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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론의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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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진중권 전 교수(이하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다. 글이 올라온 지난달 2일은 JTBC <신년토론>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가 방송된 다음날이었다. 진중권 교수는 JTBC <신년 토론> 네 명의 패널 중 한 명으로 출연하여 <나는 가수다>의 가수 박미경식 화법을 빌리자면, 말그대로 완전 토론을 뒤집어 놓으셨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토론만 가지고는 아직 성에 차지 않으셨는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글을 일종의 토론 상대자 모집요강이라 한다면 진중권 교수에게 토론을 제안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문빠’다. 진중권 교수의 이전 발언이나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문빠’가 무엇을 말하는지 확 와 닿지 않을 수 있겠다.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충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정도를 떠올릴 수는 있겠는데, 무려 <국민일보>라는 언론사의 후원을 받아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글 치고는 자격 요건의 대한 상세한 설명이 아쉽다.

 

암튼 토론 신청 자격이 되는 ‘문빠’가 가지고 있는 소양을 이 글의 내용만 놓고 추정해보자. 극성스러워도 실은 착한 사람. 집단 속에서만 승냥이가 되지, 개인으로 돌아가면 한 마리 양처럼 얌전한 사람. 개인으로 남겨지면 말 한 마디 못하는 분. 왜냐면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맡겨 놔서 집단을 떠나면 아예 자기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진중권 교수가 혼자서 토론을 제안했으니 보는 입장에서는 1:1 토론 제안으로 이해되긴 하는데, 그가 말한 신청 자격이 있는 문빠가 가진 소양 중 하나는 개인으로 남겨지면 말 한마디 못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 한 마디 못하는 사람과 토론이 가능하긴 한 걸까. 그걸 토론이라 부를 수는 있는 걸까. 아무래도 내가 잘못 이해한 것 같다. 1:1 토론이 아니라 일 대 다수의 토론을 염두에 두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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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이어서 올라온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게시글이다.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온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으나 어쨌건 진중권 교수는 제안자가 ‘한 마리’도 나서지 못하는 것에 내심 실망한 듯 보인다. 문빠 a.k.a 문꼴오소리들이 진중권 교수가 허락한 시간 내에 한 마리도 나서지 못했으므로 진중권 교수는 그들의 몰이꾼을 소환했다. 몰이꾼은 아마도 집단을 떠나 개인이 되어도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이므로 1:1 토론도 가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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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각설하고 토론 상대는 김호창 대표로 확정되었다. 김호창 대표는 사교육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입시 전문가로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이 이슈가 되면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글로 미루어보아 그가 말하는 문빠는 문꼴오소리이자 좀비다. 상대가 확정되었음에도 다른 좀비들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 놓은 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김호창 대표가 몰이꾼이 아니라 그냥 문빠라서 혼자서는 한 마디 말도 못할 거라 생각했거나 자기 혼자서 문빠 여럿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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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토론 매치업은 이렇게 확정됐다. 진중권 교수와 김호창 대표의 1:1 토론이 열린 것은 애초에 언급된 시각보다는 늦춰진 2월 6일 목요일 오후 1시. 진중권 교수가 토론을 공개 제안하고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시점, 그 사이 대한민국은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으로 뒤덮여 있었다. 

 

 

2. 총평

 

오후 1시에 시작된 토론은 <국민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 되었고 예정되어 있던 토론 시간 90분에 맞추어 오후 두시 반쯤 끝났다. <국민일보> 권지혜 기자의 사회로 토론장에 제시된 큰 틀의 주제는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의혹’,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 ‘검찰 개혁’에 대한 것이었으며 토론 말미에는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전체 토론의 끝을 맺었다. 

 

전체 토론 시간 90분 가운데 절반이 넘는 시간이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의혹, 특히 표창장과 인턴 증명 위조 의혹에 대한 논쟁으로 채워졌다. 사회자는 어떻게든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자 애썼지만 뭔 소용돌이에 빠진 것 마냥 다시 표창장 얘기로 돌아왔다. 오죽하면 사회자가 ‘언제까지 표창장 이야기만 할 거임?’을 시전했을 정도. 

 

사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은 있다. 표창장 위조 의혹의 무대인 동양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진중권 교수는 그동안 부지런히 ‘내가 거기 일해봐서, 관련 교수들 만나보고 물어봐서 안다’는 경험적 확신과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자기 주장을 펴왔다. 김호창 대표는 입시가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에 그간 매체 인터뷰에서 입시 부정 의혹에 대한 견해를 밝혀왔으므로 양쪽 모두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할 말도 많고 할 수 있는 말도 많은 사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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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토론에서 오간 주장과 근거가 그닥 새롭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고 한층 더 나아가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이번 토론의 태생적 성격과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토론은 이미 주제의 시의성이 한창 뒤로 밀려나 있는 시기에 진행됐다. 시의성이 없는 주제는 토론의 가치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사안에 대한 숱한 갑론을박이 나올만큼 나와서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새로운 사실 관계의 확인이나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는 이상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토론의 한 축이자 판을 기획한 진중권 교수는 그동안 수차례 방송 토론이나 매체 프로그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주제에 대한 견해와 근거를 밝혀왔다. 암만 반복되었어도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새롭겠지만 2020년 2월이 되도록 조국 전 장관 이슈에 별 관심 없었던 사람 중에 몇이나 이번 토론을 관심있게 지켜봤을까. 

 

그렇다면 뭔가 더 깊이 있게 들어가거나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텐데 이 토론은 판 자체가 진중권 교수의 ‘문빠 좀비들아 나랑 한 판 붙을 사람 손 들어봐라’로 깔린 것이다. 이 말인 즉,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양측의 견해를 서로 잘 교환해보고 어떻게 정리할지를 함께 모색해보자는 게 아니라 걍 싸우자는 데 목적이 있다는 거다. 누가 누가 논리로 잘 패고 싸우나. 옥타곤에서 UFC 경기하듯 토론장에서 토론한 거다. 그렇잖아도 다자 토론이 아니라 양자 토론이라 흐름이 경색되기 쉬운데, 뭔가 상대 입장에 일정 부분 수긍도 하면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살펴도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한층 더 깊은 논의든 뭐든 나올 텐데 애초에 목적이 싸움이었으니 그게 될 턱이 없다.

 

물론 ‘한 판 붙자’가 토론의 목적이 되는 게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번 토론이 목적에 충실했기에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쎄, 주고 받는 펀치가 그간 보여준 것들과 워낙 판박이어서 그조차 재미있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차라리 진짜 UFC 경기였다면 판정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붙는 한이 있어도 어쨌든 승이든 패든 무승부든 결론이 났을 텐데 이건 그럴 수도 없다. 그저 토론 내내 실시간 댓글창에는 ‘진중권이 이겼네’, ‘김호창 압승’하는 글들이 쉴 새 없이 떠다녔을 뿐이다. 

 

지지하는 입장과 어떤 토론자가 더 잘했나를 다 떠나서 이번 토론에 대한 내 총평은 이렇다.

 

‘나는 이 토론에서 대체 무슨 의미를 찾아야하나’

 

 

 

3. 토론 포인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토론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는 써야 하겠기에 이번 토론의 주요 포인트를 나름 정리해봤다. 여담으로 올해 시청한 토론 중에서 ‘내가 도대체 뭘 본 거지’하는 느낌이 들었던 토론이 딱 두 개 있는데 1월 2일 방송된 JTBC <신년토론>과 이번 토론이었다.

 

아래에 인용한 토론자들의 발언은 의미의 왜곡이나 과장이 없는 선에서 요약 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1) ‘논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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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토론에 들어가면서 제시된 첫 번째 주제는 역시나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관련 의혹이었다. 여기에 김호창 대표가 먼저 발언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난 이 부분을 얘기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이걸 두고 부정 입학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이게 합격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점수다. (각종 점수들 나열) 그랬더니 제1저자를 가지고 문제를 삼는데 그 논문은 전형에 넣지도 않았다. 공소장에 적시된 사문서 위조 부분이 과장되었다. 안 한 걸 했다는 정도도 아니다. 교육부 훈령에 맞추어 기록한 거다. (훈령은)부정기적이면 시작점과 끝점을 적거나 그것도 확실치 않으면 학기명만 넣어라. 근데 그렇게 한 걸 업무방해라 한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검찰 공소장에는 전형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건 논점 아니다. 입시에 사용된 스펙들이 모두 위조라는 거다”

 

라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진중권 교수가 말한 ‘그건 논점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논점이 아닌 근거는 검찰 공소장에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것인데,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의혹의 논점이 반드시 검찰 공소장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이는 토론 당사자간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검찰의 공소장이 나오기 훨씬 이전,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 핵심은 ‘조국 딸은 고려대학교에 부정 입학했는가’였다.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아니었다면 고려대에 입학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인터뷰가 담긴 기사를 포함하여 당시 쏟아져 나온 숱한 보도가 제기한 것은 ‘실력이 되지 않는 조국의 딸이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의혹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진 것이므로 공소장에 얘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 그건 논점 아니라는 말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러나 김호창 대표도 이와 같은 진중권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으므로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 관련 의혹과 관련하여 이어지는 모든 논쟁은 검찰 공소장의 내용을 사실로 볼 것이냐 아니냐로 사실상 귀결되었다. 관전자로서는 애석한 대목이다. 게다가. 

 

보통의 경우 검찰 공소장의 사실 여부 판단은 토론이 아니라 법정에서 재판부가 한다.

 

 

2) 공소장과 무죄 추정의 원칙

 

진중권 교수가 조국 교수 일가의 입시 부정 의혹에 있어 시종일관 내세우는 근거는 검찰의 공소장이었고 그건 이번 토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같은 말을 반복하면 점점 익숙해진다더니 지난 달 방송된 토론 때보다 훨씬 생생하게 공소장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마치 직접 본 내용을 진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에 대한 반론 또한 지난 달 토론에서의 상대 패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호창 대표는 ‘검찰의 공소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검찰의 주장인데 어떻게 그것을 사실로 확정하여 근거로 내세울 수 있냐’는 것이었다. 여기에 진중권 교수는 ‘검찰이 공소장을 허투루 쓰는 게 아니다. 수사를 통한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재판에서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거나 ‘내가 장경욱 교수에게서 포워딩 받은 메일, 내가 다른 교수들에게서 들은 것, 내가 본 것’을 근거로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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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중 진중권 교수는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만으로 범죄를 확정하는 것이 옳은 태도냐’라는 댓글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범죄가 확정되는 것은 법원에서 확정되는 거다. 우리가 확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냐면… 그러면 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됩니까. 그러면 박근혜도 무죄에요. 박근혜 국정농단도 아직 무죕니다. 확정 안됐거든요. 우리 시민들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법원들과 상관없이 판단을 내릴 수가 있는 거죠.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건 그동안만 우선, 조국 장관이 아직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처럼 그전까지 교수직을 유지하는게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그것이 조국 장관이 이러이러한 잘못을 했구나 하는 개인적 판단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판단이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께 맡긴다.

 

 

3) 검찰 과잉 수사 논란과 검찰 개혁

 

기나긴 표창장의 터널을 빠져나와 겨우 옮겨간 다음 화두는 검찰 과잉 수사 논란과 검찰 개혁에 대한 사안이었다. 검찰 과잉 수사 논란에 대해 김호창 대표는 애당초 관련 당사자들만 찾아가서 사실 관계만 제대로 확인하면 될 문제를 6개월 동안이나 그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해가면서 들쑤시는 게 합리적인 모습이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고대 입학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해서인지 공소시효가 지나서인지 공소장에서도 빠졌는데 공소시효도 지난 것을 이렇게까지 수사하면서 언론에 흘리고, 이런 게 과잉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진중권 교수는 “왜 의미도 없는 걸 그렇게 부지런히 위조를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많이 털었다고 하는데 가족혐의가 20개에 개인 혐의가 11개인데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고 할 데가 너무나 많았다는 거다”, “불의를 잡는 데는 불공평이 없다”며 어디까지나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범죄 혐의가 뚜렷하므로 검찰의 수사는 과잉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김호창 대표는 검찰의 과잉 수사와 그간 검찰의 과오를 예로 들며 그런 잘못이 있는 조직에 대한 인사이동을 두고 나오는 현재 검찰의 반응을 보면 이 조직이 과연 국민을 위한 조직인가 의심이 든다는 의구심을 표하며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하나회를 해체하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여 ‘지금 검찰 개혁에 너무 많은 개가 짖고 있다’고 표현한다.

 

진중권 교수는 “검찰 개혁에는 찬성하지만 현재 방법을 통해 검찰 개혁의 취지가 살아나지는 않는다고 보는 편이다”,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여러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보자는 것인데 검찰 개혁 찬성하면 선, 반대하면 악 이렇게만 보고 마치 그 중간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는 말자는 거다”라고 말하며 검찰 개혁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그것을 지지하는 측의 시선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덧붙여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산 권력에 손을 못대게 하면서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는 지난 정권 못지 않게 하고 있다 비판했다.

 

뒤이어 서초동 집회에 대한 이야기와 ‘문빠, 좀비’ 표현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생략한다. 어러분이 예상하는 바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4) 서로 다른 ‘모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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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말미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진중권 교수와 김호창 교수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종의 모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내용은 정 반대다.

 

사회자: 어떻게 이 사태를 마무리할까. 어떻게 놓아줄까 조 전 장관을.

 

진중권: 어렵다. 검찰을 악마화 하고 있지 않나. 그러면서 노리는 건 뭐냐면, 지금도 정권 실세들의 치부가 계속 드러나고 있지 않나. 신라젠, 울산시장 선거 개입…(중략) 이걸 억지로 막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게 모델이 된 거다. 옛날 같으면 정권에서 딱 잘라버렸다. 이제는 검찰이 악마기 때문에, 검찰이 정치적 보복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준비를 하기 때문에 저분들이 조국을 못 놓고 있는 거다. 이 모델이 다음에는 임종석에게 갈 것이고 그 다음에는 누구에게 또 갈 것이다.

 

김호창: 저는 딱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누가 나와도 (검찰이) 이렇게 당하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면 안돼죠.

 

토론 주제인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어떤 우려를,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4. 말, 말, 말

 

“이른바 문빠라고 하는 분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진중권 교수, 토론의 각오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금 <PD수첩> 반박하려고 얘기를 다 하실 건가요”

(김호창 대표, 진중권 교수가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반박을 계속 이어나가자)

 

“잘못한 게 없으니까…”

(진중권 교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너희들 다 담벼라 그런 것에 대해서 사과해라. 왜 저한테는 사과를 안하시죠?"라는 김호창 교수 말에)

 

“사과 문제는 나가서 말씀 나눠주시고요…”

(사회자, 조국 백서가 사기라는 진중권 교수의 예전 발언을 두고 진중권 교수와 김호창 대표가 사과 문제로 계속 다투자)

 

“이 학교가 똥통학교에요. 그러면 그 학교 다니는 애가 화가 안나겠어요?”

(김호창 대표, 조국 백서라는 프로젝트가 사기라는 거지 김호창 대표 본인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는 진중권 교수의 말을 듣고)

 

 

 

5. 최고의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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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제가 문빠 좀비라고 말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해악질을 하는지 아셔야 되거든요. 양념질 안 당해 보시면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피해자인 척… 자기랑 이견을 가졌다고 해서 토착왜구… 예컨대 '좋아요' 하나 눌렀다는 이유로 욕을 하거나,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집단 다구리를… 그런 짓을 하면 좀비 짓이라는 거에요. 그런 짓을 하면서 좀비 짓이라고 불리지 않을 권리를 말할 게 아니라.

 

김호창: (크게 박수치며) 제가 진중권 선생님한테 하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좀비라고 하지 마시고 문빠라고 하지 마시고 비하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사이다입니다. 저는 정말 한 적이 없고 진중권 씨가 그러지 말라는 겁니다.

 

진중권: 앞으로 안 하실 거라 믿습니다. 김호창 씨가 나와서 안된다고 생각했던 게 뭐냐면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전형적인 좀비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김호창: 그게 망상이에요. 망상이에요. 진중권 씨가 가지고 있는 망상이에요.

 

 

 

6. 그리고, 진중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나름 토론에 대한 평을 하는 글인데 최대한 양쪽의 입장을 고루 소개하려 노력했다. 토론에 대한 필자 개인 의견이 들어갈 수는 있어도 누군가의 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는 않아도 존중은 해야 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이 글의 마지막에서 진중권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이 토론의 판을 깐 사람이 진중권 교수이면서 판을 깔면서 한 그의 언사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애시당초 이번 토론은 정상적일 수 없는 토론이었다. 이유는 토론 총평에서 밝힌 바 있다. 토론의 지분은 진중권 교수가 가장 무겁게 가지고 있다. 세상에 공개 토론을 하자면서 상대가 정해지기도 전에 내 앞에 앉는 사람은 혼자서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좀비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토론을 보기 전부터 이 대목에 분노했다. 자칭 타칭 정치 평론가라는 사람이, 방송 토론에 뻔질나게 불려 나갔던 사람이 ‘토론’을 이렇게 취급할 수는 없다.

 

토론자의 태도나 내용에 대해서도 그렇다. 김호창 대표에게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간혹 주장을 뒷받침 하는 비유가 너무 많거나 장황했다. 비유에 비약이 엿보이기도 한다. 김호창 대표가 만점짜리 토론을 해서 진중권 교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김호창 대표는 앞으로 이런 토론이나 방송 매체에 언급되거나 출연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또다른 입시 논란이 발생할 때 입시 전문가로 소환되서 자기 견해를 밝힐 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 어떤 논객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중권 교수는 다르다. 이전에도 보아왔고 이번에도 보았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진중권 교수의 토론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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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는 사실과 명분에 주장과 왜곡, 비방을 적당히 섞고 있다. 고의인지 아닌지는 굳이 따지지 않겠다. 이번 토론에서도 그랬다.

 

“검찰 공소장에는 전형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건 논점이 아니다. 입시에 사용된 스펙들이 모두 위조라는 거다”

 

위 발언이 전형적이다. 검찰 공소장에 전형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입시에 사용된 스펙들이 모두 위조라는 것은 검찰의 주장이자 진중권 교수의 주장이다. 따져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심지어 검찰조차 위조 혐의가 있는 스펙들을 공소장에서 나열했을 뿐 입시에 사용된 스펙들이 모두 위조라고 하지는 않았다. 과장까지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토론 중 나온 그의 발언 가운데 하나만 더 예로 들어보자. 

 

“지금 정권 실세들의 치부가 계속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신라젠, 라임펀드가 그렇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도 그렇고 유재수 비리 사건도 그렇고.”

 

이 발언에서 신라젠과 라임펀드는 검찰이 수사중이지만 실제 정권실세와의 유착 여부가 드러났다고 확신할 단계는 아닌 사건들이다. 신라젠의 경우, 개발 중인 암 치료제의 임상 3상 실패 발표 이전에 내부 임원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긴 것을 수사 진행중이며,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2015년 신라젠의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한 것을 두고 보수 단체와 일부 언론이 유착 의혹을 이제 막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또한 검찰 수사중인 사건으로 기소가 되었을 뿐 아직 재판도 시작하지 않았다.

 

이런 사안을 두고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생중계된 토론에서 이런 의혹들이 이미 드러난 정권 실세의 치부인 양 발언한다. 개인적 판단에 대한 발언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언론은 진중권 교수 ‘개인’의 페이스북을 오늘도 열심히 인용해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2월 9일 단 하루 동안에만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기사가 40개가 넘는다. 언론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걸 뻔히 알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이 끝나지 않은 사안이 섞인 글을 페이스북에 쏟아내는 진중권 교수에게 책임이 없지는 않다. 

 

이번 토론에서 진중권 교수는 “피의 사실 공표는 박근혜, 최순실 때 더하지 않았느냐, 지금에 와서 조국 전 장관 건으로 검찰, 언론을 비난하는 건 내로남불 아니냐”라는 논지의 발언을 했다. 내로남불이라 치자. 언론 보도에 인용되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과 공개 토론장 주장에서 진중권 교수는 끊임없이 공표된 피의 사실을 마치 확정된 사실인 양 근거로 들이밀고 있다. 그런 자신을 ‘내로남불 아니냐’는 말로 과연 정당화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표현은 어떤가. JTBC <신년토론>에서 자신과 견해가 다른 주장을 하는 인터넷 방송과 라디오 방송이 대중을 선동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사용한 어휘는 ‘네오나치, 스탈린, 히틀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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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자 개인 페이스북에서 그는 정봉주 전 의원의 민주당 예비후보 자격 심사를 두고 ‘그런 사람을 공당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천거하는 것은 명백히 국민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사실 관계만 따지자면 지금 시점은 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의 예비후보 자격을 심사하고 있는 것이지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이 또한 멀리 공천심사까지 내다본 것이라 치자. 그리고 진중권 교수가 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을 공천해서는 안된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에 대한 ‘테러’라고 말하는 것은 과격하다. 역시나 참 많은 언론사가 이 글을 인용 보도했다.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그의 페이스북 글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더도 말고 딱 한 달치만 살펴보시라.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사실과 명분에 주장과 왜곡, 과장을 적당히 섞어 놓는 것, 사실 관계 확정이 되지 않은 사안을 사실로 규정하고 그것을 근거 삼아 글을 쓰는 것, 할 수 있는 표현 중에서 가장 과격한 단어를 써 가며 대상을 비판하는 것. 이거, 진중권 교수가 이전에 그렇게나 욕했던 어떤 언론사들의 특기 아니었나?

 

그 밖에도 하고 싶은 말은 더 있다. 그가 왜 자꾸 모호한 표현으로 불특정 다수를 싸잡아 비하하는 것인지. ‘나는 어디까지나 그들 중 일부 몰지각한 자들을 문빠, 좀비라고 하는 것’이라 해명하면서 어째서 페이스북에서는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을 좀비라 말하고 자기 견해에 반하는 기사를 쓴 기자를 두고 ‘기자도 문빠인가 보다’라는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 글은 여기서 끝맺으려고 한다.

 

이번 토론을 마지막으로 나는 진중권 교수가 출연하는 토론 방송을 당분간 보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진중권은 내 견해와 극단적으로 다른 주장을 해도 매력있는 토론 패널이었다. 지금의 진중권은 토론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상대 토론자를 대하는 태도가 저열하다. 진중권 교수를 토론 패널로 섭외하려고 하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바란다. 과연 그가 토론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인지 충분히 고려해보라. 토론자로서 최소한의 토론 매너를 가지고 있는지, 그럴 의지는 있는지 판단해보라. 

 

만약 그를 섭외하려는 이유가 단순한 이슈 끌기나 시청률 때문이라면 좋다. 대신 ‘19금’ 딱지 정도는 붙여 주기 바란다. 학생들 토론 교육에 몹시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