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강약약강(강자 앞에선 약하고 약자 앞에선 강한)' 행태에는 경향성이 있다. ‘현재권력’은 안 건드린다. 그리고 내 식구(검찰)는 죄가 없(어야만 한)다.
검찰에겐 ‘대민봉사’ 내지는 ‘국익’은 안중에 없다. ‘조직의 안위’ 뿐이다. ‘법과 원칙’보다 검찰조직에 속한 개개인의 밥그릇에 따라 사법처리를 한다. 이로 인해 벌어진 불법과 법치주의의 몰락이 오랫동안 우리사회에 누적‧고착화되어 왔다는 게 뼈아프다. 사회적 가치의 상실은 물론 가장 우선시해야 할 개개인의 존엄이 언제든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소리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3년 6월 24일 있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사건과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보도’ 사건이다. 검찰이 이 두 개의 문건 유출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왜 문제가 됐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1.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VS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2013년 6월 24일, 국정원 간부회의에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여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한다. 이것이 2017년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와 국정원 적폐청산TF팀의 조사결과 확인되어, 국정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도 선거유세 과정에서 같은 내용으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선거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북풍몰이’의 신박한 버전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정문헌 의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대선이 끝난 직후 무혐의 처리했다.
여야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건을 두고 대립하던 2013년 6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등이 ‘NLL 포기 발언’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확인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여당 의원들의 폭로를 국정원 불법선거개입의 ‘물타기’라고 보았다.
이 때 국정원이 선수로 뛰어들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문서로 전환한 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유세장에서 한 발언이 회의록에 적힌 내용과 똑같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민주당이 김무성 의원과 서상기, 정문헌 등 회의록 내용을 폭로한 새누리당 의원들을 고발하였다. 검찰은 수사에 나서는 척 했지만, 정문헌 의원에 대해서만 약식기소 하였고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7년 국정원 적폐청산 TF팀의 조사결과 국정원이 청와대에 회의록 발췌본을 보고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다시 검찰에 수사할 것을 권고했고 검찰의 재수사가 벌어졌지만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었다. 사건의 공소시효도 2018년 6월로 만료되었다.
피의자 및 피고발인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었고 2013년 수사 당시 담당부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였다. 지검장 조영곤, 2차장 이진한, 부장 최성남이 담당하다가 2014년 1월 이후부터는 김수남 지검장 휘하 2차장 윤웅걸, 부장 이현철이 담당했다.
2017년 재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국정원 수사팀에서 담당하였는데, 이 때 지검장이 지금의 '윤춘장' 되시겠다. 수사지휘는 2차장 박찬호, 부장 임현, 부장 김성훈, 진재선 공안2부장이 담당했다.
외교관계, 특히 남북관계에 민감한 사안이자, 국익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부의 외교문건이자 회의록을 여당의원들에게 유출하였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된 자가 없다. 보안이 생명인 국가기관의 장이 정파적 이익에 따라 국가기밀을 유출해도 된다고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수사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수사하고, 수사해야 할 상황을 수사하지 않아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준 사건이 있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사건이다.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정윤회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 10명에게 동향을 보고 받고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8명은 세계일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문건 작성과 유출자로 전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경정을 지목해 수사를 의뢰했다.
2015년 1월 5일 중간수사결과에서 검찰은 “문건의 내용은 박관천 전 행정관이 사설정보지 수준의 정보를 짜깁기 한 것으로 허위”라고 발표했다. 그와 함께 박관천 전 행정관을 공무상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을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다.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2013년 6월부터 약 8개월 간 청와대 내부 문건(17건)을 박지만 EG회장 측에 전달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박관천 전 행정관에 대해서는 구속 기소,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되었다.
검찰은 문건 보도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보도된 문건 내용은 ‘찌라시’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랐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괜찮지만, 이미 작성돼 보고된 청와대 내부문건에 대한 권력 견제 차원의 보도는 ‘국기문란’이라는 거다.
검찰은 세계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로 건네진 청와대 문건 10여 건에 대해 '박 전 행정관이 2014년 2월 파견 해제 후 들고 나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 보관했고, 한 모 경위와 최 모 경위가 복사해 유출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지검장 김수남) 맡았고, 팀장은 유상범 제3차장, 주임검사는 임관혁 특수2부장, 부부장은 이준엽이었다. 평검사로는 조대호, 조용한, 이일규, 추의정, 이승학 검사가 참여했다.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정윤회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 12명에 대해 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면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이 2016년 10월 터진 ‘최순실 태블릿 PC’로 드러난 ‘국정농단’ 핵심 인물들이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검찰은 문건 내용의 제보자로 알려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고 세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 모‧한 모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체포하였다. 최 모, 한 모 경위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후 최 모 경위는 경기도 이천 고향집 근처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최 경위의 유가족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한 경위 회유 의혹’을 시사하는 유서 내용을 공개하였고, 청와대는 전면 부인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도 비공개로 참고인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결론적으로 구속기소된 건 박관천 경정 뿐이다(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 누설, 공용서류 은닉, 무고 혐의).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 모 경위는 방실침입‧수색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에 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다. 이후 박 경정에 대해서 룸살롱 업주 오 모씨로부터 현금 5천만 원과 금괴 6개 등 1억 7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추가 기소하였다.
재판에 따라 조응천은 무죄, 박관천 경정은 징역 7년에 추징금 4340만 원(공무상 기밀누설죄 및 뇌물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선 박 경정에게 징역 8년의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출된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유출된 문건 17건 중 1건만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016년 5월 검찰은 조응천 및 박관천에 대해 상고하였고, 현재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2016도7104).
‘소 잡는 칼로 닭만 잡은’ 전형적인 사례로, 검찰이 수사할 것을 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문서의 작성경위나 유출경위가 핵심이 아니라, 문서에 기재된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또는 국정농단 행위의 실체 여부가 중요하고 이를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대통령과 그 핵심측근세력의 의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검찰의 모습을 극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바르게 쓰이지 못하는 국가의 형벌권이 국가와 국민 전체에 어떻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2. 삼성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 VS 안기부 X파일 폭로
검찰은 자기 조직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이다.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폭로로 2007년 10월, 고위직 검사들을 포함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차명계좌 번호 등 구체적인 단서가 제시됐지만,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돼야 수사할 수 있다”며 버텼고, 고발장이 접수된 뒤에는 “로비 대상 검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사건을 배당하기 어렵다”며 시간을 끌었다. 혐의가 있다고 사료한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은 가볍게 무시했다.
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검찰은 뒤늦게 특별수사와 감찰본부를 꾸렸지만, 검사들에 대한 수사나 감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이 꾸려지고, 2007년 12월 20일 조준웅 특검이 임명되었다. 특검팀은 2008년 4월 17일 삼성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승계, 불법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결론짓고, 배임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였다. 이학수, 김인주를 포함해 총 10명의 임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과정에서의 배임 혐의, 삼성화재 비자금 조성과정에서의 횡령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였다.
그러나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및 사용과 관련된 의혹, 정관계 등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서 밝혀진 삼성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하였다. 뿐만 아니라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의 명의로 된 3800여 개의 차명‘의심’계좌 중에서 1199계좌(486명)만을 차명계좌로 확정했다. 삼성이 스스로 제출한 차명계좌목록(827개 401명)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 1199개의 삼성 관련 차명계좌를 적발하고도 계좌 내 비자금의 조성 경위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차명주식이 상속자산이라는 이건희 측의 주장대로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 했다. 비자금의 규모와 조성경위 등 핵심적으로 수사해야 할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밝히지 않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수사였다.
2018년 2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별개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다. 조준웅 삼성 특검이 발견한 1197개의 계좌와 금융감독원이 발견한 32개의 이건희 차명계좌와는 다른, 72명의 삼성 임원 명의로 된, 총 260개의 4천억 원대의 계좌였다. 이건희 회장을 약 82억 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조세포탈 및 약 30억 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 또는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검찰은 이건희 차명계좌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하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춘장이었고, 수사지휘 및 담당자는 제4차장 이두봉, 부장검사 최호영이었다. 검찰은 5년 째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의 건강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기소를 중지했다.
삼성 앞에만 가면 작아지고 늘어지는 검찰이다.
그러나 ‘안기부 엑스(X)파일’ 공개 사건에서의 검찰은 달랐다. ‘우리 새끼’를 건드렸다 이건지, 적반하장식으로 수사하다 피를 보았다.
2005년 민주노동당 의원이었던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1997년 국가안전기획부가 도청한 테이프 내용을 공개했다. 삼성이 막대한 정치권, 관료, 언론, 검찰에 방대한 뇌물을 살포해온 사실이 드러났고, ‘삼성 떡값’을 받는 의혹이 있는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이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금품 제공‧수수 의혹이 있는 인사들을 조사도 하지 않았고, 노 대표만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결국 노 대표는 안기부 엑스파일을 폭로한 지 8년 만인 2013년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이를 보도했던 MBC 이상호 기자도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의 수사지휘관이었던 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의 서열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야 할 개개인의 존엄은 이미 후순위로 밀린 지 오래였고, 어쩌면 때때로 무시되고 있는 중이다.
■참고자료
- 참여연대 그 사건 그 검사 DB
- 다수의 언론보도
- [이상호의 사실은 LIVE] 유투브 채널
추천
인생 이모작, 집 짓는 여자 0: 공인중개사 따고 호두과자가 되다 집짓는여자추천
『대망』으로 바라본 전국시대 12 : 잡설下 - 전국시대를 주름잡은 아시가루(경보병) 펜더추천
[수기]노가다 칸타빌레 22 : 노가다판 아줌마 3대장 꼬마목수추천
개구충제 펜벤다졸에 대하여 : 어떤 도박 파토추천
8문 8답으로 보는 사우디 황금거위 상장 : 2천조 아람코가 떴다 씻퐈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는 검색이 금지된 단어입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