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고부 땅은 예로부터 풍요로운 고장이었다. 땅이 기름지고 바다와도 가까우니 물산이 풍부하고 살림이 넉넉해야 마땅하나 백성들 살림살이는 그렇지 못했다. 풍요로움을 탐낸 탐관오리들은 돈을 써 가며 이 고을을 다스리려 들었고 들인 돈의 열 배는 빼 가고자 눈이 벌갰다.
조병갑은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겉으로는 근엄한 사또였으나 법의 이름으로 별의 별 짓을 다하며 사람들의 목줄을 죄었던 자였다. 세금을 더 바치라 윽박지르는 것은 기본이라고 치자. 핑계는 끝도 없었다. 불효했으니 벌금, 양반에게 대들었으니 쌀말 법에도 없는 법을 법이라고 우기고 들었다.
법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쥐어짜고 즈려밟았다. 그 가운데 제일은 만석보였다. 조병갑은 동진강 상류 만석보 밑에 도시 그 필요성을 이해할 수 없는 둑을 쌓았다. 고을 내의 부자들에게는 그 둑을 쌓을 경비를 대라고 윽박질렀고 평민들은 몸으로 그를 때우는 ‘노력봉사’를 하게 했다.
재산가들에게서는 경비를 거두어들이고 빈민들에게는 보수도 없이 일을 시켰다. 이렇게 둑을 쌓고 저수지를 만들면 그때는 물세(水稅)를 안 걷겠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그것만 바라보며 허리가 휘고 등이 헐도록 일하였으나 조병갑은 그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자신의 부하들마저 두 번씩이나 “물세를 걷지 않는 것이 옳다.”고 했으나 자기 힘으로 뒤집어 버렸다.
이에 고부 농민들은 더 이상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며 모여들었다. 그래도 나랏님이 보낸 사또라고 바로 들이치지는 못하고 호소문을 적어 전창혁, 김도삼, 정일서 세 명의 대표를 뽑아 수령에게 나아가게 한다. 조병갑은 이들을 반란 세력으로 간주하여 감옥에 가두고 난장질을 하니 그 가운데 전창혁은 매를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오지영, <동학사>)
그 송장 지게에 실어 성 밖에 내버리며 “이것이 법이다.” 부르짖으매 백성들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법이라고 탄식하였고 어떤 이들은 남부여대하여 정든 고향을 떠나기도 했다. 전창혁의 아들 봉준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전창혁의 시신을 거두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통곡하였으나 동헌에서는 조병갑의 웃음 소리 호탕하였고 준법하라 부르짖는 아전들은 법을 칼삼아 휘두르며 온 고을을 약탈하였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사발통문이 돌기 시작하니 이것이 동학농민전쟁의 시작이다.
이때 전봉준의 곁에서 사발통문을 준비하던 한 몰락한 반가의 여인 하나가 이 법의 탈을 쓴 교활한 사또에게 이를 갈며 읊은 시가 후세에 전한다. 작자는 미상이다.
對法怨壯恙勝太 대법원장양승태
법과 마주하니 원성 자자하고 근심은 크게 기승이라
事惡漢災判祛來 사악한재판거래
악을 섬기는 놈이 판단을 그르치고 미래를 지우니
法閥圄志虎怒色 법벌어지호로색
법 다루는 이들 (백성의) 뜻 거둬 버리니 (백성에게는) 성난 호랑이라
虛里廓接孤心柰 허리확접고심내
텅 빈 마을 울타리 외로운 맘에 와 닿으니 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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