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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제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2007.4.18. 수요일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포털에 뜬 연합뉴스의 미국적 현실과 좌절감이 총기난사 복합 원인이란 헤드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 인용되고 이민사회 부적응의 문제가 거론되며 오직 분노의 표출 외에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자의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묘사될 것이다. 특히나 범인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사건의 본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은 더욱더 강조될 것이다.

 

틀린 말 없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이전에 그저 쇼킹한 강건너 불구경이었던 사건은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지며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딱히 지은 죄도 없는데 교포사회는 두려움에 떤다. 범인은 엄밀히 말해 한국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이며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식 교육과 습속이 몸에 밴 완벽한 미국인이라는 점이 애써 강조된다.

 

이에 더해 이번 사건이 인종, 국적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미 현지의 언론보도에 안도하는 우리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 모두가 세상이 이성과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실이다. 여기서 우린 아무 잘못 한 것 없다고 큰소리 치거나 혹시나 한국인들이 국제적으로 큰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조바심 내는 것, 둘 모두 지나친 오바다. 세상이 이성과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기에 우리의 태도 역시 이성과 논리로 충분치 않다.

 

사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이 사건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남들 다 하는 애도 밖에 없다. 다른 게 있다면 거기에 조금의 부채의식이 얹어진 정도. 국가와 민족의 실체에 대한 개개인의 승인정도가 다르다는 걸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것이 사건 후 미국 내 한인들의 안전문제를 걱정하거나 대외적인 한국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는 이유다.

 

우리의 애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직접적인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어쨌거나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됐다.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거기 조금 더 무게를 얹는다 해도 너무 억울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야말로 인지상정이고 도의적 책임이다.

 

우리 입장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을 뿌리깊이 인식해야 하는 필요는 바로 공적 차원에서 나온다. 벌써부터 하반기에 있을 비자협정이나 이후의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리 지레짐작으로 우려할 필요도 없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혹시나 뭐라고 하거든 한마디면 족하다. So What?

 

이 모든 게 구차하게 느껴진다면 차라리 교훈을 찾아보자.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제야 우리는 911 이후의 아랍인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무 잘못 없이 단지 특정 사회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편견과 모진 멸시를 견뎌내야 했던 사람들의 그 심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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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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