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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올해가 유난 한 건지, 단독주택이 문제인건지, 강화도가 원래 더운 건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지만. 덥다. 미치도록 덥다<응답하라1994>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그 해 여름, 못 말리게 더웠다. 한강 둔치에서 돗자리 펴놓고 잠자는 서울시민 모습이 뉴스화면으로 등장했었는데, 우리가족도 그 중 한 팀이었다. 한강은 모기도 없었다.


둘째 딸 등짝에 땀띠가 생겼다. 없는 살림에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수도 없다. 강화도 사람들은 태양을 어떻게 피하는 지 물었다. 강화 남부의 Y씨네, 아는 학부모들, 오다가다 알게 된 마을 어르신들, 단골 식당 사장님, 어찌어찌 인연을 맺은 시민단체 회원들까지그분들에게 얻은 깨알 정보를 공유해본다혹시라도 올 여름 강화도 휴가 계획 있다면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도움 되길 바라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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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여름.


사실, 최고의 피서, 별거 있나. 에어컨이 짱이다영화관, 카페, 도서관 등강화읍에도 쾌적한 문화 시설이 많다. 아담 사이즈이긴 하지만.


집 근처에 작은 카페가 생겼다. 주말 오후에는 애들 데리고 간다. 항상 손님은 우리 뿐 이다. 그 카페가 오래 버텨주길 바란다도서관도 가끔 애용한다. 방으로 된 어린이 열람실이 몹시 쾌적하다. 그곳에서 애들과 같이 책을 본다. 자꾸 눈이 감기는 게 함정강화읍에도 무려 개봉관이 있다. 강화작은영화관(www.ganghwacinema.co.kr)이다. 최신작을 시간대별로 나눠 상영한다. 최근에는 제이슨 본을 신나게 봤다. 티켓 가격은 5,000. 괜찮지. 강화작은영화관은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데, 해당 홈페이지에는 2010년 전북 장수군에서 시작하여 지역 간의 문화 격차 해소와 문화 향유권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소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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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강화도까지 와서 손바닥만한 영화관, 코딱지만한 카페, 지역 도서관을 권유 하는 건 아니다. , 강화읍민도 이렇게 문화생활을 통한 폭염탈출이 가능하다고.


너무 더워서,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날은 시원한 물이 그립다강화에도 계곡이 몇 군데 있는데, 유명세 떨치는 타 지역 계곡에 비해 자랑할 규모는 아니다.


예전에는 강화읍 사람들이 시리미 계곡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강화읍에서 차로 십 분 거리다. 가보면 예상 풍경과 달라서 당황할 수 있다. 보통 때는 물이 없다. 큰 비 온 후에나 제대로 계곡물이 흐른다. 진입로가 사유지라 주차장이 없고, 물가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며, 계곡 안에 넓은 장소가 없다. 그렇지만 가재가 사는 맑은 냇가다. 선수들은 잘도 자리 잡고 즐긴다. 아직 강화살이 구력이 낮은 본인은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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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미 계곡


대신 시리미 계곡의 펜션 수영장에서 논다. 강화살이의 꿀팁 중 하나다. 펜션에 따라 입장료만 받고 수영장 입장을 허락하는 곳들이 있다. 종종 가는 펜션도 그러한데, 사장님 부부의 인심이 훌륭하다. 컵라면을 사가지고 가면 뜨거운 물 서비스와 함께 작년 김장철에 담근 묵은지도 내어 주신다. 덕분에 우리 딸들은 올 여름 내내 원 없이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강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휴양지는 함허동천이다. 인근 김포사람들도 많이 간다. 조선초 고승인 함허대사가 수행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참성단을 품은 마니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예로부터 물이 맑고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했다. 비교적 일찍 관광지로 개발된 까닭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복고풍이다.


강화 살이 첫 여름, 함허동천 캠핑장을 찾았다. 함허동천 캠핑장 중에서 2,3,4 캠핑장은 선착순이고, 1캠핑장은 예약제(www.camp.ghss.or.kr). 1캠핑장 예약은 인터넷으로 가능한데, 워낙 인기가 많아서 서두르지 않으면 예약 성공률이 낮다. 데크가 정해진 1캠핑장과 달리, 2,3,4 캠핑장은 1캠핑장에 비해 정신이 없다. 텐트 칠 약간의 공간만 있어도 기어이 비집고 들어간다. 프로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자리를 찜한다는데, 본인은 도저히 자신 없어서 1캠핑장을 예약했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가까운 계곡쪽 데크는 진작 마감이 된 후다. 겨우 가장 인기 없는 구석진 곳 클릭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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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허동천 캠핑장


주말의 함허동천 캠핑은 주차전쟁부터 시작된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구루마(!)로 산 중턱 캠핑장까지 짐을 날라야 한다. 캠핑장과 가까운 초입은 금요일부터 만차. 비관하진 말자. 일단 짐을 내린 후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두는 방법도 있다. 나머지 일행 중 한팀은 짐을 지키고, 한팀은 숨은 구르마를 찾자.


출발부터 지치지. 이제부터 온 가족이 구루마를 끌고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참으로 정겨운 광경이다. 그 옛날 우리 부모님도 같은 동네 안에서 이사 할 적에는 리어커를 쓰셨다. 구루마도 요령이 필요하다. 짐이 쏟아지지 않도록 튼튼한 끈을 미리 준비하자. 끈 없이 밀다 우르르 짐이 쏟아지는 대형 참사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스펙터클한 리어커 끌기에 기가 질릴 수도 있다. 아무래도 초보 캠퍼들은 함허동천 캠핑장이 버겁다. 레벨 중급 이상에게 추천한다. 요즘 어지간한 사설 캠핑장 사용료가 5만원에 육박하는데, 함허동천 1야영장은 18,000. 강화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제법 깨끗하다. 더운 물 샤워 못하는 것쯤은 애교로 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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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허동천 역시 평소에는 물이 거의 없다. 확실하게 계곡을 즐기고 싶다면 비 온 후에 가야한다. 2,3,4 야영장 계곡은... 글쎄... 뭐랄까.. .... 굳이 강추 하진 않겠다. 1야영장 계곡은 입산 금지 지역과 연결 되어 있어, 물도 맑고 놀기 좋다. 함허동천 계곡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1야영장을 권한다.


, 함허동천 입구에서 노점 할머니들이 각종 산나물과 직접 빚은 쑥개떡, 옥수수 등을 판매하시는데, 이건 강추다. 쑥개떡, 옥수수, 모두 맛나다. 초딩 입맛들은 별로겠지만. 지난 봄, 할머니들에게서 두릅을 샀다. 값은 싸고, 인심도 후하고, 두릅이 연했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할머니들 물건 하나쯤은 구입해주는 센스 부탁드린다. 카드 결제 안 되는 거 알지?


노점 뿐 아니라, 함허동천 도로변에서 한 무더기에 만원손 팻말 놓고 판매하는 과일들도 무난하다. 이거 저거 다 먹어 봤는데, 실망한 적은 없다. 참외, 토마토, 복숭아, 다 괜찮다.


강화 토박이 분들은 함허동천 건너편, 그러니까 마니산 국민관광지 어귀 어디쯤에 존재한다는 계곡을 찾는다. 늘 사람이 북적이는 함허동천과 달리 한가하다. 그러나 이쪽 계곡은 대부분 사유지라, 마을 분들끼리 알음알음 방문한다. 우리 같은 외지것은 감히 접근금지다. 강화 살이 몇 년차쯤 되어야 한여름 마니산 계곡에서 돼지젓국갈비에 사기리 막걸리 마시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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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이사 왔는데, 해변은 아직이다. 강화나들길 2코스인 호국돈대길 해안도로랑, 외포리 해안도로 드라이브만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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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돈대길 쉼터나, 외포리 해안도로 건평항 해양공원은 강화사람들의 휴식처다. 주말에는 도시락 들고 가볍게 나들이 온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강화의 해안도로는 낭만적이다. 차를 아무 곳에나 세워 두고 탁 트인 바다와 속살을 드러낸 갯벌을 바라본다. 물 반, 사람 반 해수욕장 대신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라는 고즈넉한 서해 갯벌로 달려가고 싶다.


아서라. 큰일 난다. 출입이 허락된 갯벌 외에는 절대 안 된. 바닷물이 드나들며 형성된 물길인 갯고랑 때문이다. 별거 아닌 듯 보여도, 한 번 빠지면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은 뻘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어떤 갯고랑은 성인 남성 키 정도인 깊이도 있다. 그 와중에 바닷물이 차오르면 끝장이다. 옛말에 밀물은 걸음걸이처럼 성큼성큼 들어온다고 했다. 밀물이 썰물의 배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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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서 안전하게 갯벌 체험을 하고 싶다면 동막해수욕장을 가면 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동막해변에서 다양한 갯벌 생명체를 만나기는 어렵다. 모처럼 갯벌이니 저녁으로 싱싱한 조개탕을 끓여먹겠다는 야무진 꿈은 깨길. 갯벌 생물들은 십리 쯤 달아난 후다.


제대로 된 갯벌을 체험 하고 싶다면 석모도로 가자. 민머루 해변에서는 귀여운 온갖 게들과 바지락, 운 좋으면 동죽 같은 조개도 잡을 수 있다. 내년에 강화도와 석모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완공되면 민머루 해변도 오염 되겠지. 그 전에 꼭 가보자.


강화 토박이들은 외포리 선착장에서 한 시간 남짓 배를 타고 볼음도 조개골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간다. 북한과 고작 5km 떨어진 최전방이다. '신나는 볼음도 갯벌체험' 경운기를 타고 30분 쯤 먼 바다로 나간다. 엉덩이는 얼얼하지만 그 귀하다는 백합 조개를 영접할 수 있다. 볼음도에 가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뱃멀미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 혹시 다녀온 분 있다면 댓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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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직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인 한 장소를 더 소개하고 마무리 하겠다.


강화 십 경 중 하나인 연미정이다북으로는 개풍군과 파주시, 동으로는 김포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마디로 뷰가 끝내주는 정자다. 정자 양쪽에는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그늘을 드리운다. 고려 광종이 학생들 여름 배움터로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자 마루 위에 멍 하니 앉아 있노라면 솔솔 부는 바람 덕에 눈이 절로 감긴다. 예나 지금이나 책 읽기 좋은 곳은 졸기에도 딱 좋았다. 거창한 관광지는 아니어도 때론 이런 소박한 유적지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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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열대야에 새벽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창문 너머 풀벌레 소리가 정겹다. 머지않아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겠지.




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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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