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폭로] <엔드 오브 데이즈>, 악마가 불쌍한 이유.

1999.12.10.금요일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엔드 오브 데이즈>. 이 영화, 오랜만에 "Be back"한 아놀드가 출연한 영화이자, 소위 세기말을 맞이하여 야심차게 제작된 밀레니엄 호러블 액숀 스펙터클 무비라 항간에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에 의해 항간에서는 악마의 지배라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이한 인류가, 아놀드의 초인적인 투쟁애 의해 멸망으로부터 구원받는다는, 다분히 <터미네이터 2>스러운 영화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과연 그런가? 함 디비보자.

 

우선, 필요에 의해 이 영화 줄거리를 좀 적어보도록 하겠다.

 
 



 
1979년, 악마의 씨를 받을 운명을 가진 여인 크리스틴 요크(로빈 튜니 분)가 태어난다. 그리고 20년 후, 경호회사 직원 아놀드(제리코 케인 역)는 어느날 악마에 씌인 가브리엘 번(악마 역)의 경호를 부탁받는데, 일 시작 첫날부터 재수없게 언넘이 총질을 해댄다.

 

 

 

그 넘이 악마에게 총질을 한 이유는, 2000년이 오기 전에 악마와 크리스틴 요크가 빠굴을 뜨기만 하면 악마의 씨가 잉태되고, 그러고 나면 악마의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었다. 이러쿵 저러쿵하야 사연을 알아채버린 우리의 아놀드는 악마 시대가 열리면 자신이 구뇽조정이라도 당한다고 생각했는지, 악마가 그녀와 빠굴을 뜨지 못하도록 그녀를 숨기고, 죽여도 죽여도 절대 죽지않는 악마와 대갈빡 터저라고 싸운다.

 

 

 

 

마침내 크리스틴 요크와 아놀드가 피신해간 성당에서의 최후의 결전... 악마는 드디어 헐리우드 CG 기술로 완성된 귀여운 모습을 드러내고, 사투 끝에 아놀드는 악마를 물리친다.. 로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악마는 여전히 살아남아 아놀드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2000년을 불과 몇 분밖에 안 남겨둔 절대 절명의 시간, 악마가 씌운 아놀드는  크리스틴 요크와 빠굴을 떠서 악마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제낄려고 하다가, 순간적으로 제정신을 차려뻐린 우리의 아놀드는 크리스틴 요크를 간신히 피신시키고, 부서진 천사상이 들고 있던 칼에 온 몸을 오뎅꼬치같이 꿰어버림으로써 인류를 위해 숭고한 최후를 맞이한다. 지 혼자.

 


요약하자면, 이 영화는 단 한판의 빠굴을 위해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오다 2000년이 오기 전에 그 뜻을 이루려 하나, 수 많은 방해 세력들의 항거에 의해 온 몸이 너덜너덜 터져 나가며 사지절단되고도 결국은 그토록 기다렸던 빠굴에 실패하고야 마는, 한 불쌍한 악마의 빠굴 실패담인 것이다. 

 

본 기자, 본지 편집부장 블루쎈쑤와 함께 장장 5분여에 거친 심층분석을 수행한 끝에 마침내 이 영화의 성격과 흥행성을 분석해 내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그 줄거리만으로도 결코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없는 운명에 놓여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아무리 뉴욕 중심가 레스토랑을 핵폭탄으로 폭파시킨들, 거기서 가브리엘 번이 T-1000 화염에서 걸어나오는 폼으로 걸어나온들, 아놀드가 건물 옥상에서 허우적허우적 뛰어 도망가는 넘을 헬기에 당당당 매달려서 추적하는 포복절도 아크로바틱 씬이 나온다 한들, 100년이 넘는 영화사상 최초의 CG(모핑 morphing) 처리 빠굴씬을 선보인다 한들, 아놀드가 총을 가장한 대포를, 대포를 가장한 대륙간 탄도탄을 들구 나와 전 지구를 아작을 낸들만들, 이 영화, 한국에서는 어차피 안 되는 거었던거다.

 

 

 

 


왜냐구?

 

한국의 영화팬들은 무릇 실패한 빠굴 무비에게는 결코 아량을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의 에로무비부터 오늘날의 떡치기 무비들까지 면면히 빠굴 무비 전통을 이어온 영화들이 보여준 "빠굴 성사까지의 평균 랩 타임(이하 빠굴 성사 랩타임)을 보라. 이 영화덜은 두 남녀가 만남과 동시에 야들야들한 색소폰 연주를 배경으로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는 탐색전을 시작한 지 채 3분도 안 돼 본격 빠굴씬에 돌입하는, 선진적 초고속 빠굴 성사 시스템을 구축해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최근에 한국 빠굴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거짓부렁>같은 영화는,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난 지 단 1분도 안 돼서 빠굴에 진입함으로써 그동안 빠굴 성사 랩타임의 객관적 한계라 일컬어지던 마의 3분 벽을 가볍게 돌파해버리는 개가를 올리지 않았던가 말이다(이 선진 빠굴 무비가 각종 언더그라운드 FTP 사이트에서만 구천에서 떠도는 유령마냥 떠돌아 다니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뭔 얘길 하고 있냐고?

 

아직까정 본 기자가 뭔 얘길 하는지 필이 오지 않는 독자 제위께서는 위 줄거리를 다시 정독해보시기 바란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단 한 명과의 단 한 번의 빠굴마저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유약한 주인공. 가슴에 아로새겨진 쌍 자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이런 캐릭터를 한국 영화시장에 내놓은 헐리우드의 무모함은 이미 이 영화의 한국시장 흥행참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온 선진 빠굴 시스템을 접해왔던 한국의 영화팬들이 이런 주인공을 용납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매트릭스>같은 영화로 절라 눈을 높인 액숀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참신한 액숀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 지금까지 나왔던 헐리우드 영화들의 짬뽕에 지나지 않는다. 머, 이 영화, 헐리우드 대박영화 만드는 애덜 송년 결산 특집인지두 모르겠지만, 다음부터 그런 영화 만들거든 외국으로 유출시키지 말구 니덜끼리만 봤으면 한다.

 

어쨌든, 니덜. 니덜이 무슨 울나라 영상물 등급위원회두 아닌데, 어쩔라구 그러냐. 어쩔라구 한국 영화관객의 빠굴 문화 수준을 우습게 보구 그랬냐. 한국의 영화관객들은 이미 매달 평균 10편 이상 쏟아져나오는 16mm 비디오 떡치기 무비들과 각종 본격 빠굴무비 다운로드를 통해서 그 빠굴 문화의 수준을 한껏 드높여가고 있단 말이다.

 

본 기자,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이 영화를 수입/배급한 업체 니덜이 무척 안쓰럽게 느껴질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타이틀에 아놀드의 이름 석자 대문짝만하게 박아놓고 세기말을 맞이하여 헐리우드에서 떼돈 함 들여 영화만들었다고 홍보해도, 이런 어설프고도 실패한 빠굴 무비를 만들어서는 결코 한국 에로 영화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교훈을 깨닫길 바란다.

 

 

 

<엔드오브데이즈> - 빠굴에 실패하면 악마라도 불쌍하다. 

 

 

 

이 정도 결론 이상은 안 나오는 영화되겠다. 이상. 

 

 

 

 

-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 sixstring@nets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