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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이라는 국회의원이 분이 있다. 아니 21대 국회가 출범했으니 며칠 전까지 국회의원이었던 사람이 있다(현직 의원도 아닌데 굳이 분이라고 부를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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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너는 누구냐

 

이 사람으로 말할 거 같으면 고려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스탠퍼드에서 석사를 마치고, 마침내 하버드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분 되겠다. 아버지는 11, 12대 국회의원을 역임하신 홍우종 씨고, 홍문종 씨 본인도 15, 16, 19, 20대 국회의원이 된 4선 의원이다.

 

박근혜를 위해 태극기 부대와 뜻을 같이하며 우리공화당을 거쳐 21대 총선에서 친박신당 비례 1번으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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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며 단식 투쟁 중인 홍문종>

 

낙선했다.

 

자칭타칭 골수 친박이다. 진박 7인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부친이 설립한 경민대학 총장과 경민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실질적인 소유주이지만 호탕하게 이해충돌 같은 거 무시하고 상임위를 교육위로 배정받았다.

 

손혜원 의원과 목포 창성장을 둘러싸고 이해충돌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지에 대해 수많은 보도를 했던 우리나라 기자들.

 

이들은 사학재단의 실질적 소유주인 홍문종이 교육위를 배정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이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도덕적 문제들을 알게 되면 이해충돌 문제 같은 건 하찮게 느껴진다. 홍문종의 업적을 살펴보자.

 

우선 보좌관의 채용 문제가 있다. 김성태는 KT에 딸을 집어넣었다는 의혹이 있지만, 홍문종은 금지옥엽 귀중한 딸을 KT같은 곳에 집어넣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건 김성태 같은 노조 출신 의원들이나 하는 짓이다. 따님이 무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보좌관들을 KT에 취업 청탁했다는 의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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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경민학원에서 75억을 배임, 횡령한 혐의로 지금 재판 중이다. 허위로 서화를 매매하고 대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750만 원이나 7500만 원 하다못해 75천만 원이 아니라 75억이다. 무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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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75억조차 다음 것에 비하면 우습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2006년 포천시에 개관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을 2010년 인수한 교육위 위원 홍문종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고 여권을 압수했으며 엉터리 기숙사에 열악한 식사만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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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출처 - <한겨레>

 

여기서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링크를 들어가 보시라. 암튼 교육자이자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대체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일들이 벌어졌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거의 다 사실로 밝혀졌다.

 

당시 홍문종은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이었으며 이 문제는 외교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큰 문제였다. 이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못 들어봤을 거라 짐작한다.

 

 

언론의 침묵

 

왜 못 들어봤을까?

 

손혜원에게는 땅투기 한 거 아니냐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땅투기가 아닌 정황들이 나오자 갑자기 돌변해서 이해관계 충돌이 문제라고 말하던 기자들이,

 

조국에게는 웅동학원에서 동생이 돈을 빼먹었는지 아닌지 자식이 인턴을 했는지 안 했는지, 표창장을 위조했는지 안했는지, 장학금으로 받은 600만 원이 뇌물이라며 진상을 당장 밝히라고 몇 달에 걸쳐 소리 지르던 기자들이,

 

노무현이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네 말았네 하며 집 앞에 진을 치고 봉화산에서 망원렌즈로 노무현의 집을 스토킹하던 기자들이,

 

윤미향이 할머니에게 맛있는 밥을 사줬네 말았네 하며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던 기자들이

 

이 모든 문제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 홍문종과 관련된 뉴스는 단 한 번도 난리를 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홍문종의 혐의에 대해서 그들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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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아프리카 박물관 문제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현직 국회의원이자 여당 사무총장이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사회정의를 선택 적용하며 침묵했다.

 

이게 잘한 일이어서? 그럼 손혜원이나 조국이나 노무현이나 윤미향에게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홍문종이 거물이 아니어서? 그는 여당 사무총장이자 4선 의원이다.

 

범죄가 사소해서? 조국의 딸이 받은 장학금 6백만 원이 뇌물이어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던 언론의 논리대로라면 75억을 해먹은 홍문종은 총살형 감이다.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주 작은 잘못만 저질러도 평생 쌓아온 명예가 날아가고 심지어 저지르지 않은 일도 처벌을 받아야 하고,

 

자기의 욕망에만 충실하고, 남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악당들은 큰 잘못을 저질러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대한 유통구조가 우리 사회에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확립된 유통구조

 

문재인 정부의 과제 중 하나는 이 유통구조를 깨부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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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의원이 남긴 말 중에 법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단순히 재판에서 처벌이 이루어지는 사법 과정만이 아니라 입법, 행정, 사법 심지어 언론 보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유난히 평등한 사람이 있고 유난히 가혹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잊어버린 사람이 많겠지만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은 사후 뇌물죄라는 전대미문의 법조문에 의거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성완종 씨가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뇌물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 중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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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일요서울>

 

이런 불평등을 가능한 건 유통구조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유통구조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산다.

 

하지만 이 구조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우리 모두의 삶에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구조로 혜택을 보는 사람이건 손해를 보는 사람이건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이 유통구조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악의 인센티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