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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3. 일요일

옥상땐스


 


1. 진성당원제


 


진성당원제라는 말이 있다. '당원이면 당원이지 진성당원은 무엇인가?'라는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우리나라 정당사에 도입되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리나라 정당 발전사를 집약해 놓은 단어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제로부터 해방 후 일제에 부역하던 이 땅의 기득권이 다시 면죄부를 받고 국민들을 대표하기 시작한 것이, '이승만 개인의 사당'이라고까지 평가받는 자유당부터라고 하면 무리한 표현일까? 이후 당시 여당이었던 이 자유당의 뿌리는 지금까지 우리정치사에서 계속된다.


 


야당은 어떠한가? 지금도 툭하면 우리나라 정통야당을 표방하는 민주통합당의 뿌리와 그것이 운영되어온 방식도 사실 그렇게 자랑스럽지만은 못하다. 물론 그 야만의 시대를 버티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음을 이해한다 해도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거철만 되면 항상 구태정치의 대명사로 거론되던 '3김식 정치'라는 말이 있었다. 물론 거론되던 당사자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 제왕적 총재가 전권 즉 공천부터 시작해서 당직자 임명 자금관리 등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당시의 정치관행을 일컫는 말이 '3김식 정치'였다. 즉 분명히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의 당원이 존재하나 그 당원이 당 총재의 결단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또한 감히 행사하기 힘든 구조. 이런 다분히 비민주적인 구조를 가지고 상당히 오랜 시간 이 땅에서 정당이라는 결사체가 운영된 것이다.


 


형식적인 독재 정권이 끝나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야 소수 기득권자들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운영 되었던 것에 반대하여 우리나라에 진성당원제 혹은 기간당원제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정당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민주노동당, 개혁당이 바로 그 당사자들이다.


 


그럼 그냥 당원도 아니고 진성당원은 무엇인가?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있는 저 '당원이 주인입니다.' 이 한 마디가 진성당원제가 무엇인가라는 말의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의 두 줄, '당원의 당비로 운영되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당', '당원이 직접 투표로 공직 당직을 선출하는 민주정당', 이 문구는 '주인'이라는 것이 의미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법은 정당이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 법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



 


이 자발적 조직에 참여한 각각의 주체가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것이 이 진성당원제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고 명시해 놓아도 사실상 주권의 행사가 힘들었던 것처럼, 과거의 관행이 당원에게 당원으로서 권리와 의무행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었다. 이 민주적이지 못한 관행이 아니라 원래 의미에 부합하도록 정당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하여 진성당원제라는 말을 가져온 것뿐이다.


 


 


2. 내 손으로 후보와 당직자를


 


우리가 일하는 각자의 회사를 예로 들어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회사의 주인은 그 회사에 자본을 투자한 각각의 주주이고, 그 회사의 대표나 조직 구성원은 주주총회라는 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기구를 통하여 뽑는 것이 원칙이다. 대주주와 그 대주주에 의하여 선임된 각 이사 등의 임원은 얼마나 높은 분이시던가? 그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물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정당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정당의 후보자와 당직자는 그 당의 당원의 의사에 의하여 선출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정당의 이념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진성당원제를 표방하는 통합진보당의 당헌 당규는 다음과 같은 당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① 당원은 다음의 권리를 가진다.


1. 당헌·당규가 정하는 당직·공직 선거권과 피선거권, 의사결정권. 단, 당권행사 공고전 6개월 동안에 1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 한한다.

2. 당의 제반 활동에 참여할 권리

3. 당의 정책과 활동에 관한 자료와 교육을 제공받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권리

4. 당원으로서의 권리침해에 대하여 당규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

5. 당의 모든 선출직 및 공직선거당선자에 대하여 당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소환을 요청할 권리. 단, 당권행사 공고일 시점을 기준으로 1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 한한다.


② 당원은 다음의 의무를 가진다.


1. 당헌·당규를 지키고 당의 결정과 명령에 따를 의무

2. 당의 각급 단위에서 시행하는 필수 당원교육을 이수할 의무

3. 당의 기밀을 지켜야 할 의무

4. 당비 납부의 의무

5. 청렴성과 품위를 유지하여야 할 의무

6. 당이 추천하는 공직선거 후보자를 지원할 의무



 


사실 이런 규정은 진성당원제를 표방하는 통합진보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혹은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를 찾아봐도 당연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떤 당이나 당원이 후보자를 선출하고 당직자를 선출하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또한 과거의 제왕적 총재가 단독으로 선거자금 끌어 모으고 공천헌금 받으며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했을 당시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을까? 당연히 존재했다.


 


그럼 새삼스럽고 유난떨며 통합진보당이 진보라는 말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이 진성당원제라는 말을 반복하여 떠드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단 하나뿐이다.


 



 


실천!


 


허울뿐인 규정이 아니라 그 규정대로 진정한 민주적인 정당을 만들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3. 당원의 명예


 


어제 하루종일 밤 늦게까지 오마이TV를 시청하며 느낀 감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또한 단순하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부터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집단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금의 사태에 당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단어는 '당원'이라는 말이다. 당원의 의지, 당원의 명예 등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 진성당원제의 원칙에 따라 선출된 후보에 대하여 그들은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이 당원이라는 것은 최소 그들에게는 절대명제가 되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그럼 도대체 '당원의 명예'는 어디에서 그 권위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당헌 당규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당원이 뽑은 후보는 그 절차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절대적인 선이 되는 것인가?


 


진성당원제라는 말을 굳이 써야 되었던 그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있지 않은가?


그 원칙이 '민주주의'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말이다.


 


일부 당권파의 선출과정의 민주적이지 못한 투표관행이 발견되었고 그것을 바로잡기 원하는 대다수의 당원들의 의지를 폭력과 주문처럼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반복적인 구호로 방해했던 당원인지 의심스러운 일부 사람들의 행위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이 말하는 명예는 당원의 명예가 아니다. 단지 '당파원'의 명예이고 그 당파원의 명예 역시 조직폭력배가 말하는 의리 이상의 내용을 가지기 힘들다.


 



 


 


4.진정한 통합진보당 당원의 명예


 


지나간 과거의 역사에서 가정이라는 것이 무의미 한 거야 두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이킬 수 있다면 다시 가고 싶은 시점은 일제시대말 해방 전후를 꼽고 싶다. '나는 꼽사리다'에서 우석훈 교수는 IMF라고 말했다. 진정한 경제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위기이자 절호의 기회 말이다. 지금의 재벌 문제부터 시작해서 여러 경제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었던 '절호의 위기'를 놓쳤으니 말이다.


 


어쩌면 20년 후에 생각해 보면 진보당의 역사상 돌이킬 수 있으면 가고 싶던 시기가 지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당원이 정당의 주인이 된다는 말은 정당의 소유권이 당원에게 속한다는 말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당의 주인이라는 말은 자기 손 안에 있는 10원 짜리 동전처럼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고 귀찮으니 강물에 던져버릴 수도 있고 아깝지 않으니 관공서 기부돼지저금통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물건의 소유권과 같이 취급될 수 없다는 말이다.


 


정당은 수많은 법률에 의하여 설립, 존립상의 특권, 국민의 정치의사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 받는다. 정당은, 각종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고 그들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관한 특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로부터 보조받을 수 있는 특권 등 일반 사적단체와는 다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정당은 당원의 당비 외에도 국민의 혈세로 운영된다. 한국사람이라면 좀 치사하게 느끼는 돈 문제를 떠나서도 한 나라를 운영할 국회의원 및 대통령 등 선출직 공무원후보를 내는 정당에서 자당의 명예를 단지 '당원'이 뽑은 '당직자' '후보자'란 결과에서 찾는 것이 정당한가? 그 과정의 민주적 절차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국민의 승인이 더 중요한 민주적 요건이 되지 않을까?


 



 


어제 중앙위원회 일부 참관자가 단상에 누워서 난동을 피우는 모습이다.


여기에 어떤 민주적인 절차가 있고 이 행위를 보는 어떤 국민이 통합진보당의 명예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을 것인가?


 


위기는 분명하다.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과거 호랑이 한 마리가 가지고 있던 전권을 승냥이 100마리가 나눠 가진 후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그 행사가 힘들어지니 짐승과 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명예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파보다는 당이 우선이고 당보다는 국민이 우선이며 그 바탕에 민주주의라는 원칙이 항상 언제든지 세워져 있는 것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명예가 될 뿐이다.


 


20년 후에 지금의 사태에 대하여 통한의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옥상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