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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7. 목요일

무리없이간다

 

 

 

 

‘상유십삼 진보불사(尙有十三 進步不死) 필생즉사 필사즉생 (必生卽死 必死卽生)’

 

 

- 아직 13개의 뺏지가 남아 있고 진보는 죽지 않았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의 훈계는 끝내 약발이 없었다.

 

 

 

 

 

 

 

그의 명언 :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고갱님

 

 

 

 

 

지금은,

'저도 옛날에는 주사 좀 맞았거든요' 하는 커밍아웃과

냉소 한 스푼을 머금은, 진보정치에 대한 무시와

'씨바 내가 바꿔볼께' 하는 전투적 입당…

그리고, 강달프의 애잔한 행보에 대한 묵시가 공존하고 있다.

 

 

 

 

 

4.11. 멘붕사태 이후로 정리는 안 되지만,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분석해보려고 노력하면서 '그래도 대선은 어떻게 잘 될 거야' 하고 스스로 위무했던 시간들은 정말 순식간에 더 큰 쓰나미에 묻히고 말았다. 내공이 몇 갑자쯤 되어보이던 고수들은 허망한 듯 말을 잊었고, 필자같이 먹고사니즘에 지친 자영업자들은 생전 처음 맞아보는 다구리에 몸과 영혼이 모두 피폐해진 상황이다.

 

 

 

 

 

지난 5.12 킨텍스 광란의 장소에서 버젓이 필리버스터에 숟가락 얻던 후배가 있었으니 (옛날 캠퍼스에서는 맞담배도 버거워했던) 그 꼬꼬마의 모습을 보는 순간, 역류하던 핏발에 한 소리 했더니만… ‘돈도 졸라 못 벌면서 주말 집안 분위기까지 존망하게 만드는’ 내 모습을 못 참으시고 여사님께서 단 한 마디를 던지시는데, ‘앞으로 오빠는 나한테 정치얘기 하지도 마!’

 

 

아! 씨바, 집안에서조차 정치얘기를 하지 못하면, 식당에서 혼자 밥 먹으면서 할까?

 

 

 

 

 

 

 

아, 안 할게요, 딴지에서 할게요...

 

 

 

 

 

통합진보당에는 끝내 두 개의 비대위가 생길 거란다.(혁신비대위vs당원비대위, 참조기사) 아무도 사퇴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이석기, 김재연 등은 이미 국회의원에 등록도 하고 뺏지도 받아갔다고 한다. 강달프는 이번 달 말까지 출당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이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김재연은 유시민에게 공개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는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라고 말하면서 종민(從民)하지 않고 있는 이석기가 던진 무개념 100%의 인터뷰만큼이나 충격이었는데...

 

 

 

 

 

내 하루 일과를 망쳤던, 그녀의 편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지금이라도 제가 사퇴를 선언하면 당이 쇄신을 위한 일련의 공정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얘기합니다.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보정치가 공멸할 것이라는 더욱 극단적인 상황이 강조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자신을 위해서도 좋고, 청년 정치의 후일을 장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도 얘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도 저는 진실과 원칙에 기초하지 않은 ‘정치 논리’ 앞에 굴복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쉬운 길보다 옳은 길을 선택해왔고, 빛나는 길보다는 남들이 가기 힘들어가는 길을 걸어왔던 진보정당운동의 역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청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꿈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당의 쇄신도 도약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절실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시며, 그런 것이 있느냐고 제게 물어보셨었지요. 그때 저는 주저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을 말씀드렸습니다.

 

 

 

"온갖 고난을 묵묵히 견뎌내며 이 길을 걸어온 동지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기대하시는 답변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다른 답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제 가슴이 전하는 답이었으니까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결국은 정파적 이익을 지키겠다는 소리냐, 국민이 먼저여야지 당원이나 정파조직이 먼저일수 있느냐는 반박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선자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대표로서 하셨던 발언 '조직보다 당원을, 당원보다 국민의 뜻을 따라 달라'는 말씀과도 어긋나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민중의 뜻에 따라 민중의 이익을 위한 한 길을 걸어온 것이 우리 당원들이고, 그렇게 같은 마음으로 치열하게 싸워왔던 당원들을 동지로 믿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이 개념들이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갈라서 보고 우선순위를 따지기 시작하면 그것이야말로 정파적 관점, 대의에서 벗어난 입장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의 이러한 생각이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대표님의 생각과 결국 맞닿아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저는 참여당과의 통합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당원과 동지를 지켜낼 수 있는 강한 정당만이 도탄에 빠진 민중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께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클지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저의 선택과 행동이 진보정당운동의 역사를 지키고, 그것을 만들어왔던 당원동지들을 지키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 당권파 청년비례대표 김재연이 유시민 전의원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요약하면,

 

 

- 사퇴하지 않으면 진보정치의 공멸을 야기할 수 있지만, 진실과 원칙에 기초하지 않은 정치논리 앞에는 굴복하지 못하겠다.

- 도탄에 빠진 민중의 이익은 ‘강한 정당’만이 가능하고, 그 것을 위해서 국회의원으로서 ‘동지들’을 지키고 싶다.

 

 

 

 

 

더 줄여보면,

 

 

‘진보정치가 어떻게 되든 정치논리에 의한 사퇴는 없고, 나는 동지들을 지킨다.’는 것. 

 

 

 

 

 

현재 정세에 대해서는 Out of 안중이다. 그녀의 편지에 등장하는 동지는 당권파로서, 그녀의 정치적 고향인 동부연합의 선후배들만이 있을 뿐이며, 편지를 읽다 보면 당권파의 체면과 당권파의 이익만을 위한 앵무새의 목소리만 들린다.

 

 

 

 

 

편지에는 자신이 직접 참관했던 중언부언과 동어반복 끝에 벌어진 5.12 킨텍스 광란에 대한 감회나, 다른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의 투표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나, 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이 마주하고 있는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나아가서 진보정치의 미래와 전망에 대한 걱정 등은 없다. 단 두 마디 ‘고통스런 시간’으로 표현한 것 외에는.

 

 

 

 

 

 

 

고통스런 시간의 한 예

 

 

 

 

 

巧言令色(교언영색)으로 중무장한 저 세치 혀를 바로잡는 처방은 없는 것일까?

 

 

 

 

 

내 일찍이 어릴 적부터 겪었던 쏘시오패스는 버스 두 대 이상이 넘겠지만, 이런 정도의 정신질환적 극단적 졸라 이기적 오만방자한 인격들에게 내 손모가지가 투표하고, 주위의 모든 인간들을 투표하게 해서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먹먹한 정도가 아니라 울어도 화가 안 풀리는 일이다.

 

 

 

 

 

21세기에 ‘주사파’를 복기시킨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누구도 통일, 민족의 담론을 어설프게 꺼내지도 못하게 만드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며, 486과 전대협의 변태적 성향만 세상에 알려낸 그 공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진보정치의 공멸이라는 위기적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선도적 투쟁일꾼이라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동지’들을 위해서, 정치논리에 희생되지 않고 끝끝내 원내 정치를 해야겠다는 이 야멸찬 논리를 어떻게 부숴줄까?

 

 

87년 이후, 민주노조의 설립과 각 부문이 약진을 거듭한 끝에 전국연합이 출범하며 진보정치의 밀알이 썩은 자리에서 우여곡절 끝에 터오른 새싹인데… 일개 ‘동굴 우상’에 빠진 조직에게 고스란히 뿌리째 뽑히게 해야 될까?

 

 

강달프와 민주노총의 결단력있는 행보와는 상관 없이 당원 비대위를 별도로 구성하고 ‘나의 길’을 가겠다는 당권파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장 쉬운 선택은 분당(分黨, 천당 아래 분당지구가 아님)일 것이나, 그것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증폭시키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면, 당권파를 끌어안고 협상으로 풀어갈 수 있을까? 5.12 킨텍스 광란에서 다친 조준호 대표는 ‘목 디스크’ 수술로 심각한 상황이고… 중앙위 깽판친 용팔이들을 다 쳐내면 당권파가 숙이고 들어올까? 절대 아닐 거란 말씀.  

 

 

 

 

 

 

 

그럴 리가 있냐옹

 

 

 

 

 

하면,

 

 

‘정태인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현재로서는, 힘들지만 가장 빠른 회복이 될 수 있는 길이겠지. 즉, 진성당원을 한 10배 정도로 늘리는 거야. 그리고, 다시 중앙위를 해서 지난 번처럼 아예 까불지도 못하게 만드는 거지. 이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그 동안 사퇴하지 않은 이석기, 김재연은 국회의원을 할 것이며, 딱풀 김선동 의원과 철판 김미희 의원도, 오병윤이나 이상규도 연봉 1억 받는 상위 1%의 지위인 국회의원으로 살리라는 예상. 물론 지금까지 당의 상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표시하고 있지 않은 채 관전 중인 두 사람도 그럴 것 같다. 전교조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 받는 당권파 추천의 정진후와 녹색연합에 있었던 김제남 또한 마찬가지다.

 

 

 

 

 

혁신비대위와 민주노총, 새로 가입한 신규 당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통합진보당이 정비되고, 완성되는 시간까지 ‘꾹 참고 버티면서’ 스스로 멘붕에서 탈출하고 12월 대선을 준비하자고. 졸라 힘들지만, 각자가 대악마 디아블로, 바알, 메피스토에 맞선 호라드림의 마지막 일원인 데커드 케인의 후손들처럼 저들의 정수인 ‘봉건적 사고’를 영혼석에 봉인하는 싸움을 새롭게 시작해야만 한다는 거다.

 

 

 

 

 

 

 

디아블로 1, 2, 3에 모두 등장하며 대악마 전투와 악마 봉인을 지원한 '죽지 않는 노병' 데커드 케인

 

 

 

 

 

그리고 그 싸움에는 가장 일반적인 사고를 통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을 원하는 대중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공감은 ‘참여’를 통해서 나누고 배가 시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에 가입하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이다.

 

 

 

 

 

무리없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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