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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1. 금요일

히야신스님


 



 


우리 가카께서도 한때 히어로셨다.


 


지리멸렬한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었고, 

버스 운행체계 개편과 청계천으로 능력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고,

청계천을 철근 같이 씹어드시며,

달리는 마을버스 15-2 에서 뛰어내리시사 

버스 운행체계를 개편하신 우리 가카.


 


어떤 국민들은 가카께서 다 해주실 거라는 헛된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다른 의미로 참으로 수퍼해지셨다.


 



출처 : <장도리 만평>


본명: 가카, 별명: 유체이탈종결자

능력: 온몸을 화석화시켜 모든 공격을 막아낸다.

화석화된 상태에서는 유체이탈능력이 강화된다.


 



출처 : <엑스멘>


본명: 엠마 프로스트, 별명: 화이트 퀸

능력: 온몸을 다이아몬드화시켜 모든 공격을 막아낸다.

다이아몬드화 상태에서는 텔레파시도 막아낸다.


 


 



 


보통 현실이 답답할때, 이를 시원하게 해결해줄 해결자로서 히어로를 꿈꾸게 된다. 즉 기존 조직이 제 구실을 못할때 히어로가 필요한 것이다.


 


조직의 힘은 개인이 뛰어넘을수 없다. 배트맨은 나름의 정보망이 있지만, 결국 경찰내부자에게서 주요 정보를 얻는다. 그가 재벌이라지만, 경찰의 전체 자금력에 비하면 턱도 없다. 심지어 배트맨의 장기인 장비도 마찬가지도 몇몇 하이테크 장비만 제외하고는 화력에서나 성능에서나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이 배트맨같은 히어로보다 못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개인이 아닌 조직이 가진 방대한 정보력, 물리력, 그리고 인원과 장비에서 비교가 안 된다. 물론 수퍼맨 같이 초월적인 힘을 가진 수퍼히어로는 제외.


 



종족부터 지구인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은,수퍼히어로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어떤 단체나 조직으로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상에 실제했던 개인으로서 아킬레스가 전투에서 쎄봐야 얼마나 쎄겠는가. 무적으로 그려지는 아킬레스의 무용은 그가 가진 조직, 군대의 힘의 형상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역사상에 아킬레스가 지휘하는 부대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아킬레스 개인이 가진 능력으로 얘기가 변형되었을 것이다. 역사가 전설이 되고, 전설이 신화가 되듯이.


 


이런 식의 '상징으로서의 영웅'은 현대 수퍼히어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수퍼맨은 미국의 힘 자체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읽히기도 한다. 워치맨의 닥터 맨하턴은 미국의 과학기술력(특히 원자력)을 상징한다. 닥터 맨하턴은 올누드로 어슬렁거리며, 가히 초월적인 사이즈의 물건을 덜렁거려 주신다.


 



출처 : <워치맨>


오오~ 천조국의 우월한 사이즈. 

닥터 맨하턴은 영화 속 베트콩들에게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게 아니란 말이다!

저 팬티는 그의 공식 외출복으로서, 평상복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본지와 같은 고품격 매체에 차마 자연 그대로의 장관을 담을 수 없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배트맨과 같은 독고다이 히어로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잡한 사회에서 거대조직은 덩치가 커서 제대로 움직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사 눈치도 봐야 하고, 정치권 눈치도 봐야 하고, 이놈저놈 눈치 다 보다 보면 제대로 움직이기가 어렵다. 아무튼 조직이 관료제의 난점이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것이 바로 독고다이 히어로의 유일한 장점이다.


 



 


한국사회에서 나꼼수는 히어로라고 할 만하다. 기존 언론이 엠비가 꽂아둔 사장 눈치보느라 힘을 못쓰고 있을 때, 속시원한 뉴스와 말들을 날려주었다.


 


영웅이 없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라고 했던가. 나꼼수는 통쾌했지만, 그 자체로 대안 정치세력이 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결국 나꼼수는 자경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꼼수는 가카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존재한다. 자경단이 통제불가능한 범죄에 대해 안티테제로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담시의 부패와 범죄에 대한 반대항으로 배트맨이 존재한다. 배트맨은 이를 깨닫고 자신을 넘어서는 '합'으로서의 존재, 정의의 검사 하비 덴트에게 희망을 품는다.


 



끔찍한 부상으로 인해 이중인격이 되어 투페이스로 변화하기 전까지,

하비 덴트는 고담과 배트맨의 희망이었다.


 


진보는 반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합이기 때문이다. 가카를 까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점이 진중권류의 진보가 나꼼수를 마땅치 않아 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물론 서울 진입에 실패한 경기도 직장인들이 출퇴근시간에나 듣는다는 이택광식의 병신 같은 견해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예전 글에서 쓴 적이 있는데 나꼼수의 한계는 일단 처음부터 명확했다. 가카 헌정 방송이라는 컨셉에 맞게, 오직 가카와 그 일당들에게 집중하는 것. 이것이 한계이다. 물론 장점이기도 하지만.


 


가카는 이제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이다. 이제는 가카보다는 남아있는 수구적인 관료들과 사회 전반의 수구세력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자칫 이에 소홀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포커스가 집중되니, 파괴력은 커지지만 아무튼 그 자체의 한계는 있다.


 


게다가 요즘 박그네는 가카와 선긋기를 확실히 하고 있다. 아무리 가카를 까도 박그네에게 가는 영향은 줄어들었다.


 


위험한 점도 있다. 까는 대상이 가카와 일당이라는 극소수에 그칠 경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들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까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무려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타도되어야 할 악이 아니다. 그들이 모두 무지한 바보일리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협상도 불가능하고, 대화나 타협, 공존은 불가능해진다. 우리와 그들은 더욱 확실히 나눠질 것이다. 우리가 뭉칠 수록 저쪽은 더 열심히 뭉칠 것이다.


 


가끔 나꼼수 팬덤은 저쪽 의견을 무조건 알바로 몰고가는 일이 있다. 이 점은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진실을 계속 알리다 보면, '저쪽'은 언젠가는 '감화'될 것인가?


 


하지만 나꼼수가 이제 저쪽사람들을 감화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김용민 사건 이후, 나꼼수는 저쪽 사람들에게 더러운 어떤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메세지 자체의 옳고 그름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메세지가 전달될 가능성 자체가 막힌 것이다. 우리끼리 아무리 분통을 터뜨려 봐야 광신도로 취급될 뿐이다. 그리고 그들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나꼼수의 더 이상의 확산가능성은 조중동에 의해 원천봉쇄되었다.


 


메시지 유통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김어준의 기획은 분명 성공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 또한 분명해졌다. 나꼼수로 젊은 층이 결집하고, 이에 대응해서 보수층도 총결집했다. 그럼에도 투표율은 50%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이것은 기존의 정치판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랑 일본이 사이가 안좋지만, 외계인이 쳐들어 왔으니 어쩔수 없이 힘을 합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이를 뛰어넘는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 어설픈 타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공감 없는 기성 정당 간의 타협은 역효과만 불러온다.


 


참여정부의 대연정 제안은 대실패였다. 지지층을 넓히기는 커녕, 핵심 지지층이 돌아섰다.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당 간의 야합과정에서가 아니라.


 


물론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줄 히어로는 없다. 하지만 이쪽과 저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철학과 정책을 도출해 낼 만한 인물. 이를 끝까지 지켜줄 만한 인물. 대립되는 세력의 시각차는 좁혀서 의견을 조정하는 조정자.


 


가끔 이런 히어로를 꿈꿔본다.


 




 



게임 매스 이펙트(Mass Effect) 시리즈의 주인공 셰퍼드. 함선 노르망디의 함장.


상생과 통합의 정치인 기호69번 셰퍼드를 찍어주십시오!

가슴으로 소통하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

휴먼과 외계인 극단의 이념정치를 지양하고 은하계의 민생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상식과 신뢰에 입각한 정치!


 


대부분 게임(특히 FPS등 액션게임)에서 주인공은 독불장군에 가깝다.


 



아, 전기톱! 훌륭한 대화수단이지! (Ah, Chainsaw! The great communicator!)


- 둠(Doom) 시리즈의 주인공 둠 가이(Doom Guy)


 



빠루 하나로 우주 정복, 하프 라이프 시리즈의 주인공 고든 프리맨


 



"계획은 있어?"

"응, 거기 가면 보이는 코버넌트를 다 죽일 거야."


- 헤일로 시리즈의 주인공 마스터 치프


 


킹왕짱 불도져 주인공이 전부 나서서 해결하는 스토리 라인이 전형적이다.


 



희망이 있잖아. 희망이.. 외계생물 플러드가 밀려와 희망 없이 살았지만…


우리 마스터 불도저께서 다 해결해 주실 거야...


 


매스이펙트 시리즈 주인공의 역할은 동료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일이다. 게임의 나머지 부분은 여러 세력 간에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협상하는 일이다. 절대악인 리퍼를 막는 일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이렇게 매스이펙트 시리즈는 철저히 협상과 타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게임에도 배트맨과 같은 역할이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은 개러스 배케리안. 군대와 마피아 중간쯤 되는 용병단이 설치고 다니는 미래도시 시타델. 경찰로 활동하는 것에는 한계를 느껴 직접 자경단을 조직해 활동한다. 주인공 셰퍼드의 1편부터 3편까지의 가장 든든한 친구이다. 주인공과 차이가 있다면, 그가 외로운 히어로인 배트맨 역할이라면 셰퍼드는 조정자 역할이라는 점이다.  셰퍼드는 군인으로서도 매우 유능하지만, 그의 능력은 철저히 리더쉽과 협상력에 기대고 있다.


 


불도저 킹왕짱 히어로에서 협상형 리더로. 게임에도 변화된 시대의 영웅상이 반영되는 걸까?


 




사족 : 꿈을 꾸었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나니


"이렇게 글 써봐야 다음에는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나"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어디에서인가 "나를 찍지 누구를 찍어"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다시 말하자.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매스이펙트3 패키지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이를 집에 가져와 물독 속에 넣어 두었다. 


 


그 뒤부터 매일 퇴근해서 돌아오면 내 아이피로 글이 업로드 되어 있었다.


큰 비전을 제시하여 좌우를 아우르며,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 공존, 협동 등의 가치가 녹아있는 좋은 글들이었다. 


이상히 여겨 하루는 숨어서 살펴보았더니,  물독 속에서 어떤 처녀가 나와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는 도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에게 같이 큰 뜻을 펼치자고 했으나, 그녀는 아직 때가 안 되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억지로 글을 쓰게 했다.


때는 마침 대선철이라, 지나가던 대선캠프에서 그를 영입하려 하였다.


한 보좌관이 찾아와 말하였다.


"이 차에 타고 잠깐만 눈을 붙이십시오."


 


오직 바람소리만 들렸는데, 잠시도 끊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그 소리가 그쳐서 눈을 떠보았더니, 나는 거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동방이 밝아 오고 닭이 세 홰나 쳤으니, 밤이 오경쯤 되었다. 재빨리 품속을 더듬어 보았더니 매스이펙트3 패키지가 있었다. 나는 이 물건을 귀한 보배로 여기면서, 남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이것을 추억하고자 시를 한 수 남긴다.



 



 


어느날 선거의 패배에 쓰러졌어도


숱한 전투의 종착지라 생각지마라


선거는 순간이고


대화와 협상은 영원한 것.


대류...


셰펴드가 최고다.


 


히야신스님