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매한 교수님들께서는 싫어하겠지만, 나는 너무 좋은 나머지 3번이나 본 영화가 있다. 제목은 <똥파리>다. 3류 양아치이자 똥파리라 불리는 주인공이 어느 집에 빚 받으러 갔다가 가정폭력을 목격한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정폭력범 아버지를 후들겨 팬 그는 이런 대사를 뱉는다.

"아... 이 나라 애비들은 시발 아주 X같애...

이렇게 븅신들 같은데 지 가족들한테는 아주 김일성같이 굴라그래 시발놈들이 응?

니가 김일성이야 시발새끼야? 김일성이야? 시발놈아?!"

나는 오늘의 ‘민주당만 빼고’ 사태가 딱 그렇다고 본다. 정권만 바뀌면 ‘엄혹한 시절’에는 뵈지도 않던 김일성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비장하게 휠윈드를 돈다. 정치가 망했다고. 나라가 망했다고. 놀랍다 못해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함 따져보자. 이번 총선에서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하는 이슈는 뭔가. 문재인 정권 심판인가? 민주당 심판인가?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씩이나 따신 분들이 정말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잠시 맑은 공기를 쐬고 오시라. 코로나19가 두렵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그게 시대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오른뺨을 때려라.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中

어떻게 이런 사고가 가능한지 알고 싶다. 무단횡단을 하고도 경찰에게 "내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횡단보도에 있다"고 할 기백이다. 차라리 솔직해지자. 민주당이 싫다고. 국민이고 촛불이고 자꾸 부르지 말고 그냥 담백하게 말하자. 민주당이 싫다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방구석 김일성들께서는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이 더 나쁘다고 한다. 혐오한다. 민주당에 돈이라도 떼였나? '민주'가 가문의 원수 이름이라도 되나?

아마 우리 방구석 김일성들께서는 이렇게 반문하실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좀 잘하면 안 되냐고. 그렇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자유한국당이 저렇게 깽판을 놓는데, 민주당 더러 어쩌라고? 우리 방구석 김일성들께서 '수령의 무오류성'이라도 생각하시는 걸까?

어떤 정당이든 완벽할 수 없다. 잘 아는 것처럼 정치야말로 타협이니까. 정치에서 100대 0은 있을 수 없다. 나도 민주당이 100이어서 찍는 거 아니다. 근데 자유한국당은 그냥 찍어버리고 싶다. 왜? 자유한국당이 더 엉망이니까.

설마 자유한국당이 과반을 달성해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면, 정치 혐오가 사라지고, 아름다운 정치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거라고 상상하시는가? 그 아름다운 정치가 김일성식이라면 그렇다. 박정희나 전두환이 했던 게 그나마 김일성식과 가장 비슷하고, 그 다음은 이명박근혜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자는 건가? 나는 모르겠다. 도무지 모르겠다. 정치학 박사나 하셨으니 방법을 알면 꼭 좀 가르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두분은 같은 당인지, 다른 당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돕니다."

 "사실 한국하고 일본하고 서로 사이도 별로 안좋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연대해야 되지 않습니까."

지난 2012년, 야권연대를 비판하는 한나라당 의원의 말에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사이가 안 좋아도 연대한다고. 나는 이것이 민주진보 세력 기저에 깔린 공감대라고 생각한다.

선거제 개편 내내 깽판을 놓은 정당은 어디인가? 패스트트랙에 태워 기껏 선거제를 바꿔놨더니, 편법으로 '미래한국당' 따위를 만든 정당은 어디인가? 어째서 우리 방구석 김일성들께서는 그런 자유한국당의 '작태'에는 한없이 관대한 것인가. 역사의식이 없어 한 치 앞밖에 못 봐서 인가, 나처럼 근본없는 놈은 이해할 수 없는 고매한 정신 때문인가.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하고서라도 민주당만 보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박동을 주체할 수 없는가? 그럼 '민주당만 빼고'와 함께 이 구호도 함께 외쳐보자. 이것이 오늘날 한국에는 더욱 유익한 말이니. 

자유한국당만 빼고 투표하자.

미래한국당만 빼고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