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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武漢)에 거주하는 여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 닉네임 샤오항(小杭)의 SNS 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일기가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제 새로운 일기를 볼 수도 없게 되었다. 2 9일의 일기를 끝으로 이 계정은 현재 삭제되었다. 원문은 없지만, 이미 중국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퍼나른 덕에 여전히 기록을 볼 수 있다. 국내 뉴스에도 보도되었지만, 짧게 다뤄져 전문을 번역해보았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사그러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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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1

 

여행에서 돌아와 내가 심어두었던 토마토가 하나 익어있는 걸 발견했다. 주머니에 넣고 본가에 있는 엄마 아빠에게 맛보여드리려 했다집에는 엄마만 있었다. 나는 보물이라도 바치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꺼내 엄마에게 보여드렸다엄마의 첫 반응 : 뭐니? 니가 심었어? 됐다 됐다, 나 독살 당하기 싫다고.

 

 

2019 12 23

 

5년 전, 웨이보(트위터 비슷)로 알게 된 한 친구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줬는데, 여기 나오는 여자가 나랑 무척 닮았단다. 몇 장 캡처해서 부모님 보여드리니까, 다들 너 아니냐고 그러는 거다. 정면으로 보면 다른데, 옆 얼굴은 진짜 비슷했다. 나는 그때 매우 흥분했다. 결국 이렇게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구나!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당연히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방송인이니까 나 따위야 뭐

 

 

2020 1 6

 

초딩 1학년 때 신화서점에서 우연히 산동문예출판사에서 펴낸, 와키 야마토가 그린 <원씨물어>(겐지모노가타리)를 발견했었다. 당시 가격이 280위안이었다. 너무 비싸서 아빠는 절대 사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만화 아닌가. 그래서 난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나중에 아빠랑 이 얘기를 하게 됐을 때, 필요하다면 사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다시 갔을 땐 이미 없었고, 시중에 파는 건 4컷만화뿐이었다. 생각날 때마다 아쉽다.

 

 

2020 1 19

 

하이난 해산물시장에서 채 5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갑자기 조금씩, 약간은 긴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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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0

 

어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 했는데, 그냥 보통 마스크밖에 없어서 짜증나 포기해버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선, 보통 마스크라도 괜찮겠지, 못 쓸 것도 아니잖아 하는 생각에 다시 갔다. 그것도 이미 없었다

마스크: 어제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더니, 오늘은 니가 나한테 매달리네, .

 

 

2020 1 21

 

어제 약국에서 우선은 65위안짜리 보통 마스크를 사고, 오늘은 타오바오에서 400위안짜리 마스크를 주문했다. 하지만 제대로 배송을 할려는지 알 길이 없다. 오후에는 광구(光谷)에 있는 친구가 그쪽 약국에 마스크가 아직 있다고 해서, 결국엔 밤에 강 건너까지 찾아가 360위안짜리 마스크를 더 샀다. 평상시라면, 나는 정말 이런 일들을 멸시했을 거다. 너무 호들갑 떨지 말라면서.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다. 엄마가 열이 난다 닥친 것이다

 

 

2020 1 23

 

도시가 닫혔다. 너무 무섭다. 누가 우릴 구해줄 수 있을까. 엄마는 갈수록 안좋아진다.

 

 

2020 1 23

 

리트윗해주신 이웃들, 다들 정말 고맙습니다저는 사실 지금 무슨 희망이 보인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보건 역량이 딸리고 병원에서도 제대로 대처방안을 내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병원에서 경로를 알 수 없는 병균에 옮느니, 집이 어쩌면 더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바라는 건 의학을 아는 분이 계셔서, 집에서 어떤 약을 쓰면 좋은지 가르쳐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병원에서 처방하는 거는 오셀타미비어(항바이러스제), 연화청온(감기약)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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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질병관리본부

 

 

2020 1 24

 

가슴이 좀 답답하다. 분명 너무 긴장한 탓일 것이다, 분명히. 긴장 금지, 긴장 금지, 누군가 꼭 우릴 구해줄 것. … 이겠지?

 

 

2020 1 24일

 

엄마 입원 수속 중이다. 희망이 좀 생기면서도 걱정 또한 커진다. 일단은 의료 수급과 설비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 엄마가 입원 후에 제대로 케어받지 못할까 두렵다. 일선 의료진은 이미 전력을 다하고 있고 그들의 힘은 한계에 부딪쳤다. 친구의 병원에선 다들 바닥에 쓰러져 자도 새삼스럽게 보질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론 뒷편에서 전염이 대폭발할까 또한 두렵다. 지금 비입원 병동에서는 침상 확보가 훨씬 어렵고 치료 받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이러나저러나

 

 

2020 1 24

 

차에서 잠시 아빠를 흘깃 보곤, 다시 쳐다보질 못했다. 아빠가 저렇게 늙고 피폐해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이미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걸 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빠도 알고 있다. 어디 불편하지는 않으시냐고 하니, 인후가 좀 불편하고, 약간 열도 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오후에 기다리는 동안 아빠가 직접 전화를 걸어보았고, 의사가 약을 먹으라 했단다. 아빠는 요 며칠동안 낮이든 밤이든 제대로 잠을 못 잤다.

 

 

2020 1 25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자정이 다 되었다. 12시 되기 전에 서둘러 쓰레기를 치웠다. 집은 엉망진창이다. 평소에도 나는 게으름뱅이였는데, 거기다 지금은예전 춘련(설에 붙여놓는 글귀)이 여전히 벽에 붙어있는데, 떼어내야 하는 걸까? 그냥 한번에 집 청소하고 자면 되지 않을까, 설이라고 뭐 다를 게 있냐고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정초에는 바닥 쓸면 안되고 쓰레기 버리면 안된다고 친구는 말했었다. 나는 그런 관습을 확실히 잘 몰랐다. 전에는 전부 아빠가 했으니까

 

 

2020 1 25

 

어젯밤부터 엄마가 메시지에 답장이 없다. 오늘 다시 보내도 보질 않는다. 아빠가 좀 전에 전화를 했는데 응답이 없다. 다시 무너진다.

 

 

2020 1 26

 

엄마가 전화를 했다. 병원 측에서 금은담 병원으로 옮긴다고 했다.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2020 1 26

 

병원에 전화를 걸어 간호사에게 언제 병원을 옮기는지 물었지만, 하나를 물어도 셋을 모른다…. 딴 건 괜찮다. 그저 호흡곤란에 제대로 대처 못할까봐 걱정이다.

 

 

2020 1 26

 

엄마같은 사람이 아직도 많지만 병원에선 수습 불가다. 보고 있는 나도 남 일 같지 않다. 도와줄 순 없지만 그들도 꼭 치료를 받길 바란다. 사망자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기를 바란다. 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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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7

 

간호사가 엄마에게 전원(院)하라고 말한 적이 없단다. 그럼 엄마가 병원 옮길 것 같다는 얘기는 왜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엄마는 지금 혈중산소농도가 아주 안 좋다. 전원 못하면 어떡하나.

 

 

2020 1 27

 

아빠가 CT를 찍었고, 양쪽 폐가 모두 감염됐다.

 

 

2020 1 28

 

엄마가 갔다. 좋아요든 뭐든 누르지마세요 답장안해요.

 

 

2020 1 29

 

위에 말한 거 때문에 오해가 있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저는 현재로선 심한 증상은 없지만, 아빠를 모시고 여기저기 병원들을 다니느라 자기 방어력이 많이 떨어진 거 같습니다좀 절망스럽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다들 절 기억해 주었으면 하네요아빠는 지금 고열증세가 있고, 호흡은 아직 괜찮아요. 오늘 병원들 돌며 다시 CT 찍어보려 합니다. 아빠가 입원하는 게 무척이나 두렵고, 또 입원 못할까봐 무섭습니다.

 

 

2020 1 29

 

아빠 CT 찍는 거 기다리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길가에 쭈그려 앉아 멍하니 있었다. 내 일생에서 가장 비참하고 처절한 모습이다. 수없이 화살이 쏟아져 심장에 박혀도 이보단 나으리라. 하지만 나는 어쨌든 아빠를 지켜야 한다.

 

 

2020 1 31

 

이 사진을 보고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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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깐미엔, 힘내! 라고 쓰여있다. 우한의 대표음식인 러깐미엔을 각종 음식들이 응원하는 모습)

 

요 이틀 동안 별로 울진 않았다.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엄마 소식 물었을 때 빼곤. 그밖에는 그다지 울지 않았다. 근심만 가득해서 애통해 할 여유조차 없으니.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밤낮으로 울어제낄 수 있는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2020 1 31

 

쌍황련(폐렴에 특효가 있다는 소문이 도는 약) 소식을 들었는데, 내일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약국에서 교차감염이 될지 모르겠다.

 

 

2020 2 2

 

아빠의 혈중산소농도가 낮아졌다. 입원시키고 싶은데, 너무 힘들지 않을까

 

 

2020 2 2

 

아빠를 입원시켰다. 24일에 아빠가 엄마 입원시켰던 그날, 비가 꽤나 많이 왔었는데, 나는 엄마를 좀 더 눈에 담지를 못했다오늘도 비가 좀 온다. 아빠는 병실에서 악쓰듯 나를 쫓아내며 다시 오지 말라고 한다.

 

 

2020 2 3

 

매일 한바탕 휘몰아친 듯한 상태로 잠에서 깬다. 상반신에 온통 감각이 없는 것 같다. 일어나 좀 있어야 이 상태가 누그러진다. 밤에 한바탕 기침을 하며 스스로 놀라 깬다. 끝났구나, 나도 병이 들었나 생각하며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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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긴급전화나 메시지 없이 잠에서 깼다. 발코니에서 잠깐 멍 때리고 있으니 피망(새)이 내 손에 날아왔다. 비록 내 손을 쪼았지만, 나는 이 녀석이 내게 애교를 부리며 기대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함께 서로를 맞대며, 몇 분 동안 함께 볕을 쬐었다오늘, 2 3일은 엄마 돌아가시고 초칠일이다.

 

 

2020 2 3

 

아무래도 인후가 좋지 못한 것 같다. 마른 느낌인데 물을 마셔도 똑같다. 올 것은 결국 오겠지만, 조금만 더뎠으면 좋겠다.

 

 

2020 2 3일의 긴 일기

 

당신이 그립습니다. 매일, 매분, 매초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은 내가 흘렸던 모든 눈물방울 속에, 내가 호흡했던 모든 숨결마다 있었습니다. 내게 남은 날들의 모든 곳곳에, 손아귀에, 눈밑에, 마음 가는 어디에나 당신은 있고 그렇게 줄곧 당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볼 새도 없었습니다. 나는 이로써 영원히 겨울비를 싫어할 겁니다. 차에서 내리고 난 당신의 뒷모습은 빗물이 흐르는 창문 때문에 흐릿했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안는 그 느낌을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마르고 여위었군요. 몸이 차갑습니다. 어쨌든 나는 환상 속에서 당신을 꽉 안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세게.

 

무서워하지 마세요. 당신은 조금 먼저 길을 떠나셨을 뿐입니다. 큰삼촌은 당신의 자취를 이어 바로 따라가셨어요. 다른 세계에서라도 서로 의지하실 수 있겠지요. 이후론 병고나 재난도 없고, 더 이상 몸을 축내는 가사에 묶여있지 않아도 됩니다. 자유로운 채로 즐겁게, 그렇게 제 머리 위의 별이 되어 주실 수 있어요. 마음 속으로 당신을 그리워하며, 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를 가지라는 당신의 말을 들어드릴게요. 당신이 환생해 내 딸이 되어주세요. 내가 여생을 다해 당신을 사랑해줄 수 있도록. 나를 꼭 닮게 태어나주세요. 내가 당신을 닮았던 것처럼.

 

그저 이것만 들어주세요. 아빠를 지켜주세요. 지금은, 아직은 데려가면 안돼요. 매일 애를 써가며 아빠를 지키면서 당신에게 그러지 못한 일을 후회합니다. 저는 너무 쓸데없는 인간이에요. 하지만 수많은 화살이 심장을 꿰뚫더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화살을 뽑아내버리지 않는다면, 전 쓰러지지 않을 거에요. 우리를 기다려주세요. 결국 어느 날엔가, 천상에서 우리 가족은 다시 만날 거에요.

 

오늘 밤엔 저를 찾아와주세요! 꿈 속에 찾아와 마지막으로 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요. 꼭 오셔야 해요! 반드시

 

 

2020 2 3 23:27

 

오늘 부모님 집에 들렀다. 서랍 속에서 재작년 설에 우리 가족 4명이 찍은 사진을 꺼내왔는데, 그걸 비옷 주머니에 넣었다. 결국은 돌아와서는 까먹고, 비옷을 벗어선 통에 넣고 끓는 물로 소독했다. 좀전에 갑자기 떠올라, 사진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훼손되면 우리집도 희망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퍼뜩 들었다. 다행이 오늘 과기부에서 데톨이 효과가 없다는 말을 듣고, 끓는 물로 바꿨지다행이 끓는 물로만 해서사진은 괜찮았다. 손상되지 않았다. 데톨로 소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겠다아빠는 꼭 좋아지셔야 된다, 사진 속에 더는 사람이 줄어선 안된다.

 

 

2020 2 4

 

엄마가 꿈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꿈 속에서 나는 계속 엄마를 찾아다녔다. 여기저기에 "엄마 보셨어요?" 하고 묻고 다녔다. 엄마는 아빠가 병이 난지 아실까, 나는 계속 엄마를 찾는다

 

 

2020 2 5 20:45

 

살려주세요, 저도 어제부터 열이 나요. 오늘 아침 병원에서 연락이 와 아빠가 위급하다며 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어요. 반나절 아빠를 돌봤는데 혈중산소농도가 6에서 4.50밖에 안돼요. 90 이하는 중증이라고요. 이미 아빠는 위중해요. 아빠 안심시키려 병원 옮겨보겠다고 말하니, 냉큼 앉아서 가방을 싸시는 거에요.

 

가방 싸면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해요!!!

하느님!!! 연락했던 병원들은 다 안 받는다고 한다구요!!!!

아빠가 아이처럼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재촉해요!!!!!

난 아빠를 구할 능력이 없는 쓰레기라구요!!!!!

제발 누가 와서 우리 아빠 좀 구해줘요!!!!!

저는 세상에 무릎 꿇고 비는 것밖에 못해요!!!!!

 

 

2020 2 5 21:11

 

인민일보에 보도된 방법은 다 해봤어요. 한 분이 제게 전화를 해서 산소공급기를 제공하겠다고 하셨어요. 정말 감사드리지만 그건 소용이 없습니다. 아빠에겐 구원이 필요해요. 입원까지 해놓고선 더 나은 치료를 바라다니, 이런 시기엔 사치 아니냐고 욕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무릎 꿇고 빌어요. 의료 시설을 독차지 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람 목숨 살리겠다는 거에요. 우리 아빠라구요. 엄마는 (사망자) 숫자에도 못 들어갔는데, 아빠를 그 숫자 하나로 만들어버릴 순 없어요. 병원에선 어제 검사를 했는데 확진 결과까진 5일이 필요하대요. 도대체 뭣땜에 이리 오래 걸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지금 와선 확진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 없어요, 폐가 다 하애졌다구요!

 

 

2020 2 6

 

하늘이시여.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우리 아빠도 구해주세요.

 

 

2020 2 6

 

전에 도움 바란다는 메시지는 지웠습니다. 오늘 배터리가 떨어질 때까지 전화를 해봤는데, 99%는 도움이 안됐습니다. 방법이 없다는 게 팩트에요. 저도 지쳤습니다. 병원에서 아빠 간호하며 무수한 전화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희망이 있는 거 같았어요. 뒤로 갈수록 절망만 더해 갔습니다. 됐어요. 인정해야겠죠. 우리를 구할 사람은 없어요아빠, 우리 불쌍한 아빠. 방법이 없어요. 거기 가거든 제가 잘 모시면 안될까요.

 

 

2020 2 7

 

99%의 소식 때문에 가장 중요한 소식 하나가 묻혔습니다. 원저얼 선생과 그의 단체가 저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오늘 밤을 이겨내길 바래요. 아빠 직장 동료분들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계속 연락하시며 방법을 찾고 계세요. 원저얼 선생도 힘써 저희를 돕고 있고요. 이번 생에 저에게 소망 하나만 허락된다면, 그리고 실현만 된다면, 저는 다시는 소원을 빌지 않겠습니다. 아빠를 구해주세요.

 

 

2020 2 7

 

호흡곤란은 죽음의 길로써는 너무나 잔인하다.

 

엄마, 이젠 아빠를 데려가줘요. 하늘에서 마음껏 숨쉴 수 있도록. 저는 걱정 마세요. 오늘 아빠에게 말했어요. 꼭 제 모습을, 제 목소리를 기억해달라고. 어렸을 적에 말씀하셨잖아요. 만약 저 잃어버리면 몸에 있는 자국으로 찾을 수 있다고. 다시 절 보시게 되면, 꼭 저 알아보셔야 해요.

 

 

2020 2 8 03:13

 

아빠, 나 아빠 잃어버렸어. 엄마 찾아가. 그리고 기다려줘. 같이 집에 가자.

 

 

2020 2 811:51

 

두렵다. 나도 감염됐다.

 

 

2020 2 9일

 

어제 갑자기 전신에 힘이 없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정신이 멍해 그저 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음모드를 해놓았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자고 있는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다들 감사드려요.

 

저는 살고 싶습니다. 누가 살고 싶지 않겠어요. 눈앞이 보이고, 귀에 소리가 들리고,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악수와 포옹도 아직 있는데, 왜 안 그러겠어요아빠 엄마가 떠날 때, 마치 마음에 박힌 화살들도 다 뽑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두려움과 무력감도 함께요. 저는 살고 싶습니다.

 

 

2020 2 9

 

오후엔 마음이 황량한 느낌이 강했고, 전화벨까지 계속 울려대서, 사실 그 이후 줄곧 잠에 들지를 못했다.

 

이틀 동안 더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 두렵다. 나는 운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게 두렵고, 내가 남편까지 연루시킬까봐 또한 두렵다. 이 병은 너무나 무섭다. 사람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못한다. 그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가장 친한 사람의 손조차 잡고 있을 수 없고, 포옹 하나조차 얻지 못한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 외부의 정신적 도움은 모두 구원이 되질 못한다. 오직 자신만이 맞서고, 타협하고, 그리고 자신만이 극복해내야 한다.

 

나는 스스로 밥을 먹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나는 살 수 있으니까. 나는 스스로에게 가장 나쁜 결과를 상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뇌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을 남겨야 한다. 나는 살고 싶다는. 나는 스스로에게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감정도 좋은 약이라면, 나는 살기 위해 스스로를 웃게 만들어야 한다.

 

피망은 친구에게 돌봐달라고 말해 두었다신경 써야 할 일들이 좀 더 있을 것이다하지만 난 반드시 피망을 다시 받아올 것이다.

 

나는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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