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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25.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지방선거 유체이탈 전망 시리즈? - 새누리당의 아킬레스건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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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래 최초로 실시되는 전국선거이며 보통 이런 경우는 출범한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게 부여되기 마련인, 그런 선거가 다가온 것이다. 하여, 그 지방선거가 과연 어떻게 치러지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 시리즈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마음만 먹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딴지 편집부에서는 원고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신묘하고 놀라운 딴지 수뇌부의 능력이여~ 


이번 선거에 대한 전망은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바로 이렇다. 


어차피 망한 선거.


혹시 기대하고 계셨는가? 서울을 비롯한 충남, 강원 등의 몇 개 광역단체장 먹고, 호남에서 광역,기초 선전하고, 전국적인 비율로 봤을 때 정권이 휘청 거릴 정도의 치명적인 '정권 심판의 표심'이 발휘될 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일그람이라도 하고 계셨는가? 


포기하시라. 그런 거 없다.


이번 선거는 어차피 망했다. 망해도 그냥 망한 수준이 아니라 좆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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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거가 중요해?


지금 선거나 하고 있을 때인가 하는 질문을 먼저 해 보자.


박근혜 왕정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 다들 모르지 않는다. 선거 과정에서 이미 국정원, 경찰이 동원된 부정선거가 진행되었고, 국가 최고 권력기관들이 개입한 선거라는 점이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다. 제대로 된 민주 공화국이었다면 이 정권의 핵심들이 지금 서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법정, 혹은 교도소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수준의 범죄를 통해 탄생한 정권을 왜 선거로 심판을 하나? 사법 시스템은 괜히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불법을 저질렀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고, 국가 권력이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파괴했으면 권력을 무력화 시키고 재판을 해서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 정권 역시 그걸 아는지 '비정상의 정상화'를 자주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하루 속히 스스로를 정상화 시켰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공식적으로 얘기해 보자. 박근혜는 현직 대통령이고, 국정원은 역시 현직 국가 정보 기관이다. 그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공식 지휘계통을 통해 방해를 받고 있으며, 야당은 무력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질질 끌려 가고 있다. 뭐? 특검을 관철하겠다고? 어느 세월에?


즉 민주주의의 관점이나 논리적인 귀결하고 전혀 관계없이 그들은 '현존하는 권력'이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랄맞은 현실이지만 진짜 현실이라는 거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일정에 따라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은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이 비정상적인 권력이 주체가 되어 치러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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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가 많이 들었던 얘기 중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있다. 국가 권력이 개입해서 선거를 치르면 아무래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후보들이 유리해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지극히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더라도 집권당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살짝 기울어져 있는 선거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대놓고 국정원 요원들이 야당 후보를 간첩으로 몰고 사생활을 폭로하고 가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인터넷에 엄청나게 퍼 올리는 그런 운동장에서는 선수들은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기울어진, 불법적인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정권을 우리는 단죄하지 못했다. 그런 불법 선거에 개입한 국가 공무원들은 누구 하나 처벌 받지 않았다. 간판스타 김용판은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핵심 세력 원세훈은 엉뚱하게도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선거를 치르게 되면 어떤 공무원이 불법 선거 개입에 관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누가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려고 열심히 일을 하겠는가. 운동장의 경사는 하나도 바로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기울어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정권 심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가? 차라리 물뚝심송이 차기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될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 더 기대값이 높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출발부터 일단 망하고 들어가는 선거가 될 것이다.


허탈하지만 그게 맞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이따위로 돌아가는 사회에 살고 있고, 그래도 이게 사회라고 일정이 있고, 일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려도 가는 국방부 시계처럼 우리 사회의 달력은 한 장 한 장 넘어가고 있다.


광역단체, 기초단체의 장, 지자체 의회의 의원들의 임기는 끝나가고 있고, 그들을 대치할 새로운 인물들을 뽑아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를 하는 심정이지만 지방선거는 치러져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다. 싫으면 이민을 가시등가.


여당이고 야당이고 출마하고자 하는 지방선거 후보자들 끼리의 암투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을 개무시하고 돌아 앉아 버린다면, 새누리당이 장악한 국회에 이어 지방의회까지 모두 개판이 되어버리는, 그래서 상황은 한층 더 아스트랄해지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서 땅이 꺼지는 한 숨을 쉬고, 더욱 더 깊은 좌절의 수렁으로 한 발 한 발 끌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사람인데 보기 싫은 것을 억지로 구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야심차게 준비했다.


물론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해서 언제나 야심찬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무엇을 기대하건 상상 그 이하를 보여주는 딴지일보에 걸맞는 기획이 될 것 같아 똥꼬가 저려오는 중이다.


바로 '지방선거 유체이탈 전망 시리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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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급 전망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편은 없다


맨 먼저 이야기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편은 없다는 것.


정치와 프로 스포츠는 매우 유사한 구석이 많다. 프로 축구나 프로 야구에 구단이 있다면 정치에는 정당이 있다. 프로 스포츠 팬들도 선수를 사랑하는 팬과 구단을 사랑하는 팬이 있듯이, 정치에도 정치인을 사랑하는 유권자들과 정당을 사랑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그리고 양 쪽 모두 그 열광의 정도는 관심없는 일반인들의 눈에는 거의 미친 사람 처럼 보일 정도로 강한 것도 사실이다.


경기에 졌다고 선수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를 불질렀다는 얘기는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양 팀의 팬들끼리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것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그만큼 사랑이 깊으면 열정도 깊어지고, 열정이 깊어지면 멘붕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집단의 멘붕은 거대한 혼란을 유발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 지지자들은 패닉에 빠진다. 어느 정도의 패닉이 몰아닥치는지 지난 대선이 종료된 시점에 아마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패닉의 후유증은 두 갈래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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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현실 부정이다. 우리가 졌을 리가 없다는 그 생각 말이다. 스포츠 같으면 심판의 판정을 부정하는 판정 시비가 벌어진다. 또 많은 경우 판정이 잘못된 경우도 있다. 누가 봐도 금메달인 김연아의 점수를 졸라 짜게 먹이고, 개최국 러시아의 신예에게 금메달을 안겨주는 그런 짓거리 말이다. 이러면 사람들은 열받지만 그렇다고 푸틴을 찾아가 두들겨 팰 수도 없는 일이다.


정치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 지난 대선을 마치고 우리 사회에는 선관위가 관할하는 투개표 과정 자체에 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시라. 어차피 조직적으로 개표 부정을 할 계획이라면 왜 구차하게 국정원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 경찰을 동원해 구라를 풀고 그 쪼다 같은 짓거리를 남발했겠는가. 실제로 의도적이고 맥락이 있는 개표부정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없다. 그저 선관위의 고질적이고도 비루한 업무 실수만이 발견될 뿐이다.


다른 하나는 관심 상실이다. 아 이제 난 축구 따위는 보지 않겠어~ 하는 상태. 정치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씨바, 내가 관심 가진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가 좋아하는 팀이 우승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거나 내 삶이 바뀌지 않는다. 맨날 꼴찌하는 꼴데가 우승을 했다고 해서 지랄맞기로 유명한 롯데 구단이 갑자기 천사 구단으로 변하겠는가? 우승의 원동력이 된 선수들 팔아먹는 것에 혈안이 되겠지. 마찬가지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선거에 이긴다고 해서, 세상이 확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이 쉽게 바뀔 것 같으면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간 우리 사회는 천국이 되었어야 한다. 그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원칙은 이것 뿐이다. 잘못된 권력이 들어서면 저항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권력이 들어서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사회 각 부문의 문제점들을 고쳐나가면서 이 거대한 사회는 천천히 좋아지는 것 뿐이다. 한 번의 선거로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한 번의 승리가 영원한 승리가 되는 일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팀이 이기면 세상을 정복한 것 처럼 난리치는 골수팬의 모습은 우습기만 할 뿐이고, 마치 이 후보가 당선되면 세상이 천국이 될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바보짓일 뿐이다. 영원한 우리 팀도 없고 영원한 내 정당도 없다. 매 경기 한 경기 마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비판하면 될 일이다. 정책 별로 사안 별로 잘하면 지지할 것이고, 못하면 비판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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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팬이라도 냉정한 판단. 필요하다.


언제나 영원한 우리 편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지켜보기를 권한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좋은 점도 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경기를 바라보고, 정치를 바라보면 훨씬 더 잘 보인다. 이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더 잘 보이고, 어떤 정치집단이, 어느 정당이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지 더 잘 보인다.


그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유체이탈 전망'인 것이다.


노파심에 부연하자면, 그렇게 한 발 떨어져 보자는 것이 결코 시니컬하게 뒷전에 물러서 팔짱끼고 불평만 하면서 무관심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래가지고서는 진정한 스포츠 팬이라고 할 수도 없고, 진정한 정치덕후가 될 수도 없다.


참여할 때에는 해야 한다. 미친듯이 응원을 할 때는 하는 것이 좋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맞이해 진지한 고민과 사려깊은 선택 끝에 누군가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열심히 지지 활동을 하는 것이 맞다. 대신 너무 맹목적으로 몰입해서 상대 세력의 후보를 욕하고 물어뜯고 이러지 말라는 것이다. 그건 오히려 자해행위에 가까운 일이다.


즉,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라는 얘기가 정치 참여의 열정을 버리라는 말로 전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대신, 경기의 승패와 선거의 당선여부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낮술 먹은 주정뱅이처럼 애미 애비도 몰라봐서야 되겠냐는 얘길 하는 것 뿐이다. 그런 사람들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런 쿨식한 태도를 견지하며 이미 좆망한 지 오래인 이번 지방선거를 본격적으로 전망해 보기로 하자.


새누리당의 전략


이번 지방선거를 맞이한 새누리당의 전략은 별거 없다. 그저 꽃놀이패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전략이라 하면 이 꽃놀이패를 들고 희희낙낙하는 판을 깨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뿐이다. 조심조심 들고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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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음


일단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박근혜 후보 진영은 매우 긴 시간 동안 독점적인 대선 후보 지위를 이용해서 전국적으로, 특히 지방의 농어촌 지역을 매우 강고하게 다지는 작업에 공을 들여 왔다. 그리고 대선에서는 그 결과가 상당부분 나타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야권에게 유리했던 지역인 경기도 교외 농촌지역의 표심을 상당부분 돌려 놓는 데에 성공해서 역전을 시켰다. 최문순 도지사와 안희정 도지사가 활동을 하고 있던 강원, 충청 지역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꽤 큰 폭으로 앞질렀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이를 감추기 위한 선거 직전 경찰의 거짓 수사결과 발표는 수도권의 문재인 지지 판세를 뒤집었겠지만, 농어촌 지역의 표는 이미 꽤 오래전에 새누리당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 형세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일 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 정권은 몹쓸 짓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어차피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만 울화통을 터트리는 효과가 있었을 뿐, 농어촌 지역에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노년 계층의 철통같은 지지율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당연히 떨어졌어야만 하는 박근혜의 지지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기관의 장난 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권의 의제설정에 대항하여 새누리당은 '지방정부 심판'이라는 의제를 들고 나온다. 매우 효율적인 전략이다. 지방선거니까 지방정부를 심판해야지, 왜 지방선거에서 중앙정부를 심판하는가 라는 질문은 앞뒤 맥락을 끊어놓고 보면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이 의제는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광역/기초단체의 판도를 뒤집어 버리라는 주문도 연상케하는 효과가 있다.


어지간한 지역의 기초단체장/의회 선거는 이미 새누리당이 먹고 들어가는 판세가 되었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기초단체 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도라는 의제, 언제나 야당이 주장했어야 할 법한 주제를 새누리당이 주장하게 되고, 거꾸로 야권에서는 기초단체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 뒤집한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기초단체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마크를 못달게 하면 억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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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천이 안되다니!


새누리당에게 남은 고민거리는 별로 없다. 그저, 기존에 민주당 광역단체장이 장악한 지역을 어떻게 수복할 것인가 하는 것 뿐.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이 가장 문제가 될 뿐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이번에 또 당선이 되면 서울시도 서울시지만, 박원순이라는 개인이 일약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급부상을 하게 된다. 문재인, 안철수에 이은 제3의 위치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아주 불쾌해 죽겠는데, 또 다른 야권 대선후보가 또 등장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악재로 작용한다. 결국 새누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김황식 전 총리나, 정몽준 의원 중에 누가 최종 후보로 나서게 될 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정몽준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누구로 결정이 나건 간에, 새누리당은 온 당력을 집중해서 서울시를 공략할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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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몇 언론이 시행하는 공개적인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박원순 현 시장이 우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캠프 내부에서 실시하는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최근 박원순 시장의 지지세가 전국적인 새누리당 지지율의 강세에 밀려 위태롭다는 전언이 흘러나오는 판국이라 서울시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아마도 서울시장 자리만 확보하면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간주하려고 할 것이다. 아니 그들이 간주하기 이전에 야권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인 서울시장 자리를 넘겨 준다는 것은 엄청난 패배로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된다.


강원과 충청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개발 토건을 꿈꾸는 강원도 유지들의 입장에서는 최문순은 미덥지 않은 도지사임에 틀림없다. 국가 재정이 어떻게 되건 말건, 파괴된 자연환경이야 어찌 되건 말건, 어떤 지역에서도 땅 가진 사람들은 도로를 뚫고 철도를 놓고 산을 깍아내서 위락 시설을 만들고 하는 개발을 환영하게 된다. 슬프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 행사를 앞두고 어떤 도지사에게 이 건수를 맡기게 될 것인가. 아쉽지만 최문순 도지사의 연임도 불확실해지고 있는 중이다.


충남의 경우,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패배를 맛 본 지역이다. 그 지지율이 그대로 간다면 위험하다. 안희정 현 도지사는 '결혼할 때 사람을 보지 가문을 보나'라는 말로 당을 보지 말고 개인의 성실성을 보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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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주간경향>


한 편으로 보면 자신감의 발로일 수도 있겠으나, 또 다른 면으로 보면 충남 지역에서의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그만큼 악화되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뭐 별다른 고찰 거리도 없다.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영남 지역은 새누리당의 싹쓸이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호남은 어차피 버린 지역이다. 심지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기운이 퍼지고 있다. 안철수가 호남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안철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을 정도로 사건이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양대 정당의 구도를 유지해 온 한국 정치판에서 만년 2위 민주당을 위협하는 강력한 3등 정당의 출현은 제1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닐리리 콧노래가 흘러 나올 정도의 호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따라가기도 바쁜 와중에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에 발목을 잡힐 위기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이게 바로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꽃놀이패를 가지게 된 이유의 시작과 끝이며, 새누리당은 이 판도를 선거날 6월 4일까지 그대로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가 약해진다 싶으면 민주당을 까고, 민주당이 욕먹는다 싶으면 안철수를 까고, 누구 하나 중도에 주저 앉거나 다른 편으로 투항하지 않고 끝까지 서서 달리도록 유지해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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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깠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해도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망한 정도가 아니라 좆망한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취약점


그럼 새누리당은 철통무쌍, 난공불락의 입장인가? 그럴 리가 있나...


가장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격언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새누리당은 전례 없는 유리한 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위협의 그림자가 스물스물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게 또 선거의 묘미인데, 한 정당이 압승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 흔히 벌어지는 물밑 암투가 그 위협의 단초가 된다. 즉, 새누리당이 압승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간, 그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하고자 하는 내부의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 권력은 폭주하기 마련이다. 누가 나가도 될 것 같은 선거에서 당의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은 시체를 뜯어 먹는 스캐빈저들의 싸움보다 더 추악해진다.


오히려 당선이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지역에서의 당내 후보자 결정 과정은 명확하고 투명해진다. 당선 가능성, 그러니까 후보자의 정치적 역량, 실력을 위주로 후보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유망한 미래를 담보한 괜찮은 인물,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인물들이 대거 포진하게 된다. 하지만 압승 지역에서는?


권력에 줄대기를 잘하는 모사꾼이 득세를 한다. 지금의 새누리당이라면? 모든 것은 청와대의 뜻대로 결정이 나게 된다. 친박의 위세? 줄서기? 이런 수준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역량 대신 박근혜에 대한 충성을 따지게 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력 이전에 맹목적인 아부의 능력이 중요 잣대로 부상한다. 그리고 그렇게 선발된 후보들은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현재의 청와대는 이런 문제들을 걸러낼 만한 정치적 역량이 없다. 그저 내부에서 목소리 큰 놈이 자기 사람 심기에 열중하게 되는 그런 집단으로 판단된다. 여태껏 해 온 일을 보니 그렇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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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고 불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비어버린 마당에, 그 뒷편에서 벌어지는 경기도지사 후보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이미 이런 위기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하고 싶어하는 남경필을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차출론이 고개를 들고, 남경필이 직접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남경필이 민주당의 김진표를 누른다는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논란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이렇게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권력을 발휘해 각 지역의 후보들을 찍어 내리는 식으로 공천을 하게 되면 당내 불만의 증폭도 문제가 되지만 더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권력에만 의지해서 후보 자리를 따낸 사람들이 선거판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어서 당선무효형이 무더기로 남발될 가능성도 있고, 더 나아가 국회도 아닌 지자체의 행정을 담당해야 하는 자리에 생초보 문외한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지방 행정 자체가 망가지는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정권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개판은 더욱 큰 불행이다. 새누리당이 망가지길 바라더라도 우리 사회가 망가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까지 그러면 안되는 법이다. 아무쪼록 새누리당, 아니 정당을 배제하고 정치판을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그나마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를 가지고 있는 후보를 선정해 주길 기대할 뿐이다.


안 그러면 이런 꽃놀이패를 들고 치르는 선거에서도 역관광 당하는 개판이 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투 비 컨티뉴드


그래, 좋겠다. 꽃놀이패 들고 선거 준비하는 새누리당은 좋겠다. 마치 이름을 꼭 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돈으로 처발라서 맨날 우승하는 모 프로야구 구단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항하고 있는 다른 야권의 움직임들은 어떨까? 다음 편에서는 그 첫 번째 주자로 안철수 구단, 아니 '새정치연합'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측의 행보에 대한 '유체이탈 전망'을 시전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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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주당이 두 번째가 아니고 안철수가 두 번째냐고? 도박판에서 오까네(현찰)가 최고이듯, 정치판에서는 지지율이 계급이고, 선호도가 끗발인거 모르나? 신기하게도 아직 제대로 창당도 안한 정당이 지지율, 아니 창당 이전이니 표현을 달리하자, 선호도 수준에서 민주당을 훨씬 앞서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눈앞에 두고 보면서도 민주당을 먼저 얘기하자는 말이 나오면 안된다.


물론 안철수가 들고 있는 선호도 수치라는 것이 아직은 오까네가 아니라,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어음 수준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대선 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지속되어 오고 있는 '안철수 현상'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또한 안철수 진영이 3등이라 해도, 이번 지방선거의 캐스팅 보트는 안철수 진영에게 있다는 사실은 초급 정치덕후들의 수준에서도 쉽게 눈치챌 수 있어야 하는 수준의 논리일 뿐이다.


애초부터 얘기했다. 이 전망 시리즈는 분명히 '유체이탈 전망' 이라고 말이다. 이 판에서는 네 편도 내 편도 없다. 내가 문재인 지지하니까 민주당이 더 중요하다고 우길 요량이라면, 그런 개수작은 여기서 안 통한다는 큰 호통을 듣게 될 것이다.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