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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딸라!... 라고 무조건 외치는 게 아니다 

회사가 권고사직을 철회하는 것으로 사건도 어느 정도 일단락 났으니 이제 게임인 단체협약을 준비해야 했다. 물론, 사건을 대응하는 바쁜 와중에도 요구안 작성은 멈출  없었기 평일의 밤시간, 주말을 모두 포기하고 준비 했다. 이런 노력으로 90여개 항목을 담은 단체협약 요구안 초안이 완성되었다.

 

90여개면 너무 많은 아니냐? 있으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단체협약서 내용이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사항만 쭉쭉 나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점심을 공짜로 해주고 밥맛을 좋게 하자.”
  • “1년에 15 휴가는 너무 적소. 30일로 합시다. 30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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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한번 보자. 우리의 요구 사항을 대략 분류해 보자면 이렇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권 존중의 선언적 항목 : 10
  • 단체협약과 노조활동 관련한 법적 절차를 녹인 항목 : 20
  • 노동자 보호(성평등, 성희롱, 고용보장 )관련 법적 항목 : 30
  • 현재 있는 절차나 복지 보강이 필요한 사항 : 20
  • 포괄임금제 폐지와 같은 신규 요구사항 : 10

결국 요구 사항은 30 내외이고, 중에서도 기존 복지의 향상과 쉽게 합의가 가능한 항목을 제외하면 진짜 박터지게 싸우는 쟁점은 보통 5가지 정도로 줄어든다. 결국 단체협약의 성공 여부는 항목을 어떻게 합의로 이끌어 내느냐의 승부인 셈이다. 우리는 당연 포괄임금제 폐지였다.

 

아. 그리고 매번 이렇게 항목이 많은 아니다. (매번 이러면 서로 죽어 난다)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맨땅에 올리는 신축이라서 터도 돋우고, 기둥도 세우고, 공구리도 치고, 인테리어도 하는 셈이라 항목들이 많았던 것이고, 2회차부터는 건물 보수하고 인테리어 고치는 수준이 되서 10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2. 상견레랑, 레알, 비슷하다

그럼 교섭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이야기 해보자. 단체교섭은 법률적 활동이기 때문에 진행 절차도 법률에 명확히 되어 있다. 이런 처음에 어떻게 알았냐고? 그래서 경험이 많고 조언을 들을 있는 본조(상급단체) 있는 () 노조가 좋은 것이다. 우리 역시 초기에는 당연히 본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꼬꼬마 노조는 손이 많이 가는 법이다.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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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을 하려면 그림의 절차와 같이 회사에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면 된다. 그러면 회사는 요청을 받은 7일간 노동조합의 명칭과 가지 사항을 기재하여 회사 내에 공고한다. 이건 의무사항인데 이렇게 7일을 두는 이유는 다른 노조도 교섭할 의사가 있다면 기간 내에 요청 있게 시간을 주는 것이다.

 

회사에 노조가 2 있는 경우가 있냐고? 당연! 3 있는 경우도 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여러개의 노조를 회사에서 만드는 복수 노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가 모든 노조와 교섭을 없으니 대표로 이야기 사람을 선정하는 교통 정리 과정을 두고 있다. 이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라고 하는데 자세하게 이야기 하면 노잼이니 상세한 설명은 구글신에게 맡겨본다(솔까 관심도 없잖아...).

 

악질적인 회사는 이런 절차를 악용해 회사 편인 사람들을 부추겨 기존 노조보다 많은 사람들을 가입 시킨 새로운 노조(일명어용노조’) 만들어  생긴 노조의 교섭권을 뺏어버리기도 한다. 에이~설마라고? 21세기에도 실제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게임업계는 노조가 없었기 과정은 없었다. 다음은 교섭이라  있는 상견례라는 하게 된다. 상견례. 누가 이름을 정했는지 적절하. 결혼을 하신 분들은 모두 공감할 느낌. 실제로 교섭 상견례는 진짜 결혼 전에 하는 양가 상견례와 매우 비슷하다. 만나기까지도 어렵고 만나면 서로 어색한 느낌 말이다.

 

통상 상견례는 대표이사와 노동조합 위원장이 만나서 앞으로 상호 존중하며 잘해보자는 영혼 1 없는 말을 진심처럼(거봐 비슷하자나!)이야기 하며 시작한다. 다음부터는 주로 교섭을 얼마나 자주 할지, 어디서 할지, 서로 몇명이 들어올지 등등 세부 교섭원칙을 정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교섭을 준비하는 인원들의 근무시간을 얼마나 면제해 것이고, 교섭을 준비 장소인 임시 사무실을 어떻게 줄지도 정한다.

 

임시 사무실? 근무시간 면제? 낯선 단어가 나왔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3.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나도 처음 노조를 시작했을 다른 곳에서 부분이 회사와 합의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됐다. 퇴근 시간에 일을 하고, 장소야 커피숍이나 집에서 하면 텐데 그걸 가지고 싸우는 거지? 그런데 교섭을 진행하면서 알았다. 업무와 병행하면 백퍼 과로사 각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교섭 중, 여러 사정으로 병행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회사와 교섭을 하면 요구안이 그대로 관철되 경우는 흔하지 않다. 교섭 과정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끊임 없이 입증해야 하고, 회사의 반대 주장도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 회사가 제시한 근거가 정당한 것인지 검증도 하고 끊임없이 조합원들의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 그리고 교섭기간이라고 사건사고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 이것도 대응해야 한다. 모든 일을 업무와 병행할 수는 없기 업무시간을 교섭이 끝나는 시점까지 면제해 주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가 제대로 교섭자리에 나와 활동할 있도록 하는 일종의 배려인 셈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사람이 빠지니 손해 같아 보이지만, 직원들의 요구 수렴 창구를 정상 동작시키고 앞으로 좋은 노사 관계를 이루는 토대가 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이득이다.

 

그러니 대부분 회사가 관례적으로 사무실과 근로시간 면제를 해주지 않겠는가? 임시 사무실, 근로시간 면제에 대한 회사의 태도를 보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있다. 왜냐면 이것들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기 그것을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곳은 100이면 100, 교섭이 안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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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4. 다시, 우리 상견례 

다시 우리 상견례 자리로 돌아와 보자.

 

상견례에는 대표이사와 개발 인사 임원, 스카우트 실장, 그리고 국내 최고 수준 로펌의 변호사와 노무사도 함께 자리했다. 로펌이 들어온다는 우리보다 교섭을 먼저 시작한 타사에서 이미 들어서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은 들었다. 우리도 본조의 사무처장님을 대표교섭위원으로 하여 교섭위원을 꾸려 함께 자리했다. ( 시점의 우리라고 하는 노조 간부는 6명으로 늘어 있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도 초반에는 좋은 덕담(?) 오고 갔다.

 

대표이사 : 노조라고 하면은 길에서 빨간띠를 두른 모습만 봐서 그런지 과격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막상 뵙고 보니 제가 틀렸던  같습니다 업계에서는 최초로 시작하는만큼 과거와는 다른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업계의 모범 선례를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노조대표 : 게임 회사라 그런지 경영진 분들도 다른 곳에 비해서 젊고 권위적이지 않으신  같네요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으셨는데 다행히 건강 보이셔서 다행인  같습니다교섭이 늦게 시작한 만큼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은 내려 놓고 건전한 교섭이 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훈훈(?)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렇게 이쁜 말들이 오고 가는 도중에도 치열한 눈빛교환과 기싸움은 있다. 아무래도 첫만남이라 서로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 쎈 척 했던 같다. 아, 물론 나만 그랬을 지도 모른다. 철저히 주관이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덕담 이후, 실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자 분위기는 급격히 경색되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교섭주기나 방법, 임시 사무실과 임시근로시간면제 같은 것들이 나오자, 오늘 그런 것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닌 알았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회사가 했기 때문이다(돌이켜보니 진짜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만큼 초짜라...).

 

우리는 그런 이야기 하자고 모여 놓고 아무것도 몰라요!,  다음에 만나서 정해요!,  시전하면 어떻게 하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왜냐하면 우리 상견례는 대표이사의 건강 문제로 일반적인 시점보다 한  이상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임시 사무실, 근로시간 면제와 관련 충분히 이야기 시간이 있었고, 회사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 씨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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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이건 게임 사전예약 받아서 캐릭 생성까지  해놨더니오픈날 접속하니 가입부터 하라는 수준의 황당한 이야기다그럼 사전예약은  받냐이거 대표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표이사 : …

 

분위기가 계속 험악해지자 노사담당 실장이 중재에 나섰다. 자기도 입사한 지 며칠 안돼 상황파악이 덜 된 상태였지만 가만히 두면 좋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기로 하고 오늘은 마무리 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도 계속 이야기 해서 달라질 없다고 판단, 회사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차례 실무적인 회의와 요청을 정리한 뒤, 회사는 임시 사무실과 1.5 ( 규모는 조합원 숫자에 비례해 책정된다) 근로시간 면제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남들은 쉽게 쉽게 하는 기본적인 사항도 게임 노조는 하나하나 가르쳐 가면서(?) 해야 하다니주기가 싫었던 것도 아니고 줘야 하는지 몰랐다니… 아오!! 속이 터졌지만 어쨌든 요구가 관철되었으면 된거지. 뭐. 

 

우리는 요구가 받아들여진 경사를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교섭국면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진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의 시작이다.

 

 

추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노조, 어렵지도 않고 당연히 있어야 한다. 처음만 분위기 싸하지 결국 경영자도 좋고 노동자도 좋다. 조금만 관심가지면 당신도 만들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