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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FA인 나도 몰라 

 

요즘 테슬라 주식이 핫하다. 수 십, 수 백조에 달하는 정도의 기업 주가가, 불과 달 동안 , 세 배 올랐다.

 

테슬라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엘론 머스크라는 인물과 그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비트코인도 비슷하다(테슬라가 비트코인처럼 떡락할 거란 말은 아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비트코인에 메기는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다만, 비트코인은 실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까기 쉬웠다. 반면, 엘론 머스크에 대해선, 추종자든 헤이터든 간에 그가 난사람이란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를 일군 실적도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얘기지만, 나 같은 x밥이 어디서 몇자 주워듣고 와서 깔 건 아니다. 따라서, 테슬라 자체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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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관심이 가는 건, 테슬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테슬라가 오른 날이면 포털사이트 상단에 테슬라 주가 소식이 올라온다. 물론,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있는 미국서도 술자리부터 우버에서까지 테슬라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사람들이 테슬라를 소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 이거 완전 비트코인 아냐?! 내가 사면 떡락할 거야라는 사람부터, 농담으로아, 나도 테슬라나 사볼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통은 말 안하고) 실제로 테슬라 주식을 사기도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죄다 돈이 없어 그런지, 몇 억씩 몰빵하는 사람은 아직 못봤고, 보통 각자 형편에 맞게 놀고있는 돈 일부를 빼서 몇 십 혹은 몇 백씩 사더라.

 

이렇게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종목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격이 오른다

둘째, 나도 한 번쯤 들어본 종목이다

셋째, 근데 나는 못샀다 (혹은, 샀더라도 큰 돈은 못 벌었다)

 

 세 가지가 결합돼, 왠지, " 그때 xx 종목 샀으면 xx 버는 건데!” 라는 후회를 불러 일으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헛된 생각이다. <건축학개론>을 보고나면, 20대 때 나에게도 수지같은 여자가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하지만, 실제 20대는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았고, 수지같이 아름다운 사람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던 쭈구리였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비트코인이나 테슬라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한들, 미친 척하고 수 천, 수 억을 몰빵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정말로 돈을 너무 투머치 사랑한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이나 테슬라를 안샀던 건?

 

에이씨, 그게 그렇게 오를 줄 알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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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식은 베팅이다

 

고백을 하자면, 나는 과거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인생을 고칠 계획을 이미 수립해 두었다. 20년 전으로 돌아갈 경우, 제일 먼저 삼성전자, 구글, 알리바바에 나눠서 전재산을 몰빵하고, 2005년쯤 한 번 팔았다가 (공매도도 땡기고 !), 비트코인, 스냅챗, 아마존을 산 돈으로 홍콩과 강남대로에 빌딩도 미리 봐놨다.

 

이런 공상이 부질없는 것은,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딴지 편집장도 자기가 산 주식이 개잡주가 될지 몰랐을 게다(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주식을 제일 못한다. 특기: 돈 마구 버리기).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는 같은 돈을 걸고. 이런 미친짓을 하려면, 엄청난 믿음과 자기확신이 있어야 한다. 모리아 산에 올라, 가장 소중한 자기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던 아브라함처럼. 그래서 나처럼 몇 억을 주식에 몰빵하는 인간들은, 머리 어딘가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물론, 믿음에는 나름의 근거가 존재한다. 누구는 차트 속에, 다른 누구는 오프라인(현장이나 매장), 누군가는 재무제표 속에 답이 있다 생각한다. 누군가는 컴퓨터로 알고리즘을 짜고, 누군가는 발로 뛰며 현장을 훑는다. 확신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전부 다르지만, 보통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강한 확신이 형성된다. 문제는, 강한 확신이 든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만사가 그렇듯, 주식투자의 결과는 재능과 운에 따라 결정된다. 절륜한 내공을 갖춘 차트 고수라 하더라도(무림 고수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들은 재야에만 있다), 2008년도 서브프라임 사태급의 경제위기가 닥치면 어쩔 수 없이 휩쓸려갈 수밖에 없다. 생초짜라도 상승장에서 아무거나 골라잡았으면 돈을 번다. 주식은 불확실성에 기반하기,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요동친다.

 

자본은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싫어한다. 금융의 역사란, 리스크를 적게 지면서, 동시에 많은 돈을 벌고자(aka 땅 짚고 헤엄치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발전해왔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이러한 연금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매우 똑똑한 사람들의 여러 시도는 종종 재앙을 불러왔다.

 

도박이 아무리 운빨이라고 해도, “남들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돈을 따가는 프로 도박사도 분명히 존재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아니 주식이야말로, 정말로 재능에 의해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주식에 있어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첫째,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누구나 있는 것이다.

둘째, 그러나 이러한 재능을 갖춘 것은 극히 소수이다.

셋째, 소수의 활동을 일반인이 볼 기회는 거의 없다.

 

세 가지 이유가 결합되서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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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미가 시장을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 글(미국에서 집 사면 세금을 얼마나 낼까?-링크)에서 밝혔듯 나는 얼마 전,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했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돈을 움직이고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 엄청난 서류작업과 복잡한 절차가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끝에 눈에 보이는 집이라는 결과가 남는다.

 

반면, 같은 돈으로 주식을 살 때는 클릭 몇 번으로 끝난다. 몇 억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서류도 남지 않고, 결과적으로, 얻은 주식도 모니터상 잔고로만 나타난다(주식을 처음 해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그래서현실감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뉴욕시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아재가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인지, 몇 조를 굴리는 펀드매니저인지 알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재능은 놀랄만큼 소수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소수에 의해 시장이 격동한다.

 

내가 만나 본 펀드매니저들이, 중요한 투자관련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모은다.

2. 이들을 열심히 굴려서 리서치를 시키고, 좋은 토론을 한다.

3. 토론의 결과와 무관하게, “재능있는펀드매니저에게 어떻게 할지를 물어본다.

4. 펀드매니저가 말한 결론에 맞추어, 직원들에게 투자심사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여기서 핵심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결국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 많은 직원들은 능력도 있고, 의욕적으로 일도 열심히 한다. 때론 이들이 제시한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논의에 참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결정해야되는 순간이 오면, 찾게 되는 것은 중요한 인물 한 명이다.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이 옳은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를 얘기 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리고 우수한 실적을 쌓아 온 펀드들일 수록, 결정권자의 삽질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관리시스템은 발전해왔다.

 

여기서는 다만,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 많은 돈이 움직이는 현실 자체에 주목하고자 한다. 자산운용업은, 내가 아는 모든 업종 중에, 가장 적은 소수에 의해 가장 많은 수익(혹은 손실) 발생하는 업종이다. 집구석에 혼자 앉아서, 클릭질 몇번으로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게 투자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많은 리서치와 관리시스템 같은 인프라가 뒷받침 해줘야 한다. 여기서  필요성을 부정하고자 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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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재능과 운

 

이 글에서 재능이란, 각자가 지닌 '돈을 버는 재주'를 뜻한다. 남들이 간과하거나 보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분석력, 강박에 가까운 의심과 새로운 정보가 주어질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분석하여 나쁜 종목을 걸러내는 선구안,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멘탈 등.

 

위대한 투자자의 유형과 능력은 다양하지만, 거기엔 하나같이 특출난 재능이 있다. 어느 정도는 후천적인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선 반드시 재능이 필요하다. 똑같이 공을 던지는 훈련을 해도, 빠른 속도로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을 재능이라고 인정한다면, 투자에도 역시 이러한 재능이 존재한다.

 

나의 글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젊은 나이에, 주식으로 십 수억을 굴리며 베팅하고, 또 수익 내는 걸 보면, 투자 쪽에 대단히 재능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아니, 부끄럽게도 아니다. 전혀 아니다.

 

딴지일보에 안에서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이쪽 분야의 재능가들이 존재할 것이고, 정말 그 재능이라는 것이 조금은 있기에 나도 이 바닥, 관련 직종에서 종사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건물 안에서만도 100배, 1000배(굴리고 버는 돈도 실제 100배, 1000배다) 뛰어난 사람들이 한가득이라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말로 언제 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마치 재능있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부풀리고 싶지만, 사실  좋게도, 이런 재능을 갖춘 친구를 한 명 알고 있는데, 그가 정말 특별할 뿐이다(그리고 이 친구 때문에 투자 쪽 커리어를 접었다. 내가 투자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할 때, 오르지 못할 재능을 정면에서 만났으니까).

 

얼마나 특별하냐면, 이 친구 말만 듣고 나는 전 재산을 종목에 몰빵 했다. 그야말로 내 평생 모은 돈이다. 주식의 불확실성도 잘 알고 있고, 분산투자의 중요성 또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꼴에 나도 CFA니까).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스스로가 버릴 정도로, 그의 재능은 특별했다.

 

그 뿐이다. 

 

 

5. 재능과 운2

 

재능과 운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라는 것을 너무 쉽게 본다테슬라나 비트코인으로 돈을 못 번 게 너무 아깝다면, 혹은 지금이라도 사면 왠지 돈이 손에 들어올 것 같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당신은 종목에 얼마만큼 확신이 있고, 당신이 거는 그 돈은 당신에게 어떤 돈인가. 잘 되면 좋겠지만 안돼도 그만인 돈인 건가. 

 

물론, 이러한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다. 어차피 모든 투자의 결과는 본인이 지는 거니까. 이런 글을 주저리 주저리 길게 적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투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한국 주식판이 너무 테마주 위주로 굴러가는 것이 외부에서 보면, 특히, 잘 보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이슈에 따라 종목을 갈아타며 오늘도 도박판을 벌인다. 정말, 도박 그 자체다. 

 

또한, "이대로만 주식하면 부자될 수 있다!" 라는 식의 단톡방 광고, 혹은 주식관련 서적이 사방에 널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돈을 못버는 이유는, 돈을 덜 좋아하거나, 노오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투자에 대한 재능이 없고, 더 많은 돈을 불확실성에 베팅할만한 용기가 부족할 따름이다.

 

게다가, 주식 강사들이 돈과 시간을 쓰면서 그런 류의 광고를 하거나 글을 쓰는 이유는, 대개 그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이익(or 영향력) 주식을 하는 것보다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포함해 누군가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에 관한 조언을 한다면, 반드시 걸러 들으시기 바란다. 

 

도박판에 투자자 중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위선적일 수 있다. 하지만, 주식에 돈을 건다라는 행위가, 어떤 게임에 참여하는 것인지는 다들 명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주식으로 정말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이란 걸 벌기 바란다면(대부분 적어도 연봉 이상, 혹은 몇 배 정도 될 테다) 첫째, 마치 운동이나 공부처럼 이 분야에 타고난 재능이란 게 필요하며, 둘째, 불확실성이 어떤 분야보다 강하기에 그 재능에 필적하는 운도 따라야 하고(이 종목은 노력을 정말 많이 배신한다), 셋째, 정말로 그 불확실성에 크게 거는 미친 짓 혹은 용기가 필요하다. 

 

테슬라를 못 샀다고 아쉬워 하지 말자.

 

우리는 앞으로도 영영 테슬라 같은 주식으로 돈을 못 벌 테니까.

 

물론, 나 또한 언제 망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망한 이야기로 쓰는 것도 재미있겠다. 딴지는 직접 해보고 써야 하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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