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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7. 월요일

키노


 


지난 글([정치] 오늘 '가짜 진보'는 죽었다)에 달려 있는 댓글 중에 "그렇다고 진보신당 니들이 진짜 진보냐?"라는 질문 겸 반박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비판 글에 내재된 거부감은 딱히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노무현정권 시기의 정책들에 대해 비판하는 진보신당이 '무조건' 싫은 케이스도 있을 것이고, 고집센 꼰대처럼 혼자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이는 진보신당의 행보가 영 마뜩치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진보신당이 '진짜 진보'인가에 대한 해석은 다른 문제다.


개인적으로도 진보신당이 '진보'를 대표하는 정당이거나 제대로 된 진보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정당인가에 대해서는 성찰할 지점이 많다고 보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비록 참담한 결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진보신당의 당원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 현장에, 강정마을에, 장애인들이 고통받는 현장에 그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그리고 '지하철 9호선을 공영화시키기 위한 노력' 등 정책정당으로서 해왔던 일들을 묵묵히 하고 있다.


진보신당이 앞으로 재창당 과정을 통해 당명을 바꾸고 더 분명한 진보정당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많은 비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통진당 사태로 촉발된 '진보정치의 운명'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다들 알고있다시피 진보신당의 탄생은 2007년 대선 직후,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종파주의에 근간한 패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심상정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고 많은 논란 끝에 당대회에 제출했던 혁신안이 부결되면서 대규모 탈당 사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진보'를 표방한 진보신당연대회의라는 정치세력이 탄생하게 되었다.


 



 


누구는 "현재 통진당의 당권파를 민노당 시절에 제어하지 못하고 뭐했냐?"라고 묻기도 하는데 답답한 노릇이다.


 


진보정치에 관심을 갖는 노동자, 서민들이 자신의 생활여건 속에서 그나마 최선의 실천은 진보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이다. 당비를 내고, 자주 당활동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투표에도 참여하고, 가끔 집회에도 나가고 당원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당의 정책을 함께 공유하는 정도가 일반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특정한 세력(대학시절부터 선후배관계로, 종교적 믿음으로 굳게 결의된)이 진보정당을 장악하겠다고 나서면 사실상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정당의 조직은 가장 기초적인 지역당협과 광역시도당, 중앙당 구조로 이루어지는데 '저들'은 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상근자부터 운영위원, 임원까지 목적의식적으로 출마하게 된다. 경기동부를 위시로 한 전국연합의 잔재들인 각 연합세력들은 당조직의 운영구조는 물론 대의구조(대의원, 전국위원 등)에 거의 모든 구성원이 출마한다.


 


정당의 당원이 십만 명이 되어도 그 중 실제 당직을 맡을 수 있는 당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민통 세력들은 이미 조직의 목적과 결의에 의해 훈련되고 그 충성도도 높기 때문에 사실상 거대한 당조직을 몇백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나 경기동부와 같은 지독한 패권주의로 무장한 조직의 경우에는 아예 구성원 일부를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미한 지역에 파견을 보내기도 한다.(충청권, 전북 등) 그곳에 살면서 해당 당협이나 광역시도당의 주요 직책을 맡고 어느 정도 기본권력이 구축되면 다른 구성원들까지 이주시켜 자신들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사업들을 진행해 왔다.


 


무서울 정도로 단합된,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패권과 목적에 반하는 개인과 세력은 우호적경쟁관계가 아닌 제거하고 축출해야 하는 대상으로 낙인찍는 일이 다반사로 이어져 왔다.


 


이들의 삶이 이처럼 교조주의처럼 수직적관계를 유지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이 희생하면서 애써온 노력에 대한 반대급부를 요구하거나 갈망하는 것이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반진보적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구태하고 후진적인 정치활동을 딱히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통제불능


 


 


정당의 민주주의적 구조라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정당생활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일반 소시민이 정당의 구성원이 되서 할 수 있는 정치실천이라는 것이 한정되어 있고 자신들의 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정당활동에 올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의 해법은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나마 이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기대하고 있는 대부분의 딴지스들조차 '정치적 현상'에만 집착할 뿐 정작 정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어떤 정책적 시도들을 통해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는 것을 늘상 확인하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근 프랑스에서는 2유로짜리 좌파정당의 교육관련 정책자료집이 인문과학도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약 3천 원정도 하는 150쪽 짜리 얇은 정책자료집을 프랑스 국민들은 왜 돈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 것일까.


 


비단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아도 그 사회의 분야별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신의 판단을 정리하려는 노력은 가장 기초적인 정치실천이다.


 



일단 정리하자


 


눈만 뜨면 이명박과 새누리당 까기 배틀에 참여하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이 사회를 분야별로 재조립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의 추가 놓여져야 한다.


 


얼마 전 그동안 학벌철폐와 입시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던 이들이 모여 '대한민국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전혀 허황되지도,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교육선진국들의 사례를 토대로 우리 현실에 맞는 단계적 대안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은 각각 지지하는 정당도 다르고 다양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진짜 진보'라고 말할 수 있다.


 


진보적 정책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공유하며 사회의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면 정당내에서도 패권주의에 몰입하려는 세력과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이들간에 초기에는 대립양상으로 흐르겠지만 자연스럽게 미래지향적인 접근과 그를 추구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당 구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보수정당들의 이미지 선거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선거를 '제대로 된 정책대결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분노의 정치' "닥치고 반대!" 또는 "닥치고 통합"따위의 감성적 호소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당장 올 대선에서 진보진영에 똥물을 끼얹은 통진당 당권파를 끌어안고, 또 다시 올 대선도 이미지대결이나 감성대결로 도전해봐야 승부는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울고, 필패일 뿐이다.


 


당대표단 사퇴와 비례대표 3번까지 사퇴하는 등 통진당 전국운영위가 대안을 제시했지만 당권파들의 반격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통진당 당권파가 '참여계 투표부정사례폭로'등 자폭정치를 통해 당을 공중분해시킬 여지도 충분하다. 이후 통진당이 당을 쪼갤 지, 봉합국면으로 갈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제대로 '저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진보정치를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올 연말을 멘붕상태로 보내게 되는 일은 자명하다.


 


정리해보자.


 



1. '진짜진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분이 하기 나름이다. 여러분 스스로가 '진짜진보'가 될 수도, '가짜진보와 함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2. 진보정당에 가입하시라. 진보신당이든 녹색당이든 심지어 통진당도 상관없다.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그 안에서 정책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이라도 하시라!


3. 싸움구경 할 시간에 공부좀 하자! 제대로 싸우고 싶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고통받고 싸우고 있는 투쟁현장을 100개쯤 소개시켜 드릴 수 있다. 본디 정치는 투쟁의 현장에서 더욱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법이다.


4. 그리고 낙담하거나 패배주의에 사로잡히지 말자! 역사는 여전히 민중의 편임을 여전히 믿고 있다.



 


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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