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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자유구역법, 이거 안 된다

2003.6.9.월요일
딴지 경제부

 


 마킬라도라




마킬라도라라는 용어는 멕시코 식민지 시절에서 유래되었다. 식민지 시절 이 단어는 방앗간에서 옥수수를 빻을 때 절구통에 붙어 있는 옥수수 가루를 의미했다. 관례적으로 이 옥수수 가루는 방앗간 주인의 몫이었다.


멕시코에선 미국의 해외조립공장을 마낄라도라라고 칭하는데 미국이 옥수수를 들고 온 손님이라면 멕시코는 미국의 옥수수를 빻아주고 절구통에 붙어있는 찌꺼기 가루만 가진다는 다소 냉소적인 비유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용어로는 멕시코에서는 보세가공산업, 미국에서는 생산공유, 해외조합공장, 쌍둥이 공장이라고 부르지만, 대다수 학자들과 멕시코인들은 모두 마킬라도라 혹은 줄여서 마낄라로 부른다.


멕시코의 마킬라도라는 1965년 미국 남부 농업 지역에 고용되어 있던 멕시코 노동자들이 추방되면서 이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의 북부지역에 설립된 경제특구이다. 여기에 입주한 외국기업들은 관세가 면제되는 등의 혜택을 누렸다.


이 지역은 초기(60년대와 70년대)에는 성장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정이 변하였다. 82년 외채 지급 유예로 멕시코는 수입대체형 경제 시스템(폐쇄형)에서 개방형 시스템으로 정책변화를 이룬다. 이런 경제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마낄라도라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198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멕시코 정부는 각종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조치를 완화시킨다. 외국인 소유 지분 한도가 폐지되는 한편 국제금융기관의 자본을 중립자본으로 간주하는 법령이 마련된다.


70년대와는 다르게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가 철폐되고 멕시코 자본에 대한 보호조치가 해제되면서 마킬라도라는 급속하게 성장한다. 1980년에는 불과 620개의 공장만이 입주하여 있었지만 1993년에는 그 수가 2172개로 늘어났다. 고용인구도 1980년에 11만9천5백명에 불과했으나 1993년에는 54만1천명으로 불어났다.



 


 마킬라도라의 실체


이렇듯 급속하게 성장한 마킬라도라는 과연 어떤 결과를 가지고 왔을까?


멕시코의 진보진영은 시행 초기부터 마킬라도라가 멕시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들은 이른바 고립지(enclave) 현상 때문에 외국 자본이 유입되어도 멕시코 경제 전반은 크게 발전하지 못 할 것이라 주장한 것이다.


고립지 현상이란 경제특구를 지정하여 외국인 자본에게 특혜를 주면 이 지역은 외부 지역과 분리되기 때문에 전체 국가의 산업 발전을 가지고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특구를 지정하는 이유는 혜택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이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 지역에서만 외국인 직접 투자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혜택을 주어 외국인 자본을 유치할 경우 혜택을 노린 싸구려 자본만이 유입되어 인적자본의 축적이나 기술 이전과 같은 효과가 작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이런 결과는 멕시코의 마킬라도라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첫째, 마킬라도라와 멕시코 국내 경제 사이는 연계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고립되어 있었다. 마킬라도라에 들어온 자본은 대부분 미국계 자본이다. 이들이 마킬라도라에 투자한 이유는 미국의 임금이 높아 일본이나 동아시아의 저렴한 제품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핵심적인 공정은 미국에서 진행하면서 단순 조립공정만을 멕시코 마킬라도라에서 진행하였다.


먼저 마킬라도라 지역이 멕시코 국내 산업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멕시코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1976년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로 수출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멕시코 제조업 부품 전시회 등을 개최하여 마킬라도라에 입주한 외국기업들이 멕시코 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것을 적극 권유하였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강제 조항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마킬라도라 지역의 국내 부품 공급 비율은 2% 내외를 꾸준히 유지한 반면 외부지역에 유입된 외국계 자본은 약 1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여 고립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부품 및 원자재에 대한 외부 의존율이 높아 고용 및 생산이 마킬라도라에서 증가하여도 여기서 생산된 부가가치 중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멕시코 몫(Mexicos share of the Marquiladora Industry)은 점점 하락하였다.


1975년 멕시코 몫은 46.1%였는데 80년에는 44.2%, 85년에는 33.2%, 86년에는 29.9%, 1987년에는 29.5%로 떨어져 계속 하락한다는 사실를 알 수 있다. 또한 멕시코 내의 산업 유발효과는 매우 낮은 반면 미국 남부 지역의 산업 유발 효과는 매우 높았다. 즉, 이들 기업은 미국 남부 지역에서 핵심 부품의 공정 및 주요 경영업무을 수행하고 마킬라도라에서는 단순 조립만을 하는 체제가 갖추어진 것이다.


이렇게 부품 조달이 미국에 의존하게 되어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여 수출이 증가했지만 수입도 따라 증가하게 되었고 따라서 국제 수지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1980년대 무역수지는 약간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였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예를 들어 국가 전략산업인 자동차 산업과 컴퓨터 산업에서 수입제한조치와 국산부품사용비율 제한조치가 자유화됨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는 대단히 커졌다. 완성차의 경우 1988∼1992년 사이의 무역흑자가 12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증가하였지만, 중간재 조달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게 된 결과 자동차 부품을 포괄하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무역수지는 같은 기간 누적분으로 7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컴퓨터 산업의 경우에도 1986∼89년 사이 수출은 연간 47%의 증가율을 보여 총수출액이 38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1988년 이후 수출증가는 둔화되고 수입은 급속도로 증가되었다. 결국 정부는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공기업을 헐값으로 해외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맨날 우리만 죽어나는 거가?


둘째, 마킬라도라에 들어온 외국 기업은 대부분 미국계 기업으로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을 노리고 들어온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단순 조립공정만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대부분 미숙련 저임금 노동력을 선호하였다.


그런 이유로 순종적이고 감시·통제가 쉬운 미숙련 여성 노동력이 고용의 50%이상을 차지하였다. 또한 전체 피고용인 중에서 기술직이나 사무행정직의 비중은 항상 20%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결국 개발에 따라 발생한 이익은 멕시코인들이 차지하지 않고 오히려 고위직에 있는 외국인들이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멕시코 내에서도 개발이익을 차지한 집단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 지역을 개발한 소수의 개발 업자들이다. 이들 민간 자본은 부품 및 원자재 개발과 같은 생산적인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공단을 설립하여 부동산 개발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였다. 부동산 개발에 따른 이득은 그 성격상 단기적이고 거품인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낄라도라 성장에 따른 이득은 멕시코 경제에 보존되지 않았다.


개발이익은 마낄라도라에 입주한 다국적 생산업체 이외에도 미국 기업의 멕시코 현지화 활동을 중개하였던 미국의 민간 자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의 컨설팅 회사, 법률 회사들로서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정보 부족을 보완해주고 초기 설립비용과 적응 비용을 감소시켜주는 일종의 대행업에 종사하였다.


이렇게 노동자 이외에 멕시코의 부동산 자본과 미국 자본은 마킬라도라 산업이나 미국의 상공회의소와 같은 이익 단체를 결성하여 계속 정부에 압력을 넣어 각종 정부 규제 정책에서 예외부분을 만들었고 노동법의 예외 조항도 크게 늘리는 반면, 조세율도 크게 낮추었다.


셋째, 이렇게 각종 혜택을 주다보니 재정기여도와 수혜도의 괴리가 나타나게 되었다. 마킬라도라를 개발하기 위해서 정부는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추진하였고 이는 남부 멕시코와 북부 멕시코 사이의 불균형을 점점 벌렸다. 이는 결국 정치적인 분쟁으로 발전하게 된다. 재정기여도가 낮으면서 수혜도가 높은 북부지역에서는 연방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반발한 반면, 남부에서는 소득 재분배 정책과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마낄라도라는 경제특구의 고립지 현상이 가장 극심하게 나타난 사례라 볼 수 있다. 물론 마낄라도라가 가장 극단적인 예인 것은 사실이지만 고립지 현상은 대부분의 경제특구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마산 같은 경우에도 멕시코의 마길라도라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판 마킬라도라를 가져 올 경제자유구역법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보아 거시적 효과와 미시적 효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돈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단순한 효과로서 고용의 증가, GDP 성장과 같은 거시 경제지표에 나타난다. 반면 후자는 돈과 함께 들어오는 기술이나 발전된 생산방식, 경영능력과 같은 기타 발전된 무형의 생산요소가 확산되어 생기는 효과이다.


그런데 스티글리츠 교수가 지적하였듯이 한국의 현재 상황을 비추어보면, 외국인 직접투자의 거시적 효과보다는 미시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여전히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동성 및 외환보유고가 풍부하고, 실업률이 외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흔히 말하는 구축효과, 즉 한국 기업은 퇴출되고 그 자리를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결과만을 가지고 올 수 있다.


그러나 미시적 효과는 기술의 발전을 가져 온다. 즉, 외국 기업이 들어와서 발전된 기술를 전파할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가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한국은 국가의 주도하에 제조업의 성장시키는 산업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발전전략이 한계에 봉착하였다. 과거에 이러한 성장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국가가 저가의 자본과 노동을 기업들에게 제공하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노동과 자본을 대량투입하여 경제 성장을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자본과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성장은 한계에 봉착하였다. 특히 자본과 노동의 대규모 투입을 통한 제조업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적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두 가지 정도가 거론되었다. 첫째, 산업 구조를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지리적 이점을 살피는 물류·금융 중심의 산업구조로 개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존의 생산기술 위주의 제조업을 첨단 핵심 기술 위주의 제조업으로 재편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두 가지 전략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두 전략 모두 해외 자본을 유치하여야만 가능하다든 점이다. 해외자본의 유치만이 새로운 산업 구조로의 재편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 하에서 도입된 법안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의 내용-






















세제지원


-대규모외국인투자 : 소득세 및 법인세를 7년간 100%, 3년간 50% 감면. 수입자본재 관세, 특소세, 부가세를 3년간 100% 감면.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토세를 5년간 100%, 3년간 50% 감면.


 


-중규모외국인투자: 소득세 및 법인세를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 연구개발용 물품 및 자본재 수입에 대한 2년간 관세 면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토세를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


준조세지원


- 교통유발금 면제


- 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시 각종 인허가의제, 각종 개발부담금, 농지조성비 감면


- 국공유지 임대기간을 50년까지 할 수 있으며 영구시설물을 건축할 수 있음.(현재 국내 기업은 3년에서 10년 사이이며 영구시설물을 건축할 수는 없음.)


사회적 약자 배려 제외


- 중소기업 고유업종 적용 배제


- 근로기준법상 월차·생리휴가 규정적용 배제


-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에 한하여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음.


행정환경개선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사무소 설치


-상사조정, 중재기관을  별도 설치


-외국어 서비스 제공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사무소 설치


-주요 외화 유통 허용


생활환경개선


-외국교육기관 진입허용


-외국 병원, 약국 진입 허용


-외국방송의 재송신


-내국인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허



- 내국인의 특구내 외국인 교육기관 입학 허용


수도권설립특혜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 및 경기도 도시 등)에서도 외국학교법인과 투자  기업은 학교, 공공청사, 연수시설의 신설 및 증설을 허가할 수 있음.


- 수도권의 성장관리권역(동두천, 오산시 등)에서는 학교와 공공청사, 연수시설의 신설 및  증설은 제한적으로만 허가되었으나 외국인 투자기업과 학교법인은 이에 적용 받지 않음.


- 인구집중유발 시설 총량제에 외국학교법인은 적용 받지 않음.


- 서울에서 인구집중유발시설을 건축할 경우 부과되는 과밀부담금이 면제.


그러나 현재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한국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설령 기술력이 높다고 하여도 한국 산업이나 기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져 한국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자유구역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이거다..


 


 경제자유구역법의 문제점


 미심쩍은 경제적 효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 수준을 지닌 외국의 기업이 일단 유입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한국의 여러 기업, 대학, 단체 등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토착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법은 일정한 지역을 고립시켜 이 지역에 유입되는 자본에게 각종 혜택을 주어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정책이다. 이는 이러한 혜택이 낳는 각종 부작용들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지역을 고립시킨다면 복합적인 투자 여건과 전국에 걸친 사업을 전개하려고 진입하는 기업을 유치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여타 지역의 한국 기업, 단체, 학교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해 기술확산 효과가 저조하게 된다.


둘째, 인센티브 제도 상의 여러 문제점들이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가로막는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에게 주는 혜택의 기준은 투자 규모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도모하려면 한국 산업의 고도화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즉 도입기술, 산업의 종류, 국내 기업과의 연관성, 국내에서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가 여부, 연구 개발 투자의 종류 및 형태, 국내 노동자의 고용 및 교육 실시 여부 등 투자의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센티브도 포괄적으로 주기보다는 세밀한 계산 하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개별 기업의 종류에 따라 유입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각각 다르고, 각 기업이 원하는 인센티브의 종류도 이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사항들을 모두 고려하여 이에 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한가지 짚어볼 것은 이런 이유로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중진국 이상의 국가들(아일랜드, 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 등)은 경제특구를 따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거 안 해도 잘 먹고 잘 싼다


오히려 이들은 세율 인하나 노동법 적용 제외 같이 사회적 기준을 낮추는 인센티브보다는 일시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놀라운 경제 성장을 한 아일랜드의 경우, 기업별 협상을 통해 금융지원을 하고 있고, 법인세 인하 등은 매우 미비하였으며 이마저도 2002년에 폐지되었다. 싱가포르도 자신들의 경제적 여건에 맞게 유치해야할 산업과 기업을 선정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정부 서비스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부작용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경제자유구역법은 경제적 효과가 매우 작다. 반면, 지나친 혜택을 주어 사회 경제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적 손실- 국가 재정 수입 감소


현재 경제자유구역법에 유입되는 대규모 투자는 법인세, 소득세 7년간 100%, 3년간 50% 감면해주고, 중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준다. 이외에도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각종 국제기구들은 외국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경우 매우 신중하게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주는 혜택에 비해 그 효과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서 주어지는 세제혜택의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그러므로 과연 경제적 효과가 세제 혜택의 비용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더욱 큰 문제점은 영국(총투자량 4위), 미국(총 투자량 1위)과 같은 나라에서 유입된 자본은 한국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준 것만큼 본국에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총실효세율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어떠한 유치 효과도 낳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재정 수입을 이들 나라에 퍼다 주는 효과만을 가지고 오는데 이를 이중과세효과라 한다.


 


 행정기구 상의 문제점


현재 입법화된 경제자유구역법 제27조 1항에 의하면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수행하는 사무 중 개발, 환경, 의료 및 몇몇 등기 업무를 시·도지사가 직접 수행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수행하는 기구는 시·도지사가 설치하고 장을 임명하는 행정기구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실상 경제자유구역을 독립적인 행정지역으로 정하여 이를 각 시·도지사가 독립적으로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첫째, 법이 2003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 행정기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대안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만약 경제자유구역을 독립적인 행정지역으로 지정하여 운영하려 한다면 구청 규모의 행정기관을 설립하여야 한다. 또한 여기서 일 하게 될 인원들은 기존의 정부 공무원보다 외국어 실력, 국제법에 대한 지식 등을 더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인원도 수 백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사실상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인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재경부에서 이러한 인원 확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만약 인원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마련된 규제 사항에 대해 적절한 업무를 실행하지 못 해 난개발 및 환경파괴, 보건 위생의 하락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현재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들(도시개발법 제 7조, 택지개발촉진법 제3조의 3항,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10조)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이러한 청취 과정 없이 개발사업이 실행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산수용 과정이 일어난다면 지역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됨과 동시에 여기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경제자유구역의 지정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의 효과가 있고(경제자유구역법 제 8조), 개발 사업시행자가 실시계획을 승인 받을 경우 무려 수십 개의 인·허가를 받은 것과 같다(경제자유구역법 제11조). 그러나 문제는 과연 재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수십 개 부서에서 관할하는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지역사정을 알고 이에 따라 이러한 인·허가 사무를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의 희생


경제자유구역법은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그 주요한 피해자들은 노동자(특히,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중소기업 등이다.









이쯤되몬 막 나가자는 거 아입니까?


경제자유구역법 제17조에 따르면 입주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31조],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제24조], [고령자고용촉진법제12조]의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 기업은 장애인, 노인 및 국가유공자를 의무적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중소기업사업영역보호및기업간협력증진에관한법률 제4조 및 제12조]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들은 중소기업고유업종에 제한 없이 진출할 수 있다.


노동법과 관련되어서도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에 한하여 근로자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생리휴가는 폐지되며 주1회 유급휴일(일요일)은 무급휴일로 된다. 이는 현재 노동자들 중에서 특히 사회적 약자계층인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국토 균형 발전에 역행


현재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수도권에서 일부 시설의 신설, 증설, 공업지역의 지정이 허가되지 않았으며, 서울에서 건축물을 신축하고자 하는 자는 과밀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대한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총량규제도 적용되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법 제 17조 3항]에 따르면 입주외국인투자기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제7조·제8조·제12조·제18조 및 제19조]에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외국인 투자기업 및 교육기관은 일부 시설이 허용되며 과밀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총량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송도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만약 이대로 된다면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육 및 공공의료의 후퇴


현재 [경제자유구역법 제22조]에 따르면 외국교육기관을 교육부 장관의 승인에 따라 설립할 수 있고 여기에 [초·중등교육법의 제 60조의 2]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이 여기에 입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이 새로운 8학군이 될 수 있으며, 이들 학교가 귀족 학교로 변하여 현재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전용의료기관 또는 약국 개설을 허용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한국의 공공의료체제는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현재 법안에서는 내국인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상 관리 감독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에 대한 예외사유도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이 의료기관들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이 일부 특권층만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을 건강보험법 상 요양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전국민 강제보험체제의 중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예외가 확대될 경우 건강보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2004년이 만기인 WTO 서비스 시장 개방협상에 있어서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교육, 보건시장을 개방한 마당에 교육서비스 부분에 대하여 양허하지 않을 논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은 경제적 효과가 미비한 반면,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 경제자유구역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이와 유사한 각종 법률(외국인 투자 촉진법의 일부 조항들, 관세자유지역 등)도 같이 폐지되어야 한다.


대신 이러한 유사 법률들을 통폐합시켜 사회적 기준을 낮추어 싸구려 자본을 유치하는 전력에서 산업 연계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사회적 기준을 오히려 높이고 삶의 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상임정책위원


곽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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