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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기상청]학자적 양심에 대하여 1
-사이클론 씨드르(Sidr), 알려지지 않은 진실


 

 

 

2008. 1. 7. 월요일

 






편집자 주


본 기사를 투고해주신 세라아빠님은 한국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GIS(지리 정보 시스템) 관련 회사를 다니다가, 루이지애나 주립대(Louisiana State University)에서, 수치 모델링(numeric)과 원격 탐사(remote sensing)를 주제로 공부하는, 박사 과정의 학생으로 본지에 태풍재해와 운하관련 다음과 같은 전문적 기사를 기고한 바 있습니다. 


[분석]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한국 언론


[독자투고]카트리나, 뉴올리언즈, 그리고 경부운하


두 달여 전 이야기입니다. 가능한 빨리 알리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이제서야 자판을 두들깁니다. 강력한 4등급 사이클론 씨드르가 방글라데시 해안 저지대를 강타하여 (2007년 11월 16일 오전-현지시간) 공식적으로 3천 5백 여 명의 사망자와 수십만의 이재민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미국 남부 지방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3등급) 참고로, 방글라데시 정부의 사망 추정치는 1만 여명에 달합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공식적인 사망자의 수가 약 천 3백 여 명이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더 나아가 씨드르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요? 카트리나가 전세계적으로 두 달이 넘도록 메인 뉴스에 특집 방송에 연일 티브이를 장식했던 것은 단순히 사망자가 많아서 라기보다는, “미국 잘난 체 하더니 꼴 좋다” 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여하튼 3천 5백 명의 사망자 숫자에 가려진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 언론에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산 마시리키 박사



 
제 지도 교수님이신 마시리키 선생님(만 42세)입니다. 방글라데시 출신이고 카트리나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부터 뉴올리언즈 제방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해 널리 홍보해 왔습니다.


특히 운하가 해일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면서 뉴올리언즈의 피해를 키웠다는 점을 컴퓨터 모델을 통해 입증하였으며, 취약지점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폭풍해일의 전도사”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이제는 수문 모델링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었습니다. “싸이언스지”에도 그 성과를 소개하는 글이 실렸습니다.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SBS-그것이 알고 싶다,2005년)


 


정확하게 저와 마시리키 선생님이 했던 일은 위와 같은 지도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지도는 카트리나 상륙 8시간 전 기상 예보를 바탕으로 실행한 시뮬레이션의 결과입니다.


보시다시피 특정 지역의 해일 높이가 표시되어 있으며 (최고 8~9m), 당시 뉴올리언즈 내긴 시장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곧 시장은 티브이를 통해서 최후의 권고를 합니다. “아직 안 늦었으니 나가라”고. 마시리키 선생이 이번에도 또다시 큰 일을 해 내었습니다. 카트리나와 동일한 방법으로 씨드르의 해일 높이를 예측하여 방글라데시 정부에 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절대로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10만 명을 살리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마시리키 선생은 방글라데시 출신입니다. 방글라데시에서 토목을 전공하였고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토목 석사와 박사를 거치셨으며 현재는 연구 교수로 재직 중 입니다. 그가 폭풍 해일 모델링을 전공으로 삼은 이유는 해일 피해가 막심한 방글라데시의 현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참고로 1970년에는 사이클론 “볼라(Bhola)”로 인하여 무려 삼십 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1991년 4월에 사이클론 “치타공(Chittagong)”으로 13만 8천 여명,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1999년 10월 사이클론 “파라딥(Paradip)”으로 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었습니다. 카트리나와 씨드르에 대하여 연이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재직 중인 루이지애나 주립대에 슈퍼컴퓨터가 있기 때문인데, 설치 초기만 해도 1024개의 CPU로 세계 100위권 이내였습니다. (현재 시스템이 보강/확장 되었으나 최근 순위에서는 133위로 밀렸더군요.)


11월 12일 그는 벵갈만(Bay Bengal)에 사이클론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참고로 태평양, 인도양의 태풍 현황은 미 해군에서 운영하는 연합 태풍 경보 센터 (Joint Typhoon Warning Cente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대가도 주어지지 않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고국의 재난을 생각하며 항상 확인 해 왔습니다.



 
 
씨드르 상륙 직전 위성 영상


다음날인 11월 13일 오전, 그는 문제가 심각해짐을 직감했습니다. 불행히도 그는 11월 14일에 열리는 원유 유출 토론회(oil spill conference)에서 있을 발표를 위해 플로리다 탬파(Tampa)로 떠나야만 했습니다. 떠나기 전, 그는 루이지애나 주립대 슈퍼 컴퓨터 관리 책임자로부터 독점 사용권한을 부여 받았습니다. 플로리다 호텔 안에서 원격 접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14일 오전에 씨드르로 인한 해일의 높이가 최대 4m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이클론 씨드르 예상 해일 높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고 나서 4시간 뒤, 후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위와 같은 지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방글라데시 관료에게 이메일을 보내었습니다. 방글라데시 관료는 이 지도를 통해 해당하는 해안 저지대에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지도의 녹색, 노란색, 빨간색 인근 지역).


그로부터 15시간 후 씨드르는 상륙했고, 3천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관리의 명령이 도달하지 않는 오지 주민들 혹은 어부들이라 함). 만약 마시리키 선생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1970년과 1991년의 사이클론에서 그랬던 것처럼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서는 세계인들 머리 속에 방글라데시는 당연히 풍수해로 사람이 많이 죽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굳혔겠지요. 같은 기상 재해라도 나라마다 이에 대비하는 인력 및 기술 수준의 차이로 미국에서 천명 죽을 사건도 방글라데시에서는 10만 명이 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결정자를 찾아서


분, 초를 다투는 시뮬레이션과 별도로 그는 방글라데시 정부 책임자와 연결 방법을 물색해야만 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지인을 통하여 그는 방글라데시 기상청 책임자의 전화번호를 얻는데 성공하고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사이클론 그 까이꺼 별 것 아니라는 데?”뿐이었죠. 또 다른 몇 개의 관청에서도 합당한 응답을 얻지 못 했습니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겠죠. 자국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비주류 연구자의 설움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던가요, 의외의 인물이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내의 한 방글라데시 유학생의 아버지가 방글라데시 재난구호청(Ministry of Food and Disaster Management) 고위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를 통해 재난구호청에서 대피 명령을 내린 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10만 이상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시리키 선생님은 씨드르를 통해서 싸이언스지에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Science/AAAS | Newsmakers : 07 December 2007; 318 (5856))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UN산하 세계 기상 기구(The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를 비난 했습니다. 국제 조직은 선진국의 기술이 개도국에 더 많이 전달될 수 있도록 힘쓰고, 특히 재난은 많으나 자체 예보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을 위해서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만약 하와이에 태풍이 발생했다면 주기적으로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CNN등 언론 매체를 통해 보다 쉽게 태풍 경보를 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론


이번에도 한국 언론님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엉터리 진단만 양산 해 내고 있습니다. 특히 기상재해가 발생하면 약속이나 한 듯, 결론을 “지구 온난화”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12월 11일자 문화일보를 볼까요?


“◆ 지구촌 기후재난 확산 = 각국 정부들이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며 행동을 미루는 사이 세계 곳곳에선 기후변화와 연결된 재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시드르 피해도 기후변화와 연결돼 있다.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아열대 지방의 저지대들은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여파로 잦은 해일과 사이클론, 침수 피해를 보고 있다.”


항상 보는 패턴입니다. 만약 1970년과 1991년 사이클론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냐고 질문하면 뭐라고 대답하실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구 온난화가 아니더라도 초강력 태풍은 발생합니다. 미국 뉴올리언즈의 경우도 40년 전에 카트리나와 비슷한 규모의 허리케인을 경험했죠. 우리 언론들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방글라데시 현지에 특파원을 보내서 기사 작성한 언론사는 조선일보가 유일합니다. 11월 23일자 기사를 보면


“그나마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사이클론의 피해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정보통신의 발달이 아니라 학자의 양심과 애국심이 수많은 인명을 살린 겁니다. 현지의 분석을 제대로 가져 오셔야지요. 방글라데시 언어를 모르더라도 영자 기사만 제대로 검색해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경부 운하와 관련된 우리 학자들의 양심을 고찰한 글을 곧 2부로 내 보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기상재해에 대하여 밑도 끝도 없이 “지구온난화”만 외치는 뇌 없음 직한 기사는 보이지 않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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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아빠(serahabba@핫메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