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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론을 먼저 말하겠다.

 

첫째, 예정됐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무산될 확률이 높다(성사 가능성은 10% 내외?)

둘째, 북한은 핵동결 혹은 핵군축 카드로 싸울 것이다.

셋째, 대화는 이어질 것이다.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 전후 김정은이 보여준 행보는 놀라웠다(개인적으로 꽤 놀랐다)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4월 20일에 있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석상에서의 나온 발언들을 보자(이 중앙위원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앞으로 북한 행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①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다.”

 

② “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 것”

 

③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페기할 것”

 

④“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 (중략)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

 

⑤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

 

①항은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했고, 이제 경제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다. 2013년 3월 경제와 핵개발을 동시 진행하겠다는 핵경제병진 노선의 완성을 선언하고, 이제 경제발전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즉, 북한의 정책이 5년 만에 바뀌었다는 거다. 

 

(다른 의미로 북한 핵개발 기술이 일정수준 이상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6번의 핵실험을 통해 자신이 핵보유국에 올랐다는 대내외적인 과시이기도 하다.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지만)

 

북한은 ‘표면적으로나마’ 경제에 주목하고, 경제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거다. 

 

②, ③항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던지는 화해 메시지다. 이제까지의 대결구도에서 대화국면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준 거다. 이는 1차 핵 위기 당시에 보여준 모습과도 비슷하다. 대외적으로 보여줄 ‘뭔가’가 필요한 거다. 상당히 ‘비관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걸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TV에 나오는 수많은 ‘말폭탄’과 ‘꽃그림’들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북핵 폐기에 있어서 실질적인 움직임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북한의 ‘성의 표시’는 있었다. 풍계리 핵 시험장의 폭파나 미사일 시험의 잠정중단 등등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분명 ‘해빙’인 건 사실이지만, 핵 폐기를 주제로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직 핵 폐기를 위한 어떠한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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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회담장 입구의 ‘티켓’을 사겠다고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④ 항이 핵심이다. 바로 ‘핵군축’이다. 북한이 내심 바라는 목표일 것이다. 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 핵군축, 핵동결이다. 북한은 핵밖에 가진 게 없다. ICBM 개발을 하니까 그제야 고개를 돌려 북한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게 미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못 먹고, 안 입고, 허리띠 졸라매 가며 만든 핵을 쉽게 포기할까? 만약 이 핵을 포기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북한에게 최선의 결과는 미래의 핵, 과거의 핵을 건네는 대신 ‘현재의 핵’을 부여잡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 개발과 동시에 체제 안전보장도 같이 받겠다는 거다. 이게 북한의 마지노선인지, 아니면 협상카드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은 ‘핵동결’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해 본다.

 

⑤ 항은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즉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선언 같은 의미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 말을 들어줄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겠지만 말이다.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은 신속하게 이 사실을 인민들에게 알렸고, 발빠른 행보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을 만났다. 

 

판문점 정상회담 전후로 김정은은 시진핑을 만났다. 미국은 두 번째 만남. 즉, 다롄에서 시진핑과 만난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양국 정상들의 발언들의 행간을 잘 살펴봐야 한다. 

 

 시진핑 

 

① 유관 각국의 공동 노력 아래 한반도가 대화와 정세 완화 추세로 가고 정치적 해결이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② 중국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견지와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

 

③ 유관 각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역내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

 

 김정은

 

① 유관 각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

 

②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

 

시진핑 주석이 말한, ①, ②, ③항의 핵심 중 하나가 ‘유관국가’이다. 동서독의 통일처럼 한반도 핵무기는 남북한 당사국만의 문제도, 남북미 3자의 문제도 아니다. 중국은 언제나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한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틈이 벌어진다면, 중국으로서는 골치가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것이다. ‘유관 국가의 공동노력 하에’란 말의 다른 말은, 

 

 “북한 뒤에 중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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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원하는 말이고, 트럼프가 싫어하는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롄에서의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해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정은은 중국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려 했던 거다. 중국 역시도 그런 북한의 등을 떠밀어 줬다. 최소한 한반도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지켜내고 싶어 하는 의지다. 

 

까놓고 말해서 김정은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는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다. 북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북한은 문이 열려 있을 때 미국은 비난하고, 문이 닫혀 있을 때 중국을 비난한다.”

 

북한의 노회한 외교술이라고 해야 할까? 

 

김정은의 발언도 주목해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②항의,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란 대목이다. 북한은 일괄타결이 아니라 단계적 해결을 원한다. 이걸 시진핑과 만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천명한 거다. 이건 시진핑의 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한다. 만약 욕심을 부린다면, 

 

 “핵 없는 북한”

 

 “조금 정상적인 형태의 통치체제”

 

정도겠지만, 지금 당장 그게 어렵다면 사고 치지 않고 이대로만 굴러가도(핵실험 안 하고) 별문제는 없다는 거다.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미국 측과 협상에 들어가고, 한반도에 미국 영향력이 확장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접국을 가졌고(14개국), 이 중 대부분이 적대적인 관계인 상태에서 한반도까지 적대적인 세력이 들어오는 걸 볼 수는 없다. 전통적인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거다. 

 

김정은은 중국이란 카드를 얻고(일종의 사전 조율을 마치고) 북미회담에 나서려 했던 거다. 그런데 북미회담 직전의 샅바 싸움에서 판이 깨져버린 거다. 북한으로서는 난망한 상황. 예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뼈아픈 과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발언과 다롄에서의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을 유의해 봐야 한다. 이게 북한의 속내다. 북한과 미국, 한국은 서로의 속내를 다 알고 있다. 

 

이 채울 수 없는 간극을 메워 나가는 게 북미 정상회담의 시작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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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처음 말했듯이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아울러 북한은 핵동결 혹은 핵군축이란 의미의 ‘마지노선’ 혹은 ‘협상 카드’를 가지고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확률이 높다. 지난 수십 년간 보여왔던 북한의 태도나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지금 북한의 상황을 보자면 일괄타결은 난망하다. 설사 핵을 포기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검증하고 확인하는 시간과 노력은 상당할 거다. 

 

까놓고 말하자.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게 뭘까? 간단하다. 딱 두 가지다. 

 

 첫째, 안전보장

 

 둘째, 국제사회로의 복귀

 

사람들은 북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보장해 달라 말하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건 말 그대로 ‘안전보장’이다. 즉, 북한에 쳐들어오지 말란 소리다. 자신들의 체제는 자신들이 지켜나가겠으니, 외부에서 때리지만 말아달란 소리다. 리비아의 카다피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NATO의 공습이 없었다면, 시민군과의 전투는 한 번 해 볼만 했었다. 문제는 외부의 공격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아니, 김씨 왕조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상화, 신격화 교육만 60년 가까이 한 나라다. 체제 유지는 어찌어찌 가능하다. 즉, 외부에서의 공격만 없다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렇기에 조금씩 문호를 여는 거다. 

 

국제사회로의 복귀. 이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 생각은,

 

 “북한 핵을 우리가 돈 주고 산다.”

 

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경제적 약속을 한 건 아무것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거다. 북한 역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는 것까지는 생각하기 힘들 거다. 물론, 민간자본이나 투자를 생각할 순 있겠지만...(트럼프가 말한 게 그거다).

 

마셜플랜을 집행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 단위에서 핵을 포기한다고 돈을 지원한다는 건 국제사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건,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라는 거다. 북미 수교가 중요한 이유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된다면, 그 동안 족쇄처럼 달려 있던 각종 제재조치를 취하하고, 광물도 팔고, 수출도 하면서 정상적인 형태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물론, 한국의 경제지원과 일본과의 북일수교 뒤이은 배상금은 따로 이야기 하겠지만 말이다. 당장 민간 투자가 들어간다는 것 하나만으로 북한의 경제는 움직일 수 있다. 

 

이 두 개의 요구조건을 얻기 위해 김정은은 핵을 내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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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신의 게 껍데기 같은 핵을 언제쯤 완전히 벗어 던지냐는 거다. 껍데기를 벗는 순간 속살은 그대로 드러나고,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다.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핵동결을 생각하는 이유, 북한이 단계적 해법을 줄기차게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트럼프의 노벨상이 걸려 있는 문제지만(설마 북한이 ICBM을 미국으로 날릴 수 있을까? 아니, 날아가기나 할까?), 북한으로서는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어려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계속 이어질 거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볼턴이나 펜스에 대한 ‘디스’는 있었지만, 대화 파트너였던 폼페이오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고, 김계관은 납작 엎드렸다. 분명한 건 북한이 대화의지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거다.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흥미’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트럼프가 한반도. 그러니까 북한에 대한 ‘흥미’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거다. 북한이란 아이템이 식상해 진다면, ‘도로 오바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트럼프, 김정은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