 난투극을  기회가  번이나 될는지.  군대 훈련소에서  이후로 처음이었으니, 무려 12 만이었다.  난투극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는 정글이구나. 이래서 노가다 노가다 하는구나.

 

 뒤로도 현장에서 주먹다짐을  번이나  봤다. 말싸움은 정말 수없이 봤다. 쌍욕은?   얘기한 것처럼 일상이다. 추임새라고 생각해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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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 먼지로 가득한 공사장에서 쌍욕과 드잡이를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 아무 데서나 오줌 싸고, 가래침 탁탁 뱉고, 담배 뻐끔뻐끔 피우면서 망치질과 톱질 하는 사람들.  끝나면 매일  마시고, 때때로 도박하면서 틈만 나면 마초 같은 걸쭉한 농담 던지는 사람들.

 

우리가 노가다꾼 하면 떠올릴  있는 이미지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 많다. 오죽하면 신사 같은 사람도  바닥 오면 노가다꾼 된다고 말할까.  강력한 분위기에 흡수되어버리는 거다.

 

그럼  모습은 어떨까. 첫째 아들이 전액 장학금 받고 국립대에 입학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사람.  세상에서 최고로 사랑하는 외동딸이  손주를 낳아서 보러  거라며 싱글벙글 웃던 사람. 나이 일흔 잡숫고도 주말이면 아내   잡고 나들이 다닌다는 사람. 아끼는 조카가 무슨 IT 사업을 시작한다는데, 본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젊은 사람이니까  알지 않겠느냐며 슬쩍 물어보던 사람.

 

 사람들도 우리가 아는  노가다꾼 맞다. 인간은 누구나 다면적이다. 러시아 최고의 문호인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중독자였으며, 심지어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소설을 썼단다. 우리가 존경하는 세종대왕은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섹스 마니아였다.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아내 6명과 22명의 자식을 낳았으니, 과연 대단하긴 했다. 더욱이 성병에 걸린 적도 있다고 전해진다. () () 상징인 이순신 장군은 어떤가. 난중일기를 보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전장에서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으며 하염없이 울었다고 기록한다. 마음은 여린 사람이었다.

 

노가다꾼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직업 가진 사람들보다 다소 거칠고 걸걸한  분명한데, 그뿐이다. 아니, 그게 다가 아니다. 그런 모습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디 흔하게   있는 전형적인 한국 아저씨의 모습도 있다. 여느 한국 아저씨처럼 똑같이 자식 걱정하고, 똑같이 아내 사랑하고, 그렇지만 표현은   하는, 그런 보통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다.

 

 또한 노가다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었다. 약간의 걱정과 기대(?). 막상 겪어보니, 걱정했던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뭐야. 겨우  정도였어? 별것도 없네, 했다.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노가다판에 들어온 내가 다시 펜을  이유? 아마 그런 이유였던  같다. 내가  아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 말하자면 “뭐야. 겨우  정도였어? 별것도 없네.” 싶은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말이다. “있잖아요. 제가 쬐끔 아는 아저씨들이 있는데요. 엄청 무섭고 거친 사람들인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에이~ 별로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가끔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니까요.  믿긴다고요? 진짜예요! 그럼 지금부터  얘길   들어보셔요.  사람들은요~”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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