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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27. 금요일

취재부 팀장 죽지않는돌고래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럴 듯한 구라를 잘 치는 데다 자존심은 더럽게 강해서 잘못을 해도 먼저 사과할 줄 모르는 흔한 ‘싸나(전국의 사나이 중, 경상도에서 진화한 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한 놈들에게 달라붙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를 보고 자란 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턴가, 주위 친구들은 나의 천부적 구라를 진실로,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뚝심으로, 먼저 사과할 줄 모르는 밴댕이 소갈딱지를 철의 리더쉽으로, 강한 놈들만 골라 사귀는 비겁함을 진짜 우정으로 생각해주기 시작했다.


 


시험 시간엔 공부 잘하는 녀석에게 답안지를 넘겨 받아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고 학생회 소속이 되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압수할 수 있었다. 압수한 담배의 반은 학주에게 상납하고, 반은 말 잘 듣는 바보들에게 배분해가며 패거리를 늘렸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패고, 생긴 게 맘에 들면 든다고 패고, 그렇게 팬 애들이 곽승준 위원장과 이재현 회장이 룸살롱에서 먹은 과일 안주보다 많을 텐데 아무도 대들지 못했다. 어쩌지 못하는 놈이 생기면 주먹 깨나 쓰는 친구들을 골라 선도부 소속으로 넣고 날을 잡아 다구리를 쳤다. 그 친구들은 다음 날부터 우리 쪽에 섰다.


 



<위 캡쳐는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을 것으로 예상만 합니다 / 출처 : 한겨레 4월 24일>


 


그래도 버티는 놈들은, 운동장을 직각보행으로 수없이 왔다갔다 하게 하거나(학생회가 교련 선생님 대신 제식훈련을 담당했기에)땡볕 아래서 며칠을 굴렸다. 아무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학교 제일의 양아치이자 학교 제일의 모범생. 그것이 학창 시절 가장 찬란했던 내 모습이다.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근현대사만큼은 자신있었기에 일찌감치 스스로의 적성을 알았다. 하여 언제나 진로 상담지에 똑같은 장래희망을 적어냈다.


 



 


대한민국 대통령. 그 때부터 내 꿈은 10년 동안 변한 적이 없다.


 


 



 


나는 내 적성을 어디까지 살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오직 대통령의 길을 향해 일직선으로 살아왔다. 통수를 칠 때는 확실히 치고 원칙이나 정의 같은 단어가 생각나면 몸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만 상득(딴지 돌고래 사전1129p : 上得, 어떤 일을 성취함에 주로 음지에서 크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꾸밀 때 쓰는 말로 막판엔 뗄래야 뗄 수 없는 엿 같은 관계를 의미하기도 함.)이 되는 친구들은 언제나 가까이 했다.


 



<위 사진은 본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 출처 : 경향 4월 23일자>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의 충격적인 사진이 시신경을 자극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2008년 1월 22일, 나의 영웅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남자이길래 한평생 자웅동체마냥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살아온 나의 영웅이 고개를 숙인단 말인가.


 


나는 머리카락을 새로 심어서 자랑하려고 하는 경우의 수 말고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상대는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16년째 연세대 이사장직을 연임하는 평범한 어르신'에 불과하게 생겼는데 말이다.    


 


나는 NIS시계를 차고 다니는 친구에게 저 환한 웃음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물었고 그가 조선일보 방우영 명예회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그의 팔순 출판 기념회 참석명단에 대한민국 0.01%의 권력들이 모인 것을 보고 그가 대통령보다 위라는 사실도 함께 깨달았다.


 


 



 



 


2008년 4월 21일, 일왕에 대한 가카의 예절바른 인사가(동영상으로 보면 세 번 고개를 숙이므로 예절이 바른 것에는 이견이 없어야 할 것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좌파 떨거지와 나부랭이 언론들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설레발을 치거나 ‘자기 나라 왕한테 인사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비아냥댔다.


 


나는 판을 볼 줄 모르는 정치평론가와 치사하게 국적으로 공격해 글로벌 시대를 역행하는 네티즌들을 바라보며 분노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1. 가카보다 조선일보가 위다.


2. 하여 가카는 조선일보에 고개를 숙인다.


3. 조선일보는 일왕을 모셨다.


4. 하여 가카는 일왕에게 고개를 숙인다.



 


딱딱 떨어지는 이 논법의 요지를 어떤 전문가도 파악하지 못한 거시다. 하지만 나는 철두철미한 인간, 좀 더 확실한 증거 없이는 스스로의 논리를 함부로 맹신하지 않는다.


 


나는 확실한 물증이 나올 때까지 와골상골했다. (딴지 돌고래 사전 425p : 골프카트에 누워 미국산 소뼈를 핥는다는 뜻으로, 어떤 사건의 증거를 찾기 위해 온갖 진미를 맛보며 쾌락을 참고 견딤을 이르는 말. 진미는 정부가 허가한 미국산 소뼈만 가능하다.)   


 


그렇게 3년을 기다린 어느 날.


 



 


2011년 11월 15일자 조선일보 기사다. 현 대통령인 가카를 전 대통령으로 만들어버린 파격적인 사건. 나는 내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기사를 보며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분석하고 조용히 다음 날을 기다렸다.


 


첫째, 가카가 조선일보보다 센 경우다. 청와대에선 매일 아침 모든 신문을 꼼꼼히 체크한다. 따라서 이 오타가 발견될 경우, 가카의 성격상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를 맞거나 컴도저로 밀릴 것이다. 방송사가 파업해도 꿈쩍하지 않는 가카요, 그의 스승인 리승만 가카께서는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잘못 썼다고 사장을 구속하고 책임자를 사임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전례를 좋아하는 가카가 이를 묵과할리 없다. 


 


둘째, 조선일보가 더 센 경우다. 이는 간단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의 수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만약 단순한 오탈자라면 그냥 정정보도만 내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3년을 와골상골하며 기다려 왔는데 또 기회를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들자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내 모든 걱정과 예상을 뛰어넘었다. 3년 간 조선일보를 모니터링한 결과, 조선일보 편집부는 국내 최고의 인재들로 가득 차 있음이 확실하며 그 오자를 확인한 것이 분명하다. 다만 아무런 정정내용이 없었다. 물론 내가 놀란 것은 이게 아니다.


 



<다음날 조선일보 정정보도 내용 전부, 출처 : 조선일보 A2면 오른쪽 구석탱이>


 


보란 듯이 타 기사만 정정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1면 톱은 FTA와 관련하여 '주권국 대통령의 자존심 걸겠다'라는 기사였기에 오히려 가카를 희롱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2011년 11월 16일 아침, 나의 영웅을 뛰어넘는 삶의 모델이 비로소 명확해진 순간이다. 망설일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제 2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원탑이 되자.


 



<나의 선배가 될 방 어르신의 저서.

출판사의 실수로 '밤의 대통령이므로'라는 부분이 빠진 듯하다.>


 


 



 


조선일보 회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본 언론책을 사서 공부하던 중, ‘방씨’성을 가진 일족이 아니면 조선일보의 탑이 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이미 독립국가가 된 마당이니 친일을 하여 입사 가산점을 딸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태생적인 벽에 부딪힌 나는 이불을 덮고 사흘 밤낮을 울부짖었다. 그때 내 모습을 묘사해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거린다.


 


술에 진탕 취해 혀가 꼬부러져서는 ‘최씨 아자씨. 여기 맥쿼리(막걸리다)에 빨대 하나 꽂아 주이소. 내 다 빨아 물란다!’라고 꼬장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최씨 아저씨는 평생 그래 남 시중만 살다가 인생 쫑나겠네! 쪽팔리라. 최 사장이 아이고 이제부터 최시중이다, 최시중!’이라며 엄청난 실수를 하고 돌아다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과거다. 하지만 그렇게 술에 취해 살던 어느 날 아침,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최시중이 '청와대가 날 보호해줘야지'라고 말한 다음 날,

완전히 뒤바뀐 사건. 본 기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출처 : 경향신문 4월 26일자.>


 


내 방황을 보다 못한 태극천사(내 수호천사)가 뒤돌려 차기로 후두부를 강타해 이 사람을 카피하라고 영감을 준 것 일까. 술에 취해 어질러진 방의 한 구석, 아무렇게나 퍼져있는 책에서 나는 호랭이 한 마리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었다.


 


나는 그 면을 펼쳐보며 벼락 같이 깨달았다.


 


호랭이를 잡으러 호랭이굴로 들어가 결국 호랭이의 꿈을 이룬 ‘이대한 선배’. 내 고향, 내 지역의 영웅 김옝삼의 사진이 그 안에 있었던 거시다. 나는 그 사진을 본 순간, 대선행보를 위해 잠시 휴직한 ‘딴지일보’에 들어가기로 결심했고 역사에 길이남을 전략을 세운다.


 


 



 


이보제보 - 신문으로 신문을 친다. 즉, 딴지일보로 조선일보를 친다.


 



<본지 부편집장 필독이 통수 친 사례 중 하나>


 


전략은 이렇다. 딴지일보에 다시 들어가 충성하는 듯 연기하다 입사 10년 차에 통수를 친다. 그리고 ‘이대한 선배’ 김옝삼이 그리하였던 것처럼 전국민적인 신뢰를 얻은 후, 딴지일보와 조선일보의 이보합보(딴지 돌고래 사전 2848p : 구국의 결단 아래 이루어질 딴지일보와 조선일보의 합보. 김영삼 의 ‘삼당합당’ 전설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를 이루어낸 다음, 다시 통수를 쳐 이보합보된 딴조일보의 원탑이 된다.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옝삼이 형에 의해 증명된 역사적 필승의 전략.


 


나는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남산도서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던 룸살롱 황제의 기사를 읽으며, 합병을 주도하기 위해 ‘갱제’를 공부해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결심했다.


 


조선일보 ‘갱제면’을 보고 공부하자. 거기에 대한민국이 있고 내가 그릴 미래의 큰그림이 있을 것이다.


 


 



 


절친인 조선일보 관계자에게 부탁하자 구독료를 받기는커녕, 7만 원이 든 봉투와 함께 무료로 1년을 정기구독하게 해주었다. 신문을 보는데 돈까지 주다니 역시 조선일보야말로 참언론이란 생각이 들었다.  


 



<출처 : 미디어 몽구 '조선일보 불법 판촉물'관련 포스트 /

내 친구들은 다 7만 원씩 받았는데 3만 원 받아서 신고한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나는 1년 동안 조선일보의 갱제면을 살펴보며 깨달았다. 조선일보의 갱제에 대한 신념은 새누리당의 신념과 같다. 그리고 서민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새누리당, 서민은 공통된 갱제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 나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이 점만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조선일보는 그렇다 쳐도 왜 ‘1%밀어주기’경제 정책을 서민들이 지지하는 거실까.


 


나는 이 큰 화두를 깨기 위해 진화심리학과 경영학을 연계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 문화의 근간과 경제사 전면을 철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벼락 같은 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역사의 근간에 흘러 넘치는 민초들의 저력이. 그 저력을 믿는 새누리당의 감동정치가.


 


뜨내기 진보들은 보수당의 1% 밀어주기 경제 정책을 비난하며 뽑아주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비난하지만 이거슨 글로벌 경제흐름에 대한 상식이 미천한 동시에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얕은 진보 경제학자들의 헛소리다. 이래서 어떤 학문을 하든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른다.


 



 


한국의 역사는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민초의 역사.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혁명이 아니라 아래서부터 후끈 달아오르는 총폭탄.


 


새누리당은 믿는 거시다. 재정을 개차반으로 만들어 서민들에게 배수의 진을 쳐주면 서민들은 그 반동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 것이고 대한민국을 경제선진국으로 만들 거라는 거슬.


 


서민들은 믿는 거시다. 새누리당이 눈물을 머금고 친 배수의 진, 그 속에서 피어난 깡다구로 언젠가는 모두가 재벌이 될 거라는 사실을.


 


결국 새누리당의 ‘1% 밀어주기 정책’의 이면에는 모두가 ‘100% 재벌되기 정책’이란 감동적인 대서사시가 숨어있는 거시요, 서민들은 직감적으로 그 이면을 체감하고 있는 거시다.


 



<이 모든 것 뒤에는 감동정치가 숨어있다. 이번에 당선된 나성린 후보의 건투를 빈다.

출처 : 뷰스앤뉴스 4월 6일자>


 


나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악을 자처하며 온갖 수모를 감내한 새누리당의 과거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친재벌을 위해 불법 건축 허가를 내주고, 차떼기로 돈을 나르며, 호화판 생활을 하고, 시민이 광장에 모이는 족족 때려팬 거슨 모두가 우리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연극인 거시어따.


 


이거슨 엄격한 아버지 정치의 최고점,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강한 서민을 만들고 만겠다는 절벽정치의 대서사시, 이른바 감동의 휴먼 드라마.


 


그 끝없는 신뢰의 이면이 진실로 와닿자 나는 서민들이 왜 새누리당을 찍을 수밖에 없는지 이해했다. 비록 100년, 200년이 걸릴 지라도 이토록 자신들을 믿어주는 당을 어찌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갱제’정책을 연구하며 새누리당의 팬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더불어 누구보다 이러한 이면을 파헤친 조선일보의 탐사보도 정신을 존경해 마지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조선일보가 보여준 화려한 진두지휘를 통해, 그 진두지휘의 수면에 떠오른 진정한 보스를 통해, 그들이 왜 위대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2편에 계속>

 


 


취재부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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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