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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어제 올라간 논평, '파괴된 필리버스터: 야당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반박이다. 본 기레기가 편집한 글을 본 기레기가 반박하는 초유의 사태인지라 독자제위분들이 어떻게 읽어주실지 심히 우려가 되지만, 언제 본지가 그런 거 따지던가. (이미 편집부 기자 중 안티 보유 1위를 향해 나아가기로 다짐한 본 기레기는 더더욱 그런 거 안 따진다.) 

 

혹, 귀차니즘 탓에 물뚝심송 옹의 논평을 읽어보기가 싫다는 분들이 계실까봐 세 줄로 요약해드리겠다.

 

1. 야당의 본질은 소수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다수의 지지를 받는 여당을 견제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2. 이번 필리버스터가 감동을 준 이유는 다수 유권자들이 원하는 모습 대신 소수가 원하는 가치를 추구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3. 그런데 그걸 중단하고 다시 다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 애쓰겠다고 하니 니덜은 야당이 아니다.

 

우선 본 기레기도 필리버스터가 저런 식으로 중단된 것은 안타깝다. 선거를 둘러싼 사정이야 어찌 됐든 최소한 중단을 예고하고 새누리당과 '딜'을 하며 끝내기보단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리를 텅텅 비운 틈을 타 기습 표결을 시도하는 등 끝까지 뭔가 해보려는 모습(그래봤다 다음 회기 때 또 들이밀어질 테러방지법이지만)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하지만 물뚝심송 옹의 글 중, 야당의 본질에 대한 부분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야당의 본질이 과연 소수자들을 위한 다수자들의 견제일까? 권력 추구보다 우선할 수 있는 이상적 가치의 추구에 있을까? 어쩌면 보다 깊은 다른 것에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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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새누리당 지지가 많은 까닭 

 

사람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의 본질은 의외로 우리 사회가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이 지지자들의 기대에 잘 보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참여정부 이후에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사정만 살펴본다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이 아직까지 다수의 지지를 받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남이가' 정신 때문에?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경상도에 고립된 정당이라야 하지 않을까?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에서까지 지역구를 가져가는 현상은 지금은 흐릿해진 3당 합당의 추억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 트라우마 때문에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어느덧 경상도 출신 유력자들이 즐비하게 된 야당에 표가 안 가는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덕불감증과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있어서? 아니, 이 나라는 의외로 명분과 도덕성을 갈망한다. 그에 대한 갈증이 남자에게 명품백 선물을 요구하는 여자들을 김치녀, 된장녀라고 비하하는 예처럼 유독 약자에게 그 도덕적 기준과 대의명분이 있는지의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시키는 현상으로 드러나서 그렇지. '배금주의를 숭배하'며 도덕적 가치를 경시한다면 대한민국의 대중이 약자나 연예인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심리는 설명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다수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까닭은 의외로 생존의 문제다. 부자감세나 하는 당을 지지하는 게 왜 생존 문제냐고? 이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야당이 정권을 잃던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계 10위권 규모의 국가 경제가 계속 어려운 이유

 

이명박이 당선되던 때를 기억해보자. 역대 가장 많은 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수식, 일부 야당 지지자들은 경쟁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자위하기도 한다.그런데 그 이전에 이미 그가 내세운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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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이 참 이상하다. 재정적자는 현 정권의 수십 분의 일 수준이었으며 주가는 역대 최고의 지수를 찍었고 환율도 안정적이었고 확실한 경기부양책도 갖고 있었다. 덕분에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만하면 제대로 가는 경제인데 왜 멀쩡한 경제를 죽이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17대 대선은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이명박의 경제 정책, 그리고 그에 대한 다른 후보들(허경영을 제외한)의 네가티브 공세로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되었고 국민들은 전과 12범 이명박을 경제를 꼭 살리라며 당선시켜줬다. 참여정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을 달며 이명박을 도와준 것도 아니고 개표기에 장난을 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내가 아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 전에 노무현을 찍었다가 이 때 이명박을 찍었던 이가...


훗날 유시민 전 장관은 '사람들이 몰라서 찍어줬다'는 말에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걸레인 줄은 알아. 그렇지만 이걸로 식탁 닦을 거야, 그런 분위기였어요."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상을 닦기 위해 걸레라도 갖다 쓰게 만들었을까? 


어려운 경제라는 말에 공감한 현상의 정체는 바로 '떨어지는 집값'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집값을 내리기 위한 모든 정책을 썼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들을 자극한다. 다수가 떨어지는 집값으로 경기를 체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산은 이상할 정도로 집에 올인되어 있다. 그것도 억대의 대출을 끼고. 

 

 


집값이 떨어지면 죽는다

 

1억의 은행 대출을 끼고 2억 짜리 아파트를 산 A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겉보기에는 은행과 A가 2억 아파트의 지분을 반반씩 가진 것 같지만 아파트 값에 변동이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은행은 그저 빌려준 1억을 내놓으라 추궁하면 그만이므로 집값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것은 고스란히 A의 몫이 된다. 


극단적으로 집값이 반토막난다면? A에게는 1억이 남은 셈이지만 이것은 은행의 몫이므로 실질적 재산은 0원이 된다. 아니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마이너스, 즉 빚만 남게 되는 것이다. 절반의 손실에도 모든 걸 잃고 빚을 떠안는다. 바로 대출 받아 집 사는 것의 함정이다. 이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평생을 노력해 1억을 모았다 하여도 아파트 값 하락으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고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처한 상황, 일명 '하우스 푸어'인 것이다. 


언론에서 떠드는 1,000조 원의 가계부채는 대부분 이 '집을 사기 위한 고액대출'이다. 단순하게 계산해 1억의 빚을 진 가구 1,000만 개는 있어야 나오는 액수다. (우리나라 인구가 4천7백 만인데...) 그래서 본 기레기는 두렵다. 우리나라 집값이 무너질 때 과연 몇 명이나 한강 다리로 향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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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 새누리 지지자가 많은 까닭은 여기서 드러난다. 새누리당, 곧 집값을 붙들겠다는 당을 지지하는 것이 생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종부세 논란만 봐도 그렇다. 정녕 이런 정책을 내세우는 새누리당에게 압도적인 총선 승리를 안겨준 유권자가 자기가 부자인 줄 알고, 혹은 부자 될 줄 알고 그런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해줬다고 생각하는가? 그 보다는 부자들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줄여줘서라도 집값 수요를 창출해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 이 방향성을 지지해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세대 갈등은 대출을 끼고 집을 질러버린 기성세대와 아직 집을 가지지 못한 젊은세대 간의 갈등이다. 흙수저 금수저 계급 갈등은 결국 집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받을 수 없는 사람 간 갈등이다. 


집값을 올리겠다는 정당을 찍는 것도 내리겠다는 정당을 찍는 것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모두 생존의 문제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전자에 더 많은 이들의 생존이 걸려있을 뿐이다. 


아니, 어느 시점에 후자에 더 많은 생존이 걸리도록 역전되었을지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들과 일부 반공 콤플렉스를 가진 기성세대들의 수까지 더해지면 전자가 다수인 상황이라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수치는 나도 모르겠지만 새누리 지지자 중 다수가 선악의 갈람길이 아닌,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이들이라는 점은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누리 지지에 명분을 부여하는 편파적 언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악'이길 바라지 않는다. 특히 살려고 한 행위가 손가락질 받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을 것이다. 


멍청하니까 새누리당을 찍는 게 아니다.


부정 부패가 좋아서 새누리당을 찍는 게 아니다. 


배금주의를 숭배하고 부동산 투기가 좋은 것이라 생각해서 새누리당을 찍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집값이 무너지면 나가 죽을 판이라 찍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가 질서를 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짓들을 저지른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참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새누리당 지지자라도 말도 안 되는 노무현 때의 대통령 탄핵 시도 처럼 도를 넘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를 철회하는 게 우리 국민 아니던가.) 그래서 '새누리당을 찍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명분을 주는, 지금의 장악된 언론과 종편이 필요해진다.


왜 이명박 정권이 무리하게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돈도 안 되는 종편을 유지하는지 궁금했다. 아무리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편파적 언론 보도는 말이 안 된다. 언론중재위원회 등의 기관은 어쩔 것이며 편파보도로 인한 수많은 역풍들은 어쩔 것이며, 비키니 입은 여자들만 나와도 항의 전화 하는 시청자들은 어쩔 것인가. 대중은 정계와 달리 방송계에는 엄격한 잣대를 댄다. (그래서 결국 JTBC는 노선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불안한 왕은 역시 충언보다 간언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건지, 이들은 생각보다 잘 유지되고 있고 조금이지만 시청률의 상승도 보여주고 있다. 그 힘은 역시 대한민국에서 절대악으로 규정하기 가장 쉬운 존재, '북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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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끊임 없이 사실은 너희들이 지지해주지 않은 현재의 야당이 '악'이라고 말한다. 야당은 절대악, 북한에게 동조하는 집단이며 그래서 '당신들의 새누리당 지지는 애국이고 안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을 준다. 




그러나 그 선택은?


집값 하락을 막는 것은 생존 문제고 그것에는 '안보'라는 명분까지 있다. 이것이 새누리당에 표를 준 다수의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존 문제에도 안보 문제에도 현재의 여당은 무능 그 자체다. 0%에 수렴되도록 금리를 낮춰가며 떨어지는 부동산을 지탱해봤자, 낙하의 충격만 커질 뿐이다. 지금 생존을 위해 집값을 붙드는 게 절실한 사람들에게 이들의 부동산 단기 부양책은 근본적인 해결을 주지 못한다. 


안보 무능 또한 말할 것도 없다. 북한 쪽에 우리한테 총 쏴달라고 돈을 줬다는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버젓이 있는 법들과 대테러기구도 활용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우리는 테러방지법이 없다'며 IS에게 유혹을 보낸다. 국민들은 불안에 빠지고 여러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이렇게 사회 전반에 퍼진 불안은 내부에서 무언가를 터트리기에 오히려 더 큰 안보 위협이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지금 안보를 핑계 삼아 부패 기관이 국민 개인의 정보를 무제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테러방지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나의 '안전은 보장' 될까? 커뮤니티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남긴 글 하나로 사람을 보내버릴 수도 있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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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금의 야당은 더 확실한 경제 정책과 안보 정책의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이건 단순히 정치 메커니즘이 그렇게 작동해야 하니까 하는 이유가 아니다. 더 다급한 이유, 다시 말해 위 두 문제에 '국민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야당의 본질


여야의 대립을 선악의 대립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부정 부패 등을 따지면서 보여지는 현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국민적 인식은 그렇다. 새누리당을 찍는 사람 중 다수는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뚝심송 옹이 정의한 '야당의 본질'을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가진 게 집 뿐이니 그걸 지키겠단 사람들을 배금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물든 이들로 규정하면 그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빚더미를 끼고라도 집 가진 사람보다야 소수자들이 더 살기 팍팍하니 그들을 먼저 위하자고 될 때까지 설득하면 되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차라리 지역주의 때문에, 물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새누리당이 아직까지 여당 해먹는 거였다면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집값이 마지막 보루라니. 그래서 부정 부패에 눈 감을 수밖에 없는 국민이라니 이건 너무 슬프다. 


하지만 현재의 야당이 여당의 대안이 될 수 있으려면 이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저들보다 우리가 옳다', '국민들이 아직 몰라서 새누리 찍어주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 '이상만 추구하면 언젠가는 국민들이 알아주겠지' 따위의 공허한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냉정히 현실을 분석하고 집값 하나에 목숨까지 저당 잡힌 국민들과 아직 집을 갖지 못해 힘든 국민들, 양 쪽 모두의 사정을 헤아려야 한다. 


본 기레기는 이번 필리버스터를 보며 처음으로 저들에게 월급으로 지급될 내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어디서 어떤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을지 모를 '소수자'들을 위해 일한다고 느껴서가 아니라 바로 '나', 나 개인의 정보를 지키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서는 정보 보안이 생명으로 연결되는 경우 또한 많지 않던가. 저들이 '내 정보'를 지키기 위해 일하는 것은 곧 '나'를 지키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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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당이 '나'를 위해 일하는가. 여당 야당을 떠나 정당 정치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그 답에 따라 한 명 한 명의 지지가 특정당으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여 지지층이 되고, 다수 혹은 소수가 되어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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