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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지에서 양지로

의사와 제약회사 사이에 이런 관계가 정립되어 있다보니 의사와 제약회사는 누가 맘먹고 걸기만 하면 걸리는 걸리버들이 돼 버렸다. 가끔 뉴스에 까발려지는 의약품 납품 비리 어쩌고 하는 거는 대부분 이런 걸리버들의 경우가 되겠다. 대부분 그런 뉴스의 줄거리는 어떤 의사 나부랭이가 졸라 싼 값에 제약회사에서 약을 구입해 놓고도 팔아먹을 때는 제값 다받아 쳐먹어서 막대한 이문을 남겼다더라로 정리되겠다.


여기서 악당은 의사. 억울하게 힘 엄씨 당한거는 궁민. 중간에 낀 시누이는 제약회사. 이렇게 역할 분담이 된다.


하지만 이제 모든 의약품비리의 재정적 근원은 의약품 보험약가에 포함된 엄청난 마진이라는 것을 알게된 이상, 의약품비리의 주인공은 그 엄청난 마진을 좌지우지하면서 의사들을 구슬려왔던 제약회사이고, 피해자는 궁민, 의사들은 최소한 단순 가담자이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시는지?


지금까정 워낙 의사들은 전부 다 도동넘이라는 인식이 굳어 있기 땜에 본 기자의 썰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약품 구매 및 납품에 있어서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관계를 단순한 비양심적인 의사의 횡포에 의한 비리로 치부하고 그냥 눈에 쌍심지 켜고 욕이나 몇 마디 보태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단순 비리로만 치부했을 때 가능한 결론은 두 가지다.








 국내 의사중 교도소에 안 갈 넘 없다. 다 도동넘이다.


딴거는 그대로 놔두고 제약회사로부터 의사로 들어가는 검은 돈만 차단하면 깨끗해진다.


이제 명랑 사회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글쎄, 그렇게 해서 의약품 비리가 억지로 없어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국내 1차 의료 기관의 50% 이상은 반 년 안에 모두 쓰러지고 만다.(이젠 더 설명 안해도 왜 그런지 알겠쥐?) 가장 기본적인 보건의료 체계가 몰살한다는 결론이다.


제약회사는? 그 남는 이문 챙기느라 배가 터질 지경이 되고 세계적인 굴지의 제약회사 몇 탄생 할꺼다. 단순 비리로만 바라보게 되면 이렇게 된다.


그럼 이걸 어떻게 바라보아야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까? 이제 눈치 빠른 넘들은 슬슬 이해가 될 거다. 제약회사에서 약품 구매시 병원으로 흘러 들어가는 부끄러운 돈을 최저평가돼 있는 의사의 기술료를 보전하기 위한 병의원의 비공식적인 재정 기전으로 보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병원이 약가 마진을 챙기지 않고도 경영이 되기 위해선 적정 수가의 기술료가 지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그게 턱도 없이 부족하게 책정되어 있으므로 병원은 할 수 없이 제약회사로부터의 약가를 통한 비공식적 재정 기전으로 그 기술료 부분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거는 의사들에게 직접 지급되어야 할 기술료의 대부분이 보험약가에 숨은 형태로 제약회사로 전달된 후 다시 의사들에게 지급되는 우회로를 거치고 있는 거에 다름 아니다.


문제를 이렇게 파악할 때,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다. 제약회사로 흘러들어 가는 과잉 이윤(비공식적 재정 기전의 원천)을 제거하여 보험약가를 [제조원가 + 제약회사의 적정 이윤]수준으로 낮춘 다음 그 차액을 의사에게 정당하고 공식적인 기술료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약가 인하-수가 인상 연동제라는 제도의 골자이다.


본 기자, 이 부분에 있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솔직히 닭이 먼전지 닭알이 먼전지 모르겠다. 글나, 우리 의사들을 더 이상 음지에서 몰래 몰래 수치심과 비참함 속에서 약가 마진이나 챙겨서 병의원 경영하게 하지 말아주시라. 그거 떳떳하게 정당한 기술료라는 형태로 받게 해주시라. 그래서 약가마진 따위(할인, 할증, 리베이트, 랜딩) 돌아보지도 않고 일하게 해달라.


한 보건의료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의사가 평범하게 일을 해도 좋은 의사가 되게 해주는 제도가 좋은 의료제도이다. 지금의 우리 나라의 의료제도는 평범하게 일을 하면 나쁜 의사가 되게 하는 제도이다."


울 나라 의사들이 반성해야 될 점은 사실 음지에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다. 왜 진작 이러한 사정을 궁민들에게 고백하여 문제를 공식화시켜 올바른 해결책을 구하지 않았나 하는 점을 먼저 뉘우쳐야 한다. 그것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독자들이여. 이제는 울 나라 의사들을 용서해 주실 수 있겠는가?


 근데 이런 정치갱제학이 의약분업과 무슨 상관일까?


이런 비정상적인 재정 기전과 의약분업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이 있다. 자, 어떻게?


1) 먼저 과연 이런 비정상적인 약값에 얽힌 돈의 순환을 그대로 방치하고 의약분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자. 현상태 그대로 두고 의약분업을 실시한다. 이제 의사는 약에 대한 이문을 자신의 관리하에 둘 수가 없다. 당근, 약을 팔 수 없으니까. 그럼 현재의 수입에서 약가마진은 그대로 빠져나가고 기술료에 의한 수입만 남는다. 어떻게 될까? 개인 의원 다 망한다. 병의원의 운영이 현재의 기술료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설명했다. 그럼 의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특정한 약품에 대한 처방전 발행을 담보로 또 다시 제약회사에 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의사 : 그 회사의 약을 마니 쓰면 쓸수록 비공식적인 수입을 더욱 마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병원 유지를 위해선 의사는 그 약을 될 수 있음 마니마니 쓸 수밖에 없다. 어떤 약이 어떤 환자에게 적절한가 아닌가는 부차적인 고려대상일 뿐이다. 오히려 어떤 약이 비공식적 재원 확보에 기여가 큰가 작은가가 처방의 일차적인 기준이 된다.  


 약사 : 사실 비슷한 기전의 비공식적인 재정 기전은 약국에도 있다. 본 기자 그건 더 디비지 않고 걍 넘어가겠다. 어쨌든 약국도 마찬가지 처지라면 그 해당 약을 어떻게든 더 팔구 싶어진다. 의약분업의 효과가 점점 마탱이가 가는 순간이다.


 제약회사 : 여전히 영업만 잘하면(의사, 약사만 잘 구슬리면) 자기 회사 약 쎄려 팔 수 있다는 전략을 전혀 바꿀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신약개발가튼 경쟁력 강화에는 관심 없어진다.


 모두 : 의약분업, 왜 했는쥐 몰르게 된다.


한가지 더. 의약분업의 현 시행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논쟁과 대립점이 의사, 약사, 병원, 의원, 대형약국, 동네약국, 제약회사 등의 분업 당사자간에 있어왔다. 몇 개 제목만 살펴보면 상품명/일반명 처방문제, 종합병원 분업 예외 논란,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논란 등이 되겠다. 이 논란의 근원은 딴게 아니다. 바로 보험약가 속에 있던 그 엄청난 마진을 분업 후에는 오또케 다시 분배하느냐는 문제가 그런 논쟁으로 표출된 거에 다름 아니었던 거시다.


현재 의사와 약사가, 병원과 의원이 갈라먹고 있던 비공식적 재원을 서로 누가 마니 확보하느냐 하는 싸움이란 말이다.


이 야그는 더 자세히 다룰 필요가 있어 2부로 미룬다. 하지만, 이프, 저런 비공식적인 약가 기전을 방치한 채로 의약분업을 실시하면 비록 분업이 예정대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논란의 불씨를 항상 안고 있는 거시기 땜에 언제 어떤 형태로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이 왜곡될지 모른다는 점은 학실히 해두도록 하자.


2) 역으로 이런 비정상적인 재정기전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대로 된 의약분업을 시행해야 한다.


의약분업은 약의 유통 과정(제약 회사의 생산, 의사의 처방, 약사의 조제, 판매)을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해준다. 현재처럼 어느 의사가 무슨 약을 처방했는지, 어느 약사가 무슨 정체 불명의 약을 이약 저약 섞어 돌돌 갈아서 환자에게 투여했는지 모르게 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야그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의사와 약사가 임의로 약의 유통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제대로 된 의약분업에 의해 이런 조건이 만들어지게 되면 비공식적인 약가 마진의 흐름이 정리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거이 더욱 더 완전하게 되기 위해선 앞서 말한 보험약가의 혁명적 인하와 의사와 약사의 기술료의 현실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건 더 말하면 조디만 아플 뿐이다.


1부를 마치며...


이제까지 의약분업을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를 중심으로 썰을 풀면서 울 나라의 의약품의 오남용 실태, 약가마진의 비정상적인 순환 과정 등에 대해 디벼 보았다. 본 기자 1부의 결론을 쓰는데 있어 독자들에게 공손히 부탁할 것은 하나밖에 없다.


본 기자를 포함한 울 나라 의사들이 그동안 제약회사로부터 떳떳하지 못한 돈을 관례처럼 여기며 받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하며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제약회사의 엄청난 약가마진을 기반으로 한 비정상적 재정 기전의 하나였고 누구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구조적인 울 나라 의료 체계의 모순중 하나였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구차한 변명같다.


하지만 본 기자 이제 양지로 나서고 싶다.

제약회사 직원의 그 비굴한 웃음속에서 비참하게 받는 돈이 아닌 본 기자의 떳떳한 기술료를 받고 싶다. 본 기자를 비롯한 의사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의약분업 이거 기필코 올바르게, 왜곡되지 않게 시행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현재의 이슈인 의약분업에 관련된 여러 가지 논쟁과 대립, 그 배경

현재 구케를 통과한 의약분업법(약사법)안에 내재된 문제점

의약분업의 실시에 즈음한 궁민들의 맴 가짐


등에 대해 디벼보겠다.  졸라!



- 명랑 보건 사회를 향한 불타는 정열로    
환자들의 병을 태워 없애 삐리고 자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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