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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이너뷰] <독수리 5형제>를 만나다

2000. 1.31.월요일
엽기 매체분석팀 김득헌

지구의 과학기술이 미개한 시절, 우주에서 온 짱가가 지구를 지켜주던 때가 있었다. 이후 지구인은 눈부신 과학의 발전을 통해 마징가Z와 태권V를 비롯한 다종의 메카들을 연구개발해 자주국방을 이루어 내었다. 그러나 이들 로봇들도 첨단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마징가의 예를 들자.

 

인간과 기계가 하나가 된다고는 하지만 로봇이 움직이기까진 인간이 생각하고 조종하는 시간의 갭이 있어 완벽한 싱크로라 할 순 없다. 또한 어떠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재질의〈초합금Z>가 쓰인 곳은 일부에 국한됐고, 주제가에 나오듯이 마장가의 팔,다리의 재질이 주철(일명 무쇠)이다보니 필연적으로 부식의 위험이 따랐다. 악당이 이런 약점을 이용해 초 강산성 부식액이라도 쓰는 날에는 마징가는 팔 다리를 접은 거북이와 같은 꼴이 되고 만다.

 

이 얼마나 댄져러스한 일인가.

 
 





 
이 정도 땜빵갖고는 어림도 없다..
 

거기다 한 번 출동할 때마다 수영장 물을 가르고 나오다 보니 매달 내야 하는 수돗세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한 번 크게 부서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온 시내의 엿장수들을 동원해 솥단지부터 요강까지 싸그리 긁어 모아 땜빵을 해야 했으니 이도 쉽진 않은 일이었다. 

 

독수리 5형제의 탄생

 

결국 로보트로 지구를 지키는데 한계를 느낀 지구방위사령부는  각국의 박사들을 모아 새로운 지구 방위계획을 수립했으니, 이 것이 스피드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최초의 파워풀 인간특공대, 바로 피닉스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최고 책임자로 남궁박사를 지목해 그에게 모든 지휘와 권한을 맡겼고 남박사는 정예 5명을 엄선 색출, 독수리 5형제라는 걸쭈칸 팀을 창출해낸다.

 

 

여기서 잠깐 독자덜의 코 흘리던 기억을 더듬어 올리기 위하야 독수리 5형제의 주제곡을 들어 보자.

 
 



 
 



슈파 슈파 슈파 슈파 슈파

 

우렁찬 엔~진 소리 독수리 5형제
쳐부수자 알렉터. 우주의 악마를
불새가 되어서 싸우는 우리 형제
태양이 빛나는 지구를 지켜라.
정의의 특공대 독수리 5형제

 

초록빛 대지의 지구를 지켜라
하늘을 날으는 독수리 5형제
우주를 누비는 독수리 5형제

 

낮 시간동안 지구평화를 지키던 동 방위가 퇴근할 때쯤 독수리 5형제들은 장엄한 주제가와 함께 나타나 임무교대를 하였다.

 





 
난 얘가 조아,,,
 

이들은 악을 소탕하기 위해 매일 저녁 5시 30분이면 출근하여 40분쯤되면 어김없이 악당이 일을 꾸며 출동해 싸우고, 복귀해서 6시 퇴근이라는 빡빡한 일정을 수행하였다.

 

부엉이와 올빼미 등 갖가지 새대가리 헬멧을 쓴 주인공들은 회오리 바람, 회전 점프 상승, 날쌘 번개킥 등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하여 적들을 물리치고, 라스트 씬에선 하나로 뭉쳐 졸라 뜨건 불싸조가 되어 바람을 가르며 악당을 불싸질러 버린다. 

 

최장 전투시간으로 한 번은 싸우다 싸우다 끝이나지 않아 6시되서 일단 퇴근하고 다음날 5시 30분 부터 이어서 싸운적도 있다.물론 일주일에 이틀은 쉬었지만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남박사의 호출에 대기상태였다. 이런 빡빡한 스케쥴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들을 모델로 한 딱지나 프라모델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짭짤한 초상권 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독수리 5형제의 성공으로 지구방위시스템은 부실한 로봇 단계를 넘어 초인간시대를 열게 되었다. 비로서 독수리 5형제는 방위와 함께 지구의 수호자가 된 것이다.

 

독수리 5형제의 파급효과

 

당시 동네 얼라들사이에서 독수리 형제들이 미친 영향을 실로 막대하였다. 갖가지 새 대가리가 그려진 헬멧을 쓰고 악의 무리를 소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들을 보며 우리는 조류보호 정신을 배웠고, 결정적인 순간이면 합체하여 불새가 되어 악당을 일거에 물리치는 그들을 보며 불조심을 생활화하게 되었다.

 

한편 독수리 5형제가 끝나고 난 뒤 해가 어둑어둑해지는 골목길엔 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라들이 엄마의 빨간 스카프를 목에 매고 나타났다. 이들의 비장한 표정과는 달리 빗자루 들고 쫒아온 엄마에게 끌려가 흠씬 뚜디려 맞는 것으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가끔은 독수리 형제들의 현란한 발차기를 흉내내려고 집 앞 네모난 시멘트 쓰레기통 위에서 날라차기를 하다 발목을 삐는 애덜도 있었드랬다.

 

당시 이들의 활약상은 주중에만 방송되었지만, 열렬한 매니아들은 토욜 오전 AFKN에서 컬컬한 영어더빙이 된 미국판 <독수리 5형제>까지 섭렵하였다. 당시 AFKN에선 주말 오전 독수리 5형제를 포함하여 대여섯 개의 만화프로를 내 보냈기 때문에 얼라들은 항상 학교를 가느냐 마느냐의 심각한 진로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독수리 5형제>에게도 언제까지나 태양이 비춰지진 않았다.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 더구나 점점 나이가 들어 사춘기가 되자 남자 넷, 여자 하나의 불균형적인 성비는 심각한 이성문제를 야기하게 되었고 결국 이들의 팀웍은 무너지게 되었다. 결국 이들은 방송에서 짤리게 되었고 얼라들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지게 되었다.

 

이후 수퍼맨, 후라쉬맨, 우트라맨, 등등 기라성같은 맨들이 출현하며 독수리 5형제는 전설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은퇴한 후, 바가지 디비쓰고 보자기 둘렀던 애덜이 이젠 후라쉬 들고 설치며 꿈이 후라쉬맨으로 바뀌었고 청년들은 앞다퉈 수퍼에 취직하려고 혈안이 되었다.

 

한 때 지구방위에 청춘을 바쳤던 독수리 5형제! 그들은 지금 어디서 멀하고 있는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초록빛 대지의 평화를 위한 일념으로 불새가 되어 졸라 뜨거워도 참고 싸워온 그들이었는데 지금은 세인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우리가 어찌 이들을 이렇게 내 팽겨칠 수 있단 말인가. 화랑무공훈장까지는 아니래두 국민연금이라도 챙겨줘야 도리 아니겠는가. 이거 본지 아님 워디서 하겠는가. 그래서 본지가 독수리 5형제의 지금 모습을 추적해 보기루 했다.

 

독수리 5형제, 그 후 20년..

 





 
 

건 : 혁, 니가 내 이너뷰를 빼앗아 가다니..
혁 : 씨바. 넌 매스컴 절라 많이 탔었잖아
 

필자는 당시 독수리 5형제였던 맴버를 찾아 험난한 여행과 수소문 끝에 간신히 전직 독수리 2호였던 혁을 만나는데 성공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옌날 기똥차게 머쪄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초췌하기 그지없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정함을 느꼈다.

 

처음엔 인터뷰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거금 500원에 그를 꺾었다. 혁도 다른 멤버들과 소식이 끊긴지 오래 전이라고 했다. 우린 신천에있는 기지촌에서 생맥주와 과일사라다를 시키고 과거의 화려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나 쓱 두개 쓱 풀어내렸다. 그의 지난 얘기를 들어보자.

 
 

그땐 졸라 힘들었었죠. 하지만 맘 편히 쉴 수 없었던 건 지구의 미래가 우리손에 달렸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기 때문였죠.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그날의 피로는 "삐리리"로 푼다곤 하지만 누적된 피로엔 장사가 없죠.

 

매일 매일 출동해서 싸우는게 웬만한 체력으론 힘든 일이지요. 특히 불새로 변신하문서 입은 화상 흉터땜에 장가도 못 가구 있어요. 하이튼 데미지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요. 

 

사실 서럽고 아쉽기도 했어요. 우리들을 쉽게 잊은 사람들이...  늘상 밥먹고 하는 일이라곤 허리꺾기, 목 따기, 관절 뽑기였기 때문에 따로 배워둔 기술도 없고 막상 짤리고 나니 할 일이 없는 겁니다. 가끔 약장수 따라 차력사로 나가곤 했는데 요샌 그런 일도 없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요..

 

독수리 2호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동안 나도 모르게 뻥튀기를 집은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일종의 배신이라 할 수 있는 것. 본 기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시간이 허락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싶었지만 그와의 대화는 그 정도로 마쳐야 했다. 자리를 일어나며 측은함에 그의 손에 1000원을 쥐어주었고 넙쭉 절하는 그를 뒤로하며 돌아 오는 길에 생각했다.

 

무릇 살면서 고마움의 대상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해 얼마나 감덩하고 가슴 깊이 감사해 하는가? 여유가 생겨도 뒤돌아보지 않는 것들이 많아진 지금이다. 한 번쯤 껍떼기 벗고 진실하게 반성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를 느낀다.

 

아는가! 어제 그대 뒷 자리에서 등을 맞대며 술을 마신 이가 한 때 우리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 주던 주역이었다는 것을..

 

 

 

 

- 딴지 엽기 매체분석팀 수습기자 김득헌
(deuk@dreamwiz.com)

 

 

 
 


 




 
 

<피에쑤 >

전근대적인 구단들의 작태를 응징하고 선수협의회에 힘을 몰아주기 위해 <프로야구 상식퀴즈 대잔치>와 <선수협 지지 서명판>를 마련했다. <서명판>에 좋은 글을 남긴 독자 중 50명을 선발하여 작은 선물을 보내 드린다. 선물은 선수협의회 참여 선수들이 사용했던 야구공과 배트, 유니폼. 독자제위의 적극적인 참여 바란다. 졸라 !

 

<프로야구 상식퀴즈 대잔치> <선수협의회 지지 서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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